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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ID의 활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달 들어서면서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추진한 불법 이민 단속을 비롯해서 성소수자 권리 철회 등을 규탄했다.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침묵 대신 저항해야 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규모 인력 감축 대상이 된 공무원들도 대거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 팻말에는 머스크 이름도 보이고, '미국국제개발처‘(USAID)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로 머스크와 USAID가 이번 시위의 핵심 키워드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전 바이든 정책 폐기, 정부 비용 축소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만들었고, 일론 머스크를 공동수장에 앉혔으며 그에게 예산 낭비 실태를 조사하라며 재무부의 결제 시스템 조회 권한까지 줬다.
머스크는 낭비성 연방 예산 1조 달러를 축소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삼은 것이 바로 이 USAID이다. 최대 해외 원조 기관인 USAID를 폐쇄하고, 일부만 국무부로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또 교육부 폐지, 연방 정부 조직 축소를 추진하고, 공무원 10% 감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정규직 공무원 230만 명에게 자발적 퇴직을 권고했고, USAID 직원 만 명 중 290명만 남기고 모두 정리 해고하면서 본부건물까지 폐쇄했다. 과연 이 USAID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이기에 중점 타깃이 되었는가?
USAID는 1961년 대외원조법에 따라 출범한 독립적인 정부 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의 대외 공공개발원조 사업을 통해 인도주의적 노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20세기에는 천연두의 세계적 근절에 공헌했으며, 21세기에는 에이즈 구호 사업에 큰 역할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는 백신 조달과 의료 지원을 계속해왔다. 세계 곳곳에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확대해서 궁극적으로는 수혜국의 경제적 도움과 사회적 안정을 도와주면서 미국의 국익 도모를 위해 활동해왔다. 2023년 기준 세계 130개국을 지원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국 원조, 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 삼성동의 영동AID 아파트, 반포아파트, 부산 해운대 AID 아파트 등을 짓는 데 USAID의 도움을 받았다. 이 아파트들은 저소득층 주거용 아파트를 지으라고 제공한 USAID의 차관으로 지었다. 이밖에 식량 증산, 시멘트 공장 설립, 카이스트 창설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하는데 이 USAID의 지원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트럼프 지지층을 중심으로 '혈세를 외국에 퍼주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고, 연방 예산 감축과 미국 우선주의,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성소수자 권리 보호 정책 폐기란 명목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인 첫 타깃이 되었다. 성소수자 권리 보호 정책, 이게 왜 국제 원조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
백악관이 USAID 예산 남용 사례라며 발표한 내용을 보면 '베트남 전기차에 250만 달러, 과테말라 성전환 수술 지원에 2백만 달러, 테러 조직 관련 비영리 단체, 아프가니스탄 헤로인 생산 등에도 수억 달러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USAID 예산은 전체 연방 예산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 1% 예산을 원조하여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세계 패권을 쥐려는 중국을 견제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도, 잃는 게 더 많을 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USAID 예산 집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일단 중단된 상태이다. 수단 등 최빈국으로 갈 구호 식량 수십만 톤이 발이 묶이고, 백신 개발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이 난관에 처했다. 이에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머스크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 USAID 직원들 강제 유급휴가도 일시 중지시켰다.
그러자 트럼프와 머스크가 입장을 내놨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은 "관료 집단이 선출된 국민 대표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2조 달러의 정부 적자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파산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머스크를 옹호하고, 1차 제동을 건 법원을 비난하면서 머스크를 옹호했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 공방이 계속 될 걸로 보인다.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 영 김 의원도 "미국이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 원조를 중단하면 곧바로 중국이 원조를 시작하면서 각종 개발에 따른 공사 등을 수주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USAID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예산 60%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피난처와 식량, 의약품 지원에 쓰인다.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수혜자들은 사망할지도 모른다. USAID 폐지는 미국 국익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원조를 단순히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조는 인간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며 그 도움을 받은 사람들과 국가들은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고 동맹국이 될 것이다. 높고 큰 목표로 앞을 내다보고 도움을 펼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USAID의 활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2015.2.24 타운뉴스 1565 호 칼럼 안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