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필자가 근무했던 대원외국어 고등학교에는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Oklahoma Edmond 시에 있는 UCO(University of Central Oklahoma)에서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Oklahoma Experience'라고 불렀다. 연수가 끝난 후에는 뉴욕,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부를 거쳐 뉴멕시코의 엘버쿠키, 네바다의 라스베가스를 거쳐 LA 등지를 관광하고 돌아왔다. 필자도 어느 해인가 학생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대원학원 설립자 이원희 박사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물었다. 이때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도시들에는 박물관들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나라가 운영하는 박물관들도 많이 있었지만 대학은 물론 작은 도시의 고등학교에도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꾸며놓은 박물관이 있었다. 우리도 박물관이 필요하다. 우리 대원학원에 6개의 학교가 있는데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할 박물관이 없지 않은가. 박물관을 만들기 어려우면 작은 전시실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해 대원학원 박물관이 본관 건물 2층에 들어섰다.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고 싶었으나 바쁘게 일정을 보내다보니 찾을 기회가 없었다. 이런 필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중고교 동창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용산가족공원을 걷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 어마어마하게 장엄한 건물에 놀랐고,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서는 높은 천장과 어마어마한 전시 자료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찾았던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훈민정음 해례본(복제품) 등이 내세울만한 전시물이었다.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경복궁 시절 주요 유물은 물론 새로 발굴한 신라 황남대총 유물, 백제 금동대향로, 고려청자 대규모 컬렉션,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동아시아 교류 유물 등 다수 추가되었다.
경복궁시절에는 제한된 공간에서 주로 국보 및 보물 중심 유물들을 교체 전시했고, 선사·고대 유물, 삼국시대, 고려·조선 도자기, 불상, 서화 등이 핵심이었다. 현대적 전시 기술은 거의 없었으며, 전시물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특별전도 제한적으로 열렸고, 교육적 콘텐츠도 적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주제별 상설전시실이 있었다. 선사·고대관, 중·근세관 (삼국~조선), 서화관, 기증관, 아시아관, 조각·공예관 등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특별전시실에는 해외 명품 전시, 테마 전시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전시 설명 패널, 디지털 미디어, 3D 영상, 인터랙티브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인터랙티브 키오스크’란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하거나 입력을 하면 그에 따라 화면이 반응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현대적 기능을 갖춘 박물관으로 건축하면서 종합문화 공간으로 확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미래 시대를 이끌고 갈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박물관,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 전시 등 교육·문화적 기능이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소장 유물 수는 약 430,000점 이상이며, 6개의 상설 전시실 이외에도 특별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토요일 오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앞 야외 음악당에서 '서울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마침 '여인의 향기'란 영화의 OST 'Por Una Cabeza'를 연주하고 있어 탱고의 경쾌한 음률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음악을 감상하며 연주자들과 하나 되어 손뼉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박물관이 유물을 전시하고 보관하는 장소로만 이용되지 않고 시민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사용되어 동시대의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을 주는 기능까지 하고 있어 참 좋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거닐면서 대원학원의 아담한 약식 박물관이 떠올랐다. 교실 두어 개를 이용해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원희 박사가 은퇴한 뒤에 학교법인 대원학원은 이원희 박사의 2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제 곧 50년의 역사를 갖게 되는 대원학원의 박물관은 잘 유지하고 있는지, 얼마나 발전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타운뉴스 2025.6.9 발행인 칼럼 안창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옮긴이 문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