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편지지요?”

“I don’t know what it is. I’m just a paid delivery man. Please sign here for the receiving”

문을 여니 한 중년의 남자가 두툼한 편지를 건네며 서명을 요구한다.

두툼한 누런 봉투의 발신인 주소란에는 생소한 이름과 주소지만 수취인은 분명 내 주소니 안 받기도 뭐하다.

집안에 돌아와 찜찜한 마음으로 서류봉투를 뜯어보니 40여페이지에 달하는 서류에는 첫 페이지에 ‘summons(소환장)’로 시작되면서 ‘MG 문구 USA, Inc.' 는 Rebecca Castillo 라는 원고로부터 고소를 당했음을 통고한다’는 겁주는 내용으로 의뢰변호인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어 있고 곧이어 가주 오렌지 카운티의 포모나 시 법원의 주소와 공소 날자, 법원 심리 및 공청회 날짜와 법원 관리의 서명이 세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나열되어 있은다음 나머지 30여 페이지는 소송 진행절차에 대한 상세한 내역 및 가주 시각 장애인을 위한 민권 법안 조항 설명이다.

'MG문구USA,Inc.'는 아내가 하고있는 문구 및 생활용품 인터넷 웹으로 몇몇 몰 내에서 매장과 병행해 가지고 있는 웹사이트 상호인데 이것이 Manning이라는 변호인그룹의 먹거리 사냥에 걸려든 거였다. 올 해 인터넷 상가를 회오리 바람처럼 휩쓴, 소위 ‘시각 장애인의 인터넷 구매에 관한 가주의 민권 법’ 중 장애인 차별금지 조항에 있는 ‘screen reading software 설치법‘이 최근에 발효된 모양인데 그것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중, 남가주의 Manning변호사 그룹이 찾아 내 우리는 주소도 모를 Rebecca라는 어느 시각장애인이 우리 인터넷 사이트에 쇼핑 중 고통을 받았는 바 그의 의뢰로 원고 의 손해 배상금 및 변호 비 포함 최대 4만불에 해당하는 피해액을 청구하고자 법정소송을 통고하는 소장이었다.

5년전 이와 비슷한 소송으로 고역을 치룬 휠체어 고객 소송 건(www.mulidae.com >'forum archive'>'자유계시판'>Page #2 ‘휠체어 일탈’제하의 topic 참조) 이 떠올랐다. 그때는 휠체어 탄 장애자가 몰 내의 가게에서 진열대 선반이 높아 손이 안 닿고 어떤 구석은 휠체어 접근이 불편했다고 변호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건데, 당시 몰 내의 여러 작은 매장들이 무더기로 사냥감이 되어 사회적인 이슈까지 된적이 있었다.

법이 바뀐 걸 몰랐던 우리의 부실이 있기는 하지만, 소상인들의 인터넷만 뒤져서 이런 약점을 '발굴'하고 적합한 장애인을 물색 해 소상인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업'을 벌이는 변호사 그룹이 있어 앉아서 당하기엔 너무 속이 상했던 아내는 주변 몇몇 가게 주인들과 말을 나눠 보더니 ‘누가 그러는데 출두하라는 날 법정에 나가 진술하면 판사는 그렇게 큰 액수를 판결하진 않을 거라 하네요. 내가 한번 해 볼까요?’ 한다. 아내의 용감이 속으론 놀랍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 일이고, 대체적으로 장애인 법정 심의에서 판사는 ‘약자를 돕는다’는 ‘의로운 배려’로 고소인 손을 들어준다는 말도 있어 석연치 않은 기분에 우리 나름 변호사를 찾기로 하였다.

 “아, 예. 그들은 아주 집요합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변호를 맡기려면 우선 $2,500 계약금을 지불하고 시작하며, 비용은 시간당 $200-300 입니다”

몇 군데 알아본 변호사 사무실 대답은 대체적으로 이랬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우리 사이트의 담당자 로부터 아마존 닷 컴 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꽤 걸린다는 전갈이 와 우선 또다른 변호사들의 사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잠정 폐쇄하였다.

차라리 시각장애인과 대화만 가능하다면 그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보상은 마다 않겠지만 이런 행위를 여러 변호인을 고용 해 ‘사업’적으로 벌이고 있고, 그것도 큰 기업형 리테일 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소규모 업자들만 뒤적이는 이런 기회주의적인 변호사들의 행태가 얄궂은 거였다.

마땅한 변호인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2년 여 부에나팍의 랄프클락 공원에서 매일 아침 여덟 시에 모여 30분간 국민체조를 하는 주로 한국인 시니어 체조 모임에서 가까이 알고 지내게 된 은퇴 목사님의 자제분이 변호사로 부동산 회사 법무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자초지종을 들은 목사님 자제는 ‘일하는 부서가 그런 민권 분야는 아니지만 해 보마’ 며 흔쾌히 응해 주었다.

박변호사는 바쁜 중에도 소송의뢰 변호인과 꾸준히 교신하면서 간간히 우리에게 알려주는데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한 게 아니었다. Manning 의뢰 변호인의 집요함과 박 변호사의 타협이 수차례 오간 후 몇 주만에 그들 금액보다 많이 하향 조정되었고, 박변호사의 조언도 있고 하여, 이런 부류의 의뢰 변호인들에 대한 씁쓸한 마음은 여전했지만 동의하고 Manning사무소에 송금했다.

소송은 취하되었으며 우리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자제분의 진솔한 수고와 성의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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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변호비를 얼마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아버님과 친분이 있는 분이라 하니 제가 그저 도와 드린 것으로 하겠습니다”

무릇 동전에 양면이 있듯 변호사에도 두 부류가 있음을 우리는 또 한 번 경험한다. 그래도 감사의 표시로 꼭 드리고 싶다는 우리의 얼마간의 성의를 고맙게 받아 준 목사님 자제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직도 MG 인터넷 웹은 작업을 끝내지 못해 inactive상태로 영업을 안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따듯한 변호사의 상을 남겨준 2023년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