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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마을에 공방차린 문병길 동문 서울대 미주동창회보 제336호 2022년 4월호
“공방을 한 번 구경하고 싶은데요.” 동창회 신년하례식에서 만난 문병길(문리대 수학과 61) 동문에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 가는데요. 같이 가요.” 처음엔 집 거라지가 공방인줄 알았다. “조금 멀긴한데….(공방이) 러닝 스프링스(Running Springs)에 있어요.” 세상에, 해발 6,000 피트가 넘는 고산지대 아닌가.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선 명소로 꼽히지만 산길(14마일)이 무척 가파르고 꼬불꼬불하다. 운전이 겁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괜찮아요. 폭설이 내리면 어렵만….” 그래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취재를 했다. (박용필 미주동창회보 편집고문)
남가주의 산간마을 러닝스프링스에 있는 문병길 동문의 공방. 14마일이나 되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집 앞에 절경이 펼쳐진다.
문 동문이 만든 소품들. 왼쪽부터 테이블 시계, 보석함, 티 테이블.... 손주들이나 친척들에 나눠준다.
“공방을 한 번 구경하고 싶은데요.” 동창회 신년하례식에서 만난 문병길(문리대 수학과 61) 동문에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 가는데요. 같이 가요.” 처음엔 집 거라지가 공방인줄 알았다. “조금 멀긴한데….(공방이) 러닝 스프링스(Running Springs)에 있어요.” 세상에, 해발 6,000 피트가 넘는 고산지대 아닌가.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선 명소로 꼽히지만 산길(14마일)이 무척 가파르고 꼬불꼬불하다. 운전이 겁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괜찮아요. 폭설이 내리면 어렵만….” 그래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취재를 했다.
- 언제부터 목공을 시작하셨는지?
10년은 얼추 되네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지거나 공작하는 걸 좋아했어요. 일에 한번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지요. 그래서 은퇴 후 취미생활로 소품목공예를 선택했습니다. 큰 근력을 요구하는 작업도 아니고. 홈디포 등 매장에서 도구나 장비들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취미로 안성맞춤이에요. 동문님들에게 강추합니다.
- 왜 이렇게 먼 곳에 공방을 차리셨나요?
집 거라지에서 하면 소음이 심해요. 인구밀집 지역에서는 신경이 쓰이지요. 그래서 아예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별장 겸 해서요. 대체로 2주에 한 번 3~4일 머무르며 작업합니다. 자연경관도 뛰어나요. 멋과 감성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고 할까요.
(러닝 스프링스는 인구 4~5천에 불과한 마운트 리조트로 남가주에선 처음으로 스키장이 들어선 곳이다. 깨끗한 공기와 고즈넉한 자연환경 덕분에 많은 예술가들이 정착해 삶을 꾸렸다. 할리우드의 기념비적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데이비드 O. 셀즈닉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는 꿈을 키웠다. 실제로 가까운 빅베어 레이크를 ‘바람과 함께~’에 담았을만큼 이곳을 사랑했다.)
- DIY도 가능한가요?
안 될 것도 없지만 기업체에서 제공하는 클래스에 등록해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Woodcraft나 Rockler 같은 회사에서 강의와 실습(주로 8시간 코스)을 겸해서 가르쳐주고 있어요. 한 코스에 4~5명이 수강하는데 실습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등은 회사 측이 모두 제공해요. 그냥 몸만 가면 됩니다.
수강료도 싸요. 100달러 정도. 3개월 정도면 초보는 면해요. 맘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는 안전사고를 우려한 탓인지 목공예 클래스가 없다.)
- 목공에 필요한 장비나 도구는?
종류가 너무 다양해 일일이 열거하기가 쉽지 않지만 필요한 몇몇 power tool을 알려드릴게요. (괄호안은 대략적인 가격).
wood turner(lathe)($400~$1,000), band saw($300~$1,000), disc & belt sander($100~$300), oscillating spindle sander($100~$300) scroll saw($200~$500).
가격은 정밀도와 내구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제 경우 Woodcraft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Harbor Tools,홈디포와 Sears 등지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 목재는 어디서 구하나요?
주로 우드크래프트나 목공재료 전문점을 찾습니다. 때로는 가정집에서 버리는 오랜 가구 중에서도 좋은 재료를 발견하지요. 버리는 가구(scrap)로부터도 좋은 나무가 발견되어 쓸만한 ‘작품’이 나올 수 있어 자원사랑을 몸소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
- 초보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두께 1/2 또는 3/4인치, 가로 세로 6인치 정도의 널빤지에 나름의 디자인을 해 그린 종이를 임시로 붙인 다음 band saw나 scroll saw로 잘라 뜨거운 냄비 받침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요. 색다른 나무를 포개어 자른 후 섞어서 짝을 맞추면 두개의 조화된 hot pot 받침이 제작됩니다.
-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손주 생일 선물로 만든 자명종 시계예요. 지름 3.5인치, 길이 4인치 정도의 birch 통나무 속에 시계와 트리플 A 배터리, 스피커, 알람 버튼 등을 장착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워낙 좁은 공간에 많은 부품을 넣다 보니 힘은 들었지만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유치원 손녀딸의 호들갑 찬사를 받고 나면 들인 공 몇배의 보상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아들의 지휘봉을 만들어 준 것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막대기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길이, 무게 중심의 위치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 어렵사리 만들어냈는데 손잡이 쪽이 약간 가벼웠어요. 궁여지책 끝에 손잡이 부분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미세한 쇠구슬을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들은 아주 흡족해했어요. 그러나 지휘봉 안에 쇠구슬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어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요.
- 동문들에게 목공 레슨을 해주실 의향은 있으신지?
아직까지 주변에 목공을 하는 동문들은 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제 경험을 공유하겠습니다. 취미를 공유한 동문과의 합착은 시너지 효과와 함께 즐거움이 배가되겠지요.
목공은 각종 기계를 다루며 나만의 독특한 작품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제 적성에 아주 잘 맞습니다. 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잡념이 사라지고, 상상의 목표물이 점점 윤곽을 들어낼 때면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희열을 맛볼 수 있지요.
또한 나무를 다루는 과정 중 접착을 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인내심도 기르게 되며 각종 기계 점검 및 도구들의 정리 정돈과 함께 노후의 심신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참고: Instagram.com/moonbyungk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