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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열흘 남짓 남았다. 한해를 보내는 서운함과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이 교차하고 있다. 옛 사진첩을 무심코 넘기던 중에 사진 한 장에 잠시 멈췄다.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산을 찾던 시절, Sturtevant Falls 트레일 헤드에서 Lower Winter Creek Trail로 진입하자마자 Spruce Grove Camp로 들어서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 속 표지판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May your search through nature… Lead you to yourself.” 자연을 향한 탐구가 당신을 당신 자신에게로 인도하기 바란다는 이 문장은,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하는 힘이 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무디어 가던 나의 내면을 부드럽게 깨워주는 문장이다.
사실 ‘자연 속에서 나를 찾는다’는 생각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상가와 성인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자연을 따르는 것이 곧 도(道)”라고 했다. 억지로 애쓰지 않고, 흐름에 자신을 맡길 때 비로소 본래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지금 우리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우리는 ‘나’의 중심을 잃은 채 살아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리듬 속에 묻혀,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자주 잊는다. 마음속의 소용돌이가 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면서도, 그 파장을 잠재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더 빠른 속도로 정보의 홍수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그럴수록 내면의 소리는 점점 더 작아진다.
이럴 때 자연은 단순한 풍경만 보여주지 않는다.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된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곳에서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말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더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었으나 잠시 잃어버린 감각과 본성을 되돌려준다.
울창한 숲속 나무 아래 서 있을 때 문득 찾아오는 고요함,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발밑에서 뒹구는 나뭇잎의 바스락거림은 우리의 감각을 천천히 되살린다. 자연은 말없이 묻는다. “당신의 속도는 괜찮습니까?”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습니까?”
일상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 질문들이 숲에서는 또렷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연을 향한 탐색이 곧 나를 향한 탐구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은 또한 뒤죽박죽 엉켜 있는 삶의 가치들을 조용히 제자리에 놓아준다. 나무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강물은 멈추지 않으며, 산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는 삶의 본질을 마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손수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험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숲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웅장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핵심과 자신에 대한 진실이었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단순함과 균형, 그리고 묵묵함의 가치를 떠올린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나 더 빠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은 조용히 가르쳐준다. 경쟁과 비교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힘,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종교인이나 명상가들이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 속 명상은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무를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발걸음을 의식적으로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불교에서는 이를 두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자연은 우리를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현재로 되돌려 놓는다.
이러한 경험은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 초록의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 짧은 자연 산책이 불안과 우울을 완화한다. 이는 자연을 찾는 일이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을 넘어, 자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을 만나기 위해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사는 동네 주변의 공원, 호숫가 산책로, 나무가 늘어선 길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려는 마음이다.
독자 여러분께 제안을 드린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공원을 걸어보자. 특별한 목적 없이 나무를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의 숨결을 느껴보자. 그 짧은 시간이 의외로 심신의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나는 2026년 새해에도 매일 아침 공원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