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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lidae Forum - Recent Posts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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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Mulidae Discussion Board</description>
            <language>en-US</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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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할리웃 보울 안내</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so-shik/%ed%95%a0%eb%a6%ac%ec%9b%83-%eb%b3%b4%ec%9a%b8-%ec%95%88%eb%82%b4/#post-297</link>
                        <pubDate>Sat, 02 May 2026 01:25:11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문리대 선후배님, 총동창회에서 이메일 받으셨겠지만, 올해 할리웃보울 가족의 밤 행사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7월4일 독립기념일 기념 &#039;Beach Boys&#039; 기념공연이라고 합니다. 불꽃놀이도 있습니다.현재 참가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티켓이 한정돼 있으니 가실 분들은 빨리 신청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예약은 저한테 알려주시거나, 이 카톡방에...]]></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711
<p>문리대 선후배님, 총동창회에서 이메일 받으셨겠지만, 올해 할리웃보울 가족의 밤 행사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br />7월4일 독립기념일 기념 'Beach Boys' 기념공연이라고 합니다. 불꽃놀이도 있습니다.<br />현재 참가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티켓이 한정돼 있으니 가실 분들은 빨리 신청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br />예약은 저한테 알려주시거나, 이 카톡방에 올려주세요.<br /><br />공연 전 동창회 피크닉 행사 시작 시간은 추후 발표되면 공지하겠습니다.</p>
<p>예년과 같이 버스를 대절해 오렌지카운티에서 출발할 계획이라고 하니, 버스를 이용하실 분들은 예약시 버스 탑승 신청 인원을 알려주세요.</p>
<p>김종하 남가주동창회장</p>
<p>&nbsp;</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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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상징을 넘어 전략으로 - 미셀 스틸 대사 지명</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83%81%ec%a7%95%ec%9d%84-%eb%84%98%ec%96%b4-%ec%a0%84%eb%9e%b5%ec%9c%bc%eb%a1%9c-%eb%af%b8%ec%85%80-%ec%8a%a4%ed%8b%b8-%eb%8c%80%ec%82%ac-%ec%a7%80%eb%aa%85/#post-296</link>
                        <pubDate>Tue, 28 Apr 2026 20:16:00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상징을 넘어 전략으로 - 미셀 스틸 대사 지명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셸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는 소식은 한미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년 3개월 이상 공석이던 자리에 정치인 출신, 그것도 한국계 인사가 낙점됐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감정...]]></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span>상징을 넘어 전략으로 - 미셀 스틸 대사 지명</span></div>
<p><span>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셸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는 소식은 한미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년 3개월 이상 공석이던 자리에 정치인 출신, 그것도 한국계 인사가 낙점됐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 환영과는 별개로 이 인사가 갖는 실제적 의미를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span></p>
<p>&nbsp;</p>
<p><span>미셸 스틸 지명의 1차적 의미는 ‘상징성’이다. 북한에서 탈출한 실향민의 딸로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하고,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이주해 정치권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의 이력은 한미 양국을 잇는 문화적 가교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국어 구사 능력과 정서적 이해는 외교 현장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California State Board of Equalization 위원으로서의 경력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재정·세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span></p>
<p><span>하지만 이번 인사를 단순히 ‘우호적 신호’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의 대사 임명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과 정치적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미셸 스틸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진영과 정치적 코드가 맞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으며, 이는 곧 이번 지명이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한국을 배려한 인사라기보다 미국의 정책 방향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카드라는 말이다.</span></p>
<p><span>그렇다면 실제 한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먼저 안보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이미 구조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며, 주한미군과 확장억제 체계는 특정 인물에 따라 흔들릴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와 같은 이슈는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스틸의 개인적 관심사이자 공화당 외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span></p>
<p><span>실제로 스틸 전 의원은 의회 활동 기간 내내 북한 인권 문제의 강경한 옹호자였다. 그녀는 “나의 부모는 북한에서 사회주의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일구었다. 나는 사회주의의 위협을 잘 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중국 내 탈북민 보호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안을 주도했다. 2024년에는 탈북민 망명 보호 강화와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은 앞으로 주한대사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한미 협의 테이블에 보다 구체적으로 올릴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span></p>
<p><span>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다. 향후 한미 관계는 안보보다 경제에서 더 많은 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 재편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은 이미 ‘자국 중심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재정 전문가 출신 대사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역 불균형, 투자 조건, 산업 정책 등에서 한국에 대한 요구와 압박이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 스틸의 재정 전문성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한국 산업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span></p>
<p><span>대중국 정책 역시 가장 큰 변수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중국 견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선택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셸 스틸 체제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보다 직설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그녀는 의회에서 중국 관련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캘리포니아 항구와 대학, 기술 분야에서의 중국 잠재적 영향력을 폭로하고, 대만 민주주의 지원 법안과 중국 연계 대학에 대한 연방 자금 제한 조치를 주도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자유를 위해 중국에 맞서 싸우자”고 공개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과 입법 행보는 앞으로 주한대사로서 한국 정부에 중국 견제 동참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외교의 전략적 유연성을 시험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span></p>
<p><span>외교 스타일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직업 외교관이 조율과 균형을 중시한다면, 정치인 출신 대사는 메시지와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과 압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때로는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마찰을 키울 가능성도 내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적 외교’ 스타일과 맞물리면 한미 간 소통 속도는 빨라지되, 한국 측의 사전 조율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span></p>
<p><span>이번 인사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도전’이다. 한국계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낙관하기에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한미동맹은 감정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움직이며, 미국의 기본 기조는 언제나 자국 우선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번 변화를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스틸 대사의 재정 전문성을 활용한 선제적 협상 채널을 구축하고, 중국 관련 압박에 대해서는 국익 중심의 명확한 원칙을 미리 세워야 한다.</span></p>
<p><span>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를 경계하는 냉정함과 동시에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적 사고다. 감정적 환영을 넘어 냉정한 분석과 치밀한 대응이 뒤따를 때, 이번 인사는 비로소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span></p>
<p>    타운뉴스 2026 4 13  1624호    안창해 칼럼</p>
<p>----------------------------------------------</p>
<p>옮긴이 문병길</p>
<p>&nbsp;</p>]]></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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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RE: 나의 일기장 -7-</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7/#post-295</link>
                        <pubDate>Tue, 28 Apr 2026 06:19:15 +0000</pubDate>
                        <description><![CDATA[공원에서 다신 댓글이라면 아마도 핸드폰으로 쓰신모양입니다. 핸드폰으로 글을 넣는게 인터넷 연결 부실 등 잘 안되는수가 많습니다. 가능하시면 데스크 탑 콤퓨터로 reply 하시는게 안전하지요.
감사합니다. 문병길]]></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공원에서 다신 댓글이라면 아마도 핸드폰으로 쓰신모양입니다. 핸드폰으로 글을 넣는게 인터넷 연결 부실 등 잘 안되는수가 많습니다. 가능하시면 데스크 탑 콤퓨터로 reply 하시는게 안전하지요.</p>
<p>감사합니다. 문병길</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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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의 일기장 -8-</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8/#post-294</link>
                        <pubDate>Tue, 28 Apr 2026 05:58:4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서기1959년.   단기 4292년   6.  29.   고2
무한이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펜이건만 꼬리를 무는 추억이 너무 무거워 끼우뚱거린다. 그간 일기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며칠간 뿐이었으나 마치 몇 달이 지난 것 같다. 
생활 한 모퉁이에 금이 가 있는 탓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일기장이 꽉 차서 그랬나?  며칠간의 기억을 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서기<span>1959</span>년<span>.   </span>단기<span> 4292</span>년<span>   6.  29.   </span>고<span>2</span></p>
<p>무한이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펜이건만 꼬리를 무는 추억이 너무 무거워 끼우뚱거린다<span>. </span>그간 일기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며칠간 뿐이었으나 마치 몇 달이 지난 것 같다<span>. </span></p>
<p>생활 한 모퉁이에 금이 가 있는 탓이리라<span>.  </span>그렇지 않으면 일기장이 꽉 차서 그랬나<span>?  </span>며칠간의 기억을 더듬자니 아연할 뿐이다<span>. </span></p>
<p>6월<span> 10</span>일부터 오늘<span>, 6</span>월<span> 29</span>일까지 보름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일들을 묶으면 한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겠고<span>, </span>또는 그저 간단한 한 줄의 글이 될 수도 있겠다<span>.  </span>소설 <span>‘</span>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span>’</span>는 단 사일동안 일어난 것들을 쓴 소설이지만<span>, </span>나에겐 그런 문장력이 없으니 우선 일어난 일을 그대로 쓰자<span>.</span></p>
<p>그 동안 누님도 여기 두세 번 다녀가고 작은형<span>, </span>병직형도 몇 번 다녀갔다<span>.  </span>그 외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span>.  </span>나는 친구를 불러들이고 싶지가 않다<span>. </span>방이 좁아서일까?  아니다.  나는 원래 친구가 없으니까.  종_이도 끊어졌고 무_이도 끊어지다시피 했다.  영은 너무 어리게 놀고, 철_이는 어쩐지 가식이 많아 터놓을 아이가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나의 인간 됨이 월등해서 그들을 비방하는 건 아니다. </p>
<p>내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협소한 걸 나는 안다<span>.  </span>성격을 고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철칙으로 믿고 있는 나는 친구를 사귀는데 유별난 의욕이 없다<span>.</span></p>
<p>그러나 한 사람만<span>, </span>내가 믿고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span>.  </span>형한테 소개받을 수 없는가<span>?  </span>하여튼 과거의 나를 완전히 잊어주고 내 인생 안에 뿌리박고 들어올 진실한 친구 하나만을 원한다<span>.  </span></p>
<p>형님은 매일 늦게 들어온다<span>.  </span>그것도 매일<span>.  </span>이해가 잘 안 간다<span>.  </span>한번 염탐을 해 보아야겠다<span>.  11</span>시 반 까진 들어왔다면<span>, </span>그건 기적이다<span>.</span></p>
<p>하여튼 형은 고단하다<span>.  </span>좀더 편하게 돌보아 드릴 의무가 나에게 있다<span>.</span></p>
<p>6월<span> 21</span>일<span>, </span>일요일<span>, </span>철<span>_</span>의 재촉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수영복을 옆에 끼고 난지도를 향해 떠났다<span>.  </span>서울역에 가 수색 행 버스에 올라 한참 시달리고 나니 생전 처음 와 보는 수색이다<span>.  </span>여기서 길을 물어 가며 배를 타고 건너가 섬에 올라섰다<span>.  </span></p>
<p>섬 저쪽에 텐트를 발견했을 때 우선 기뻤다<span>.  </span>흡족했다<span>.  4</span>시간을 노는 동안 살은 새까맣게 타고 얼굴은 뻣뻣해졌다<span>.  </span>물살만 세지 않고 맑다면 이곳은 틀림없이 좋은 수영장이 될 것이다<span>.  </span></p>
<p>우리가 수영하던 곳 맞은편에서 노인이 하나 빠져 죽었다는 소리에 욱기로 허겁지겁 저어 나가 건너 갔을 때 물위에 매꼬모자만이 둥둥 떠 있었다<span>.  </span>일행이 열명쯤 있었는데 모두가 수영에는 자신이 없었던지 혹은 일어서고<span>, </span>혹은 질퍼덕이 앉아서 입만 벌리고들 있었다<span>.  </span>적어도 이때만은 썩어빠진 허수아비로 보였다<span>.  </span>떠 있는 매꼬모자가 무서웠으나 결국 성일<span>_</span>이 그것을 붙잡고 펄쩍 들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span>.  </span>김상<span>_</span>은 멀찌감치 떠가는 쥐를 보고 마구 헤엄쳐 갔었다<span>.  30</span>분가량을 찾아 헤맸으나 헛수고였다<span>.  </span>물살도 세거니와 바닥이 미끈미끈한 게 미끄러지기 쉬웠다<span>.  </span></p>
<p>결국 나중에 신문에서 안 거지만 <span>49</span>세의 남자가 낚시질하다 실수하고는 즉시 익사했다는 것이다<span>.  </span>우리들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span>.  </span>그렇다고 눈물을 흘리거나 애수에 젖어 감상되기는 싫었다<span>.  </span>그럭저럭 짐을 꾸려서는 그 자리를 떴다<span>.  </span>떠나며 노인이 빠진곳을 다시 돌아다보았다<span>.  </span>이제는 아무도 없다 흐르는 틱틱한 물만이 언제 누가 나한 테 희생당했 느냐는 듯이<span>, </span>가당 치도 않은 소리라는 듯이 흐르고 있었다<span>.  </span>나면 죽는 게 인생이라고 하나 너무나도 허무한 듯했다<span>.  </span>아침에 웃고 나온 노인 하나가 여기서 고이 잠자고 있으니 말이다<span>. </span>생을 위해 꿈에서 깨어 난지<span> 24</span>시간도 되기 전이다<span>. </span>나도 이제 배 타고 가다가<span>, </span>혹은 버스 타고 가다가<span>, </span>혹은 걷다가<span>, </span>혹은 자다가<span>, </span>내일 혹은 모레<span>, 70</span>년 뒤 또는<span> 77</span>년 뒤<span>, </span>저 흐르는 물속의 영혼처럼 슬쩍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span>.</span></p>
<p>즐거운 게 인생이라면 무서운 것도 인생이다<span>.  </span>두 가지를 절충해 논 인생이 즉 생존 경쟁이고 골육상쟁인 것이다<span>. </span>삶 하나를 위한 모든 잡다한 다툼이 삶 저쪽의 죽음을 망각하는 데서 낙은 존재하는 것이다<span>. </span>이 생각 저 생각으로 시간을 메우며 집에 돌아온 때는 지칠 대로 지친 후였다<span>.</span></p>
<p>집에서 학교까지 걷자면<span> 30</span>분가량 걸린다<span>.  </span>그것도 철<span>_</span>이가 걷자고 할 땐 걷는 것이다<span>.  </span>가는 도중에 마주 걸어오는 학생은 상당히 많았다<span>. </span>여학생은 더욱 그러했다<span>.  </span>돈화문에서 원남동까지 고개 하나 넘자면 여간한 노력이 들어야 했다<span>.  </span>고개가 있어 그런 게 아니다<span>.  </span>얼굴 근육이 뻣뻣해지도록 표정에 신경줄이 댕겨지는 것이다<span>.  </span>이거 뭐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이런 현상을 일으키나 하고 자신을 꾸짖어 보나 할 수 없다<span>.  </span>혹시 개나 돼지는 암수가 만날 때 서로 킁킁거리는 반응 쫌은 있는 것이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들끼리 반응이 없다는 건 안될 말이다<span>.  </span>저쪽에서 보면 이쪽에서도 보고 저쪽에서 대담하게 표정을 지으면 이쪽에서도 윙크 한번 할 정도의 인심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span>.  </span>덮어놓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성 앞에<span>(</span>생면부지의<span>) </span>나타나는 게 참다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건<span> 15</span>세기 구습의 깝대기 속에 구속되었다<span>. </span>인간의 얼굴을 그러한 무용지물로써 신이 만들어낸 건 결코 아니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span>.</span></p>
<p>6월<span> 27</span>일에 시골 내려갔다<span>.  </span>내려간 이유인 즉 첫째는 내일 동창회 총회가 있다 해서이고<span>, </span>또 하나는 시골집이 이사 간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나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span>.  </span>이사한다<span>?  </span>전부터 바라 온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막상 집이 팔렸다고 생각하니 이 생각 저 생각에 공부가 되질 않았다<span>.  </span>숫한 사람들이 고향<span>! </span>고향하며 울부 짖으나 이제 와서 새삼스레 고향이라는 게 머리 속을 진하게 물들인다<span>.  </span></p>
<p>고향<span>, </span>천안 역전이 나의 고향이다<span>.  </span>인생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도 천안이고<span> 18</span>년간 뼈를 굳게 해 주고 살을 붙여 준 곳이 천안이었다<span>.  </span>그뿐이랴<span>. </span>무지에서 지금의 이성 있는 학생으로 길러 준 곳도 천안이었다<span>.  </span>그러한 나의 흙을 이제 떠나게 되다니<span>!  </span>고향이라고 하여 그렇게 기쁜 추억만 남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의 감정은 이루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span>.  </span>이광수 씨라도 계시면 내 심정을 원고와 함께 부탁도 해 보련만<span>, </span>녹음기라도 있으면 지금 이 내 심정을 마구 짓거려 보아 두겠 건만 그런 것이 나에겐 없다<span>…</span></p>
<p>고향 집에 오니 보를 싸 놓았고 세간들이 모두 자리를 옮겼다<span>.  </span>어째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슬퍼졌다<span>.  </span>돌아다니며 인사했다<span>.  </span>상점의 손님 없는 약장은 쓸쓸하게 놓여 있었고 기다리다 지친 할아버지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span>.  </span></p>
<p>영숙 조카와 사진을 찍는데 춘자가 왔다<span>.  </span>춘자와 함께 찍었다<span>.  </span>춘자도 이제 얼마 안 있어 자기 집에 가려는가 보다<span>.  </span>나도 이제 이사 가고<span>…</span>그러니 사진 찍길 잘했다고 생각되나 그러나 찍고 나니 어쩐지 후회되었다<span>.  </span>이 사진이 만일 공개되었을 때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어떠할까<span>?  </span>친구들의 시선들은 영하 몇 도가 될까<span>?  </span>에잇<span>! </span>남자답지 못한 생각이다<span>. </span>대장부답지 못한 옹졸한 생각이다<span>.  </span>필름에 이미 들어 앉아 있는 우리 셋은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할 것이다<span>.</span></p>
<p>다음날<span>, </span>그러니까<span>28</span>일에 동창회 총회가 있었으나 어쩐지 가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아 그만 두었다<span>.  </span>규<span>_</span>이네 집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span>.  </span>영근이한테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span>.  </span>규철이 어머님께 놀러 가겠다는 허락을 받고 뒷집을 찾아 갔다<span>.  </span>좀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떨렸다<span>.  </span>문을 똑<span>! </span>하고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다<span>.  </span>문을 열어 보았다<span>.  </span>영근이는 공부하고 있었고 옆에 영근이 친구인 듯한 학생이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span>.  </span>앗 차 하고 뒷걸음질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span>.  </span>벌어진 스커트 사이로 여지없이 흰 넙적 다리가 뻗어 나 있었다<span>.  </span>그러나 영근은 반갑게 맞아 주며 들어오라고 한다<span>.  </span>나는 앞뒤 생각 없이 쑥 들어갔다<span>.  </span>이 얘기 저 얘기하는 도중에 영근한테 이사 간다는 소리를 했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span>.  </span>놀래나 주니 고맙다<span>.  </span>가만히 이야기하며 생각하니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span>. </span>영근이 친구가 있는데 내가 이러면 어찌한단 말인가<span>? </span>벌떡 일어났다<span>.  </span>그 집을 나오면서 어쩐지 서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span>.</span></p>
<p>영근의 친구에게 더욱 미안했다<span>.  </span>대<span>~</span>단 히 미안했다<span>.</span></p>
<p>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나의 성미가 그만큼 대담해졌다는데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span>.  </span>아니<span>, </span>그만큼 허물없이 된 영근과의 사이가 나에겐 귀중한 것이다<span>.  </span>비록 이 순간만은 형의 공부하라는 말은 멀리 사라질 수가 있다<span>.</span></p>
<p>아버님께서는 가정부 식모한테<span>(</span>인순<span>) 500</span>환 꾼 것하고 아줌마한테<span> 500</span>환 꾼 것 갚을 돈 만을 주셨다<span>.  </span>나는 이것도 고맙게 받았다<span>.</span></p>
<p>2시<span> 45</span>분 차에 규<span>_</span>과 함께 올랐다<span>.  </span>어쩐지 시골을 아주 떠나는 심정이었다<span>.  </span>허전하고 씁쓸한 그런 심정이었다<span>. </span>참으로 생각할수록 취미 없는 하루였다<span>.  </span>서울 가는 게 그렇게 지긋지긋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천안에 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span>.</span></p>
<p>서울역에서 지루하게 돌던 기차 바퀴가 멈췄을 때<span>, </span>이제 또 서울에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이마에 가는 주름이 하나 잡혔다<span>.  </span>그동안 무수히 차창을 통해 지나간 경치가 아직도 망막 속에서 마구 도는 것 같았다<span>. </span>어느 보리밭은 마치 리부로 깎은 양 수확을 했고 어떤 밭은 아직 덜 익었 음인지 손이 모자라는지 그냥 서 있기도 하고 누워 자고 있기도 했다<span>.  </span>논에는 파릇파릇한 모포기들이 청초하게 자라고 있었다<span>. </span>그리고는 열차에 탄 인간들을 향해<span> ‘</span>너희들 인간들아<span>, </span>지금도 너희들의 뱃속엔 내 동지들이 들어있어 너희들이 소위 갈망하는 생<span>(</span>삶<span>)</span>을 발동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span>. </span>너희들이 혹시 나를 거만하다고 욕할지 모르나 욕하는 그 입속으로 내가 들어갈 때 에야 너희들은 욕 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span>!’</span>고 말하는 것 같았다<span>.</span></p>
<p>저녁은 규<span>_</span>이네 서 하고 집에 들어오니 뱃속이 좀 불편했다<span>. </span></p>
<p>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오늘 어제 해 왔든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헤집어 껌껌한 허공을 바라보며 빨리 잠이 오길 청했다<span>.  </span>이럴 때는 의식이라는 어느 열쇠를 잠가 버려 멀리 저쪽 세계로 날라가 버리고 싶다<span>.</span></p>
<p>&nbsp;</p>
<p>서기<span>1959</span>년<span>.   </span>단기<span> 4292</span>년<span>   7</span>월<span>3</span>일<span>  </span>고<span>2   </span></p>
<p>또 며칠 만에 펜을 든다<span>.  </span>며칠간 형님이 들어오지 않더니 오늘에야 들어왔다<span>.  </span>김선생님 댁에서 밤을 지냈다고 했다<span>.  </span>형 없이 자는 날은 네활개 뻗고 자서 기분은 놓으나 어느 한구석이 허전함을 면치 못하겠다<span>.  </span>형님한테 방학 때 캠핑 갈 것을 허락받았다<span>.  </span>물론 거기에 필요한 돈도 준다고 했다<span>.  </span>한결 가뜬해진다<span>.  </span></p>
<p>하여튼 그것을 위해서라도 지금 공부해 둬 방학 때 편히 쉬어야 한 터인데<span>…. </span></p>
<p>오늘은 과히 기분이 좋지 못했다<span>.  </span>특활시간에 선생님을 간접적으로 비방하여 눈총을 사게 되었고<span>, </span>집에 와서도 바로 아래 천막 집에 돌을 던졌다고 야단맞았다<span>.  </span>실수인 것이다<span>. </span>저 건너 내려다 보이는 초가집의 처녀<span>(?)</span>들은 도대체 나를 어찌 볼까<span>? </span>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그것들부터 보이고 그러자면 여기 올 때 철<span>_</span>과 함께 장난하던 생각이 나서 얼굴이 빨개지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창문만 내다보면 자기들을 보는 것으로 오해하고 뒷소리 하는 게 여간 불쾌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span>.  </span>비원의 우아한 풍경이 그 사이에 주저 앉아 있는 초가집의 그 방<span>, </span>그 방 속의 그 작자들 때문에 별로 다른 기분을 풍겨 주지 못했다<span>. </span>그날 내가 장난한 건 물론 큰 잘못이다<span>.  </span>그러나 그랬다 해서 영원히 나를 불량아로 취급하려는 그들의 태도에 반발이 지나쳐 저주하고 싶다<span>.  </span>이 동네에서도 결국 우리는 망난이로 인정받은 것이다<span>.  </span>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잠겨 있 노라면 그저 모든 게 귀찮다<span>. </span>좁아 빠진 방에서 더욱 답답하다<span>.  </span>뒷동산이나 있으면 심회나 풀어 보련만 뒷동산은 고사하고 뒷 변소만이 반겨주니 말이다<span>.  </span>담담하다면 담담하고 지긋지긋하다면 지긋지긋한 생활의 연장이 아니고 무엇이냐<span>?</span></p>
<p>남들은 눈이 뻘개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span>?  </span>남들은 눈이 벌개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span>? </span>정말이지 혼자 생각해도 부끄러운 노릇이다<span>.  </span>남이 한다 해서 나도 한다는 그런 관념은 없어져야 했다<span>.  </span>그러나 나는 거기까지 숙달하질 못했다<span>.  </span>남이 놀면 안심되고<span>, </span>노력하는 것을 보면 걱정되고<span>.... </span>이것이 비록 동심이 긴하나<span>, </span>이제 자신의 앞길을 자신의 손으로 가려 나가야 할 내가 이러한 상태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겠다<span>.</span></p>
<p>그러나 물리 같은 과목은 정말 곤란하다<span>.  </span>이건 뭐 처음부터 듣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서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허사였다<span>.  </span>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span>.  </span>독일어도 마찬가지다<span>.  </span>이러고 보면 장차 어느 대학에 갈까<span>?  </span>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span>.  </span>독일어<span>, </span>물리 빼 놓고는 무엇이고 할 수 있을 듯하다<span>.  </span>천재가 망한다는데 비록 나는 천재는 아닐 망정 팔방미인 정도는 되겠지<span>(</span>너 자신 최대의 자만심을 가지고 최대의 평가를 문병길에게 가해준 표현<span>). </span>그렇다면 나는 박명일 것이니 결국 오래 사는 게 낙이라면 뭐 천재고 뭐고 다 필요 없다<span>. </span>뭐 애당초 귀에 담아지지 않는 언어다<span>.</span></p>
<p>&nbsp;</p>
<p>4992년<span>(1959</span>년<span>) 7</span>월<span> 4</span>일 토<span>   </span>맑음<span>   </span>고<span>2</span></p>
<p>작은형이 왔다<span>.  </span>반가우나 한편 귀찮기도 했다<span>.  </span>반가움<span>-</span>싫음<span>&gt;0. </span>그러니까 반가움<span>&gt;</span>싫음<span>. </span>즉 반갑다라는 뜻이다<span>.  </span>그러나 세탁물을 가지고 온데 대해선 질색이다<span>. </span>너무나 식모에게 수고가 많기 때문이다<span>.  </span>내가 빨려고 했으나 식모가 빨아 주었다<span>. (</span>어<span>? </span>내 필적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다는 말인가<span>?!). </span>아주머니가 형 중매해 준다는 색시는 그리 예쁘지 않았다<span>.  </span>형과 함께 문화극장에 가서<span> ‘</span>날이 새면 언제나<span>’</span>와<span> ‘</span>해저<span> 2</span>만리<span>’</span>는 보았는데<span> ‘</span>날이 새면 언제나<span>’</span>는 끝에 조금 보았다<span>.  ‘</span>해저<span> 2</span>만리<span>’</span>는 너무나 감격되어 여기 쓸 수가 없다<span>. </span>다만 몇 가지 적어 둘 건 <span>‘</span>네모<span>’ </span>선장이 죽은 게 너무나 쓸쓸했고 또 <span>‘</span>넷트<span>’, ‘</span>박사<span>’, </span>그리고 <span>‘</span>조수<span>’</span>가 살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고<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7. 13.   </span>월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일기에 손을 대지 않은지도 퍽 오래된 것 같다<span>. </span>쓸쓸하고 갑갑한 심정을 풀을 길 없어 펜대를 잡았다<span>.  </span>그 동안에 일어났던 모든 일은 다 그만두고 라도 오늘 일만은 써 놓아야 되겠다<span>.</span></p>
<p>5째 시간 나의 수업 받는 태도는 너무나 방심했다<span>.  </span>나 자신 생각하고 생각해도 나의 수업 받는 태도가 여간 나쁘지 않았나 보다<span>.  </span>하여튼 장난이라고 한 것이 하필 김영두 선생님한테 걸렸다<span>.  </span>나는 평소 그 선생을 눈곱 만치도 존경하지 않았다<span>.  </span>어쩐 이유인지는 모르나 거의 매일 갈아입고 오는 그의 양복이나 구두도 눈에 거슬리거나 와 거기다 가르치는 건<span>. </span>뭐 말이 아니다<span>. </span>물론<span>, </span>공부는 되도록이면 자치적으로 하는 게 상책이나 이 선생은 너무나 방임하는 태도다<span>. </span>시간에 한 번도 책을 보지 않고 학생한테<span> ---- </span>에잇<span>, </span>내가 이거 뭐 이런 걸 쓰고 있나<span>? </span>하여튼 나는 그 선생을 퍽 나쁘게 보아 보아왔고 또 특별한 일 없는 이상 그럴 것이다<span>, </span>나는 오늘 교무실에 끌려가 몹시 꾸중을 들은 것이다<span>.  </span>그런데 교무실에 가니 참 기가 막혔다<span>.  </span>선생들은 어찌 그리 기억력이 좋은가<span>?  </span>모두 다 말참견하며 나의 과거를 들추어 낸다<span>.  </span>낯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일이었다<span>.  </span>그저 성질 같아서야<span>.  </span>말참견하는 선생들 입을 틀어 막아 주고 싶었다<span>. </span>더구나 우리 고문 가르치는 선생이 형님과 잘 아는 사이라는 걸 하필 이런데 이런 장소에서 알게 되다니 참 형님에겐 미안한 일이었다<span>. ‘</span>에이 이놈<span>, </span>형만 같았어도<span>…’. </span>라고 하시며 힐책하는 고문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 골이 꼬챙이로 쑤셔지는 것 같았다<span>.  </span>그러나 김영두선생이나 신용태선생을 보면 울컥 반발심이 솟구치는 것이다<span>.  </span>김영두선생의 뱀 같은 실눈이나 신용태선생의 신경질적인 면상은 나를 금방 우울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span>.  </span>교무실에서 선생들은 나를 무슨 장난감으로 알고 마구 지껄이는 것 같았다<span>, </span>반항<span>. </span>행동 아닌 반항이 용솟음 치고 있지 아니한가<span>? </span>내가 이렇게도 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일까<span>? </span>뭣 좀 해 보겠다고 결심에 결심한 내가 겨우<span> ‘</span>까불이<span>’</span>로 낙착되다니 너무나 억울한 말이다<span>.  </span>더구나 김영두선생은 나한테<span> ‘</span>왜 형이 중앙에 있으면 그리로 가지 않느냐<span>’</span>고 한다<span>.  </span>그 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슬퍼졌다<span>.  </span>객지에 나와 고생하며 이런 억울한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span>?  </span>내가 방탕해진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무정하고 매몰찬 소리를 들어야만 되는가<span>? </span>나는 그여히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span>.  </span>바보같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span>.  </span></p>
<p>나중에 신용태선생이 좋은 말 해 주었다<span>.  </span>질문을 하드라도 학생 답게 하라는 것<span>, </span>좀더 순종하는 태도를 지으라는 것 등을 말해 주었다<span>.  </span>애써 들어 새기려고 노력했다<span>.  </span>그렇지만 오늘 교무실에서 당한 굴욕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span>.   </span></p>
<p>12일 일요일에는 종만형과 함께 문화 극장의<span> ‘</span>우주 정복<span>’</span>을 감상하고 돌아와서 만복 형님 댁에 갔다 왔다<span>.</span></p>
<p>오늘 학교의 일로 기분이 몹시 나쁜데 이제 즐거운 생각이나 하자<span>.</span></p>
<p>방학 때 캠핑 가기로 했으나 갈 맘이 나질 않는다<span>.  </span>멤버가 시원치 않은 것이다<span>.  </span>형이<span> 5000</span>환 주면 그거로 기차 타고 돌아다녀야 하겠다<span>.  </span>먼저 황무<span>_ </span>집에 가서 하루쯤 놀다가 세일 들어가 하루쯤 놀고 다음에 서산에 가서 한 열흘 놀 예정이다<span>.</span></p>
<p>5000환 가지면 실컷 하리라 믿는다<span>.</span></p>
<p>&nbsp;</p>
<ol start="1959">
<li>7. 16.   목요일</li>
</ol>
<p>사진을 보다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span>.  </span>약<span> 3</span>주 전<span>, </span>시골 내려 갔을 때 영숙조카가 사진 찍자 하기에 사진관에 갔더니 춘자도 와 있었다<span>.  </span>전후 가릴 것 없이 셋이 서 찍고 말았다<span>.  </span>나는 서고 춘자와 영숙은 앉은 자세로<span>.  </span>찍고 나니 후회됐다<span>.  </span>춘자가 영근이만 됐어도 얼마나 좋을까<span>?  </span>애꿎은 춘자나 영숙이가 그지없이 미웠고 또 덜컥 찍어 논 나 자신이 미워지기까지 했던 것이다<span>.  </span>그 사진이 누님한테 와 있었다<span>.  </span>나는 그 사진을 보자 일종의 수치심과 반발심에서 가위로 썩둑 베어 버리고 말았다<span>.  </span>가뿐했다<span>. </span>이제 영숙이 한 테 사진 빼앗아 찢고 춘자한테서 사진 빼앗아 찢고 하면 된다<span>.  </span>시골 가서 그걸 해야 되겠다<span>.  </span></p>
<p>여자들 생각하니 또 하나 생각 나는 일<span>.  </span>이틀 전이다<span>.  </span>규<span>_</span>이네 놀러 갔는데 정<span>_</span>이가<span> ‘</span>피터판<span>’</span>이라는 영화를 보러 간다 하니 날 보고 같이 가라고 했다<span>.  </span>결국 대한극장까지 동행했지만 나는 도무지 마땅치가 않았다<span>.  </span>그 주제에도 뭘 또 부끄럽다고 앞질러 가고 떨어져 오고<span>… </span>여자가 퍽이나 건방지다<span>.  </span>그보다도 규<span>_</span>은 고소할 거다<span>.  </span>자칭<span> ‘</span>고상한 인격자<span>’</span>인 규<span>_</span>은 나를 조소할 거다.   </p>
<p>&nbsp;</p>
<p>4992년<span>(1959</span>년<span>)    7.  20.   </span>월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통지표를 받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span>.  </span>석차는 이 마음의 기록 서에까지 기재 못할 만큼 저하되었다<span>.  </span>저하가 아니라 발전이 없었다<span>.  </span>방에 우두커니 들어 앉아 한숨만 내 쉬실 아버님과 어머님과<span>, </span>피곤과 싸우며 교단에 서는 형님의 얼굴이 문득 통지표 위에 포개진다<span>.  </span>내가 이렇게 떨어지다니<span>…. </span>국민학교에서<span> 1,2</span>등을 다투던 나로서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나<span>, </span>뭐 이것이 누구 탓이랴<span>?  </span>하숙시켜 주면 공부하겠다던 형과의 약속은 통지표 저쪽에 숨어 얼굴을 들지 못한다<span>.  </span></p>
<p>고 <span>2</span>에선 공부 못해도 괜찮아<span>. </span>삼위일체만 때우면 돼<span>!  </span>이것이 통지표를 가장 적합하게 합리화하려는 나의 자위다<span>.  </span>그러나 이제<span> 2</span>학년도 반년이 지났다<span>.  </span>이 멍텅구리 놈아<span>!  </span>에잇<span>, </span>집어 치자<span>.</span></p>
<p>오후에 형님과 전세 방들을 두루 돌아다녔다<span>.  </span>세 집을 모두 돌고 혜화동 근처에 하나 정했다<span>.  </span>대단히 좋았다<span>.  </span>더구나 나는 학교 종소리 듣고 달려 갈 수 있는 거리<span>, </span>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span>.  </span>그러나 형님은 고생이 될 것이다<span>.  </span>버스통학을 해야 되니 말이다<span>.  </span>이제 식모하나 구해서 들어가기만 하면 나의 하숙 생활은 청산되는 것이다<span>.  </span>영원히 청산되는 것이다<span>.</span></p>
<p>4년 반 동안의 하숙 생활과는 이별을 고하게 된다<span>.  </span>한편 서글퍼지기도 하고 한편 시원하기도 하다<span>.</span></p>
<p>그 동안의 갖가지 추억 중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건 상도동에서 중<span>3</span>때 한 주<span>_</span>이와의 자취 생활이다<span>.  </span>추운 날 쌀 씻느라 손끝이 빨갛다 못해 하얘지기까지 했던 일이 새삼스럽다<span>. </span></p>
<p>청진동 행<span>_</span>네서 하숙 하다 하숙비 못 내 쫓겨난 일과<span>,  </span>같은 방을 쓰던 국정이와 싸운 일<span>, </span>최씨 댁에서 하숙 아닌 하숙을 하며 독사 같은 아주머니의 눈총을 받든 일<span>, </span>숙장 댁 비좁은 방에서 벼룩들과 싸우든 일<span>, </span>청량리 판자촌 골방에서 원순 형님과 자취하든 일<span>, </span>만<span>_</span>이와 명륜동에서 하숙 하며 밤에 싸우던 일<span>, </span>박떠벌네서 혜자와 자취하던 일<span>, </span>이곳 원서동에서 웬 처녀로부터 오빠 삼고 싶다는 편지를 받던 일<span>...</span></p>
<p>기억이 잘 나지 않아 그렇지 재치 있게 나열하여 뼈와 살을 붙이면 좋은 소설이 될 듯도 싶다<span>.  </span>저녁에 누님이 오셔서 잤다<span>.</span></p>
<p>&nbsp;</p>
<p>4992년<span>(1959</span>년<span>)    7. 21.   </span>화요일</p>
<p>  아침에 누님과 동대문 시장에 가서 빽을 샀다<span>.  6000</span>환 주고 두개 사 들고는 집에 돌아왔다<span>.  </span>짐을 싸며 주인한테 옮긴다는 말을 그때야 하였다<span>.  </span>섭섭해하였다<span>.  </span>주인은 곧장 어디로 가드니 이방에 들어올 학생이 생겼다는 것이다<span>.  </span>반가운 일이나<span>, </span>어쩐지 야속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span>.</span></p>
<p>사실 하숙집 주인으로서는 아주 불성실하게 우리들을 대해 주었다<span>.  </span>찬을 재대로 해 주지도 않았다<span>.  </span>우리가 내는 하숙비는 자기네 빚 청산에 급급하고 상위에 반찬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span>. </span>맘 좋은 인순이만은 항상 그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지만<span>...  </span></p>
<p>하여튼 이방에 들어올 학생은 복도 어지간히 없다<span>.</span></p>
<p>하숙비 나머지를 주고 주인과 작별인사 하였다<span>.  </span>이것으로 나의 하숙 생활은 종지부를 찍게 될지 그 누가 아랴<span>.  </span>이것이 인생이요 흘러가는 체바퀴이다</p>
<p>&nbsp;</p>
<p>4992년<span>(1959</span>년<span>)    7. 24.   </span>금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집에 들어서자 놀랐다<span>.  </span>허수룩하던 뒷 집이 이렇게 산뜻해진 것도 물론이러니와<span>, </span>앞집이 어떻게나 딴판으로 변했는지 입이 벌어졌다<span>.  </span>아무리 이제 더 이상 나의 집은 아니지만<span>, </span>이렇게까지 순간적으로 흥분한 적은 없었다<span>.  </span>나의 집<span>, </span>내가 수면을 한 온돌방이 막 뜯기고 내가 비벼댄 벽이 허물어지는 판국이다<span>. </span>뒷집은 정말 깨끗 해졌지만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span>?  </span>역시 의젓한 집 없는 설어움에서일까<span>? </span>못난 놈의 약한 마음 때문일까<span>?  </span>아버님은 얼굴이 더욱 안되어 계셨다<span>.  </span>할 일이 없이 놀고 계신게 얼마나 고역인가를 나는 안다<span>.  </span>며칠 병으로 앓아 누웠을 때 얼마나 칠판이 그립고 공부가 그리웠더냐<span>?</span></p>
<p>&nbsp;</p>
<p>7. 25. 토요일</p>
<p>  오늘 춘자와 영숙으로부터 그 사진을 뺏는데 성공했다<span>.</span></p>
<p>이제 불에 태우면 되는 거다<span>.  </span>문제는 무슨 구실을 붙여서 태우는가<span>?  </span>바로 그거다<span>.  </span>우연히<span>(</span>아니 고의적으로<span>) </span>병_형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span>.  </span>거기서 나는 이외의 사실을 발견하는데 눈을 아끼지 않았다<span>.  </span>형은 약혼자 이외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불의의 관계까지 맺고 있는 모양이다<span>.  </span></p>
<p>저녁에 순<span>_ </span>누나하고 거닐기로 했다<span>. </span>천안 남산공원을 다녀와 달빛을 벗삼아 감상에 잠기며 거니는 마음<span>, </span>참으로 감명 깊은 밤이었다<span>.  </span>더구나 같이 동행한 순자 누나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때<span>, </span>시공관에서 일류 스타가 노래하는 것보다도 더욱 좋았다<span>.  </span>그저 좋았다<span>.</span></p>
7. 26.  일요일 고<span>2</span><br />
<p>  오늘은 만<span>_ </span>형님댁에 마실 갔다<span>.  </span>문<span>_ </span>때문에 발길이 내키지 않았지만 순<span>_ </span>누나의 말이 생각났다<span>. “</span>남자는 남자답게 놀아야 돼<span>” </span>하는 말이었다<span>.  </span>그 말이 이런 장소 이런곳에선 보약이 되었다<span>.  </span>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니 진<span>_</span>누님이 계셨다<span>.  </span>물론 명<span>_</span>이 누님도 있었다<span>.  </span>진<span>_</span>이 누님은 내가 생각했든 것보다는 좀 얼굴이 들 됐다<span>.  </span>문<span>_</span>는 나중에 들어왔다<span>.  </span>재미있게 놀자니까 순<span>_, </span>쾌<span>_</span>형 동생<span>, </span>또 다른 친구<span>, </span>이렇게 들 와서 놀았다<span>.  </span>노래를 하게 되었다<span>.  </span>사내 뱃장 똥뱃장이라고 나오지 않는 걸 억지로 고안하여 아리랑을 불러 제켰다<span>.</span></p>
<p>오늘 할아버님 댁에선 잔치 곗날이라 해서 잔치를 했다<span>. </span>나도 뭐 좀 얻어먹으려고 갔더니 손님보다도 부엌에서 서성대는 쿡들이 더 많았다<span>.  </span>난장판이었다<span>.  </span>날씨는 무더운데 이런 데서 무슨 잔치를 하겠다는 거냐<span>?  </span></p>
<p>그러나 이 년짜리 계라니 앞으로 <span>24</span>달 동안을 할아버님께서는 다니며 얻어 잡수시면 되는 것이다<span>.</span></p>
<p>&nbsp;</p>
4992년<span>(1959</span>년<span>) </span> 7. 27   일요일<br />
<p>오늘은 동창회이다<span>.</span></p>
<p>시간에 맞추어 가니 아이들은 별로 많이 오지 않았다<span>.</span></p>
<p>여자들은 한명도 들어오지 않았다<span>.  11</span>시 가까워서야 옹기종기 모여 들었다<span>.  </span>한탄할 노릇이다<span>.  </span>소위<span> “</span>코리안 타임<span>”</span>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이 이런데 서 튀어나왔으리라 믿으니 늦는 자 모두가 밉게 보였다<span>.</span></p>
<p>그네들은 무슨 딴 뜻이 있어 늦는 것이다<span>.  </span>고의적으로<span>!</span></p>
<p>최순자가 왔다<span>.  </span>오오 최순자가 왔다<span>!  </span>국민학교 때 그렇게 싸우고 또 그렇게도 친하게 놀든 최순자 그자가 왔 다니<span>, </span>너무나 반갑다<span>.  </span>허나 그림의<span> “</span>떡<span>”</span>이다<span>.  </span>그를 정면에 두고 생각하자니 너무도 까물거리고 아기자기한 추억으로 내 머리는 물 들었다<span>.  </span>진주 홍 붉은 추억으로<span>.</span></p>
<p>오늘 동창회는 무사히 끝이 났다<span>.  </span>그러나 무사하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형식상 문제이다<span>.  </span>실은 알력이 있었다<span>.  </span>양<span>--</span>나 김<span>--</span>은 속절없이 싸우고야 말았다<span>.  </span>참으로 저하된 인간들이다<span>.  5</span>년 만에 자리를 같이 하여 겨우 하는 짓이 주먹 왕래뿐이니 말이다<span>.  </span>물론 그들에겐 양심의 가책이 별반 없을 것이다<span>.  </span>그렇다고 골이 뭐 남달리 둔하지도 않을 것이다<span>.  </span>다만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영웅심리라는 병이 그네들에게 발병했기 때문이리라<span>.</span></p>
<p>여자들은 사복을 하고 나온<span>, </span>거의 부인에 가까운 옷차림을 하고 나온 숫자가 더 많은데 놀랐다<span>.  </span>상당히 놀랐다<span>.  </span>나는 동창회라 해서 뭐 좀 적어 놓고 싶은 것도 많다<span>.  </span>그러나 나는 적지 않겠다<span>.  </span>동창회가 한낱 악몽이 되었기 때문이다<span>.  </span>서울 놈들은 몰매의 대상이 되었다니<span>.  </span>오늘 재수 없었으면 성한 발로 집에 도착하지 못하게 됐을지 그 누가 장담하랴<span>.  </span>참으로 저하된 학생의 세계라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span>.</span></p>
<p>사회에서 말하는 학생들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혹평하고 멸시하는 뭇 어른들의 견해에도 덮어 놓고 반박할 수는 없는 것이다<span>.</span></p>
<p>5년 만에 만난 친우끼리 주먹 다툼이 벌어졌다면 그 누군들 곧이들을 것이며 그 누군들 고소를 금치 않으랴<span>?  </span>저열 된 인간들이다<span>!</span></p>
<p>그네들이 의젓한 학생임에랴<span>.</span></p>
<p>기념사진을 찍고 쓸쓸히 집에 왔다<span>.</span></p>
708
709]]></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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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 권이 지나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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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7 Apr 2026 19:47:13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문 선배 글이 진솔하고 정겨워 ..그 시절이 아프게 그립기도 하고, 수고하셧읍니다       (*아까 공원에서  쓴  댓글은 어디갓나??]]></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문 선배 글이 진솔하고 정겨워 ..그 시절이 아프게 그립기도 하고, 수고하셧읍니다       (*아까 공원에서  쓴  댓글은 어디갓나??</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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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나의 일기장 -7-</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7/#post-292</link>
                        <pubDate>Fri, 17 Apr 2026 06:19:3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1959.5.20. 화요일 맑음   고2
방과 후 오랫만에 동창 응용을 만났다. 참으로 반갑다. 미자하고 응용이하고 친척지간이라 한다. 그런데도 미자는 퍽 쌀쌀한 표정을 했다. 그가 그렇게 쌀쌀한지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
응용과 과거의 회상에 감겨 지꺼리는 동안 어느덧 종로3가까지 걸었다. 거기서 뻐스 타고 집에 와 밥 해 먹고 놀다가...]]></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1959.5.20. 화요일 맑음   고2<br />
<p>방과 후 오랫만에 동창 응용을 만났다. 참으로 반갑다. 미자하고 응용이하고 친척지간이라 한다. 그런데도 미자는 퍽 쌀쌀한 표정을 했다. 그가 그렇게 쌀쌀한지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p>
<p>응용과 과거의 회상에 감겨 지꺼리는 동안 어느덧 종로3가까지 걸었다. 거기서 뻐스 타고 집에 와 밥 해 먹고 놀다가 같이 잤다. 자는데 나는 침대에서 자고 웅용은 바닥에서 잤다. 지금도 가슴이 쓰리다. 남 대접을 너무 심하게 했으니 말이다.</p>
<p>&nbsp;</p>
<p>1959. 5. 20. 고2 수요일 맑음</p>
<p>맑은 날씨다. 더운 날씨다.</p>
<p>응용과 함께 뻐스를 탔다.</p>
<p>방과 후 그(이름 기억 안난다)와 함께 하숙집을 갔다. 나의 기대에 완전히 어그러졌다. 그저 싼게 비지떡이라고 방도 혼자 겨우 쓸방에 둘이서 있으라니 말이 안된다. 다른데로 가야겠다.</p>
<p>실망된 마음으로 집에 왔다.</p>
<p>나의 요사이 생활은 어떠한가?</p>
<p>또 마음은 들뜨기 시작하는구나. 공연히 하숙 한다 하숙 한다 하니까 마음이 들떠서 안정할 수가 없구나.</p>
<p>내가 자취를 싫어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침에 뻐스를 한 번 타면 하루동안 쓸 에너지를 모두 써 없앤다. 그러기 때문에 첫 시간부터 졸기 시작한다. 둘째는 나의 허영심이다. 나는 이 집이 좀 집답게 치장되어 있고 또 담이라도 제대로 있으면 자취 하겠다. 허나 이 집은 다 허물어져 외부에서 보면 꼭 외양간 같고 또 담도 없어 아침에 세수하려면 지나가는 여학생이라도 혹시 있는지 겁 내며 한다. 책가방 들고 길에 나설때도 내집이 여기라는 것을 알리기가 절대로 싫으니 말이다. 셋째 공부할 시간이 퍽 드물다. 사실 내가 죽자 사자 공부만 한다면야 얼마든지 시간 낼 수가 있다. 최소한도 5시간은 공부 할 수 있다. 그러나 자, 보자. 학교에서 돌아오면 6시이다. 뭐좀 하다보면 6시반이고 8시쯤이면 어두어진다. 9시쯤해서 전기를 달고 11시까지 공부한다 해도 3시간 공부하는건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붙어앉아 공부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동안 식사하지, 세수하지…이것저것 시간보내게 되는 게 자꾸 생겨나니 말이다. 다섯째 요사이 주<span>_</span>이와 나와의 사이에 금이 가는 것 같다. 어쩐지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주<span>_</span>은 내가 나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섯째 이집 주위의 인간들은 나를 좀 깡패로 보나보다. 옆집 사람 하고 한바탕 싸웠기 때문이다. 이렇구 저렇구 하여튼 나는 나가고만 싶은 것이다. 형한테 승락얻어 명륜동에 정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와 있었는데 형이 반대하지 않는가? 자 그런데 마침 친구놈이 15000환짜리가 있다 하기에 얼씨구 좋다고 가 보았지. 아니 도대체 싼 게 비지떡이야. 방도 좁고 창도 하나 없고 한쪽 구석은 너덜너덜한 좁고 외딴 방을 둘이서 쓰라고 하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자리서 당장 거절하고 싶다마는 15000환이라는게 구미가 당기는 걸…… 그러나 도저히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오히려 3000환 아끼느라고 그 야단을 어떻게 한단말이야? 이제는 형을 찾아가서 통사정을 하는 수밖엔 없어… 그러고 같이 있자는 놈이 좀 트릿한 것 같애. 만<span>_</span>이하고 똑같이 보여. 애가 박력이 없어 보여… 시골서 돈은 많은가 봐! 그런 애하고 나는 어울려선 안되지… 아니 안되는게 아니라 하지를 못할 것 같애. 복덕방엘 모두 돌아다녀도 하숙은 없는걸…</p>
<p>하숙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큰 서울 바닥에 내 몸하다 붙일곳이 없단 말인가? 너무나 기막히는 사실이야. 치가 떨리고 슬퍼져. 그건 그렇구…</p>
<p>요전에, 시골 내려갔었을 때 영근이한테 놀러 갔었지. 12시경에. 춘자하고 극장 갔다 오는 길이라고 말해 주었지. 어떻게 생각할까? 얼굴은 왜 그리 시커머졌는지? 내가 빌려준(?) 문학전집을 으젓하게 제 책꽃이에 꽃아 놓았어. 꽃아 놓은것만은 고마워, 그런데 나에게 돌려주지 않아. 아마 내가 저한테 선사한건 줄 아나보지. 잘 됐지 뭐. 그렇지 않아도 뭐 선사하고 싶어진 참인걸……</p>
<p>바싹보면 얼굴이 그리 잘 생기진 못했는데 서울와서 생각하면 못내 보고 싶어 죽겠단 말야. 참 영근을 앞에 놓고 볼땐 내가 뭘 바라고 저애를 이렇게 좋아(?)하나 생각돼<span>. </span>그건 다른 게 아니야. 영근이 마음씨가 좋아서 그런거야. 마음씨. 그 마음씨가 나는 좋아. 영근이가 서울오면 나는 놀 기회도 많아 질른지 모르지.</p>
<p>사실 영근네 식구중에서 제일 똑똑한건 영근이 밖에 없어.</p>
<p>시골 가서 느낀 또한가지는 병관형 말이야. 낼 모래면 장가들 양반이 도무지 어른티가 나질 않아. 그저 장난질을 하지 않나. 애들처럼 사진을 빼지 않나… 하여튼 유쾌한 형님이야. 그러나 박력이 없는 형님이라 할까? 뒷방도 근사하게 꾸며 놓았든 걸. 큰 어머님은 여전히 자화자찬이고 큰아버님은 여전히 태고쩍 스핑크스나 짠발짠 같고…</p>
<p>이제 병관형 결혼 후 새아줌마는 내가 한번 골려 주어야겠어.</p>
<p>또하나 느낀 건, 매형 말이야. 가 봤더니 퍽 반겨주던 걸, 그도 그럴테지… 식구들이 온통 대해주질 않으니 말야. 새로 얻은 마누라는 얼굴은 반반한데 꼭 어디서 식모살이로 굴러다니다 들어온 것 같애. 강한 적개심이 순간적으로 뻗혔으나 꾹 참았지.-</p>
<p>매형과 누님사이에 어찌하여 그런 영원한 <span>‘</span>금’이 갔을가? 누님이 아들을 못나서 그런것일까? 부부중에 누가 성적결함이 있을까? 누님일까? 작년에 얻은첩에서 새끼하나 난 걸 보면 매형은 결함이 없는 것 같아. 그러나 누가 아나. 첩이 들어오기전에 빼가지고 들어왔는지… 내가 언젠가는 권해보고 싶었어. 누님 좀 병원에 가 보라고., 아니 벌써 그런데 다녀 봤을 거야.「시원섭섭 잘못되기도 하고 잘된 것 같기도 한 것은」누님뿐이지…</p>
<p>글쎄 동대문 제식이네서 할머니한테 이 소리 했더니 금방 좋은 자리가 하나 있는데 어떠냐고, 그런 말을 꺼내시잖나? 누님한테는 얼마나 큰 모욕인가? 누구를 화류계 여성으로 아는가?</p>
<p>&nbsp;</p>
<p>&nbsp;</p>
<p>오늘(5월 21일)목요일 부터 하복착용인데 나는 손목에 털이 너무 많이 나서 좀 꺼려지긴 하지만 야성적이라서 좋다는 마음으로 합리화해 볼까나?</p>
<p>오늘 어머님한테, 병직형한테, 재식누나한테, 편지했다.</p>
<p>&nbsp;</p>
<p>&nbsp;</p>
<p>1959. 5월 22일 금요일  고2</p>
<p>이젠 나의 생활에도 희망이 싹트려나?</p>
<p>오늘 특활을 마친후 철진과 함께 하숙 치루겠다는 집으로 가 보았다. 하숙 치르겠다는 집엘 가 보니 조그만 깨끗한 집이었다. 집에는 방이 세개 있엇는데 방이 좁은 게 좀 흠이었다. 방은 깨끗했다. 창을 열면 비원이 보였다.</p>
<p>여기서 형하고 같이 있게 되었다.</p>
<p>그런데 형하고 있는다고 막상 생각하니 꼭 무슨 테두리 안에 갇힌 그런 감이 없지 않다. 형하고 같이 있으면 이제 나는 염치도 있고 하니 놀지는 못할거다. 공부해야 할테지. 물론 나자신이 자각해서 할 일이지만 혹시나 억압적으로 공부를 강요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게 되면 나의 공부는 0 이니까 말이야.</p>
<p>하여튼 형하고 같이 있게 되었으니까 일종의 안도감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어 다행이다. 형도 벅찰게다 3만4천환이 하숙비로 들어가게 될테니 그런 고생이 또 어디있는가? 형은 한달에 이삼만원 밖에 쓰지 못할 것 아닌가?</p>
<p>그러고 보면 나는 참 가혹한 놈이다.</p>
<p>이일기를 태워 버리든지 해야겠다. 과거에 내가 오해 했던 모든 생각이 못처럼 일기에 박혀 있으니 말이다.</p>
<p>형이 보면 괘씸함을 지나쳐 슬퍼할거다.</p>
<p>형한테 새삼스레 미안한 감이 든다. 저녁은 철진이네 집에서 먹고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주<span>_</span>이는 와서 벌써 전기를 매달아 놓고 자고 있었다. 밥을 조금 퍼 먹고(주<span>_</span>의 성의를 생각해서) 읊으며 지나는 야밤 아이스 캔디 사 먹고 잠 들었다.</p>
<p>&nbsp;</p>
<p>5월 23일 토요일(고 2)</p>
<p>학교가 파하자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일찍 오니 어찌나 졸립든지 마루에서 한시간을 잤다.</p>
<p>나는 나에 대해서 좀 심각하게  생각해보려 한다. 나라는 하나의 인간! 이것이 무에 그리 대단하냐? 22억중의 나 하나! 이것이 무에 그리 대단하게 존재하는 것이냐. 나는 지나치게 자만심이 크다. 물론 나는 행동으로는 별로 나타내지 않으나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자만심에 충만하고 있다.</p>
<p>예를 들자면 요사이 주<span>_</span>에 대한 나의 태도다. 주<span>_</span>이 그 애가 사고방식이 경박한 건 그 애 자신도 아는바다. 나는 하여튼 그애 말이면 무조건 부정해 놓고 듣는 습관이 생겼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 주<span>_</span>은 가당치도 않은 언어나 또는 논리를 전개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주<span>_</span>이의 모든 생활이 그러한 결함으로 꽉 차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것이다. 그런데도 그 애 말이라면 무조건 부정하고 반박하게 되는 나다. 나는 이런 불행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p>
<p>나의 모든 생활이 그렇다. 내가 이렇게 자취생활을 하면서도 이것이 아주 내가 못할 것을 하는 것처럼 생각이 들어. 아니면 무슨 장난같이 <span>‘</span>한번쯤 해 보는 거’로 여기고 싶은 것이다. 왼 팔목에 걸친 HeSso시계와 쌀 씻는 바른손은 대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자. 내가 자취한다 해서 내 환경과 모순되는 점이 털끝만치라도 있는냐?</p>
<p>자취 한다는 게 너무나 시시하다고 내 환경이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 얼굴이 좀 잘났다고 자처하고 있다. 이것도 자만이다. 어떤땐 거울을 앞에 놓고 유심히 나를 본다. 이것이 뭐 잘 생겼느냐 말이다. 하나 하나 뜯어 본다. 코는 끝이 빨갛고 코구명은 위로 향한체 크게 뚤렸다. 입은 웃을땐 괴상하게 벌려진다. 이는 송송 사이가 떳다. 눈은 조그만게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다. 머리는 곱슬곱슬해서 이기적으로 생겼고 얼굴에는 살짝 곰보가 여럿 있다. 이러한 나의 얼굴이 뭐가 잘났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도무지 나다닐 맘이 나지를 않는구나.</p>
<p>주<span>_</span>의 얼굴이나 나의 얼굴이나 못생긴긴 마찬가지다. 하여튼 나는 남자 새끼가 아니다. 도무지 이런 사소한데 관심을 잔뜩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내가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될것인고…………</p>
<p>뻐스를 타는 건 여학생 바라고 타는거지 여학생마저 없으면 아마 나는 뻐스 탈 맘이 나지를 않았을 것이다. 또 자취할 취미도 잃었을거다. 풍<span>_</span>이하고 만나면 맨 그런 얘기뿐이다. 풍<span>_</span> 그놈도 객지에 나와 있는 놈이 큰 일이다.</p>
<p>지금 일기를 쓰는 도중에 웬 뚱뚱한 색씨가 하나 오기에 보았더니 앞집 식모다 아니 이 식모 왼일인지 자꾸 우리(나)를 피한다. 수집어서 인지 또는 나를 무시 보아서 인지 또는 나를 깡패로 보기 때문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p>
<p>이런것 도외시하자.</p>
<p>&nbsp;</p>
<p>5월 24일 일요일 (고 2)</p>
<p>오늘은 일요일. 즐거운 일요일 파라다이스!</p>
<p>아침에 일어나서 곧 목욕하고 돌아와 책을 읽었다. 몹시 심심했다. 4시쯤해서 한강에 가 보았다. 이제 내가 이렇게 한가로히 한강에 올 시간도 마지막이리라. 하숙을 옮기기 때문이다.</p>
<p>한강은 벌써 여름 맛을 노골적으로 풍기고 있었다. 뭍에는 장사치들, 벌거벗은 어린애, 채 검지 못한 살을 어서 태우려는듯 햍볓을 향해 누워있는 어른들…로 번잡을 이루었다. 신발코끝이 물에 달랑말랑하게 하여 들여놓으니 물결이 찰삭 때린다. 이것도 한강의 파도라면 파도다. 재작년인가 언제 안면도에 가서 생전 처음 보는 파도가 경이롭던 때가 생각난다. 올 해 들어 처음 보는것이니 이것도 경이롭다면 경이롭다.</p>
<p>그 파도는 몇 백 몇 천년의 역사를 먹고 되씹고 뱉고 하지 않았는가. 그 옛날 이도령이 이곳에 앉아 춘향 생각에 잠겼을지도 모를 이 모래 위에 내가 서 있고나… 으하하하</p>
<p>오.. 통쾌하다. 벌거벗고 난무하는 너희들 군상들아. 모두 나에게 절하라. 나는 이 도령이 선 자리에 지금 서 있노라.</p>
<p>수영빤스에 7세기 나막신을 신고 25세기 쪁트엔진을 달려므나. 아니 그럴 것 없다. 수영복도 귀찮고 신발도 필요 없지 않니. 이 무한정한 水下의 世界를 관찰 하고프거든! 옷을 벗고 조용히 영혼을 불러 일으키려므나…</p>
<p>털렁거리는 오줌 분사구에 화약을 넣고 터져보라. 그러면 27세기의 과학자들도 경탄할게다.</p>
<p>너희 군중들, 그 무리속의 문병길이라는, 동성고교 2학년생 이라는, 문영남씨과 김영예씨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 이라는, 문병욱의 동생 이라는, 천안에 거주하며 서울서 하숙 한다는, 영근을 조금 좋아 한다는, 이런 사나이 문 병길! 네 인생의 종말은 어드메냐. 1967년이냐? 또는 1970년이냐?</p>
<p>내가 죽는 날, 그건 언제일까?</p>
<p>그것은 내 일생 어느날 보다도 중요한 날 이겠지.</p>
<p>이날은 매 해 365번 부디쳐도 아무런 기척도 없이 하고많은 날 들 속에 교묘하게 몰래 숨어있는, 그러나 틀림없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날 이겠지.</p>
<p>이 날이 지금 이 순간도 점이 찍혀 있을테지. 그리고 언젠가는 이 점 찍힌 날에 눈물 흘리며 저 세상으로 여행 할 저 무리들.. 그들은 삶을 위한 행동인가, 행동을 위한 삶인가?..... 모..르…겠…다!</p>
<p>오늘 한강에서 나는 친척누나 인숙이가 웬 청년하고 거니는것을 보았다. 하는 태도로보아 사랑하는 사이인가 보다. 그런데 만일 거기에 그쳤다면 그녀는 내 일기장에 오를 자격도 없어. 그런데 나를 보고 본척 만척 하지 않는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니 이 망할 년 연애한다고 사람 괄시 하랬나? 어디, 훗날 다시 보자! 그걸 생각하면 기분만 나쁘니 그만 두기로 한다.</p>
<p>인간은 괴상하다. 열 길 물속은 알기 쉬워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을 적용시켜 볼까? 나는 오늘에야 주<span>_</span>이가 첩의 아들임을 알았다. 옆 방 아줌마가 주책없이 나한테 얘기 해 주는것이 아닌가? 뭐 구지 듣지 못할것도 아니어서 모두 들어두었다.  자<span>…</span> 이제 공부좀 하자. 병길의 그림자야!</p>
<p>&nbsp;</p>
<p>1959.  5월 25일 월요일. 맑음</p>
<p>오늘 한 일은 없다.</p>
<p>&nbsp;</p>
<p>5월 26일 고<span>2 </span>화요일</p>
<p>시험 시간 발표. 6월 1일부터 첫째날이 기하! 물리! 역사! 국어!</p>
<p>하필 하숙을 옮기겠다고 부산을 떠는 이때 시험을 닥치니 큰 일은 큰 일이다. 걱정이 태산 같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됬다고도 볼수있다.</p>
<p>오후에 하숙집에   갔더니 아무도 없다. 학교에 갔더니 형은 안계시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왔다.</p>
<p>나는 차마 주<span>_</span>이 한테는 말하기가 곤란했으나 하숙 이야기를 어짜피 해야되겠기에 일찌감치 말 해 두었다. 하숙, 하숙 나는 주<span>_</span>한테 너무나 미안하다. 끝까지 고생 하자 해 놓고 이게 무슨 지랄이냐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길을 개척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p>
<p>&nbsp;</p>
<p>5월 27일 화요일 맑음</p>
<p>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하숙집으로 곧장 갔다. 가서 책을 몇 권 가져다 놓고 형한테 찾아 갔다. 형은 퍽 피곤해 보였다. 집에서 보낸돈 2000환으로 학관 다닌다 말하니 형은 좋은 기색으로 대해 주지 않았다. 나는 타격이 컷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형한테 억지로 용돈을 타 쓰는거나 마찬가지라 형한테 죄송한데 형은 그만 나쁜 기색으로 대하니 몹시 기분이 우울했다. 내가 하숙을 하다니 내가 하숙 할 주제인가? 이 내가! 집에서는 하루 종일 하나도 안팔릴때가 허다한데 또 형은 기껏해서 월급이 얼마랴마는 거기서 하숙비 34000환 제하면 뭐가 남는다는 말인가? 그나마 초최한 형 그 꼴에 더 나빠지면 어쩌나? 나는 그 걱정이 많다. 더구나 오늘 형한테 그런 소리 듣고나니 그 동안 꿈꾸어 오든 모든 게 일시에 꺼지는 듯한 느낌이 난다. 하여튼 사람의 기분이란 한없이 무책임하게  기복이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런 말은 오히려 나갈은 인간한테 더욱 적용될지도 모른다. 기분이 이리도 쉽게 변하니 말이다. 엊저녁만 해도 이생각 저생각 좋은 plan 세우기에 눈붙이기가 아깝더니, 지금 펜을 들고 있는 이 순간은 왜 이리도 마음이 허탈한가? 너무나 변화가 많으나 그런 변덕을 만들어 논 이유를 나는 확실히 들 수가 있다. 인과율로 합리화 시켜보려 한다. 하여튼 형이 좀 반대하는 기색이 있거나 <span>“</span>네가 좀 몇 달 참아라”고 말하면 나는 서슴치 않고 거기에 응하겠다. 오히려 그러면 나는 좀 고생 되드라도 정신적 부담은 적게 들지 모른다. 정신적 부담만 적게 든다면야 그보다 마음 편한 것이 또 무에 있으랴.. 지금 내 생활이 이걸 증명하지 않는가?</p>
<p>비록 자취하고 있는 집이 누추하긴 하나 학교에서 늦게 온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집에서 지랄발광을 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건 일찍 일어나건 상관하는 자가 있나? 밥을 적게먹으라는 사람이 있나? 밥을 왜 험이 먹느냐는 사람이 있나? 그저 내 뱃장이 꼴린대로다. 그러나 이 생활은 단순히 <span>“</span>무질서”그것이다. 무질서는 우리에게 이익이 없고 또한 그 생활은 발전성 없는 생활일것이다. 하여튼 지금의 내 심정은 무한히 낙망적이고 허탈하다. 일기를 쓰고 있는데 웅용이 찾아왔다. 반갑긴 반가운데 지금 이러한 기분으로는 그저 마냥 반갑지는 않다.!</p>
<p>&nbsp;</p>
<p>5월 31일(고 2)</p>
<p>시각은 6시 조금 넘었다. 기차의 요동에 펜 끝이 어지럽다. 정신만을 가다듬고 펜을 누른다. 마치 박자에 맞추어 반주하듯, 따그닥, 따그닥 하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그 소리가 아까는 아주 느릿느릿 했으나 지금은 무척 잽싸다. 고개를 내려가는가 보다. 멀리 있는 산은, 멀리 있어 안타까움인지 자꾸만 기차를 따라오나, 가까운 눈앞의 숲들은 시야에서 순간이다. 시골도 몇 주 만에 와 보는것인데 벌써 눈에 뛰게 보리가 익었다. 모 심는 농부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보다. 벌써 줄 지어 심어논 모포는 마치 조회때 <span>‘</span>우로 나란히<span>’</span> 한것처럼 질서가 정연하다. 아까는 붉으레 하던 해가 지금은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껑충 뛰어 올랐다. 붉게 보이는 빛은 따사로운듯 하나 그실 그렇지는 않다. 풀들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빤짝인다. 토끼풀들은 멀리서 보니 그 꽃송이가 마치 큰 이슬덩어리같다. 지금은 역에 섰는지 따그닥 반주가 없다. 기적이 울린다. 치-익 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나고 삐드득 삐드득 소리가 나더니 떠나기 시작하는구나. 차창 바로 밑으로 두개의 선로가 달린다. 한참 보고 있자니 망막에 아로새겨져 눈을 감아도 새까만 세계에 무슨 투명한듯한 지렁이 같은 게 꿈틀거린다. 그게 아마도 선로의 유산인가보다. 농가가 또 한무리 지나간다. 연기가 오르는 굴뚝도 있고 그렇지 않는 굴뚝도 있다. 연기 오르는 굴뚝은 밥을하는 건 확실한데 연기 안오르는 굴뚝은? 아마 밥을 먹고 있을꺼야. 혹은 아직 먹지 않았을지도. 옆에서 빠짝 달라 붙어 지나가는 산엔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망막에 사로잡히는건 구름뿐이니! 아마 나무로 싸여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리밭이 어떤데는 대패로 민듯 하다. 어느보리는 바람에 쓰러저 꼭 기계충이 파먹은 머리카락 같다. 너무 잘 되어서 그럴거다. 벼란간 햍볕이 논물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p>
<p>오늘의 찬란한 계획(?)은 나의 가슴을 들쳐 두드리건만, 한 둘 걱정은 그만 나를 짓누를듯 하다.</p>
<p>하숙을 형하고 하면 한 두 가지 곤란한 점은 있으나 뭐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 오늘 이 보따리는 우선 하숙에 갖다두고 상도동에 가서 또 책을 좀 가져와야 한다.</p>
<p>아침 일찍 서울 역에 도착했다. 보따리를 하숙에 가져다 놓고 다시 상도동을 갔다. 내가 애써 붙여 놓은 사진은 무참하게 찢겨 있었다. 주<span>_</span>이 그 놈 참 인간이 아니다. 왜 그렇게 끝까지 나한테 기분 나쁜 태도로 나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거기서 이불보를 싸고 책 몇 가지 넣은 다음에 나왔다. 나올때 집을 한번 돌아다 보았다. 그래도 내가 석달을 두고 정들여 온 집이다. 한참 얼음이 풀릴 때 와서 이젠 싹들이 푸르둥둥할 때 떠난다. 저기 햍빛 속에 싸여 따스히 빛을 발하는 낡은 집. 이 집의, 그렇게도 마음에 꺼렸던 누추함이 이제는 제법 한폭의 그림인양 느껴지긴 했어도 어딘지 얼음같은 추억이 남아 있어 신경을 긁어내며 손톱질 한다. 아마도 주<span>_</span>이의 일 때문인가 보다. 아줌마한테 그동안 지낸 인사를 하며 그 동안의 나의 지각없었든 행동을 용서 빌었다. 아줌마는 비록 무식하고 단순하고 소극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는 악한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람이 너무 타산적이긴 하지만, 아주머니는 너그럽게도(?) 나의 말을 받아 주었다. 저 다 찌그러져가는 집 한채가 그래도 이제 이 문병길이라는 인간의 인생항로에 몇분의일인지 모를 점을 찍어 놓았다. 여기서 지내며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추워서 걱정하든 일, 짐치독에서 아주머니네 김치 훔쳐 먹다 들켜 말 들은 일, 집에 울타리가 없어 지나는 여학생이 볼까봐 제대로 기를 못펴든 일 들. 전기를 처음엔 지선과 한 선 만을 쓰다가 나중엔 아주 완전 도둑으로 변해 두 선에 철사줄을 걸어 라디오까지 키며, 걸 때는 아줌마네 밭을 밟고서 걸어야 했기 때문에 말 듣던 일, 결국은 밭에 징검다리를 놓고 공사 하는데 편하게 한 일, 쌀을 씻을때 행여나 여학생이나 지나갈새라 조마조마 하던 일, 앞뜰에 해당화가 만발하여 집은 비록 별 것 아니라도…하면서 뽐내든 일, 여기 와서 주<span>_</span>의 가난한 친구하나를 알게된 일, 처음에 왔을 땐 옆집 아주머니 딸 영자한테 말 한마디 못하다가 헤어질 때 시원스레 한바탕 이것저것 말했던 일, 상도동교회에서 믿음을 찾고 또 영근네 식구들한테 면목세우느라고 찬송가 옆에끼고 출석했지만 그실 여학생 궁둥이 감상하자는데 뜻을 두었던 일, 군인<span>_</span> 침대에서 자고 공부하고 놀고 하여 침대가 아주 낡아진 일, 앞집 뚱뚱한 식모가 자꾸 나를 보면 피하기 때문에 정말 화가 나던 일, 그 옆집에는 무슨 의사 딸이 있었는데 마음이 조금 땡겼던 일, 내 성질이나 주<span>_</span>의 성질이나 똑같이 더러움을 발견한 일, 편지를 써서 우리 자작 별명의 세례를 받은 일명 <span>”</span>너구리”에게 못생겼다고 편지를 보내며 장난했던 일, 아버님께서 올라오셔서 침대하나에 같이 잔 일, 여기서 형한테 시계를 선물받고 즐거웠던 일, 비록 조금이긴 하나 주<span>_</span>과 과자를 사다놓고 사먹던 일, 응용을 데려 와 재운 일 들, 해바라기 심든 일 들…………</p>
<p>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많은 추억들이 수박통만한 내 머리속에서 벅적거릴테니 그 속엔 x+y=z가 어찌 들어가며 sin 쎄타 제곱 + cos 자승 제곱=1 이 어떻게 자리잡고 f=ma라는게 어디서 맥을 춘단 말이냐?</p>
<p>해바라기만은 내손으로 직접 심어 놓은 것이다. 이 해바리기가 많이 자라 꽃으로 둘러싸일때 나는 꼭 가보고 추억에 잠기며 주<span>_</span>과 환담에 즐기리라 결심했다. 그렇게도 꺼림직했던 저 행인들에게 <span>“</span>여보시오! 이집은 내가 석달간 자취하던 집이였소. 나는 여기서 내 인생의 숙련을 조금이나마 쌓았소! 앞마당의 능수버들은 100일간을 나와 함께 늙었고 벽 옆의 해바라기는 이 거칠은 내 손에 의해서 심어지고 자라는 바 되었소! 보시오 이제 나는 보따리를 들고 하숙을 찾아가오. 당신네들은 이 곳 상도동의 이 땅이 내 추억을 만들어 주었음을 모를것이오. 또 모르기를 바라오!” 라고 웨치고 싶어졌다. 주<span>_</span>이 엄마가 뭐 이집을 고쳐 200만환 짜리로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게 반갑지 않다. 이 집은 이 집 자체로 나에겐 회상꺼리다. 비록 쓰러져 무덤이 된다 해도 나는 좋다. 혹시 이 집 뒤의 썩은 기둥이나 그 썩은기둥에 입 맞추고 있는 주<span>_</span>은 나의 이 에고이즘 견해를 싫어하겠지.</p>
<p>-----그러나 내 주관은 이렇다는것 뿐이야-----</p>
<p>뻐스정유장까지 영희 엄마가 보따리를 이어다 주었다. 영희에게 과자를 사주고 뻐스에 올랐다. 서울역에서 갈아타고 하숙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부랴 부랴 내일 시험준비를 했다. 하숙집 주인은 과거에 국민학교 선생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조선호텔인가 어딘가에 전무라한다. 밥이 들어오는데 그릇 위에 그릇이 포개져 있다. 와 많다 마는 다 먹어치웠다. 좀 부끄러우나 처음부터 밥을 남기면 또 양이 적은 줄로 오해하고 밥을 적게 주겠기에 말이다. 철진과 공부하다가 자다.</p>
<p>&nbsp;</p>
<p>1959  6월 1일  고2</p>
<p>오늘부터 시험이자 하숙생활이다. 일찌감치 철진과 등교하는데 김익중과 이상무를 만났다. 가는데 여학생이 무데기로 쏟아져 나왔다. 기분이 이상했다.</p>
<p>시험 엉망으로 치루었다. 그래도 기하시험은 좀 잘 치뤘다.</p>
<p>&nbsp;</p>
<p>6일 2일</p>
<p>밤을 거의 새다싶이 공부했다.</p>
<p>오늘 시험에선 잘 치룬 게 하나도 없다.</p>
<p>&nbsp;</p>
<p>6월 3일</p>
<p>시험은 더욱 엉망이다.</p>
<p>&nbsp;</p>
<p>1959년 <span>  </span>고<span>2   </span>6월 4일</p>
<p>도의 시험하나 잘 치루고는 엉터리다.</p>
<p>마지막으로 컨닝하나 안하고(사실 도의는 컨닝했다) 깨끗히 치뤘다.</p>
<p>오랫만에 시험이 끝나고 나니 그 동안이 몇달의 세월이 흐른것 같다. 이영과 나와 정웅과 서울운동장 풀에 가서 오래들어 처음으로 수영했다. 물이 좀 더러웠다.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50m를 필사적으로 하여 수영했다. 참 기록이다. 50m나 갔다는것은!</p>
<p>이쯤되면 위급을 겨우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서 나와 나는 누님한테 갔더니 연옥이도 있었다. 누이와 함께 하숙집에 오다. 누이를 바래다 주고 집에 와 녹아 떨어져 자다.</p>
<p>&nbsp;</p>
<p>6월 5일 금요일</p>
<p>내일은 현충일이기때문에 쉬고 모래는 휴일이니 어짜피 쉬고, 하여튼 쉰다는데야 기분 나쁠 필요가 없다. 매우 좋다는게 타당하다. 내일은 생물 실습 간다 한다 하는데 비가 오지 말아야 하겠다. 형하고 있으니 걱정 안되고 뭐 지긋지긋하게 걸리는 게 없고 하여 편하긴 편하나 어째 그렇게 늦게 들어오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러니 먼저 있던 하숙집에서 안좋아 했으리라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오면 희망이 51%있다.</p>
<p>&nbsp;</p>
<p>6월 6일 토요일 비</p>
<p>아침에 비가 좍좍 왔다. 실습 가기는 틀렸다. 아침에 형한테 1000환 주었다. 내가 긴히 쓸 돈이지만 형이 없다는데야 할 수 없다. 오히려 주머니에 있는것 다 털어주고 타 쓰는게 속 편할것이다. 오후에 철진과함께 사진을 만들었다. 나는 필림이 없어 형 명함사진만 여러장 해 두었다. 재미있었다. 담요를 가리니 빛은 여전히 들어와서 솜이불을 못을박아 매달아 놓고 했으니 이도 하나의 추억이 될려면 될게다. 식모는 참 빨래를 잘 해 준다. 미안해 못견디겠다. 그렇다고 내성미에 빨래감을 내놓지 않을수도 없고, 하여튼 한바탕 빨아 놓으면 그후엔 빨래감이 얼마 없을테니까 지금 내 놓는길에 내 놓으라 했다. 나는 오늘 결과적으로 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형이 저녁에 공부하라고 하는 건 좀 기분 나쁘게 들렸다. 형한텐 죄송하다. 저녁에 규<span>_</span>이네 집에 가서 놀다가 왔다.</p>
<p>죽은 병사들의 못 다 뿌린 눈물이 비가 되어 창밖을 두드리며 쏟아 내린다.</p>
<p>&nbsp;</p>
<p>1959  6월 7일 일요일 비(고 2)</p>
<p>아침에 목욕 갔다 왔다. 욕탕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p>
<p>돈이 한 푼 없으니 도무지 기분이 나질 않았다.</p>
<p>4시에 진명여고 강당(삼일당)에서 대학생 주최로 <span>“</span>함렡”을 공연하는데 가 보았다. 2회째 공연인데 1회보다 훨씬 우수했다 한다. 1회공연때는 함렡이 언덕에서 두번이나 떨어졌다 한다. 가장 슬프고 심각해야 할 비극이 웃음 바다가 되었다 하니 가히 장관이었을 게다. 하여튼 완전히 내 기대에 들어 맞았다. 또한 배우들이 기성배우들도 아닌데 그만큼 한다는것은 참으로 경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나는 <span>“</span>함렡”을 연극으로도 보고 작품도 읽고 영화도 보았으니 함렡만은 완전히 이해하는 준비를 갖췄다고 생각했다.</p>
<p>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형을 보았다. 나는 그냥 집에와서 철진이, 택진이, 철진이 누나에게 초대권을 주고 표가 하나 남았다. 표 하나가 그대로 썩었다. 애석한 일이다.</p>
<p>공부 좀 해야겠다. 일기책을 덮어 두기로 했다.</p>
<p>&nbsp;</p>
<p>6월 8일 월요일 (고 2)</p>
<p>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렸다가 중량교로 식물 채집하러 갔다. 중량교는 너무도 적적했다. 나혼자 마음대로의 사색에 잠기며 언덕을 오르내리고 하며 채집했다. 어찌 생각하면 무한이 고독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뭔가 흐뭇한 심정이다. 비록 저 멀리로부터 벽돌 만드는 인부들의 목소리만 내귀를 간저럽게 하는데 그것마저 없으면 오히려 조용함이 지나친 적막만을 자아냈을지도 모른다. 깊진 못하지만 넓게 그리고 사이사이 흐르는 저 냇물. 가까이 가 보니 맑기도 하다.「맑은 것」<span>, </span>약수터에서 나오는 그런 물. 귀찮게 크롤칼키니 뭐니하는, 인간의 손을 필요로하지 않는 그런 물.</p>
<p>풀포기라고 원 시원스레 생긴것은 별로 없고 그저 모두가 다 우중충한것 뿐이다. 하여튼 되는대로 스무가지만 하면 된다. 여기 온것은 뭐 내가 반드시 숙제 때문에 와서 한다는 그런 의무감은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시외에 혼자 나가 즐겨보자는 것 뿐이었다. 아주 무계획적으로 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와 보니 또 오고싶은 마음이다. 내가 혼자 와 이렇게 한다 해서 누가 알아나 줄까? 뭐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창경원에 가서 꺾어왔다고 말할테지. 그렇지만 나는 나대로의 양심이 있으니까 괞찬다. 남이야 뭐라고 하건 나 혼자 이런 시간을 가져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채웠으니 결국 이 순간은 나를 위함인것이다. 비록 이 풀들이 학교에선 무시된다 하드라도 나는 좋다. 시험점수를 바라고 이짓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
<p>오는길에 혜<span>_</span>한테 들릴려다 그만두었다. 꿰죄죄한 방에 더구나 삼수가 보기 싫었다.</p>
<p>&nbsp;</p>
<p>1959년 6월 9일 화요일</p>
<p>오늘은 한 일이 없다.</p>
<p>독서카드의 글씨를 내가 썻다.</p>
<p>&nbsp;</p>
1959   6. 10. 수요일 맑음(고 2)<br />
<p>종로2가에서 내리다가 전에 규<span>_</span>이네 집에서(천안) 맞난적이 있는 풍문고 2학년 애(숙자라고 하던가?)를 뜻밖에도 만났다. 말은 하고 싶었으나 시간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내가 피하다 싶이 했다. 그 애를 보면 약간 미안하다. 요전에 언젠가 만났을 때 나는 그를 창피 주었다. 그 애 친구들이 잔뜩있는데 집이 어디냐는 등 그런 소릴 물었든것이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말 한것인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경솔하게 굴었나 보다. 혹시 그 애는 자기 동무들로부터 놀림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애에게 잊지 못할 못을 박아 줬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애가 얌전한 애라면 말야) 그래서 오늘은 나는 말 한마디 않고 집으로 왔다. 그 애가 청파동에 산다는 건 알았으니 이제 집을 좀 알아 두어야 하겠다. 오는 길에 구두약, 구둣솔, 옷걸이, 재털이, 게다 등을 사 가지고 왔다.</p>
<p>공부는 않했다. 형이 올 때 조금 했다.</p>
<p>형은 매일 늦게야 온다. 도대체 무얼 하느라고 그렇게 늦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형은 하루 종일 시달릴텐데 나는 형 시중을 잘 들어 주어야 한다</p>
706
707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span style="font-size: 8pt"><em>이것으로 노트 1권이 끝났습니다. 망설임과 함께 예까지 왔습니다만 엄청난 주저를</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안고 연재 했습니다. 이 일기의 타이핑을 30년전에 부탁했을때 '두 눈 감고 쳐 달라'한 것 처럼</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역시 읽는 분께도 '두 눈 감고 읽어 주십사' 는 모순되는 부탁의 심정으로 연재했습니다.</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여기까지 읽으신분께는 고맙다는 말씀밖엔 드릴 말씀이 없지만 댓글(reply)을 달아</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읽을 가치가 없고,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한다 말씀 주셔도 </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고맙게 받아드리겠습니다. 주시는 말씀대로 다음 노트 이음에 참고하겠습니다.   </em></span></p>
<p><span style="font-size: 8pt"><em><span style="color: #0000ff">댓글 다는 방법은 데스크 탑 콤퓨터 에서 'www.mulidae.com'를 여시고 &lt;'login' 클릭&gt;</span></em></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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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 8pt"><em>일기 계시자 문병길 드림 2026.4.16 </em></span>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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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란 전쟁, 승리보다 출구</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9d%b4%eb%9e%80-%ec%a0%84%ec%9f%81-%ec%8a%b9%eb%a6%ac%eb%b3%b4%eb%8b%a4-%ec%b6%9c%ea%b5%ac/#post-291</link>
                        <pubDate>Thu, 16 Apr 2026 04:53:4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이란 전쟁, 승리보다 출구

세상의 모든 전쟁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중동에서 동시에 그 반복을 목격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갈등처럼 보이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전쟁은 언제나 유사한 경로를 따라 흘러간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div>이란 전쟁, 승리보다 출구</div>
</div>
<p><span>세상의 모든 전쟁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중동에서 동시에 그 반복을 목격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갈등처럼 보이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전쟁은 언제나 유사한 경로를 따라 흘러간다.</span></p>
<p><span>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분명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초기의 기동전은 사라지고 전선은 고착화되었으며, 전쟁은 철저한 소모전으로 변했다. 러시아는 결정적인 승리를 얻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역시 버텨냈지만 그 대가는 막대했다. 전쟁의 본질은 이미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바뀌었다.</span></p>
<p><span>이 구조는 명확한 결과를 낳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점점 줄어든다. 전쟁은 길어질수록 승리의 의미 자체를 약화시키고, 결국 모두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span></p>
<p><span>이러한 틀은 현재 중동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갈등, 그리고 그 배후에 얽힌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는 단순한 충돌을 넘어 복합적인 구조로 확장되었다.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직접 타격과 이란의 보복, 대리전, 해상 긴장 등으로 전선이 급속히 분산되면서 에너지 공급망까지 흔들렸다. 최근 파키스탄 중재 휴전 합의가 나왔으나, 레바논 등 잔여 긴장이 여전하다.</span></p>
<p><span>초기 군사적 대응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는 적응하고 대응 방식은 진화한다. 그 결과 전선은 넓어지고, 충돌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확인된 패턴이다.</span></p>
<p><span>두 전쟁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첫째, 빠른 승리를 전제로 시작된 전략이 장기화되면서 변질되었다. 둘째, 외부 변수의 개입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서방의 지원이, 중동에서는 주변국과 국제 정세가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셋째, 경제적 부담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비를 넘어 에너지, 물류, 금융 시장까지 충격이 확산된다.</span></p>
<p><span>그러나 차이점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비교적 명확한 전선과 영토를 둘러싼 충돌이라면, 중동의 갈등은 훨씬 더 비대칭적이고 분산된 형태를 띤다. 다양한 세력과 지역이 얽힌 복합 전장이라는 점에서 파급력 또한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다. 특히 해상로와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은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요소다.</span></p>
<p><span>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전쟁이 향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화될수록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손실만 누적되는 구조로 빠져든다는 점이다. 아무리 정교한 군사적 타격이라도 그것이 전쟁의 종결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span></p>
<p><span>문제는 시간이다.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의 폭을 좁힌다. 초기에는 가능했던 정치적 해법이 점점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군사적 대응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다.</span></p>
<p><span>현재 중동 상황은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소모전으로 접어들 위험이 여전하다. 충돌이 반복되고 긴장이 누적될수록 상황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번 그 선을 넘어서면 전쟁은 전략이 아니라 관성에 의해 지속된다.</span></p>
<p><span>최근에는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접촉과 중재 시도, 휴전 합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분명 중요한 신호다. 중요한 것은 결과의 내용보다, 전쟁의 방향을 바꾸려는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가능한 한 빨리 출구를 찾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쪽의 패배가 아니라, 모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결단이다.</span></p>
<p><span>전쟁은 언제나 ‘조금만 더’라는 유혹 속에서 길어진다. 그러나 그 ‘조금’이 쌓이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이른다. 우리는 이미 그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span><br /><span>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더 늦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며, 동시에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바로 그 선택이야말로 더 큰 파국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그 대가는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된다.</span></p>
<p>    타운뉴스  4/13  1024호  안창해 칼럼 </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옮긴이 문병길 </p>
<p>위 내용은 문리대 웹의 생각과 무관합니다.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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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나의 일기장 -6-</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6/#post-290</link>
                        <pubDate>Mon, 13 Apr 2026 06:36:07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서기1959)   4292 1월 25일  (고 1)   
오랜만에 펴 보는 일기장이다. 나의 무질서하고 무성의한 생활의 연속이 여기 한권의 일기장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내가 좀더 규칙적이고 학생다운 생활을 했다면, 나는 절대로 이렇게 백지상태인 일기장으로 내버려 둘 리가 없다. 하여튼 나라는 이 한 인간. 도저히 뚜렸한 것 하나 없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서기1959)  <span> 4292 1</span>월 25일<span>  </span>(고 1)   </p>
<p>오랜만에 펴 보는 일기장이다. 나의 무질서하고 무성의한 생활의 연속이 여기 한권의 일기장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내가 좀더 규칙적이고 학생다운 생활을 했다면, 나는 절대로 이렇게 백지상태인 일기장으로 내버려 둘 리가 없다. 하여튼 나라는 이 한 인간. 도저히 뚜렸한 것 하나 없는, 싱겁기 짝이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다.</p>
<p>방학 동안의 가지가지 일들이 회상된다. 서울 와서 제일 생각나는 게 영근이다. 아- 영근이. 어쩐지 나도 모르게 보고 싶어진다<span>. </span>사실 나는 그 애와 함께 교회를 다녔지만 그애하고 다니는 게 그지없이 즐거웠다. 갸름하고 둥그스런 얼굴 참 예쁘다. 한번 안아서 입을 힘껒 마추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한 뒤 그를 만날 때 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다. 그렇게 착실한 아이한테 내가 그러한 맘을 품다니…</p>
<p>언젠가 나는 영근이 가 있는 집으로 놀러 갔을때다. 영근이가 양말을 벗는데 그 발이 참 고왔다. 꼭 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폭신폭신한 스폰찌 같았다. 아- 한번 손으로 마구 주물르고 싶다. 그저 <span>‘</span>도덕’이란 양심의 문지기가 나의 손과 몸과 마음을 붙잡고 있을뿐이었다. 내가 어찌 그런지 모르겠다. 내자신 여지껏 나를 퍽 남자다운 놈이라고 자화자찬해 왔는데 여자하나 앞에서 이렇게 마음이 요동한단 말인가? 내 자신을 책망하건만 그녀 생각으로 가득 찰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p>
<p>어느때는 몸부림이 쳐 지는 때도 있었다. 껴안고 싶은 충동, 인간의 본능, 이것을 나는 군자답게 일소에 부칠 재간이 없었다. 그러므로해서 나는 저녁마다 찾아가지 않으면 서운한것이다. 저녁마다 찾아가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었다. 영근이는 나에대한 생각이 어떨까? 필요없이 찾아오는 나쁜놈이라고 생각할까? 평범한 이웃 사촌으로 생각할까? 또는 은근히 좋아할까? 남자 새끼가 이런 생각하는 것이 사내답지 못함은 스스로 깨닫는바이나 행동이 그렇게 되니 도저히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 영근이를 좋아하는 애가 있다.</p>
<p>바로 국민학교 동창인 최동<span>_</span>이라는 애다. 한때 천앙중학교 짱으로, 한몫 보던 애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너무나 응큼한 놈이다.</p>
<p>영근이 언니 말 들어 보면 전에 호<span>_</span>이 같은애들하고 여럿이서 대림상회에 매일 같이 찾아와 영근이 언니를 누나 삼겠다고 졸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허락해 줬는데 이제 와서는 그것이 화가되어 영근이가 길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됬다는 것이다. 영근이만 지나 가게 되면 동네 깡패들이 농을 건다는 것이다. 영근이 같이 얌전한 애에겐 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리고 요사히 동<span>_</span>이가 나와 영근이가 교회 같이 다니는 것을 연애에 빠졌다고 말 한단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다. 내 아무리 같이 다니는 게 좋아서 교회를 나가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은것이다. 나는 영근이와는 아무 허물없이 그걸 얘기했다. 애들이 너의 험담을 늘어 놓는다는 것과 동<span>_</span>이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애가 나를 이상하게 본다는 것을. 이것을 말한 그날은 몹시 눈보라가 몰아쳤다. 나는 허파속까지 얼어 붙는듯한 느낌을 가지고 냉담하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p>
<p>그날 영근이는 그 이야기 때문에 퍽 고민했는가 보다. 그 이튿날 내가 놀러가니까 영근이 언니가 나한테 뭐냐고 물었든 것이다. 그러면서 영근이가 몹시 속상해하는데 뭐냐고 묻기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일소에 부치고야 말았다.</p>
<p>요컨데 나는 영근이가 예뻣다. 한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p>
<p>포동포동한 그 얼굴이 자꾸 기억이 나고 그 보들보들한 발이 생각 났다. 그저께 나는 영근이 언니한테 편지 쓰면서 이 편지가 영근이한테 가리라 생각하니 한자 한자에 주의가 갔다. 되도록이면 나는 유식한 척했다. 모르는 한자도 사전을 찾아 쓰느라고 진땀을 뺏다. 이 편지를 영근이가 읽을때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p>
<p>방학 동안에 나는 하여튼 여자하고 제일 많이 놀았다. 규<span>_</span>이네 집에서 대개 놀았다. 규<span>_</span>이네 식당에서 일하는 정숙이라는 애를 좀 장난의 대상으로 해 주었더니 이게 나를 조금 좋아하는가 보다. 사실이지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나는 규<span>_</span>이가 그들에게 대하는 것을 보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제 인생은 뭐 하늘로부터 정해져 환경이 좋아 졌나? 다같은 인간인데 저렇게도 그네들을 무시한단 말인가? 자기네가 지금 돈이라는, 인생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력이 없어졌을때 자기는 저들보다 덜한 신세가 될수도 있지 아닐것인가? 그런데도 어째서 그네들을 무시한단 말인가? 나는 그네들과 흉허물 없이 놀았다. 그랬더니 좋아한다<span>. </span>나도 불쾌하진 않았다.</p>
<p>느날인가 나, 관이, 주<span>_</span>이, 세<span>_</span>이, 규<span>_</span>이 이렇게 방에서 놀고 있을때 화자가 나보고 집에서 누가 부른다고 오라 한다. 나는 부랴부랴 오바를 주워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랬더니 글쎄<span>,</span> 그곳에는 화자와 정숙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극장에 가자는 것이다. 나만 불러낸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나에게 침을 뱉는 친구들의 환상이 떠올랐다. 비겁한 자식, 욕 할 것이 아닌가? 나는 안가려 했다. 그러나 그네들은 자꾸 가자구 재촉한다. 나는 같이 가기로 했다.. 또한 친구들한테 미안했다. 영화제목은 「어디로 갈까」였다. 한국영화인데 테마가 단순했다. 끝이 너무 비극으로 끝나 싱거울 지경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느라고 옆에 같이 있는 그 애들하고 얘기 한 마디 않했다. 하여튼 이번 방학을 통해 여자들과 마구 놀아댄건 내가 처음이었다. 여자들하고 화투 할 적에도 내가 제일 마구 놀아댔다. 누가 너무 난잡하다고 흉볼까 두려워지는 건 논 다음의 나의 마음의 상태이였다. 친구들과 놀때도 내가 제일 많이 떠들어댔고 또한 못된소리도 마구 씨부렁댔다. 거침없이… 그러나 방학동안 내가 한 일이 무엇인가? 너무도 한 일이 없는 무의미한 생활의 연속이었을 뿐이다.</p>
<p>서울 올라와서 최씨댁에 쌀 여섯말 사 주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하기를 선<span>x</span>가 반대하니까 나가 달라는 것이다. 선<span>x</span>도 이제 철이 날 대로 나서 나하고 한 집에서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말을 듣는순간 불쾌한 마음이 솟구쳤다.</p>
<p>사실 아닌게 아니라 선<span>x</span>도 클대로 다 컸다고 볼수있다. 나이는 열 댓살인데도 나보다 키가 컸다. 불쾌했다. 또는 간사하고 음흉한 아줌마가 나를 내쫒기 위해 쓰는 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span>x</span>가 클대로 다 컷으니 그런말 하게도 됬다. 그애 음부에도 털이 났을가? 털도 나지 않았을터인데, 났다해도 겨우 조금 났을텐데 벌써 건방지게 그런생각을 하는게 불쾌했다. 더구나 월경도 겨우 시작했을까 말까 했을텐데… 망할년 같으니.</p>
<p>자기가 그까짓걸 가지고 뭐 곤란하다고 나를 객지에 내쫒야만 속이 시원하단 말인가? 하여튼 나는 그 아줌마한테 사정해서 한달 만 있기로 하고 (1959년 2월 15일까지) 쌀여섯말을 사 날라 주었다. 요사이 나는 공연히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길 가면서 여학생을 보는것이 즐거웠다. 내자신 왜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더러운 놈이다. 지나 다니며 어느 여학생이든 나를 쳐다보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p>
<p>3일전에 행<span>_</span>집을 찾아갔다.  대문에 서서 나는 잠시 생각 해 보았다. 내가 이집에 들어갈 아무런 이유가 있을가? 뭐 찾을 게 있으면 혹시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뭐 하러 다닌단 말인가. 행<span>_</span>가 보구 싶어서? 그렇다. 정말이지 행<span>_</span>를 한번 보고 싶다. 대문을 떠밀고 문에 들어가니 의태가 없었다. 나는 그애가 없는 게 무척 반가웠다. 그 애만 보면 찬 바람이 집안에 떠도는 것 같았다.</p>
<p>길<span>_</span>하고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전에도 느낀거지만 정말 너무나 단순한 애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서로 사진을 뺐었다 나는 나와 대교와 국<span>_</span>이와 셋이 하숙 기념으로 찍은것을 주고 나는 양숙이와 길<span>_</span>와 찍은것을 가졌다. 양숙이는 애가 참 귀엽게 생겼다. 그애도 영근이 만큼이나 예쁘다. 그러나 내가 그 애와 친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왜 내가 이런 추잡한 생각을 할까. 내 골통을 손으로 한번 딱쳤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한짓인데 역시 생각나는 그 생각뿐이였다. 여자와 남자. 이 사이가 참 교묘한 것이다. 어째서 인간이 둘로 갈리었는가? 어째서 이렇게 갈리어서 서로 흉금을 털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또 모이면 가면적인 것이 되고 아무런 발전이 없는것일까? 하여튼 이런 생각만 하면 괴로워지는 것이다. 요사이 교회 다니는 것만 해도 한편 괴롭다. 사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교회에 다니지만 나 자신 철저한 믿음을 찾은것은 아니다. 지독한 무신론자인 내가 금방 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의 부인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머리 속에 박혀있는 나에게는 교회에 다니는 것이 무슨 죄를 짓는것과도 같았다. 신의 (존재?) 여부도 확신치 않고 믿음의 길을 걷는것. 그것이 얼마나 가면적인 행위냐?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 이건 말할 수 없이 교모한 것이다. 어저께(1월 24일)나는 청<span>_</span>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청<span>_</span>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모두 놀람을 자아낼 뿐이다. 말을 들어보면 여자 입곱을 관계했다는 것이다. 후랍빠가 4명, 처녀가 3명이라는 것이. 그 애 말은 진정임에 틀림없었다<span>. </span>규<span>_</span>이와 나만이 들었다. 제일 먼저 관계한 게 창덕여고 애라는 것이다. 그 애를 남산공원으로 끌고 올라가 하의를 벗기고 관계했다는 것이다. 이 애가 나중에 임신해서 돈을 들여 처리했단다<span>… </span>그리고 청<span>_</span>말에 의하면 자기들 7명의 클럽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하숙집을 빌려 여자 일곱명을 불러 놓고 술 담배 먹으며 끼고 돌다가 각기 방으로 끌고 들어가 관계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클럽에서 이탈행동을 했을 경우 몰매를 맞는다는 것이다. 하여튼 그 클럽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여자를 여러명이 하는데 처음에 할적엔 구멍이 커서 잘 들어 가나 다음에는 잘 안들어 갔다는 것이다. 네번째 가서는 도저히 xx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고 며칠 후 그 여자애 말이 그날 그렇게 많이 해서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고 말 했다는 것이다. 얘기 하나 하나가 놀람과 흥미를 끌게 했다. 참 기가 막힌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게 인간이라 하지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겉으로 보기엔 얼마나 얌전한 청<span>_</span>냐 말이다. 나는 여지껒 그를 잘 못 본것이 아닌가? 아 참 세상은 무서운 것이다. 그러면서 이자식,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단 말인가? 아참 악한 놈이다. 7의 여인을 망쳐놓은 색마가 아니고 무엇인란 말인가? 하여튼—할 말이 없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나의 xx가 딱딱해졌다. 그 청<span>_</span>란 놈. 그는 그러면서 육사에서는 병에 걸린 것은 말 할것도 없겠지만 여자와 관계를 한 자도 떨어지느냐고 걱정하고 있었다. 뻔뻔스러운 놈. 인간 최대의 악을 저질르고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감은 없고 다만 자기 앞의 난관만 걱정하는 놈. 아 참으로 악한 자다. 나는 이 말을 들음으로 해서 생각나는 모든 여자, 영근이, 행<span>_</span>, 양숙이, 화자, 화순, 정숙이 등등이 모두 나와 추잡한 짓하는 장면 만 생각나는 것이다.</p>
<p>요컨대 나는 요사히 너무 그런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 이러한 것은 고쳐야겠다.</p>
<p>며칠만에 또 펜을 들었다. 오늘은 3일이다.</p>
<p>내가 요사이 이상하다. 도대체 나 자신은 뭘 잔뜩 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별로 한것이 없다. 학교서 오자마자 책상머리에 달라는 붙는데 결국 따지고 보면 노트 몇 장 밖에 필기하지 못한것이다. 내가 요새는 편지를 많이 쓴다. 하여튼 하루에 한통씩은 꼭꼭 쓰는셈이다. 요새 한 편지만 해도, 영근이 언니한테 두통, 혜<span>_</span>한테도 하고 집에도 하고 우섭이 한테도 하고, 성경통신학교에서 보내는 통신과목도 답을 써서 우편으로 하고… 보통 때 같으면 편지 부치는 게 몹씨 싫지만 이런 경우는 괞찬다. 편지 부치러 서대문으로 가면 꼭 어느학교 학생인지 여학생이 쏟아져 나온다. 그게 좋다. 나는 참으로 더러운 놈이다.</p>
<p>하여튼 맘이 좀이상해진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혜<span>_</span>한테 1일에 편지했다. 용건은 간단했다. 집이나 알게 약도나 그려 달라고, 하여튼 쓸데없는 편지이긴 하다. 그러나 불연듯 혜<span>_</span>가 보고 싶었다. 혜<span>_</span>도 이제 키가 많이 컸을테지…하고 생각하면 불연듯 보고 싶다. 사실이지 혜<span>_</span>하고 나는 딴 남이다. 그러나 대할 땐 역시 형제같아지는것이다. 가족이라는 한 봉건적 테두리에서 혜<span>_</span>와 나는 묶여야 되며 만일 거기에서 탈선하면 그것은 죄악인것이다. 도둑질보다도 강도질보다도 더욱 무서운 죄악, 양심의 천사가 창을 찌를것이다. 혜<span>_</span>, 만일 그가 아주 딴 남이고 나와 친하다면…아, 내 골통은 또그 추잡한 생각으로 꽉 차는구나… 으흐흐, 혜<span>_</span>야, 미안하다. 제발 용서해다구, 체면없다.</p>
<p>그러나 너하고 한 번 길을 걷고 싶구나, 남들 보고 여보란듯이 너하고 팔장을 끼고 돌아다니고 싶구나. 혜<span>_</span>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나를 친오빠처럼 생각하니? 그렇게 생각하면 고맙다. 그리고 또 그게 네 의무인걸, 만일 네가 나를 딴 남같이 대하면 좋다. 나는 너의 그 귀여운 얼굴에 키스해주고 싶어지는 걸, 아 몸부림쳐져.  이만 쓰겠어.</p>
<p>그리고 나는 유<span>_</span>이를 골탕먹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위조편지를 써서(글씨는 겸<span>_</span>가 쓰고) 발신인을 허 영애 라하고 유<span>_</span>이한테 편지를 오늘 부쳤다. (2월 3일). 내용은 8일, 오후 5시 덕수궁에서 만나자는건데 어디 이자식이 나와서 기다리나 안기다리나 두고 봐야지. 글씨가 남자글씨라 알아차릴지도 몰라. 그래도 아마 알아차리지는 못할 거야, 이놈 좀 아주 되게 골탕먹여 주어야겠어. 앗차 또 생각나는 게 있어. 영근이 언니 답장에 <span>‘</span>누나로부터’ 라고 써 놓고 <span>‘</span>누나’를 마구 지웠거든, 왜 지웠을가? 내가 나쁜놈이라 그런가? 도무지 모르겠어. 그래서 다음 답장에 나는 마구 <span>‘</span>누나’ ‘누나’하고 불러댔지 뭐. 쓰고 싶긴 쓰고 싶은데 잠이 오는구나 그만 자야지.</p>
<p>세상에 이렇게도 지독한 인간이 있는가? 주인 아주머니 말이다. 내가 있는 게 뭐가 그리 못마땅해서 지랄인가? 나이 마흔이 훨씬넘었으면 좀 어른다워야지 꼭 어린 계집애가 남을 시기하는 투다. 하연튼 더러운 여자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심하게 생각친 않았다. 그러나 어저께 식모아줌마 (식모 아줌마는 참 마음이 좋다.) 한테서 모든것을 들었다. 걸상이 없어졌기에 한참 찾다가 벽장 속에 있는 걸 겨우 발견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공부하는 걸 보기 싫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내 양말 좀 식모 아줌마가 빨아주면 생 야단났다. 왜 남의 식구 양말을 빨어 주는냐고 생 야단 난다는 것이다. 나는 도무지 어른으로 대하기가 싫다. 그리고 또 내가 반찬이라도 더 먹을까 봐 부러 김치 깍두기만 놓는다는 것이다. 하여튼 나를 미워 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밤에 좀 늦게 공부해도 전기가 닳는다고 생 야단이고. 뭐 내가 이사 올 때 선<span>x</span> 핑계대고 날 쫒으려고 했지. 그것이 한낱 핑계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러면 그렇지 선<span>x</span>는 아직 음부에 발모도 안했을텐데 벌써 남자를 즉 이성을 알다니 안될 말이다. 하여튼 나는 어짜피 한 달 후 이 집을 나가야 한다.</p>
<p>1959(단기<span> 4292) 2</span>월 19일(고 1)</p>
<p>오늘은 왼일인지 아버님께서 식전에 이곳 최씨댁을 오셨다. 왜 오셨는지는 모르겠다. 내 하숙문제 때문에 오셨을까? 그렇지도 않은것 같다. 나의 요새 생활은 엉망이다. 공부하면서도 아주 내가 안해야 할것을 하는 것 같다. 요새 여전히 시험을 치르긴 치르는데 억망이다. 독일어는 좀 괜찮은데 영문하고 체육은 빵점을겨우 모면하게 되었다. 그리고도 나는 걱정이 하나도 안 되니 참 큰 일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시험이 곧 시작 될텐데</p>
<p>2월 16일에는 서울운동장에서 서울시 모든 학교 학생과 일반인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데모가 진행되었다. 「일본의 용공정책을 규탄하자」<span>, </span>「일본의 재일교포 강제 북송을 절대 반대한다.」<span>, </span>「제국주의 일본을 타도하자」등등의 프랑카드가 마구 휘날렸다. 나는 역사에서도 배우고 국어에서도 배우고 했지만 하여튼 일본이란 나라는 지독한 쌩쥐같은 나란가 보다. 간사한 나란가 보다. 다음에 일본 여자하고는 결혼 안하겠다.</p>
<p>공부할 때마다 나는 영근이 생각이 나고 날 때마다 불안스러웠다. 그건 요전에 내가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안오는것이었다. 혹시 이 애가 오해나 하지 않았나? 그래서, 불쾌해서 답장도 안하는것이 아닌가?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 마음이 좋은 앤데… 헌데 또 몰라 지금 그 애는 나를 못된 놈으로 볼지 몰라. 무례하게 편지에 친밀감을 가지느니 성실하다느니 하고 떠들어 댔으니 말야. 하여튼 편지가 안오는게 안타까워 죽겠어. 좀 써 보내 주지. 이렇게도 남의 가슴을 태운담. 그리고 편지 쓰는김에 이영숙 선생님하고 누나한테도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통 안와. 아마 편지가 안들어 갔을 거야. 내가 참 어리석은 놈이지. 왜 영근한테 편지를 했는지 모르겠어. 편지함에 넣을때는 눈 딱 감고 넣어 버렸는데 날이 갈수록 걱정스러워. 이게 오해하고 화나 나 있으면 아이고<span>,</span> 나는 몰라. 좋아. 그애가 화 나 있으면 나는 아주 상종도 안해줄테야. 교회 갈때도 되도록이면 나혼자 가야지. 이게 밤길이 무섭다고? 안되지 안되. 절대로 안 되는 일이야. 내가 버티어야겠어. 그 애, 얼굴이 좀 잘 생겼다고 자만심에 차 있는거나 아닐까? 그리고 나를 어린 애 취급하려 드는것이나 아닐까? 걱정이 돼서 못견디겠어. 아... 영근아 편지나 보내 주렴. 나는 지금 고독해.</p>
<p>그리고 혜<span>_</span> 한테서도 편지가 않와. 그 애는 지금 얼마나 컸을가. 얼굴은 얼마나 예뻐졌을가? 보고싶은데 어째 편지를 않할까? 유한이 아버지가 돈을 떼 먹어서 집을 가르켜주지 말라고 했을까? 인원형이 내가 하도 하숙문제로 졸르니까 귀찮아서 그랬나? 또는 혜<span>_</span>도 이제 클대로 다커서 나와 가까이하는 걸 꺼려하고 있는걸까? 그애도 이제 열일곱이나까 뭐. 어린 애는 아니지 뭐.</p>
<p>아니야. 편지가 않닿았을거야. 설마 그애가 그렇게까지 했을려고.</p>
<p>방학 때 화순이가 나를 극장 구경시켜줬는데 나는 그앨 어떻게 잘 구슬려 볼까? 그러나 이건 나대로의 망상이고 하여튼 방학때 가서 좀 친해 봐야지. 그애도 그리 미운 얼굴은 아니야.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하여튼 나는 일기책만 앞에 놓으면 어쩐지 자꾸 그런 더러운 생각만 난단말야. 나참 더러워서</p>
<p>그런데 나참. 주<span>_</span>이하고 2월 23일부터 자취하기로 했어. 고생이 막심하겠지. 정말 집이 집 같지가 않아서 창피할꺼야. 집에 울타리도 없어서 여학생들이 지나다니며 안을 볼텐데 아이 챙피해. 그러나 나는 그런 걸 극복해 나가야 할 운명에 부닥치고 있잖아? 아이 참! 지금 열 한시밖에 안됐는데 _수엄마가 자라고 하는구나. 전깃불이 아깝다는거야.</p>
<p>먼지를 털어가며 읽기를 펴든것도 까마득한 옛책 같아서 양심을 찌른다. 오직 내 마음만의 거울이기에 나는 언제나 이 일기책만은 빽속에 넣어 두거나 깊숙이 감추어 놓는다. 설사 내 아들놈이 생기더라도 안보여줄 작정을 하면서<span>…</span></p>
<p>&nbsp;</p>
<p>(1959년 ) 단기4292년  3월 17일 (고 1)</p>
<p>그동안 나는, 아니, 나의 주위환경은 많이 변했다.</p>
<p>우선 나는 그 최씩댁에서 2월 21일 경에 이곳 상도동 주<span>_</span>이가 자취하는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하고 짐을 옮겼다. 지긋지긋하던 최씨댁을 떠나는 나의 홀가분한 마음 어느한구석엔가 자취할 걱정이 뒷전을 뚜드려 망서리게 하였지만 나자신 그까짖 고생이야 하고 결심한바도 있고, 또 최씨댁안에서의 나의 형편이 그러한 나의 걱정쯤은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만들어 나는 선듯 짐을 옮기게 됐다. 처음 와 보니 정말 말이 아니었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인가 할만큼 더럽고 춥고 어수선했다. 그러나 지금은 침대를 사다놓고 이것저것 정리해서 이젠 제법 공부 할 분위기가 되었다. 주<span>_</span>이는 도무지 그런데 관심을 안두기 때문에 방이 엉망이었으리라. 사실 어떤이는 <span>“</span>남자가 그래야지 오밀조밀해선 못쓴다.”라고 제법 군자인양 떠들어 대나 나는 그렇게 생각진 않는다. 어느정도의 청결과 어느정도의 생활 방식 개선은 누구에게든 최소한도 있어야 될텐데 주<span>_</span>이에게는 그런것이 없는 듯했다. 너무 불결했다. 이불도 몇년을 빨지 않아 새까맣게 때가 묻어 마치 흰옷감을 염색해 논 것 같았다. 하여튼 닭털 침낭에서 어찌나 심하게 닭털이 나는지 도무지 어느땐 화가 다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모든것에 무성의 하였다. 내가 남의 흠만을 잡으려고 읽기를 펴든 건 아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면이건, 정신적인, 육체적인면이건 간에 그는 너무 무성의 할 때가 많았다. 그건 그렇고, 집 앞 길로 여학생이 지나갈 때 마다 나는 쌀 씻든 바가지를 들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왜 그럴까? 나는 좀 창피한것이다. 여학생이 힐끗힐끗 쳐다볼 땐 나는 더욱 얼굴이 빨개짐을 금치 못했다. 이것도 익숙해지면 괞찮으려니 하고 나는 생각한다.</p>
<p>여기 와서 나는 전기를 도둑질해 쓴다. 전기를 도둑질해 쓰긴 첨이다. 처음엔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며칠 지나고 보니 그것도 잠간이었다. 매달아만 놓으면 라디오도 들리고 전깃 불도 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p>
<p>도둑놈들 심보가 꼭 이러리라 생각했다. 내가 나라전기를 도둑질 해 쓰기 때문인지… 나는 도둑놈을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는다. 인간생활이 결코 생존경쟁일진댄, 그리고 그 생존경쟁이 결국은 아귀다툼일진대 도둑질이 뭐 나뿔 게 있는가?</p>
<p>약육강식의 20세기 문명속에서 경쟁에도 선악이 있단 말인가?  “주여주여”하며 가장 잘난 체 가장 회계하는 체하면서 죄를 짓는것 보담이야 얼마나 솔직한 죄인가? 그네들은 결코 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네들은 결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것이다. 그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자기주관으로<span>, </span>그 속에서 객관성을 전혀 무시하는 그네들은 무식하고 무지한 남성적인 매력에 나는 절찬을 가하고 싶다. 포승대신 금으로 만들훈장을 주어야 옳다.</p>
<p>자연을 숭배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바다. 우리의 근원을 따져 올라갈 때 <span>‘</span>우리’라는 한 단체는 하나의 인간이 근원이 된다. 그 인간이야 말로 객관이란게 있을수없다. 모두가 주관 뿐이다. 거기에 무슨 객관이 있겠는가<span>? </span>나에게 사회라는걸 모르느냐하고 조소해도좋다. 나는 사회를 한 인간으로 보고싶기 때문이다.</p>
<p>전기를 쓰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가끔하는 것이다. 결코 전기를 몰래 쓰는 게 양심에 꺼리진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인간 본연의 주관을 무시하고 나가는<span>, </span>객관성에 얼뜬 그러한 전기회사 회원들을 욕하고싶다<span>. </span></p>
<p>이제 며칠있으면 <span>“</span>일주일 논다”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시험중인데도 나는 그지없이 태평하다. 그저 시험만 끝나라 눈딱감고 시험만 끝나거라. 시골 내려가서 재미있게 놀자꾸나. 두 달이나 안 갔더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난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3월 11일(고 1)</p>
<p>시험이 끝나자마자 나는 짐을 꾸려들고 기차에 올랐다. 적으나마 꿈을 싣고, 휘망을 싣고.</p>
<p>갔더니 작은형일은 잘 되었다. 그거 참 말성꾼이다. 군대에 꼭 틀어 박혀 있으면 뭐가 어때서 그 지랄로 튀어 나왔을가. 도무지 모를 일이다. 그저 참을성이 도무지 없다. 나하고 똑같다. 나는 6시에 천안에 닿자마자 시간마추어 교회에 가려고 영근이한테 갔다. 그렇게 보고싶던 영근이었으나 정작 보니 별 신통한 게 없다. 그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여워 귀여워 자꾸 쳐다봐 졌다. 조그만 입을 꼭 다물고 약간 올라간 눈꼬리에 쌍눈섭 지어 가며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이번방학(도아니지만) 동안 나는 한 일이 별로 없다. 그저 종일이면 종일 방에 틀어박혀 한국문학전집만 읽어댔다. 사실 친구들도 없었고 영근이 한테 놀러가고픈 마음은 불같이 일어났으나 영근이 시험보는 도중이기 떄문에 나는 도사리고 아랫목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금요일에 교회가는 걸 감빡잊고 토요일에 갔었다. 기막힌 노릇이다.</p>
<p>서울 오기 전 날 춘자와 극장엘 갔다. 얼굴은 밉지않게 생겼으나 어쩐지 능글맞게 생겨먹었다. 전에 나를 극장 넣어줄때도 나는 그런 감정을 품었었다.</p>
<p>규<span>_</span>이 형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과에 시험치루어 떠러졌다는 소식에 접하고 나의 감정은 묘했었다</p>
<p>&nbsp;</p>
<p>1959(단기<span> 4292) </span>3월 16일</p>
<p>서울 올라옴. 이런 생활에서 형은 두 달만 참으라고 한다. 나는 두 달 후에 형님이 나를 어떻게 해주겠지 하고 꾹꾹참아 나갈 예정이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3월 25일<span>  </span>(고 2)</p>
<p>오늘은 아버님께서 올라오셨다. 작은형이 삼각지 육본으로 잘 옮겨졌다는 것이다. 참 잘 되었다. 다시금 병직형한테 미안한 일이다.</p>
<p>불현듯 지난 몇 년간 내가 서울서 지내며 옮겨 다닌걸 회상 해 본다.</p>
<p>&nbsp;</p>
<p>신생숙-&gt;청량리(자취)-&gt;겸<span>_</span>-&gt;통학-&gt;원효로(하숙)-&gt;관이(자취)-&gt;천흥(하숙)</p>
<p>-&gt;명륜동(박떠벌네 자취)-&gt;명륜동(재만네 자취)-&gt;숙장댁(하숙)-&gt;상원(천막생활)</p>
<p>-&gt;서장댁(하숙)-&gt;잠선교(하숙)-&gt;통학-&gt;아현동(준식이네집)-&gt;명륜동(만<span>_</span>이라는 애)</p>
<p>-&gt;겸<span>_</span>(충청도)-&gt;상도동(자취, 주<span>_</span>이와)-&gt;?원서동(6월)-&gt;혜화동(전세)(8월)</p>
<p>-&gt;?명륜동-&gt;신촌-&gt;?명륜동(41년 9월)-&gt;이화동(42년 5월)-&gt;?</p>
<p>&nbsp;</p>
<p>그런데 19일에 천광사 승호네 영히누나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참 기 맥혔다. 며칠 전에 내가 행운의 편지를 주었는데 날 흘겨보면서도 어딘지 사랑에 넘치는듯한 표정으로 <span>‘</span>몰라 얘, 네가 보통땐 편지 한장 안하다가 그런 귀찮은 편지만 싹 하니? 베기싫게!’하며 살작 흘기던 기억이 나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찬 죽엄으로 변하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탐정을 좋아하는 나는 불현듯 무슨 말인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p>
<p>타살? 은 아닐것이다. 그자리에 규<span>_</span>이 큰누나도 같이 있었다는데……? 설마. 그리고 화자 춘자는…? 설마. 그리고 후처는?...</p>
<p>설마…… 사람을 믿어야지.</p>
<p>일기에 손을 안댄지도 또 며칠이 확확 지나갔다.</p>
<p>지난일을 더듬으려한다.</p>
<p>우리학교 봄방학이 3월27일 부터 4월 3일까지였는데 나는 이날 한게 그래도 많다면 퍽 많다<span>. </span>우선 3월27일에 한 일은<span>? </span></p>
<p>이날 나는 종<span>x</span>이네 집에 가 보았다. 시골서 전부 이사 왔다 하는데 제법 큰방 하나를 전세로 빌려 쓰고 있었다. 종<span>x</span>이 어머니는 광천에 가 있고 거기에는 종<span>x</span>이와 영복이와 종<span>x</span>이 큰누나와 둘째 누나가 있었다. 한남동인데 그곳은 미군부대가 있다. 종<span>_</span>이와 되도록이면 가까이하지 말자는 내 마음이었으나 오늘만은 했다. 내가 그러는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종<span>_</span>이는 점점 나쁜 애들하고만 몰려다니며 노는 게 눈꼴 사나웠다. 그것도 좀 크게 노는 놈들이면 몰라도 정말 어리석게 나빠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채양도 짧막한 깡패모자만 쓰고 또 맘보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어쩐지 옛날의 순진한 종<span>_</span>이를 잃은듯해서 서운하기도 했다. 종<span>x</span>이네 집에서 을지로 사가로가서 종로 사가까지 걸어가 아줌마 일하는데를 들려서 놀다가 집에 왔다.</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3월 28일 구름</p>
<p>오늘은 오후 네시쯤해서 종만형한테 가 머리 깍고 겸<span>_</span>네 잠깐 들렸다. 준식이네 집에가서 저녁을 먹고 종로사가에 가 아줌마 있는데 들렸더니 아줌마가 아줌마의 오빠 집 즉 나하고는 사돈간인 집에 데리고 갔다. 거기서 저녁을 먹고 시간이 늦어 합승을 타고 집에 왔다.</p>
<p>3월 29일 비 일요일</p>
<p>오늘은 아침 일찌기 종로 오가에 있는 사돈집을 찾아가서 아줌마의 남동생(청주고등학교3년)을 만나 보았다. 나이 스물이라하는데 퍽 어려 보였고 또 키도 나만 해서 어쩐지 동생같은 기분이 났다. 종일토록 놀다가 저녁에 계림에서하는 「환상」을 감상했다<span>. </span>그리고서는 다시 사돈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3월 30일  월요일</p>
<p>오늘 하루 종일 한 일은 없다. 단지 있다면 아까 낮에 한강에 나가본 일이다. 비가 잠깐 왔는데도 누렇게 번진 강물을 보며 대한의 벌거벗은 민둥산이 생각나며 그 무엇인가 가슴을 치는 게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저게 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p>
<p>그 한강이 어느 계곡에서 시작될 때, 그계곡은 아름답고 희망에 가득차리라. 꽃이 피고 새들이 지저기고, 조약돌을 굴리며 찰랑찰랑 흐르는 물에겐 희망과 포부가 있었으리라. 이것이 진정 인생의 소년기에 비겨지리라.</p>
<p>그리고는 그물이 합쳐서 강물이 되어 흐를땐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고 또한 그속에서 알아지는 게 많으리라.</p>
<p>이것이 진정 인생의 청년기에 다 비겨지리라.</p>
<p>그리고 그물이 바다와 합할 때 그물은 영영 자취도 없어지리라.</p>
<p>이것이 진정 인생의 황혼기에다 비겨지리라.</p>
<p>강물을 하나의 인생에 비유하는거. 이것이 혹은 모든 걸 억지로 합리화 하려는 나의 결점인지도 모르지…</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3월 31일 화요일(고 2)</p>
<p>오늘은 혜<span>_</span>네 집을 어떻게 겨우 찾아서 저녁을 얻어먹었다<span>. </span>그리고는 내일 극장에 데려가 주마고 했다. 혜<span>_</span>는 생각하던 것보다는 숙성하지 못했다고 생각 됬다. 그리고 얼굴도 뭐 그리 예쁘지는 못했다. 겨우 밉지 않을정도이다. 하여튼 그래도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1일 수요일 맑음</p>
<p>오늘은 혜<span>_</span>하고 약속한 날인데 어쩐지 가기가 싫다.</p>
<p>첫째<span>,</span> 영화가 「홀쭉이와 뚱뚱이 논산 훈련소에 가다」로써 한번 웃으면 그만인, 아주 흥미 중심의 것이고</p>
<p>둘째<span>,</span> 가면 또 혜<span>_</span>가 어린것들 업고 끌고 주렁주렁 매달고 올텐데 꼴보기 싫고</p>
<p>하여 그만 두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께름직 했으나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걸로 합리화하려 애썼다.</p>
<p>오전 한시쯤해서 형한테 찾아가서 이외로 시계 하나를 얻어 찼다. 그리고 돈도 약간 얻었다. 기뻤다. 그리고 규<span>_</span>이네 집에서 좀 쉬다가 네시쯤에서 YMCA 앞에서 혜<span>_</span>를 기다렸으나 도무지 오지를 않았다. 그리하여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p>
<p>&nbsp;</p>
<p>4월 2일  목요일 (고 2)</p>
<p>오늘은 주<span>x</span>이 하고 상도동에서 미도파 앞까지 걸어갔다.</p>
<p>무척 다리가 아파서 올 땐 할 수 없이 타고 왔다.</p>
<p>&nbsp;</p>
<p>4월 3일 금요일</p>
<p>오늘 학교에 와서 개학식 하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4일 토요일</p>
<p>오늘은 수학, 국어, 영어, 세과목에 걸쳐 시험을 보고 반을 편성했는데 나는 2학년 1반 5번이 되었다.  키가 자꾸 줄어든다. 아마 그걸 해서 그런가 보다.</p>
<p>그러나 규<span>_</span>이 말엔 키가 커진다는데…</p>
<p>이제 I자빳찌를 떼고 고등학교 II짜로 바꿔 다는 순간 나는 문득 창피한 감정이 솟구쳐올랐다<span>. </span>그건 왜 그럴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껍대기 치장만 자꾸 올라 가니까 그런가보다. 알맹이는 텅텅 빈채로……</p>
<p>나는 이상할 정도로 2학년이 되면서 무슨 계획이라든지 희망이 도무지 없다. 너무 실천력이 없는 나 자신을 아주 자포자기했기 때문이랄까?</p>
<p>&nbsp;</p>
<p>4월 5일 일요일 맑음</p>
<p>식목일이라 그런지 날씨는 화창했다. 아침에 혜<span>_</span>한테 찾아가서 극장에 데려가려 했으나 빨래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해서 그냥 오다가 아줌마 일하는데 들렸더니 뜻밖에 누님이 와 있었다. 앉아 있기가 뭐해서 곧 왔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6일 월요일</p>
<p>오늘은 대통령령에 의해서 놀기로 되어있는데 우리학교는 등교해서 청소를 하게 되었다. 반 아이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나, 장용, 이영이 한반이 되었다. 참으로 오랫만이다. 어디 이영과 다시 친해 보자고 나는 결심했다. 보기싫은 박<span>xx</span>이니 윤<span>xx</span>이니 호<span>xx</span> 이니 하는 작자들은 모두 딴 반으로 가서 나는 참으로 기뻣으나 내 주위엔 전부 딴 반 놈들이고 또 수<span>x</span>이 처럼 떠들기 좋아하는 애들만 있어서 조금 께름직했다. 그리고 담임인 신용태 선생은 아주 신경질적인 선생임을 나는 안다.</p>
<p>&nbsp;</p>
<p>4월 7일 화요일(고 2)</p>
<p>오늘은 2시반에 강당에서 열린 동성고교 입학식에 참여하여 신입생에게 뺏지를 달아 주었다. 못을 쥐고 에리를 뚫을 때 「만일 이 못이 목을 뚫는다면?!」하고 생각하니 몸서리 처 졌다.</p>
<p>&nbsp;</p>
<p>4월 8일 수요일 비</p>
<p>아침에 뻐스속이 어찌나 혼잡한지 아침에 밥을 잔뜩 먹고 갔는데도 뻐스에서 내려보니 뱃가죽이 쑥 들어갔다. 여학생들이 앞뒤로 서서 마구 비벼대는 통에 기분이 좋았으나 가슴이 턱턱 막히고 김치냄새가 마구 풍기는 바람에 (나는 김치 않 먹음) 눈쌀이 찌푸러졌다. 학교에서 이영이 우동을 사줬다. 한반이 된 게 퍽 반가웠으나 역시 애가 퍽 단순한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었다.</p>
<p>오늘은 새 교과 12권을 나눠 줬는데 특별히 신통한 게 도무지 없다. 절망가운데 새로움을 발견하는게 열락을 가져옴을 생활의 못토로 삼으려 하는 나로서는 별로히 새희망을 어수선하게 늘어놓고 싶지도 않았다.</p>
<p>&nbsp;</p>
<p>1959(단기<span> 4292)  </span>4월 9일 고<span>2 </span>목요일 비</p>
<p>하루종일 한일이 도무지 없다.</p>
<p>집에 오기가 어쩐지 퍽 싫다. 집에 썩 닥아오면 다 낡아 빠진 집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란 「지긋지긋」그것이다. 더구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컴컴하다. 정말이지 너무나 암흑과 같다. 또 밥을 해야지…</p>
<p>아이고 이 생활을 언제 청산하나? 사람 거의 죽어간다. 그러나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잡아볼까?</p>
<p>한점의 구름이</p>
<p>여기 널려있다고 하자</p>
<p>그것이 이글거리는 땟볕을 가릴 때</p>
<p>그는 결코 시커먼 악이 아니다</p>
<p>&nbsp;</p>
<p>그러나…</p>
<p>새싹을 덮을때</p>
<p>낙엽을 덮을때</p>
<p>따스한 마루를 덮을때</p>
<p>그는 결코 악을 면치 못하고</p>
<p>시커먼, 하나의 거치장스런</p>
<p>뚫어진 하수도.</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10일 금요일 비</p>
<p>오늘은 아침에 과외 수업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 첫차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게으른 나의 버릇은 예상없이 그대로 반영되어 여기서 7시15분차를 타게 되었다.</p>
<p>물론 학교에 가니 8시 15분이었으나 오늘은 처음이라 그런지 선생님이 나오시질 않으셨다. 다행이었다.</p>
<p>하루 수업을 거뜬히 마치고 집안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풍<span>x</span>이를 요리조리 구슬려서 그가 전에 뻐스속에서 친해진 여학생하고 이번 일요일에 남영동에서 11시에 만나 창경원 가기로 약속했다는 것을 그여히 말하게끔 유도했다. 그것을 말하게 하는데 무려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 학생의 전화 번호만은 내내 알지 못했다. 그것만은 아무런 수단으로도 알아 낼 도리가 없다. 그러나 후암동에 있는 그자의 집도 어렴풋이 알았고 전화는(서구)이고 또 민씨라는 것을 알았으니 전화번호부를 뒤지면 나오리라고 나는 확신했다. 전화번호를 알아서 무엇하겠느냐? 나자신의 자문자답에서 나는 대답할 바를 잃고 말았다.</p>
<p>그러나 나는 거기에 나도 한목끼고 싶다. 그렇게 명랑하고 사귐성 좋은 여자의 동무들과 한번 놀아보고 싶다. 경험도 없으며 이론으로만 떠벌리는 나의 가면적 생활, 이중의 탈을 얼른 벗어 버리고 싶다. 그리고 나는 오늘 풍<span>x</span>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가 으젓이 좋은 집에서 하숙한다고 얘기했더니 그러냐고 햇다. 다 낡은 집에서 자취한다고는 차마 말이 나오질 않으니 말이다.</p>
<p>참으로 단순한 애라서 속여먹기 딱 알맞은 건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그런 걸 약점으로 믿고 대드는 나자신 비겁하지만 그는 나보다 키도 크고 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속이면서 아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뻐스속에서 나는 웬 지지배 학생이 자꾸 웃는데 나도 따라 웃었다. 지지배역시 실없는 인간이라 나역시 실없는 인간이구나. 흐흐흐…</p>
<p>집에서 주<span>x</span>이는 너무 실없이 웃는다. 도대체가 웃음을 숨쉬듯하니 도무지 그의 얘기도 신중히 들리지도 않고 또 하두 염증이 나서 주<span>x</span>이 웃음소리만 들으면 신경질적으로 기분이 나빠지고, 또 나자신 거기에 비례해서 웃음도 사라지고 우울해 지는것이다.</p>
<p>그리고 좀 협조해서 뭘 해 나가야겠는데…</p>
<p>저녁에 전기를 전깃줄에 다는데 옆방 큰 애가 보았다. 큰일 났다. 그 수다쟁이 아줌마가 동네방네 다 돌면서 떠들어 대면 그야말로 큰일이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11일 토요일 맑음</p>
<p>날씨가 퍽 매섭다. 겨울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일까?</p>
<p>오늘 첫재 수업중에 교실문을 활짝여는 바람에 쳐다보니 외할아버지가 와 계셨다.</p>
<p>부끄럼과 창피에 나는 동무들의 폭소를 뒤로 두고 할아버지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께선 이렇게 여행도 하시니 아직도 정정하신가 보다. 일인즉 할아버님께서 육본에 가서 작은형 좀 만나서 옷좀 전해주어야 하겠는데 어딘지 자세히 모르니 나하고 같이 가 달라고 하셨다. 나는 외할아버님을 모시고 육군본부로 갔으나 이미 접수 시간이 지나 버려서 할수없이 발을 돌려 종만형한테 갔더니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p>
<p>할아버님은 동대문집에 가신다고 먼저 나가셨고 나만 다섯시까지 기다려 머리 깍고, 밥 사먹으라고 억지로 주는 200환을 받아 들고 집으로 갔다. 200환으로 헌 노트를 샀다. 할아버님께서 1500환 주시긴 주셨지만 그거 뭐 뻐스표 사고 이것저것 사면 단돈 10환도 안 남을텐데 지금 밥 사먹을 정황이 없는 것이다. 집에 와서 이불 꼬매고 내일 종만형하고 창경원 가는데 되도록이면 혜<span>_</span>하고 큰형도 같이 가기를 나는 원했다.</p>
<p>그간 별로 한 일이 없다. 다만 있다면 공부시간에 도무지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그것이 나한텐 이상한 일이었다.</p>
<p>&nbsp;</p>
<p>4월 17일</p>
<p>오늘 누님한테 놀러갔다. 먼지구덩이 속에서 사람이 말이 아니었다. 가정이라는 따뜻한 그 무엇도 없이 객지에서 얼마나 외로우랴 생각하면 내가 그렇게도 무관심했든 게 미안했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19일 일요일</p>
<p>오늘은 나하고 종만형하고 혜<span>_</span>하고 창경원 가기로 한 날이다</p>
<p>아침을 일찍 먹고 만나기로 한 계시판에서 10시 30분부터 11시 20분까지 꼬박기다렸으나 혜<span>_</span>는 오지 않았다. 혹시 편지를 못받아 보았는지, 일이 있는지, 어느 놈팽의 장난인줄 아는지, 또는 나하고 다니는 게 창피해서 그랬는지는 모른다.</p>
<p>마지막의 나의 짐작은 틀릴꺼다. 왜냐면 혜<span>_</span>는 어리고, 또 종만형이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잠깐 규<span>_</span>이 네를 들렸더니 대문간에서 선녀하고 정숙이가 얘기하고 있었는데 날 좀 쌀쌀하게 대했다. 나는 그만 속으로부터 화가 벌컥 솟아났다. 도대체가 저 계집애가 왜 날 화 내게 하는가? 혜<span>_</span> 못 만난 분풀이를 실컷하고 싶었다. 할 수 없이 나는 터덜터덜 대법원안에 종만형을 찾아갔다. 형은 도배지를 바르고 있었는데 아마 오후 서네 시가량 되어야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이다. 하 이거 기가 막힌다. 안될일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아침부터 혜<span>_</span>도 못보고 정숙이도 그야단하고 하더니 이젠 종만이형도 일에 붙들려 꼼짝 못하는구나. 그런데 거기서 뜻밖에도 세윤을 만났다. 무슨 클럽(송죽구락부)에 들게 되어 그 일로 왔다가 슬슬 산보하는 중이라는 것이다.</p>
<p>세윤이 하고 돌아다니다 호떡집에 가서 뭐 좀 먹고 나왔다. 세윤은 한 몇 년 간 신문기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말했다.</p>
<p>올때 종만이 형이 억지로 맏기는 돈 200환을 받아 가지고 경남극장에서 하는 <span>“</span>영원한 추적”, 죤 웨인과 메리 머피가 주연인 영화를 감상했다. 나에겐 모두가 그저 그랬다. 무의식중에 프로그램을 사놓았으나 이것이 꼭 무슨 휴지통에서 꺼낸것 같아 내버리려 하다 그냥 두었다. 저녁에 돌아와서 목욕탕엘 갔다. 주<span>_</span>이도 목욕하고 있었다. 들어와 공부 한자 않고 잤다.</p>
<p>&nbsp;</p>
<p>4월 20일 월요일</p>
<p>아침에 좀 일찍 일어났다. 공부 좀 하고 학교에 갔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와선 이불펴고 잤다 공부 한 자 않고.</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18일 토요일</p>
<p>오늘도 조퇴를 했다. 한시간 공부하고 조퇴하니 기분이 얺짠았다.</p>
<p>싱거웠다. 삼각지에 내려서 8625부대까지 무진장 걸었다.</p>
<p>하 이거 어디 더워서 견디겠느냐? 겨우 겨우 기다려서 작은형을 만났는데 하나도 웃는 낯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옷도 그냥 가져 가라는 것을 억지로 줬다. 남은 그것 땜에 온통 고생했는데 남의 고생은 통 알아주지 않으니 기가 막힌다.</p>
<p>거기서 짜장면 먹고 삼각지까지 같이 걸어왔는데 작은형은 또 서울 부대에 있는것도 불평했다.</p>
<p>어찌하면 그의 욕망을 충족시킨단 말인가? 시골 내려 간다는데 학관에 다닐 비용을 가지러 가는 모양이니 나는 다니기는 다 글러 먹었다. 하여튼 괴상한 인간임에 틀림없다.</p>
<p>집에 와서 세수하고 주<span>x</span>이 뻐스표 내 주고 주<span>x</span>이는 시골로, 나는 종만이 형한테 갔다가 도루 돌아왔다. 올적에 또 200환을 줬다.</p>
<p>&nbsp;</p>
<p>4월 21일 화요일 맑음</p>
<p>저녁에 독에서 동치미 훔쳐 먹다가 옆집 아줌마한테 들켜 챙피 톡톡히 당했다. 학생은 자기네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데 어째서 동침이를 훔쳐 먹느냐? 이거다. 나참 창피하고 부끄러워 혼났다. 어찌나 기분이 나쁜지 되든 안되는 노래래도 불러 이 기분을 물리치려 했으나 도무지 기분은 가라 앉지를 않는데 일기를 펴드니 속이 시원하다. 하기야 자기네들도 우리 쌀을 훔쳐 먹으니까 우리도 좀 동치미를 먹은 들 어떠하리<span>. </span>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span>. </span>만수산 드렁칭이 얽혀진들 어떠하리<span>. </span>우리도 이 같이하여 동치미나 훔처 먹고 살세나.</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4월 22일 수요일 비</p>
<p>학교가 다 파하고 교문을 나서는데 뜻밖에도 병직형이 와 있었다. 나는 기쁨이 앞섰다. 사복을 하고 있어서 나는 제대 한줄 알았다. 그러나 내 기쁨은 다소간 감소되었다<span>. </span>휴가 왔다는 것이다. 삼수를 맞나서 15만환을 도루 찾아야 할텐데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병직형 한테서 악방에 허가증이 없어서 한약방만 열고 있는데 그 형편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들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서울서 그래도 잘 먹고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이러는 동안 시골서 부모들은 얼마나 간을 태우실까? 아 내가 좀더 절제있는 생활로 나 자신의 조그만 허영심을 불살라 버려야 되겠다. 나는 설움이 울쿡 뻗쳐올랐다마는 꾹꾹 참았다.</p>
<p>&nbsp;</p>
<p>1959년 4월 23일 목요일 맑음 (고 2)</p>
<p>“사람 제잘난 맛에 산다”는게 새삼스러운 소리는 아니다만, 오늘 절실히 느꼈다. 뻐스안에서 얼굴 지지리 못난 어느 인간 하나가 자기가 잘난체 인상 쓰는것 부터가 그랬고, 학교에서도 인품으로나, 성적으로나 얼굴로나 못난 양반이 잘 난체 떠들어 대는 것 부터가 그거고 또 자기가 제일인 양 떠드는 병길이가 그러하다.</p>
<p>하루의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큰형 하숙하는 곳을 찾았다. 소풍가서 없었다.</p>
<p>&nbsp;</p>
<p>(1959)  4292년 고<span>2  </span>1959. 4. 24</p>
<p>학교 수업이 끝나고 특활시간에 체육관에서 50환씩 내고 영화 감상했다. 동물들의 세계 및 미 보스톤 마라톤 대회 실황중계이었는데 50환이 아까울 정도다.</p>
<p>체육복을 싸들고 종만이형 한테 가니 집에 없고 신체검사 관계로 시골 갔다 한다. 할 수 없이 터덜 터덜 돌아 나왔다.</p>
<p>&nbsp;</p>
<ol start="1959">
<li>4. 25 토요일 맑음</li>
</ol>
<p>수업이 끝나자 말자 중앙고교도 달려가 형을 만나 쌀 값 좀 울거내려 했드니 월급 날이 아직 안돌아 왔다하며 29일에 오라 한다. 할 수 없이 집에 와서 주<span>_</span>이는 시골가고 나는 자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1959. 4. 26 일요일 비</p>
<p>잠에서 깨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매우 음산한 날씨다. 음침한 창가엔 그 무슨 압박감 같은 무거운 기분이 내리눌르듯 사지는 뻐적지근 하며 노곤했다. 반쯤 열린 창으로 기와에서 물이 떨어지는게 보인다. 비가 좍좍오면 그 횟수가 빠르고 보슬비로 변하면 가끔 떨어진다. 저 기왓장에서 떨어지는 방울이 빨리 없어져야 할텐데… 할텐데 하다보니 12시가 지났다. 세<span>x</span>이 그놈은 약속을 어지간히 안지킨다. 놀러온다 하드니 도무지 놀러 오지 않는고나. 망할놈들, 혹시 우리를?... 그러나 이런건 약자의 소견이다. 우리는 우리대로의 굳굳한 프라이드가 있는게다. 심심하든 중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영근한테 편지했다<span>. </span>내용은 그간 잘 있었는가? 로 시작해서 봄은 한창 무르익어 갔다느니. 어쩌니 하여 너저분하게 내려쓰고 혜<span>_</span> 주소만 가르쳐 주고 내주소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p>
<p>그건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영근이가 수집어서 편지를 잘쓰지 못할텐데 나중에라도 주소를 몰라서 편지 못했다는 핑계가 되며 둘째로 만일 했으면, 영근이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 하는 것이다. 하여튼 결과는 두고 볼 문제다.</p>
<p>3시경에 우산 들고 혜<span>_</span>네를 찾아 갔더니 식구가 다 있었다. 혜<span>_</span> 엄마가 떡장사 한다고 말하니 비통해 들 하였다. 모두가 생각하는 허수아비 같았다. 불에 타는 피라미트 같았다. 저려진 명태의 비늘 같았다.</p>
<p>인원형은 도무지 자립도 못해 가며 뭘 한다고 나한테는 여전히 뻥뻥대고, 혜<span>_</span>는 도대체 내가 온 게 반갑지 않은지 시무룩 해 있고 유한아버지는 할 일이 없으니 집에서 우산 고치고 있고 가끔 신경질 나면 유한이 두드려 패고… 유한엄마 버는 돈으로 그날 그날 생활을 연명하고… 인원형은 또 인테리로써의 프라이드는 지키느라고 그러는지 여전히 입심좋게 떠들어 대고… 다 잘못이야! 어울리지 않는 조개 껍질이야! 맞지 않는 솟 뚜껑들이야!. 화요일에 혜<span>_</span>하고 9시반에 YMCA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의 문학전집을 남에게 빌려 주었다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p>
<p>그러고 저러고 영근이 보라고 준 조개는 어찌 된셈야? 내가 아주 준걸로 아나보지? 그러면 곤란하지. 내꺼라면야 무슨 문제겠는가?</p>
<p>집에와서 골아 떨어지다.</p>
<p>&nbsp;</p>
<ol start="1959">
<li>4. 27 일요일 구름</li>
</ol>
<p>아침에 뻐스를 타는데 어저께 덴데가 몹시 아프다. 물에 데서 껍질이 벗겨 지기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집에 일찍 와서 소제하다 저녁에 일찍 자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1959. 4. 28 화요일 맑음</p>
<p>학교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누님있는데 갔더니 오늘 병운형 아줌마는 천안 내려갔다 한다. 좀 섭섭했다. 오늘 나는 누이한테서 부터 매형이 새 마누라를 얻으려고 이혼을 요구한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아니 그런 트릿한 인간이 있더란 말인가? 누님하고 짜장면 사먹고 화신에서 기다렸으나 혜<span>x</span>는 오지 않았다. 참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계집이다. 사람 핏대나서 죽을 지경이다. 아니 그 쪼그만 년이 벌써 나하고 같이 다니는 게 챙피해서 그러는가? 물론 알건 다 알았으니까 그럴테지만 고년 너무 지독하게 나를 없신여긴다. 괘씸하다.</p>
<p>뻐스가 없어 합승타고 돌아왔다.</p>
<p>집에 오니 주<span>x</span>이는 자고, 누룽지 밥은 쪼금 냉기고, 그래도 짜장면이나마 먹었기에 다행이지.</p>
<p>&nbsp;</p>
<ol start="1959">
<li>4. 29 수요일</li>
</ol>
<p>형한테 갔더니 학교 소사가 편지와 함께 4000환을 주었다. 나는 여기서 우선 쌀 한 말 사고 백곡집 사고 국사의 연구를 사니 1000환 남았다. 먼저 있든 돈 하고 해서 2000환이 남았는데 이걸로 뭘 한단 말인가? 학관 다닐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p>
<p>&nbsp;</p>
<ol start="1959">
<li>4. 30 목요일</li>
</ol>
<p>오늘 한일은 0이다.</p>
<p>&nbsp;</p>
<ol start="1959">
<li>5. 1 고<span>2 </span>금요일</li>
</ol>
<p>오늘도 한 일은 여전히 0. 여기서의 0은 나의 낙망과 절망이다. 요사이의 나의 생활은 0이다. 여 희망이 없다. 집에 오기도 싫고 그렇다고 학교 가기도 싫다. 내가 지금 자살한다면? 형은 묵묵히 서서 비감 해 할것이고 어머니는 간을 짜내는 통곡을 하실 거고 아버지는 시체를 내려다보시며 애석해 할꺼고 큰어머니는 눈물을 꼭꼭 찍어 낼 꺼고 병직형은 묵직히 앉은채 있을거고 작은형은 눈하나 깜짝이지 않을꺼고 또 작은 아버지는 왜 죽었느냐고 자꾸 물을거고 작은 어머니는 눈물을 조금 흘릴거고 새 아주머니는 흑흑 느껴 울거고, 그머리마을 아줌마는 형식적으로 나마 슬퍼 할꺼고, 영근이는 깜짝 놀라며 잠시 동안 애석 해 할꺼고 재식은 기도 해 줄꺼고 시계방 주인은 죽었느냐? 하는 정도 일꺼고 주<span>_</span>이는 회상에 잠길꺼고 세<span>x</span>이와 규<span>x</span>이는 눈물을 조금 흘려 줄꺼고, 관이는 두고 두고 애석해 할꺼고 혜<span>_</span>는 어마나! 하는 정도로 그칠거고 신문에선 학생 자살 이라고 크게 보도 될거고 김경환선생님은 어째 그랬느냐고 당장 우리 집에 와 줄거고 전창기 교장은 아하 우리학교에 그런 학생이 그랬느냐 하는 정도로 조회에 발표할거고 발표하면 이영은 애석해 할꺼고 김<span>x</span>훈, 방<span>x</span>석, 장<span>x</span>은 고소를 금치 못할것이고 호<span>x</span>복만은 애석해 해 줄것이다.</p>
<p>자살? 흥! 자살? 정말이지 어떤땐 싹 죽어 없어져버리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p>
<p>이곳을 떠나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어디로 아주 산 속으로? 또는 아주 번화한데로. 산에 가서 중이 된다? 또는 인천 같은 친척이 하나도 없는데 가서 일을 하드라도 하여튼 떠나고 싶다. 가서 한 3년이나 5년동안 아무도 모르게 혼자 일하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고 싶다. 그러한 생활이 계속되어 나는 나 대로의 자립이 되고 또 사회경혐도 쌓고 싶다. 5년 후 다시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반겨할테고 또 가만있자. 그때쯤 되면 큰형은 장가들어 아들도 낳았을꺼고 병직형도 장가 들었을거고 작은형도 장가 들었을꺼라. 병관형은 아들이 주렁 주렁 있을꺼라.</p>
<p>자 영근이는 24살이라. 한참 연애할텐데 내가 나타난다면? 네가 어디서 본 무말랭이냐? 하겠지 또는 조금 놀람의 눈을 던질테지. 혹은 반겨 할까?. 그러면?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돌아서리라. 그리하여 다시 사라지든지. 나대로의 생활에 잠기든지 하리라.</p>
<p>이것이 한때의 공상일까? 아니다. 지금이라도 인천 어느 공장에 자리가 있으면 나는 서슴치않고 가겠다.</p>
<p>&nbsp;</p>
<ol start="1959">
<li>5. 2. 토요일 고<span>2</span></li>
</ol>
<p>큰형한테 갔다. 학관 다닐 돈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갔다 준다 한다.</p>
<p>고맙다. 참 고맙다. 어찌나 고마운지.</p>
<p>종만이형한테 가서 쓸데없이 시간 보내다가 집에 왔다. 오늘 뜻밖에도 규<span>x</span>이네서 놀던 애를 만났다. 반가웠다. 집이 어디냐고 했더니 청파동이란다.</p>
<p>&nbsp;</p>
<ol start="1959">
<li>5. 3. 일요일</li>
</ol>
<p>오늘 저녁에 썸머타임 해제다.</p>
<p>지금 일기를 들고 앉아있는 나, 참 쓸쓸한 바로 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9시 반쯤해서 중일이 한테 갔더니 진달래를 꺾어오고 있었다. 거기서 놀다가 집에 오니 주<span>x</span>이가 없다. 놀러 나갔다는것이다. 기가 막힌다. 모처럼 산에나 올라 가려 했더니만 그것도 틀려먹었다. 지금 나는 이 읽기를 쓰면서 참 고독하다. 어째서 주위의 모든게 서글프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면도칼을 보아도 내 목줄을 끊어 자살하는 환상이 떠오르고 음침한 방에서처럼 희망이 없다.</p>
<p>희망없는 생활! 이는 진실로 괴롭다. 풍<span>x</span>이 그놈은 민영자만나러 남영동으로 간다지. 나는? 이제 하루 종일 방에 쑤셔박혀 있어야 한단 말이냐? 아 참 고독하다. 외롭고 쓸쓸하다.</p>
<p>지금 시각은 밤. 오늘은 고독감을 안고 결국 밖에나가 풍<span>x</span>이와 만났다. 그 새끼는 깔치 만나려다 썸머타임 해제로 약속이 어그러졌다나?</p>
<p>그 애하고 명동거리를 걷다가 허어져 나는 동영에가서 상처뿐인영광 을 감상했다. 영화관에 사람을 마치 짐짝같이 처 넣어서 <span>‘</span>영화감상’이 아니라 <span>‘</span>영화지옥’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문화수준이 높단 말인가?</p>
<p>3류극장만 찾아 다닐만큼 소박하단 말인가</p>
<p>3류극장만 찾아 다닐만큼 경제가 궁핍하단 말인가?</p>
<p>어찌나 숨이 막히는지 뻐스 속에서도 속이 답답했다.</p>
<p>집에 오니 주<span>x</span>이는 와 있었다.</p>
<p>&nbsp;</p>
<p>1959년 (단기4292년) 고<span>2 </span>  5월<span>4</span>일 월요일</p>
<p>아침에 첫 차를 탓는데도 지각을 했다. 교문에서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쌀 한 말 값과 반찬을 주셨다.</p>
<p>오늘은 학교를 파하고 곧 집에 왔다.</p>
<p>주<span>x</span>이의 늘상 하는 말투 <span>“</span>뭐. 흐흐… 11 부터 셤본다. 잘 봐야겠다. 스톱.. 조은파편이 이기지? 조은파라네.. 주요한이라네……” 말을 어물어물하면서 늘 콧속에서 맴돈다.</p>
<p>저녁에 라디오의 스무소개를 듣고 있는 나자신.</p>
<p>&nbsp;</p>
<ol start="1959">
<li>5. 5. 화요일</li>
</ol>
<p>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창경원을 지나려니까 어린 학생들이 똑같은 무용복을 착용하고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저런때가 있었을테지 하고 생각하며 뻐스를 타고 지나치자니 감회가 솟구쳤다. 어릴때 눈 싸움해서 박금자를 두들겨 준일로 해서, 그가 나를 막 떠밀며 무서운 표정을 짓는것과, 겁에 질렸던 나의 얼굴……</p>
<p>생각에 빠져 까닥하다 혜화동에서 내리지도 못할뻔 했다. 어릴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가운데 첫시간을 맞고 둘째시간을 맞고 또 셋째시간을 맞고……</p>
<p>수업이 끝났다. 곧장 이영과 함께 종로 사가까지와서 혀여저 누이한테 가서 내일 소풍갈때 도시락을 부탁하고 집에 돌아왔다.</p>
<p>&nbsp;</p>
<ol start="1959">
<li>5. 6. 고<span>2 </span>수요일</li>
</ol>
<p>오늘은 소풍일이다. 그러나 어쩐지 나의 심정은 이상하리만큼 평범했다. 소풍가는 기분이 도무지 나지를 않으니 말아다. 몇 년전만해도 소풍이다 하면 며칠 전부터 서성대며 초조해지던것이…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되었나 보다.</p>
<p>9시반까지 중량교에 모였다. 도시락은 누님이 싸 주셨다. 거기서부터 동구능까지 한 사오리를 걸었다. 가까워서 퍽 좋았다. 이영과 한철원과 그리고 나와 또한명이 짝이 되어 점심을 나누었다. 푸른잎이 무성하다. 그 잎과 잎사이엔 개미가 오르내린다. 이슬이 맺힌듯 선명한 풀포기 사이엔 무수한 태고적의 비밀을 갖춘듯한 검은흙이 있다. 그리고 솔꼴이 썩어 엠완 탄환의 화약처럼 토막 나 있다. 그역시 검푸른 빛갈이다. 몇 년이고 썩었을 것이다. 또한 저위에 매달린 것들도 이젠 땅위의 이것들처럼 썩어지고, 그리고 새 싹을 피우는 거름이 되고…. 무수한 나무와 나무, 풀과 풀, 흙과 흙들 사이에도 무수한 감회가 넘쳤고 인정이 매마른 딱딱한 서울바닥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차이나는 정화된 순결 그것이었다.</p>
<p>둘레둘레 아무리 보아도 산림뿐이고 인적이라곤 우리 일행밖에 없다. 김밥 하나도 장소에 따라 그 얼마나 맛이 다르단말이냐? 기차 안에서의 그것은 앞사람이 쳐다보니 꼭 도둑밥 먹는 것 같고 집에서의 그것은 도무지 새로운 맛이 안나고, 하숙집에서의 그것은 도무지 사 먹는 것 같고 한 개 한 개에 정가와 세금이 붙어있는 것 같아 매시껍건만…… 그러나 대자연속의 이 김밥이야 말로 얼마나 맛이 있는가? 이말이다. 아홉개의 능이있다. 그러나 9개를 모두 구경하진 못했다. 모두가 그게 그것이라 하나만 보아도 다 알수 있었을 것 같았나 보다.</p>
<p>동구능에서 점호하는데 나는 뻐스가 서는 데 가서 기다렸기때문에 나 때문에 선생과 친우가 한참이나 기다렸다 한다. 이제 나는 큰일 났다. 그 화 잘내는 선생이 가만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p>
<p>&nbsp;</p>
<ol start="1959">
<li>5. 7. 목요일</li>
</ol>
<p>아침에 교무실로 들어갔더니 선생은 핏대가 나가지고 계셨다. 화를 내며 오후에 오라고 한다. 하루의 수업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에는 소풍 안가고 학교로 나온 아이들에, 나처럼 이탈한 애에 (사실 나는 이탈하지는 않았다), 한 열 두 서너명이 마치 표범 앞에 선 나무꾼들처럼 서 있었다. 이윽고 담임은 때리기 시작했다. 먼저 이명규가 얻어 맞았다. 이 선생은 학생을 벌하기 위해 때리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자기 분풀이로 때리는 것 같았다. 때리는데도 꼭 깡패가 치는 식으로 주먹으로 턱을 쳤다. 선생에 대한 반발심이 솟구쳤으나 나도 저렇게 맞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섬찍했다. 하여튼 우리학교에서 제일 성미 고약한 선생님은 이 신영태 선생님뿐이리라. 아이들 평이 모두 그렇다. 어떤땐 악질적으로 노는 때도 있는가 보다. 너무 신경질을 내니까 어느땐 선생을 대한다는 생각 보다 뻐스에서 발등을 밟았다고 으르렁대는 나이든 사람 대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비신사적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사제지간의 정이 이루어 지겠는가? 물론 엄격한건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거의 발작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태도에 우리는 언제나 긍정하며 복종만해야만 된단 말인가? 흥! 사제지간은 무어며 스승을 섬긴다는 건 무어냐? 이렇게 서로 물어뜯고 잡아 나꿔채는 세상에 스승이 어디에 존재하며 선생님라는 대명사가 붙은 인간에 대한 존경이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얻어 맞은것으로 좋다. 그로써 나는 충분한 벌이 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반성문을 써 오라는 건 무어냐? 아니 소풍가서 조금 속 썩인 게 그렇게도 분하단 말인가? 하여튼 도대체 하나도 존경할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p>
<p>모른다. 이제 지내봐야 될테니까…… 김경한선생님한테는 어느정도 나의 의사가 통했었다. 그러나 이 선생은 주제 넘게 고지식하고 신경질적으로만 놀기 때문에 도무지 우리 의사가 통하질 않는다.</p>
<p>학관다닐 돈을 가져다준다는 형은 어째 안오는고. 그러면 그렇지, 약속을 지킬리가 있나? 잠시나마 믿은 내가 바보지. 엉큼한 양반. 흥. 너를 보살펴 줄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은 좋지. 미사여구로 나를 안심시키려는 수작인가?</p>
<p>반성문인지 뭔지 쓸 생각하니 구질 구질하고 창피하다.</p>
<p>집에오면 주<span>x</span>이는 어쩐찌 사람 기분만 상하게 한다. 그러나 주<span>x</span>이는 참 무던한 애다. 나는 지내면서 그걸 잘 안다. 내가 핏대를 내면 결국 돌아서는 건 주<span>x</span>이지 결코 나는 아니다. 내가 주<span>x</span>이 같은 애하고 맞 닿았으니 망정이지 x<span>x</span>이와같이 살았다면 한 달도 못 지냈었으리라. 그만큼 주<span>x</span>이는 마음이 좋다고 할까? 그러나 주<span>_</span>이는 너무나 박력이 없는 듯하다. 줏대가 없는 것 같다. 무슨 논쟁이 벌어졌을 때 나는 이야기를 전연 딴 방향으로 돌려 버리고 만다. 그가 말하는 이론은 너무 유치할때가 많다. 반박하자면 또 싸움이 일어나겠고 하니 그냥 내가 긍정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그러면 아주 자기가 뇌까리는 이론이 가장 옳은 것처럼<span>, </span>풍부한 만족감에 젖는다. 물론 나 자신 비천한 인간으로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주<span>x</span>이는 내가 보는 관점에선 너무 결점이 많다. 청결치 못하고 또… 에라 그만두자. 남을 탓할만큼 내가 잘난 놈이란 말이냐? 뻐스속에서 여학생 가방에 편지나 꽂고 지각을 폼으로 생각하는 그런 오밀조밀한 놈이 남을 탓할수가 있는가? 주<span>x</span>아, 미안하다. 나는 원래 신경질이 많은 놈이니 그것을 이해해 줘.</p>
<p>하여튼 나에게 요사이의 생활은 분명히 절망이 많다. 어린놈이 무슨 그리 뼈에 사모칠 절망이 있겠는냐마는 그러나 어쩐지 뭔가가 몹시 그리워지기도 하고, 모든게 싫어지기 도하고…… 하여튼 괴상망칙한 생활의 연속이다.</p>
<p>억지로 희망을 가져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건 자꾸 파괴되는데 그건 왠지 나는 모르겠다. 더구나 오늘 같은 날은 경우가 다르다. 선생한테 꾸중 듣고 나니 마음은 한참 울적한데 보이는 것은 모든게 나를 경멸하는 것 같다. 집에들어서면 내려 앉은 지붕부터가 이맛살을 찌프리게 하고 방에 들어서면 괘괘한 냄새부터가 자극시킨다. 밥 뚜껑을 열면 찬밥이 난잡하게 늘어붙어 있고 콩나물 몇 개 있는 국은 차디찬 채 기다리고 있다. 들어와서 양말부터 벗고 나면 나 혼자 공연히 쓸쓸해진다<span>. </span>고향 집에 이런저런것 다 알릴 수 있지만 요전 편지에 나는 편히 있다고 써 놓았다. 혀기야 집에다가는 아무리 고생된다 고생된다 하며 편지를 해도 달리 도리가 없을 거다. 오히려 어머님 마음 고생만 더 시켜드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이왕 그럴바에야 어머님 안심이나 시켜드리자고 나는 그런 편지를 한 것이다. 허기야 그렇게 한 게 잘했지, 죽을 지경이라고 써 보내면 그나마 약국 일 때문네 속 썩이시는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 하실까보냐?</p>
<p>희망을 가져보려 한다. 그러나 희망을 가질 아무런 게 없다. 내가 과거엔 이런 경우가 없었는가? 있었으면 희망을 찾았기에 여지껏 생활을 계속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듯도 하다. 자. 내일부터 그걸 찾는 생활을 해야겠다.</p>
<p>희망을 찾는 생활을!</p>
<p>&nbsp;</p>
<ol start="1959">
<li>5. 8. 고<span>2 </span>금요일</li>
</ol>
<p>우리학교 위 운동장에서 농구시합이 있었다.</p>
<p>특활시간에 영_도 문예반임을 알았다.</p>
<p>대단히 기분 나쁜 놈이다.</p>
<p>집에 돌아와서는 잠자다.</p>
<p>&nbsp;</p>
<ol start="1959">
<li>5. 9. 토요일</li>
</ol>
<p>학교를 파하자 위 운동장에서 농구시합을 구경했다<span>. </span>체육선생은 빤쯔바람으로 심판하는데 배꼽을 뺏다. 상명여중 하고 중앙여중 하고 하는데 상명여중은 잘하는데 중앙여중은 형편없었다<span>.</span></p>
<p>꼭 조래미 던지는 것같았다. 4시경에 선다래로 갔으나 혜<span>x</span>는 오지 않았다. 기분 나쁘게만 군다. 규<span>x</span>이네 갔더니 소위 자기 동생이라는 놈하고 천안 내려 가려는 중이라 한다. 병신 같은 놈이다. 자기가 가장 진리를 탐구하는 학생인 체하며 그런 잡념에 정신을 쏟다니. 규<span>_</span>이 누나는 왜 그리 거만한지 병신같은 계집애가 지랄한다. 모두 없어져라.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폐단아! 공산주의 사상으로 몰두하거라<span>. </span>오는길에 행<span>_</span>네 잠깐 들려 행<span>_</span>를 보고 왔다. 나를 보고 얼굴이 왜 그리 검느냐고했다. 흥. 기가막히는 물음이다. 행<span>_</span>는 얼굴이 점점 못생겨 간다. 나는 그애보다 양숙이가 보고싶다.</p>
<p>집에 와 주<span>x</span>이와 놀다 잠을 잤다. 가슴이 몹시 아프다.</p>
<p>&nbsp;</p>
<ol start="4292">
<li>5. 10. 일요일 맑음</li>
</ol>
<p>아침에 목욕했다. 규<span>_</span>이네 집에서의 회의에는 고의로 빠졌다. 모든 게 귀찮기만 하다. 풍<span>x</span>이와 만나 우리집에 데려와 잠깐 놀았다.</p>
<p>&nbsp;</p>
<p>(1959) 4292. 5. 11. 월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월요일. 이제 새 한주일이 시작되었는가 보다.</p>
<p>오늘 한일은 0에 가깝다.</p>
<p>&nbsp;</p>
<ol start="4292">
<li>5. 12. 화요일</li>
</ol>
<p>&nbsp;</p>
<p>(1959) 4292. 5. 13. 수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형한테 가다. 학교 일과 자기 일에 지쳐진 형의 얼굴은 참 똑바로 보기가 안됐다. 파리 해 있었다. 누구 때문에 저렇게 고생하나? 따지고 보면 형 때문이다.</p>
<p>형한테 하복값과 쌀값을 얻고 하숙에 대해 의논하고 집에오다.</p>
<p>&nbsp;</p>
<p>(1959) 4292. 5. 14. 고<span>2 </span>목요일</p>
<p>학교가 끝나자 곧장 만<span>_</span>이 있는곳으로 가다. 하숙이라도 알아볼까 해서다. 그러나 만<span>_</span>이도 주인 아줌마도 없다. 무돈이 하숙하는데 와보니 행<span>_</span>인가 뭔가 하는 꼭 합죽이 같이 생긴 년이 쌀쌀하게 <span>‘</span>없다’ 한다. 거 참 기분 나쁜년이다.</p>
<p>거기서 나와 관이네 집으로 갔더니 마침 관의 누나가 와 있었다. 얼굴이 좀 예쁘다. 미술을 잘 그리나 보다. 책가방을 거기다 맞기고 인<span>_</span>의 집을 찾았더니 인<span>_</span>은 아직 학교에서 않왔다 한다. 나 혼자서 중앙 다니는 애 (이름은 깜박 잊었다.)집을 찾아 헤메다 결국은 찾았다. 친척집에 있는거라 하는데 세간이 훌륭했다. 다시 인<span>_</span>이 집에 와서 인<span>_</span>이와 함께 이한평이 하숙하는 곳에 놀러갔다. 분위기가 썩 좋았다.</p>
<p>나는 여기서 하숙 하고 싶다. 18000환이라 한다. 조금 놀다가 (옥상에서)인<span>_</span>이과 나와 과자를 사 먹고 관이네 가서 책가방을 가져왔다. 관이의 태도는 전에 없이 쌀쌀했다. 좋다.- 그러나 나의 너에 대한 관심은, 그런 너의 태도로 해서 변경되지는 않는다.</p>
<p>거기서 나와 인<span>_</span>과 헤어진후 집에오다. 집에오니 전깃불도 달려있고 밥상도 차려져 있었다. 기분이 매우 좋다. 마른 반찬이 없음을 볼때 어쩐지 비감한 감정이 솟구친다. 꼬치장도 다 떨어져가는 신세이다.</p>
<p>&nbsp;</p>
<p>(서기 <span>1959)  4292. 5. 15. </span>금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_만<span>_</span>이와 함께 하숙하려는 집엘 가 보다. 주인 아줌마는 참 젊은데 아주 이쁘장하게 생겼다. 내 맘에 꼭들었다. 집도 조용했다. 결점은 물이 없고, 방이 좁다는 것, 그것이다.</p>
<p>만<span>_</span>이네 집 아줌마가 참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대단히 고마웠다. 오랫만에 고깃국을 먹었으니 말이다.</p>
<p>만<span>_</span>과 황과 혜화동에서 헤어져 집에오다.</p>
<p>특활시간에 간첩에 대한 말과 자수한자의 말을 들었다.</p>
<p>&nbsp;</p>
<ol start="4292">
<li>5. 16. 토요일 맑음(고 2)</li>
</ol>
<p>새로 들어 온놈한테서 하숙 이야기를 들다. 15000환이라 한다. 귀가 솔깃하다. 우선 한 번 가보고 따질 문제다.</p>
<p>시골 갈려고 하니 재수 없게도 우리가 걸려서 서울운동장에 가게 되었다. 탁구, 축구, 농구에 걸친 우리 나라 선수들의 승리를 축복하는 성대한 식이다. 그네들이 민족의 영예를 위해 싸운 용기로 우리 3000만이 일어난다면 북진통일은<span>,</span> 단번에 되리라.</p>
<p>조경자를 찾으려 했으나 학생복을 안입어서 모르겠다<span>. </span>내가 조경자를 찾으면 어찌한단 말인가<span>? </span>흥<span>.</span></p>
<p>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3시 차 타기는 글렀다. 또 자꾸 흐른다. 겨우 말해서 일찍 나와 형있는데로 갔더니 형은 안계셨다. 기가 탁 죽는다. 할수없이 하숙을 정했다는 얘기를 해 놓고 집에 오는길에 하복을 샀다. 위는 7호 아래는 8호로 샀다.</p>
<p>5시 반차 타기는 글렀다.</p>
<p>집에와서 하복을 입어보니 아래는 한바지를 입은 것 같다. 줄여야겠다.</p>
<p>9시쯤해서 뻐스타고 형있는 하숙으로 갔다. 도중 풍<span>_</span>을 만나다. 형은 역시 없다. 합승 타고 집에 오니 주<span>x</span>이가 와 있는데 기분이 나지 않았다. 주<span>x</span>이가 우울하다. 그러니 나도 우울 해 질 밖에.</p>
<p>&nbsp;</p>
<p>(1959)  4292. 5. 17일 일요일 맑음<span>  </span>(고 2)</p>
<p>9시 차로 천안 가다. 두어달만에 가 보는 천안이다. 반가웠다. 그러나 상점에 가보기가 지겹다. 하숙 문제 말씀드리고 나는 친구도 없어 그냥 빙빙돌아다니다. 작은형은 휴가차 집에 와 있다. 오후에 저녁 먹고 춘자하고 극장가서 <span>“</span>아내만이 울어야하나”를 감상하다. 춘자는 나만 시골가면 극장넣어 주는데 퍽미안하고 또 좀 부끄러운 일이다. 하여튼 내가 언제 한번 넣어 주고 그만 사이를 끊어야겠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다.</p>
<p>(1959)  4292. 5. 18.   월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아침 차로 상경하다<span>. </span>이불짐을 가졌기 때문에 노량진에서 할아버지와 헤어져 보를 들고 상도동으로 들어가다. 거기 놓고 학교 가니 15분 지각, 조회가 있어 공부엔 지장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형 학교를 찾아 가다. 형은 연극부를 맡은 관계로 합숙한다 한다.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대학에 나가랴, 가르치랴, 합숙하랴, 살찔틈이 없을것 같았다. 나는 전에 그렇게도 악하게만 먹어오던 마음이 일시에 깨어나는 것 같다. 이렇게 고마운 형에게  나는 왜 그렇게도 심하게 오해를 했단 말인가?</p>
<p>차차 시일이 지날수록 나는 형한테 죄송한 마음 그지 없다.</p>
<p>하숙에 대해 상의하고 집에 오다.</p>
703
704
<p>&nbsp;</p>
705
<p> <span style="font-size: 8pt">클맄하면 영상이 명료해짐</span> </p>]]></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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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알수록 어려운 사람 공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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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09 Apr 2026 18:26:04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알수록 어려운 사람 공부
얼마 전 선배가 다른 선배 한 분을 모시고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 약속한 식당에 갔더니 선배가 세 분을 더 모셔와 여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가운데 두 분은 예전에 뵌 적이 있었지만, 한 분은 처음 보는 분이었다.
&nbsp;
식사가 시작되자 선배가 양주 한 병을 꺼냈다. 프랑스산 브랜디, 흔히...]]></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span>알수록 어려운 사람 공부</span></div>
<p><span>얼마 전 선배가 다른 선배 한 분을 모시고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 약속한 식당에 갔더니 선배가 세 분을 더 모셔와 여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가운데 두 분은 예전에 뵌 적이 있었지만, 한 분은 처음 보는 분이었다.</span></p>
<p>&nbsp;</p>
<p><span>식사가 시작되자 선배가 양주 한 병을 꺼냈다. 프랑스산 브랜디, 흔히 말하는 꼬냑이었다. 사실 우리가 먹고 있던 음식과는 썩 어울리는 술은 아니었다. 한식당에서 해물탕과 생선찜, 갈비를 시켜 놓고 꼬냑을 마신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풍경이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잔을 비워둘 수밖에 없었고, 세 분만 술을 마셨다.</span></p>
<p><span>술이라는 것은 참 묘한 물건이다. 병 속에 있을 때는 단순한 액체일 뿐이지만 사람이 마시는 순간 전혀 다른 무엇으로 변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분 좋은 약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억눌렸던 감정을 풀어내는 도구가 된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말의 홍수를 터뜨리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span></p>
<p><span>그날 내 맞은편에 앉았던 80대 중반의 어르신이 바로 그랬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를 누구와 함께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각종 한인 단체의 장을 지냈다는 이야기, 이미 세상을 떠난 한국의 대통령 한 분과 얼마나 가까웠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한 그분의 이야기는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span></p>
<p><span>모임을 주선한 선배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슬쩍 화제를 바꾸려는 표정과 말투를 여러 번 보였다. 하지만 이미 속도를 낸 기관차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긴 채 식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span></p>
<p><span>식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내 앞에 놓인 잔에 술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본 그 어르신이 괘씸하다는 듯 말했다. “잔을 비워야지요.”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을 못 마신다고 했다. 그러자 그분은 술을 남기면 안 된다면서 내 잔의 술을 자기 잔에 부으라며 술잔을 내밀었다.</span></p>
<p><span>나는 두 손을 모아 잔을 잡고 그분의 잔에 술을 부어 드렸다. 그분은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호기롭게 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스스로 꽤 멋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저런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려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span></p>
<p><span>며칠 뒤 모임을 주선했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날 미안했다며 다시 한 번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선배가 그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와 여러 가지 배려를 보며 마음공부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사실 그날의 진짜 배움은 따로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품격이란 목소리의 크기나 경력의 화려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span></p>
<p><span>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어르신 몇 분이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어떤 자리에 나갔다. 내가 대접하려고 커피와 파이를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약속했던 분들 외에 다른 한 분이 더 와 있었다. 그는 내 옆에 앉자마자 갑자기 물었다. “너 몇 살이야?” 대답하기 싫어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몇 년생이야?” 하고 다시 물었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왜 반말을 하십니까?” 그러자 그분은 주먹을 내 뺨에 갖다 대며 말했다. “난 누구에게나 반말이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XX놈이 어디다 손을 대? 돌았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주변의 어르신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잠시 후 그분이 말했다.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구먼.” 내가 말했다. “네가 있어 내가 갈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span></p>
<p><span>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 더 참았어야 했나. 내가 아직 수양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무조건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또 노자는 도덕경에서 故堅強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고견강자사지도, 유약자생지도)라고 말했다. 강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편에 속하고,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삶의 편에 속한다는 뜻이다.</span></p>
<p><span>문제는 이 가르침 사이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가이다. 무례함을 참고 넘기는 것이 덕일까, 아니면 부당함에 선을 긋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까. 살다 보면 정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런 질문들 속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공부는 끝이 없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치고, 어떤 사람은 존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거울처럼 보여 준다.</span></p>
<p><span>맹자는 “반구저기(反求諸己)”라고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으라는 뜻이다. 요즘 나는 그날 일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 아마도 인생의 수양이란 바로 그런 질문을 계속 붙잡고 사는 일인지도 모른다.</span></p>
<p>           타운뉴스 2026.4.6   안창해 칼럼</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문병길 옮김 </p>
<p>&nbsp;</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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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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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의 일기장 -5-</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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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05 Apr 2026 04:38:52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나의 일기장 -5-
&nbsp;
1958년 (단기4291년) 11월 초(고 1)
&nbsp;
오늘도 나는 답답한 가슴을 안고 읽기책을 펴들고 앉았다. 왜 이렇게나는 절망속에서만 걷고 있어야 하나? 그저 황새를 참새가 따르지 못하듯이 나도 그저 천안서 다닐것이지 주제넘게 서울에 와서 하숙하며 공부하다니… 이런 생활, 이런 무질서한 생...]]></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나의 일기장 -5-</p>
<p>&nbsp;</p>
<p>1958년 (단기4291년) 11월 초(고 1)</p>
<p>&nbsp;</p>
<p>오늘도 나는 답답한 가슴을 안고 읽기책을 펴들고 앉았다. 왜 이렇게나는 절망속에서만 걷고 있어야 하나? 그저 황새를 참새가 따르지 못하듯이 나도 그저 천안서 다닐것이지 주제넘게 서울에 와서 하숙하며 공부하다니<span>… </span>이런 생활, 이런 무질서한 생활이 도대체 뭣이란말인가? 그저 날짜 가는것이 나에게는 압박감만 주니 말이다. 자 이럭저럭 한달만 지나면 하숙비 18000환이 나를 위협하고 사친회비도 뻘써 2달이나 밀리고. 에이. 죽고 싶다. 엊저녁 체육대회를 마치고(11월1일) 용산에 있는 공장에 찾아갔더니 인원 형님은 일찍 들어 가시고 유한이 아버지만 일하고 있었는데 이건 뭐 도무지 서로가 무관심이라. 유한이 아버지 말씀엔 네형이 어디 안된다는 말을 해본적이 있느냐? 고하니 그도 형을 무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나도 이제 형을 원망하는것이 넘쳐서 이제는 아주 무시해버리고 싶다. 도대체 8월 15일부터 며칠이나 끌었단 말인가? 그것도 아주 안 된다면 모르되 내일 내일 하고 미룬 게 아닌가. 아주 안됀다면 숫재 그러니라나 하지, 이건 뭐 기껒 기다리며 고대했다가 찾아가서 그래도 형 눈치보며 조심껏 물어보면 안됐다 며칠후에 와 보라<span>.</span></p>
<p>사실이지 나자신 퍽미안하다. 왜냐하면 형이 나에게 그런것을 구해 줄 아무런 의무가 없다. 사실 형이라해도 무지무지하게 먼 형이다. 이종형이라 하지만 그것도 막연한 형이다. 어른 말씀을 들으면 몇 십년 전에 나의 외할아버지가 형의 어머니가 병으로 다죽어가는 걸 약으로 살렸다 해서 그 고마운 뜻으로 나의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로 삼았다한다. 그러니 그와 나와는 그저 의형제벌이다. 그렇게 되면 혜자하고 나하고도 아주 딴 남이 아닌가? 그렇지만 서로가 매일 만나면 꼭 같은 친구들끼리처럼 다정스러지는것은 어릴때부터 놀던 떄의 연장이라고할까? 지금 나는 솔직히 말해서 혜자 나이또래의 여자를보면 좀 마음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확근해진다<span>. </span>그러나 혜자를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간혹가다 나는 그를 세차게 껴안고 싶은 그 어떤 충동을 받는다. 이때마다 나는 나의 야심에 세차게 매질을 가하곤 한다. ‘이 개자식만도 못한 놈아? 너는 의리도, 순정도 없냐? 예의범절도 모르냐?’ 하며 나자신 너무나 혜자에게 미안 해 얼른 혜자 옆을 피하든게 한 두번이 아님었다.</p>
<p>쓰다보니 엉뚱한데로 글이 흘렀다. 이렇게 딴 남이나 다름없는 인원형이 나의 방을 구해 줄 아무런 의무도 이유도 없는것이다. 그렇지만 왜 애초에 해준다고 했단 말인가?</p>
<p>남아일언중천금이요 남아의 일구이언은 가장 굴욕적인 창피라는데 왜 한번 말 했으면 해 줄 것이지 안돼는 일을 억지로 해준다고 했단 말인가? 여지까지는 돈이 없어 못구했다 해도 좋다. 그러나 대전서 돈이 올라왔다면서 왜 구하지 않았는가? 무성의다.</p>
<p>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막연하다. 이제 자취하게 되면 막연하다. 우선 쌀이나 도구를 사야 될테니 그게 돈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밥을 해 먹어야 될텐데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통학하기 전엔 자신만만하게 나섯든것이 불과 열흘도 못가서 나가 떨어지는 놈이 지금 또 자취한다고 자신 만만하게 나서지만 어찌되려나?</p>
<p>그러나 이런겁을 먹는것이 남자의 수치인줄은 누가 모르겠나마는 사실이 그런걸 부정할 수 없다. 하여튼 방만 구하면 어떻게 되겠지 생각하니 희망은 있다만…</p>
<p>난 오늘 사친회비때문에 시골에 내려가야된다. 허지만 형은 또 왜 안오는가? 난 지금 형 생각만하면 그만 화만 자꾸나고 내 맘 속 아주 깊이 원망의 상대자가 형이라는 걸 형이 알았으면 한다. 연기원 좀 내 달라고 편지까지 했는데 학교에 한 번도 안오다니<span>.</span> 내 이렇게 커가지고 구질구질하게 형한테 매달리는것도 챙피하지만 자립을 못하니 할 수 있는가? 형은 그래도 돈을 벌지 않는가? 아니 그렇다고 내가 돈을 달랬나 그저 학교에 와서 연기원만 내 달라는거지. 아무리 시간이 없기로써니 문리대와는 엎으러지면 코 닿을데 있으면서 그렇게도 무성의 하단 말인가?</p>
<p>그리고 도대체 내 생활에 무관심하다. 자기는 서울서 5시반 차 타고 시골와서는 고단 해 죽겠다고 하며 내가 통학한다고 하니까 그렇게라도 하라고? 딴 남같으면 있을 욕 없을 욕 다 퍼 붓고 싶다마는 형이니 욕 할 수도 없고……</p>
<p>나는 형이 아니꼬운것은 형은 도대체 돈 얘기라면 질색이다. 아니 자기는 돈으로 살아가지 않고 흙으로 살아가나? 그저 돈 얘기면 질색, 그것도 정말 피눈물 나는 아버님의 말씀일진대, 주제넘게 돈 없는 처지에 돈 얘기만하면 싫어하다니 아니꼬운 노릇이다. 거기다 돈쓰기는 남의 갑절은 쓴다. 월급을 타면 하루 이틀에 없어지나 보다<span>.</span> 누구주고 누구주고, 그리고 가만이 보면 담배든지 차든지 모두 고급으로 사먹는다. 저런 신사에 사친회비 못 내 쩔쩔매는 동생이 있으리라고는 누구든지 생각 안하리라. 그리고 제사때도 남은 절 하는데 자기는 잠을 자고 있다. 예수를 믿는다나 어쩌나 하고. 도대체 글깨나 짓는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저렇게 거만과 불손만이 차지하나 생각하니 도무지 형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p>
<p>냉정하게 비판해서 식구들을 논하면<span>, </span>아버지. 아버지는 어느정도 나에대한 이해가 있으시다. 그러나 어쩐지 가정에 대한 애착심은 작다. 그저 될대로 되어라하는 극히 방관형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은 퍽 인색하나 뭤을 꼭붙잡고 느러지질 않으신다. 그저 될대로 되라 형이다. 나는 아버지께는 언제나 죄송스럽다. 모두가 나 때문인것처럼 생각된다.</p>
<p>다음은 큰형이다. 나는 이형을 도무지 형으로 모시고 싶지가 않다. 도무지 형제로써의 정이라곤 하나도 붙지 않는다. 책임감이 없다. 문학이나 한답시고 거만해진것만 같다. 아무리 바쁘기로서니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 연기원도 못내준단 말인가?</p>
<p>작은형<span>. </span>우리가족 중 그래도 가장 경비가 덜 들인것이 작은형이다. 대학교 떨어지고서는 성질이 더욱 고약해졌다. 내가 중2때 명륜동에서 자취할때 아무도 없는 서울서 얻어 마진걸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부드득 갈린다. 형은 몇 년전 병관형한테 보복당하더니 이제는 내가 보복을 해야겠다.</p>
<p>도대체가 그까짓 군에 헌번 나가서 웬 불만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내 생각 같아선 난 하숙하며 한달에 2만환을쓰는데 자기는 그렇게 못써서 몹시 기분나쁜 모양이다. 그런면에선 나도 보기가 좀 미안하다. 그러나 매일 찌프리는 이맛살을 대할때 나는 만일 내가 큰형이라면 그냥 놔두지 않을텐데… 하고 생각하니 주먹이 부르르떨린다.</p>
<p>병직형… 그래도 내맘에 꼭드는형이다. 마음도 제일 좋고 내 청도 잘 들어준다. 아니 그보다도 지금은 우리식구지만 사실상 따지고보면 그는 고아가 아닌가? 우리는 모두 인문으로 갔는데 그형님은 남 대학 갈 시절에 월급생활하고 있지 않는가? 나는 이 형님이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도대체 그 마음속을 잘 모르겠는 형님이다.</p>
<p>큰아버지. 도대체 큰아버지가 즐겁게 나는 향해 웃는것은 못 보았다. 정이 붙질 않는다. 그리고 나의 서울가서 하는 공부에 상당히 불만을 품고 계시다. 아버지가 돈이 궁해 꾸러갈때마다 <span>“</span>아 왜 병길이는 서울가 공부시켜 가지고 그렇게 야단이냐?”고 하신다. 도대체가 불만이다. 아마 아들을 변변히 키우지 못하는 집안은 이런가보다고 생각된다. 큰아버님댁은 그래도 아버지 삼형제 중 가장 잘사는 편인데 하나 도와주려고는 않고 무슨 소리만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큰 댁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다. 잘사는집, 흥? 그렇게만 놀아라. 물건 하날 사도 악착같이 돈을 받으려하는 집이다. 그렇게도 야박할수가 있단말인가<span>.</span></p>
<p>큰어머니. 아주 간사하다. 나의 공부에대해선 큰아버지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 간사하기 이를테없다. 도무지 취미 없다.</p>
<p>혜자어머니. 그저 내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아주머님이다. 매일매일 억지로 살아나가시는 걸 보면 나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바루앞에 잘사는 큰어머님집과 좋은대조가 된다. 내가 큰어머니네에 대한 반발심이 일때마다 나는 혜자네가 꼭 내집같이 느껴진다.</p>
<p>개목누님도 또한 맘좋은 누님이다. 나는 그누님이 어쩐지 나도 모르게 좋다. 그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외로울때도 그누이 집에가고 기쁠때도 거기에 가고싶다.</p>
<p>하여튼 친척식구들은 나의 공부에 대해서 그리 탐탁치않게들 여기는 것 같다. 나 자신 그렇다. 후회막급이다. 괜히 서울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 말이다.</p>
<p>&nbsp;</p>
<p>1958년 (단기4291년) 고<span>1  </span>11월 9일</p>
<p>오늘 공장에 갔다가 뜻밖에도 소식을 들었다. 유한 아버지의 말엔 우리 시골집이 550만원에 이미 매매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이 캄캄했다. 시골서 이사를 와?</p>
<p>아이구… 이제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니 그야말로 앞이 캄캄했다. 어쩌면 좋단 말이냐? 나는 이 일기장에 옮겨적을래도 이루 내 감정을 표현할수가 없다. 하여튼 그건 이사할때 쓰기로 하고… 당장 하숙비가 문제다. 14일까진데 오늘이 12일이 아닌가? 인원형은 또 4흘후에 오라고 했으니 그 떄에 봐야 할 문제다.</p>
<p>그럭저럭 날은 가고 달은 바꿔 12월 달에 들어선지 일주일이나 되었다. 내자신 왜 이렇게도 게을러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지난일로 인해 도무지 붓으로 표현 못하겠다.</p>
<p>내가 만<span>_</span>이와 같이 있을때 확실히 나는 만<span>_</span>이가 죽도록 미웠다. 그를 대하면 한방에 있는 관계로 할 수 없이 반가운체 대하나 마음속엔 언제나 부글부글끊어 올르는 것이다. “너 이놈, 언제든지 보자 언제는 너의 코가 납착해지도록 두들겨 주리라”하고 부르짖는것이다. 나는 이런 가면적인 그와의 생활에서 하루속히 떠나고 싶었다. 빨리 옮겼으면 하고 원했던 것이다.</p>
<p>또하나의 큰문제는 역시 돈 문제도. 아버지는 작은형을 서울로 특명내리게 하는데 돈 20000환 못 구해 쩔쩔매는 판에 어느 낮짝으로 내가 또 2000환 달라고 요구한단 말인가?</p>
<p>그래서 나는 아버님께 부탁해서 10일, 17일경 최씨댁(서대문구 충정로 3가 295번지)에 오게 되었던것이다. 최씨는 옛날 아버님께 큰 빚을 지었다 한다<span>. </span>아들 겸<span>_</span>와 같이 있게된것이다. 사실 겸수와 나는 나이가 같은데 나는16세라고 속였다. 겸<span>_</span>와 나와 좀 분리시켜보자는 것이다. 방은 비록 좁으나 외따로 떨어진 게 좋았다. 그리고 좀 지내보니 괞찬았다. 다만 겸<span>_</span>어머니만이 좀 쌀쌀한감이 없지 않았다. 과거의 일이 있었느니 많큼 나는 겸수어머님만 보면 어쩐지 가슴이 선듯해지는 그무엇이 있다.</p>
<p>나는 이곳에서 시험도 무두 치뤘다. 겸수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도 어짜피 공부를 해야 했다. 복습이나 예습이나 충실하게 해가니 나 자신도 너무나 열심히 하므로 기쁘기 한량없었다. 예습을 잘해가니 제일 마지막시간이 지루하긴 커녕 오히려 기다려지는것이었다.</p>
<p>그리고 선자가 나보다 훨씬 커서 나는 좀 곤란했다. 선자도 혜자다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키가 저렇게 크면 벌써 자랄것은 다자랐것을 다 자랐겠지. 어린애로 대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이성 문제, 즉 여자 앞에서는 언제나 양심을 채찍질해 올바른 이성을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p>
<p>그리고 일주일전에 시골 가서 죽도록 애써 만든 사친회비 10900환을 냈는데 오늘(12월6일)또 사친회비 14200환이 나온것이다. 어휴<span>…</span></p>
<p>그리고 나는 요사이 자꾸만 여자생각이 나고 추잡한 장면이 자꾸 연상되어 어느땐 머리가 아퍼지는것이다. 내가 이러한 태로로 학업을 계속해서 그런지 이번 통지표가 형편없이 된것이다. 수가 하나, 우가 둘, 나머지는 모두 미이다. 기가막힐 성적이다. 그러나 나자신이 만든 성적임엔 틀림없다.</p>
<p>하, 세월은 빠르다. 벌써 방학이 반이 지났으니 말야. 그런데 내가 게을러진 탓인지 도무지 일기 쓰기가 싫어졌다<span>.</span></p>
<p>정신상태가 썩어 들어가는것이 아닌가? 자 그러니 그동안의 희노애락이 무수히 많다만 어떻게 이걸 다쓰나. 하여튼 차례로 적어보자. 12월 24일 나는 이불짐을 싸면서 이곳 최씨댁에서 그래도 한달이나 있었다는것이 고마웠다. 이불을 싸면서도 퍽이나 복잡하던 머리 속이었다. 다시 못올 집 같았다. 그리고는 최씨 부인의 쌀쌀한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것이다. 사람이 남의 집에서 잔다는것, 이것이 떳떳히 마땅한 댓가를 주며 사는거라면 모르되, 돈 거래 없는 거렁뱅이 짓이란 어떤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설령 주인이 마음이 좋아서 그런덴 관심을 두지 않고 마냥 아들쳐럼 따듯하게 대해 준다고 하자. 그러나 그러고 지내는 나자신은 그렇지 않은것이다. 나는 언제나 무슨 조그만 일에도 <span>“</span>나는 그냥 얻어먹는다<span>” </span>생각하면 비관되는때도 있고 또 무슨 약점이나 잡힌 거 같아서 도무지 조심이 되는 것이다. 또한 내성격이 내향성인지라 그런면에는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하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저께 영근이 주려고 정성을 다해 그려논 카드를 디려다 보았다. 문득 영근이 생각이 났다. 연근이! 영근이! 얼굴을 바짝보면 별로 예쁘지 않은데 몇발자욱 떨어져 있으면 참 예쁘게 보인다. 나는 그애와 코흘릴때부터 알아온 처지인데 이제와서 새삼스러히 그 애의 얼굴이 그립고 꼭 깨물고 싶은 그 무슨 충동으로 크로즈업 되는것이다. 나는 그 애와 좀 친하고 싶었다. 아니! 보통 인간이 생각하는 추잡한 교제도 아니고 또 아주 점잔빼는 그것도 아니다. 내 생각은 그저 <span>“</span>어린때처럼<span>” </span>바로 그것이다. 서로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천진난만하게 놀아 봤으면 하는 바로 그것이다. 다른 건 더 바랄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기독교계통의 가족인데 다 자랐다고 볼 수 있는 처녀에게 대한 나의 그러한 태도를 이해해 줄까? 그것이 나의 의심이다. 하여튼 나는 보따리를 쌀때니만큼 어디까지나 현실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됀다. 하여튼 영근이와 꼭 친해지고 싶다</p>
<p>그리고 오늘 저녁에 규승이네집에서 밤을 새서 놀기로했다. 그런데 1000환씩 내라고했다. 그러나 나는 전번에 온돈 3000환을 독어 사전사느라 다 썻기 때문에 돈을 꿔야 했다. 그래서 미안과 챙피를 무릅쓰고 선생님한테 가서 500환만 달라고했다. 나는 그말씀을 듣고 아차! 했으나 떄는 이미 늦었다. 아. 가난한 군상들이여… 아 가련한 월급쟁이여! 아 가련한 병길이여! 선생님 월급봉투에서 500환 떼서 개시로 남을 준다는 것, 아마 선생님이 기분이 좀 나뻣을거라. 허지만 너무 내가 경솔했다. 스승한테 돈을 꿔 달라고 하다니 하여튼 말해 논거니 할수 없어 그여코 500환을 꾸고야 말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저녁에 놀기로 되었는데 내 돈은 국정이와 규승이가 적당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놀러갔다.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한 여덞명 모였다. 하여튼 재미있게 놀았다. 내생전 처음 크리스마스 이브를 크리스마스답게 찬란하게 지냈다. 이것이야 말로 참으로 기쁘게 3S 구락부 친우들과 한자리에서 즐거움을 나눈것이다.</p>
<p>3S 구락부. 이것은 몇 달 전부터 만든 모임인데 나도 이제부터 들기로 했다. 그런데 25일 아침에 회의를 열었는데 겨우 정한다는것이 바다에 가서 몇시서부터 몇시까지 뭐하고 또 뭐하고… 이런 유치하고 소극적인 문제를 토론하고 있었다. 나는 화가 벌컥났다. 도대체 경기 서울 보성, 비교적 우수한 학교에서 나온 놈들이 이렇게도 트릿한가 하고………</p>
<p>우리의 목적은 계몽,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계몽이 목적이라해서 지금부터 계몽! 계몽! 하며 날뛰어야 된다는 것인가? 계몽이란게 뭔지부터 아는가<span>? </span>대통령이 태어날서부터 법률공부를 했다는 말인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그들의 토론에 나는 빠지고도 싶었다.</p>
<p>바다도 못 가본 자들이 육지에 앉아서 어떻게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그런 경솔한 계획을 한단 말인가? 지금은 무엇보다도 친목,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가?</p>
<p>그러나 내가 이 모임에 들은 이상 언제나 비평가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 얼굴에 자기가 침을 뱉는 격이니까 말이다. 하여튼 모임의 발전에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정신으로 대들것을 결심했다.</p>
<p>&nbsp;</p>
<p>다음날(25일) 나는 12시차에 올랐다. 그곳에서 친구 하날 만나서 천안까지 그냥 저냥 이야기했다. 중앙고1인데 형이 가르치는 아이였다. 형이 얌전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소리들 들으니 형이 바보처럼 느껴졌다<span>.</span></p>
<p>천안오니 뭐 그게 그거였다. 형은 나한테 돈 한푼 주지 않고 뻔질한 낯으로 쳐다만 보는 것이다. 그런게 형? 흥. 다음날도 다음날도 나는 공부하는둥 마는둥 했다.</p>
<p>28일에는 선생한테, 작은형한테 흥근이한테 준식에게 이렇게 다섯통의 편지를 써서 붙였다.</p>
<p>31일 12시에 나는 라디오에서 인경 종소리 중개 방송하는 걸 청취했다. 나는 시계를 노려봤다. 10초전. 9초전, 5초전… 드디어 무술년은 지나갔다. 다사시다난했던 무술년은 그 종말을 고하고 이제 기해연의 새해가 돌아왔다. 다사다난한 무술년이 나에게 준 모든 일이 이젠 한낱 추억이 되어 머리속에 저장되었으니- 아 세월은 빠르다.</p>
<p>1일에 우리는 설을 지나게 되었다. 도대체가 양력설을 지내는 집이 없어 세배할곳도 없고 하여 쓸쓸하기 한이 없다. 오후에 성묘갔다 와서 친구들하고 모여 관이네 집에서 밤을새서 놀기로 했다. 200환씩 내기로 했다. 세<span>_</span>이, 주<span>_</span>이, 나 관이 또하나 이렇게 해서 다섯명이었다. 갑오잡기 해서 비과를 다 잃으니 눈깔이 뒤집혔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 서로 <span>_ _</span>를 만지는데 어쩐지 남이 만지는 감촉은 훨씬 달랐다. 한번……</p>
<p>다음날 일어나니 여덟시다. 나는 참 미안했다. 남의 집에서 저녁늦게까지 떠든것도 잘못이려니와 아침마저 늦게 일어나면 어떻게 여길 것인가? 부랴부랴 옷을 입고 집으로 뛰어갔다. 그저 놀고먹고 자고 놀고 돌아다니고 공부하고 이것이 나의 생활의 전부였다. “인생은 운동이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이있다. 그야말로 나의 생활은 운동이 아니고 그무엇이냐?</p>
<p>친구와 한 방에서 놀며 잔다는것, 이것이 참으로 인상깊은것이 아니고 무엇이냔 말이다.</p>
<p>오늘 또 나는 인생의 허무를 뼈저리게 느꼈다. 외할아버지댁의 외삼촌 아들인 올해 다섯살난 종수가 저승으로 떠난것이다. 저녁에 어머니께서 나보고 할머니네 집 종수가 위태하다 하니 가보고 오라고 하셨다. 나는 그길로 곧장 종수 있는데로 가 보았다.</p>
<p>방은 꽤 환한데 할아버지께서는 종수를 간호하고 계셨다. 그런데 종수 눈을 보니 꼭 허공에 들뜬 것 같았다. 어쩐지 보통 사람과는 달라 보였다. 그리고 말을 못하고 헛소리만 자꾸했다. 나는 할아버님께 병원에 좀 가보시자고 하니까 할아버지께서는 괜찮다고 하셨다. 아까 낮에는 눈을까뒤집고 야단하더니 이제 훨씬 나졌다고 했다. 나는 그소리에 퍽 안심되어서 잠시 보고는 곧장 집으로 같다. 그런데 그날 밤 한시경쯤해서 죽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소릴 듣고는 아! - 하고는 말이 않나왔다. 어저께 그 애의 얼굴을 본것이 나의 그에대한 대면은 그의 인생에서 최후가 아닌가? 인생이 허무한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언제 갈지 모르는 기약없는 인생의 목숨. 한때 피는 꽃같은 인생, 인생은 허무한것이다.</p>
<p>불란서의 쇼펜 하우어는 <span>“</span>인생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동안에 벌써 반생이 지났다” 했지만 종수는 그가 인생이란 어휘의 의미도 깨닫기 전에 전 생애가 지난것이 아닌가? 저하늘 어느곳엔가는 그의 혼이 있을것이 아닌가? 아 그런 생각을 하면 그리운 그 무엇이 솟구치군 한다. “날때에 차디찬 소리를 올리고 군소리해가면서 생활하고 실망하고 죽는것은 인간뿐이다”라고 영국의 헴풀이 말했지만 그러나 이런말은 종수에게는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종수가 무슨 이성이 있어 판단하는 능력이라도 있었든가? 아 가련한 그인간. 다섯살의 천진난만한 그인간. 속이 타고 아퍼도 말도 못하고 가버린 나 어린 그 인생. 얼마나 가련한가?</p>
<p>아<span>!</span> 인생이 이렇게도 허무해서야, 하여튼 오늘은 종수가 저승으로 갔다. 종수야, 부디 저승에 가서 잘 살아다오.</p>
<p>하루가 또 지났다. 그런데 이날(3일) 저녁에 영근이가 나한테 와서 교회에 가자고 했다. 나는 퍽 반가웠다. 하지만 하필 가자는 데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교회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그 애 하고 같이 걷는 게 좋아서 가기로 했다. 안식교회인데 좀 멀었다. 그리고 더구나 내가 좀 가고 싶었던 것은 서울 전도학교 학생들이 한 며칠간 특별강연을 하게 됬다는 것이다. 나는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오늘 가 보았다. 설교를 들은 후 나는 조금이나마 깨달은 그 무엇이 있었다. 나는 여태까지 지독한 무신론자였고 또한 예수를 경멸했으며 천주교 신자들을 마구 놀렸다. 보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예수가 그리고 하느님이 그리고 천당이 어디 있느냐고? 그러나 나는 오늘 설교를 듣고 조금이나마 감명을 받았다. 어찌나 조리있게 그리고 흥미있게 말 해 주는지 신이 날 지경이었다. 창조자에 대해서 말했다. 와 보니 신발이 바꿨다. 그러나 나는 그곳을 신성하게 보려고 노력 했야만 했다. 예수라는 것, 천국이라는 것, 이런것이 정말 존재하나? 인간이 죄를 범하고 그것을 남에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 자위라도 해 보려고 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세워 놓고 자기만족에 취하는것 아닌가? 또는 저승엔 천국이 실지로 존재하고 있는것일까?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달나라 여행을 꿈꾸고 있는 20세기의 과학도 무신론을 증명하지 못하는것이다. 하여튼 그건 어떻고간에 신이란 것, 이것은 사실이지 인간에게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고 느꼈다. 신을 신봉하는 한 인간의 선은 있을 지언정 악은 없는것이다. 만일 그것이 악이라면 벌써 그것은 이 지구상에서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매장되기는커녕 점점 더 그 신앙심만 번식하는것이다. 그것이 진실로 무신론자들의 의견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모두 속은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인류가 우매하진 않을 것이다. 하여튼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것 이것은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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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다음날(4일)도 나는 하루 종일 한 일은 없은 채 교회에 갔다.</p>
<p>오늘은 안식일에 대해서 설교를 들었다. 눈이 마구 쏟아졌다. 관이와 양순이와 호영이네 놀러 갔었으나 재미가 없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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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일 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요사히 작은 아버님댁이 큰 불안에 싸여있다. 병춘이형은 장질부사요 병철형은 간질병이요 병운형은 폐결핵이요 집안식구가 거의다 병을 앓다싶이 하는데 병춘형은 신음까지하며 아주 대단한것이다. 그래서 나는 몹시 걱정이 되어 들어가서 병 간호하고 계시는 작은아버지한테 어떠냐고 물었드니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아무말도 않했다. 그러나 나는 굿한후는 들어가서 아프냐, 어떠냐, 더하냐 등 병증세를 묻는것이 아니라는 걸 몰랐든 것이다.</p>
<p>그러고 보니 어저께 웬 노인이 부엌에서 굿 하는 걸 보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확, 기분 나쁘게 떠오르는 것이다. 굿이라는 것. 이 얼마나 유치한 짓이냐? 인공위성이 대기권을 벗어나는 이 시대에서 굿이란게 도대체 어따가 써먹는 개 뼉다구냐? 더럽다. 뭐? 환자한테 귀신이 있다고, 기운이 나쁘다고?  집터가 나쁘다고? 허튼수작이다. 병균에 의한 빡테리아까지 현미경으로 확대하는 이 시대의 의학술이 하품을 할 정도지 그래 유치하게 점쟁이를 불러들이다니. 하여튼 이러한 유치한 집도 있어야지 무당들이 살고 먹지 않느냐? 하지만 나는 좀 가혹하나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당! 그대들이여, 지금의 직업을 빨리 전환시켜 여지까지의 굿은 모두 녹음기에 녹음하여 국립박물관에 저장하라 그렇게 되면 너희들의 굿은 그런대로 하나의 유물로써 이름을 날릴지 모른다.</p>
<p>허나 그대들이여 직업 전환하기도 싫고 또 딴 짓으로는 살 수가 없다면 죽으라! 사회에 암이나 되어 주고 과학의 발달을 방해하고 인간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모든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사회봉사를 하고 싶지 아니한가? 그 사회봉사가 바로 그대들의 죽음이라는 걸 아는가? 하여튼 굿이라는 그 자체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지랄발광증 증세인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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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일    오늘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 20년이래 처음 보는 강 추위라 했다. 정말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는구나 생각하니 방학 후 일이 더욱 걱정되었다<span>. </span>얼음이 꽁꽁 얼었다. 주<span>_</span>이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span>. </span>저녁에 교회에 갔다가 올때 영근이와 같이 왔다. 어쩐지 화딱지가 났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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