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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는 만국 공통어, 왜일까 왠 애완견이 이렇게 많은지.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몇 번이나 맞닥트린다.얼마전엔 꼬리를 흔들며 주변을 맴돌기에 ‘멍멍’하며 손을 흔들어 줬다. 그러자 개주인이 ‘바우와우’하며 씨익 웃음을 날렸다. 아 그렇지. 영어로는 ‘bowwow’라고 해야지. 그런데 개짖는 소리가 내 귀엔 ‘멍멍’으로 들리는데 미국인들에겐 왜 ‘바우와우’일까.
고양이 울음소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야옹’이지만 영어권에선 얼토당토않게 ‘미아우(meow)’다. ‘오잉크 오잉크(oink oink)’는 또 어떻고. ‘꿀꿀’ 돼지다.
의성어는 참으로 요지경이다. 딱 하나 예외가 존재하는데 ‘하하하(ha ha ha)’ 곧 웃음소리다. 미국서나 한국서나 일본서나 독일서나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하 하하’다. 심지어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되다시피 살고 있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부족들에서도 ‘하하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웃음은 인간의 DNA에 깊숙히 새겨져 있지 않나 싶다.
웃음 하면 금방 떠오르는 인물이 구봉서다. ‘웃으면 복이 와요’ 하나로 70년대 어려웠던 그 시절 얼마나 사람들을 웃겼는가. 구봉서가 만들었다기 보단 코미디 작가가 써준 걸 몸짓 개그로담아 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웃으면 복을 받는다는 말을 처음 지어낸 인물은 하버드 출신의 석학 윌리엄 제임스(1842~1910)다. 실용주의를 창시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그리고 의학자다.
어느날 젊은 여성이 그를 찾아왔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어느누구도 나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아요.”
제임스가 처방을 줬다. “웃으세요.” 그러고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 제임스의 주문대로 웃다 보니 그여성은 행복해지고 그 결과 삶이 달라졌다. 멋진 남자를 만나 가정도 꾸리고.
제임스가 살았던 때만 해도 웃음의 의학적 효능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요즘은 온갖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와 이만한 만병 통치약도 따로 없다. 웃는 순간 엔돌핀이 펑펑, 행복을 느낄 때 생성된다는 도파민 호르몬도 샘솟듯 나오고.
크게 한 번 ‘하하하’ 웃으면 몸 속의 근육 650개 중 230개가 움직여 목과 얼굴,복부 근육이 강해진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주름살도 쫘악 펴진다니 보톡스 맞을 일이 없겠다. 1분 동안만 웃어도 10분 동안 에어로빅과 조깅을 한 효과를 낸다는 등 웃음 예찬론은 끝이 없다.
억지로 웃어도 비슷한 효과가 나온다. 뇌는 거짓 웃음도 진짜로 착각해 웃겨서 웃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다지 많이 웃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을 80년으로 볼 때 26년은 잠을 자고, 21년은 일을 하지만 웃는데는 고작 22시간을 쓸 뿐이다. 웃으면 복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데 왜 이리인색한지. 무심코 흘려 보내서 그렇지잘 보면 일상 속에서 웃을 일이 적지 않은데도.
남가주의 미셸 박 연방하원의원은 가히 ‘선거의 여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한인 1세 정치인이다.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 바로 “잘 웃어서요”였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웃으라고 해서 그냥 웃는다고 한다.
솔직히 ‘세계 웃음의 날(World Laughter Day)’이란게 있는 줄 몰랐다.달력을 보다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5월 5일)이 ‘하하하의 날’인걸 알았으니. 샌디에이고에선 웃음 경연대회도열린다고 한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더해 짜증만 안겨주는 정치판 등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지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번, 차 안에서라도 웃는 연습을 해보자. 웃음없이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부자인 사람도 없고, 그혜택을 누리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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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동창회보(2024.5월호) 박용필 칼럼 옮김. 문병길(61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