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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2024.9 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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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muli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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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레지던트’의 탄생

  새벽녘 백악관의 비상전화가 격무에 시달려 곤히 잠든 대통령을 깨운다. 미국 핵잠수함이 원산 앞바다에서 좌초됐다는 급보다. 북한은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미국의 목을 조른다. 미군 정찰기가 북한군의 포격으로 파손을 입고 돌아오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곧바로 최고위 안보회의가 열린 백악관 상황실. 전쟁이 터지면 미군 35만명이 희생된다며 잠수함 승무원 155명을 포기하자는 합참의장의 제안에 대통령은 버럭 화를 낸다. “나는 자기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최초의 군통수권자(대통령)가 되지 않겠다”고 다부진 결기를 보인다.
 

실제 상황은 아니고 지난 2005년 ABC의 인기드라마 ‘커맨더 인 치프(Commander-in-Chief)’ 곧 ‘군통수권자’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여성 대통령을 주제로 한 드라마여서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썰’에 휩싸이면서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다.
 

총 18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에서 북한 관련은 두개나 된다. 할리우드에서도 북한문제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만끽할 수 있는 ‘블루칩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속의 여성 대통령은 매켄지 앨런(지나 데이비스 분). ‘깡’보수주의적이고 남성우월감에 빠진 정치권의 편견에 맞서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앨런은 북한이 미국의 구조선을 공격할 경우 가공할만한 무력으로 응징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경제지원 명목으로 5억달러를 제공해 상황을 종료시킨다.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버금가는 일촉즉발의 사태에서도 앨런은 “어떤 핵도 좋은 핵은 없다(No nukes is good nukes)”며 핵파국만은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호평을 받았다.
 

한물 간 여배우라는 혹평에 시달렸던 지나 데이비스는 이 드라마 출연으로 이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따내는 등 부활의 날개를 폈다.
 

힐러리도 이 드라마에 자극을 받았는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새벽 3시 백악관에 비상전화가 걸려오면 누가 받을까”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위기상황에선 자신이 버락 오바마 후보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암시한 것이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여성이 최고지도자인 나라는 29개국에 이른다. 얼마전엔 ‘세계 10위 인구대국’ 멕시코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심지어 1970년대 혹독한 군부독재를 경험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 등 이른바 ABC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배출됐다. 세계 정치 지형도가 점차 ‘미스터 프레지던트’에서 ‘마담 프레지던트’로 바뀔 기세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내세워 국정운영을 이뤄낸 지도자들은 드물다. 대부분 앨런과 같은 ‘철의 여인’ 스타일이다. “웅변은 남에게 맡기고 나는 행동만 하겠다”며 영국병을 치유한 ‘마가렛 대처의 키드’들이다.
 

힐러리는 그러나 ‘커맨더 인 치프’의 흥행성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에 밀렸다. 지난 2016년에도 백악관 탈환에 재도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에 져 아쉽게도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드라마와는 달리 미국에선 제도권 정치의 벽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이번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힐러리의 뒤를 이어 트럼프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사퇴를 하기 전까지 트럼프 우세가 확실했던 경합주에서도 해리스의 지지율이 따라 붙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선정국이 ‘트럼프 우세’에서 ‘초접전’으로 바뀐 모양새다. 전국단위 지지율에서도 해리스(48%)가 트럼프(47%)를 앞서 힐러리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마담 프레지던트’의 탄생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문리대 77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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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동창회보 2024년9월호 에 실린 벅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입니다

옮긴이 문병길  

 
Posted : 16/09/2024 8:2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