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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lidae Forum - Recent Posts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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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번 깔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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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30 Jul 2026 03:35:22 +0000</pubDate>
                        <description><![CDATA[깔깔 웃음
여의사를 고집하는 이유“빌어먹을, 얼마전부터 이가 욱신거리네.”한 사내가 동료에게 말했다.“치과의사한테 가보지 그러나.”“그럼 가봐야지. 그런데 난 여자 치과의사를 찾아갈 거야.”동료가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왜 여자 의사여야 하지?”사내가 대답했다.“여자 입에서 ‘입 닥쳐요!’ 라는 소리가 아니라 ‘입 벌려요!’ 라는 소리가...]]></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p dir="auto"><span><strong>깔깔 웃음</strong></span></p>
<p dir="auto"><span><strong>여의사를 고집하는 이유</strong></span><br /><span>“빌어먹을, 얼마전부터 이가 욱신거리네.”</span><br /><span>한 사내가 동료에게 말했다.</span><br /><span>“치과의사한테 가보지 그러나.”</span><br /><span>“그럼 가봐야지. 그런데 난 여자 치과의사를 찾아갈 거야.”</span><br /><span>동료가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span><br /><span>“왜 여자 의사여야 하지?”</span><br /><span>사내가 대답했다.</span><br /><span>“여자 입에서 ‘입 닥쳐요!’ 라는 소리가 아니라 ‘입 벌려요!’ 라는 소리가 나오는 걸 경험하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일 테니 말이야.”</span></p>
<p><br /><span><strong>벌금형</strong></span><br /><span>사소한 교통위반으로 출두명령을 받은 한 남자가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내고 법원에 갔다. </span><br /><span>오랫동안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초조해졌다.</span><br /><span>마침내 오후 늦게야 그의 이름이 호명됐지만 판사는 다음 날까지 재판을 중단하겠다며 그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span><br /><span>"제기랄!" 하고 그는 판사에게 대들었다.</span><br /><span>"법정모독으로 20달러 벌금형에 처하겠소." 판사가 엄중하게 말했다. </span><br /><span>하지만 남자가 지갑을 꺼내 돈을 세는 모습을 본 판사는 마음이 누그러져 "괜찮아요, 돈은 지금 내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span><br /><span>그러자 남자가 대꾸했다.</span><br /><span>"두어 마디 더 해도 될 만큼 돈이 있는지 보는 것뿐입니다."</span></p>
<p><br /><span><strong>뛰는 놈 위에 나는 놈</strong></span><br /><span>중국집에 짜장면을 시켰는데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화가 나서 전화를 했다.</span><br /><span>“중국집이죠? 아까 짜장면 시켰는데..….”</span><br /><span>“벌써 출발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span><br /><span>“아, 아쉽다. 탕수육 하나 추가하고 싶었는데..….”</span><br /><span>“잠깐만요! 출발한 줄 알았는데 아직 안 했네요.”</span><br /><span>“정말요?”</span><br /><span>“예, 출발 안 했네요.”</span><br /><span>“아, 다행이네요. 그럼 모두 취소할 게요!”</span></p>
<p><br /><span><strong>사오정의 딸</strong></span><br /><span>사오정과 사오정 딸이 아침 운동을 나갔다. 사람들이 사오정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운동화를 오른쪽은 흰색, 왼쪽은 검은색을 신은 것이다. 사오정은 창피해 나무 뒤에 숨어 있고 딸은 운동화를 가지러 집으로 달려갔다. </span><br /><span>잠시 후 딸은 빈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span><br /><span>“왜 빈손이니?”</span><br /><span>“아빠, 집에 있는 것도 짝짝이예요.”</span></p>
<p><br /><span><strong>할아버지와 손자</strong></span><br /><span>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손자의 담임선생님이 걸어오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span><br /><span>“저기 너네 담임선생님 오신다. 어서 숨어라. 너 오늘 학교 안 갔다며…...”</span><br /><span>손자가 할아버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span><br /><span>“할아버지가 빨리 숨으세요. 선생님께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했거든요!</span></p>
<p><br /><span><strong>식이요법의 시점 </strong></span><br /><span>매일 폭식을 거듭하여 너무 살찌고 몸이 무거워진 아가씨가 견디다 못하여 다이어트 전문 병원을 찾았다.</span><br /><span>“선생님! 몸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숨쉬기가 곤란할 지경이에요. 살을 뺄 수 있는 좋은 비법은 없나요?”</span><br /><span>의사가 대답했다.</span><br /><span>“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식이요법을 하는 겁니다. 한 끼에 빵 한 조각과 요구르트 한 병 그리고 약간의 채소만 드십시오.”</span><br /><span>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span><br /><span>“근데요, 선생님! 식전에 먹나요, 식후에 먹나요?”</span></p>
</div>
<p style="text-align: right">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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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재미나게 살자.</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9e%ac%eb%af%b8%eb%82%98%ea%b2%8c-%ec%82%b4%ec%9e%90/#post-334</link>
                        <pubDate>Wed, 29 Jul 2026 16:55:22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재미나게 살자
 



새벽녘에 잠이 깼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책상 앞에 앉았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내 인생은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내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단연 매주 쓰는 이 칼럼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하고, 문장을 고치고, 다시 읽고 또...]]></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pageTitle">
<div class=""> </div>
<div class=""><span>재미나게 살자</span></div>
<div> </div>
</div>
<div>
<div class="descArea">
<p><span>새벽녘에 잠이 깼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책상 앞에 앉았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내 인생은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span></p>
<p><span>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내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단연 매주 쓰는 이 칼럼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하고, 문장을 고치고, 다시 읽고 또 고친다. 일주일 내내 붙잡고 씨름한다. 덕분에 하루가 훌쩍 흘러간다.</span></p>
<p><span>그렇다고 지금 내 삶의 궁극적인 의미가 '칼럼' 그 자체는 아니다. 칼럼은 내게 주어진 중요한 ‘일’이자 책임일 뿐이다. 15년 전에도 나는 매주 칼럼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해야 할 일이기에 묵묵히 할 뿐이다. 일은 삶을 채우는 중요한 축이지만,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span></p>
<p><span>과연 내 삶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인생 그 자체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답안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며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의미는 나이에 따라,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변해간다. 오늘 중요했던 일이 내일은 별것 아닐 수도 있고, 한때 인생의 전부처럼 붙잡고 있던 일도 시간이 흐르면 그저 지나가는 기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기도 한다.</span></p>
<p><span>아무리 생각해도 거창한 답은 없다. 내게 삶이란 특별한 목적지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경주라기보다, 오늘 내게 맡겨진 역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굳이 내 삶의 자세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나는 오래전부터 ‘재미나게 살자’를 선택해 왔다.</span></p>
<p><span>한 번 사는 인생이다. 정답도 없는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고민하며 살기에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웃고, 마음 편한 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웃과 친구, 선후배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span></p>
<p><span>최근 가까이 지내던 두 부부가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부부는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려 서로 애썼지만 끝내 별거에 들어갔고, 또 다른 부부는 오랜 세월 쌓인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이별에 이르렀다. 함께 식사하고 여행하며 누구보다 다정했던 이들이었기에 씁쓸함이 더 컸다. 한때는 가족처럼 가까웠지만, 관계가 어긋나면서 자연스레 연락도 끊기고 각자의 삶으로 멀어졌다.</span><br /><br /><span>그 모습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영원할 것 같지만 참으로 유한하다. 관계도, 환경도, 우리의 마음도 끊임없이 변한다. 붙잡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붙잡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함께 마주 앉은 오늘이 더 귀한 법이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품고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는 미움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다.</span></p>
<p><span>삶 자체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비즈니스의 성공에서, 어떤 사람은 자녀와 가족에게서, 또 다른 누군가는 봉사와 신앙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아닐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를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다.</span></p>
<p><span>나는 여전히 ‘재미나게 사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부담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반가운 사람과 따뜻한 밥 한 끼를 편하게 나눌 수 있으며, 서로에게 작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날은 충분히 잘 산 하루라고 믿는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오래 묶어 둘 필요가 없다.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낫다.</span></p>
<p><span>나는 ‘토맥회’에서 많이 웃는다. 이 모임은 은퇴한 다섯 사람과 아직 현직에 있는 두 사람이 토요일 아침, 동네 맥도날드에 모여 커피를 마시는 소박한 모임이다. 특별한 주제도 없고,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 그냥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웃음으로 이어진다. 십여 살의 나이 차이는 웃음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모두 소년, 소녀가 되어 잘도 웃는다.</span></p>
<p><span>새벽에 스스로에게 물었던 삶의 의미를 나는 토요일 아침 맥도날드에서 찾는다. 함께 웃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좋다.</span></p>
<p>타운뉴스 2026.7.27.  안창해 칼럼. </p>
<p>————————————</p>
<p>문병길 옮김</p>
</div>
</div>]]></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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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오늘도 하루 깔깔 웃기</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kshimsamil/%ec%98%a4%eb%8a%98%eb%8f%84-%ed%95%98%eb%a3%a8-%ea%b9%94%ea%b9%94-%ec%9b%83%ea%b8%b0/#post-333</link>
                        <pubDate>Mon, 20 Jul 2026 18:48:30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남자의 3가지 꿈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 생겨지는 것.아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부인이 의심하는 것처럼 여자가 많은 것.
법대로지옥과 천국 사이를 가르는 담장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순찰을 돌던 천사가 담장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마귀에게 따졌다. “아니 당신들이 죄인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렇게 구멍이 생겼...]]></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strong>남자의 3가지 꿈</strong></span><br /><span>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 생겨지는 것.</span><br /><span>아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span><br /><span>부인이 의심하는 것처럼 여자가 많은 것.</span></p>
<p><br /><span><strong>법대로</strong></span><br /><span>지옥과 천국 사이를 가르는 담장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순찰을 돌던 천사가 담장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마귀에게 따졌다. </span><br /><span>“아니 당신들이 죄인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렇게 구멍이 생겼잖아. 이 구멍 어떻게 할 거야?” </span><br /><span>마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span><br /><span>“아니, 우리 쪽에서 구멍을 냈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span><br /><span>천사가 약이 올라 말했다.</span><br /><span>“천국에서 지옥으로 가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당연히 지옥에서 넘어오려고 구멍을 낸 거지. 그러니 이 구멍 당신들이 책임져.” </span><br /><span>“우린 절대 못 해.” </span><br /><span>“좋아, 정 못하겠으면 반반씩 부담하자.”</span><br /><span>“우리는 한 푼도 낼 수 없어.” </span><br /><span>막무가내로 우기는 마귀의 행태에 화가 난 천사가 소리쳤다.</span><br /><span>“좋아, 그럼 법대로 하자.” </span><br /><span>그러자 마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span><br /><span>“그래, 법대로 해. 변호사, 판검사, 정치인 모두 이쪽에 있으니 겁날 거 하나도 없어.”</span></p>
<p><br /><span><strong>남녀평등</strong></span><br /><span>어느 정승댁 며느리가 부처님과 하느님을 찾아가서 당당하게 독대를 청하고 남녀 평등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용인즉 이런 것이었다!</span><br /><span>‘인간이 아기를 만들 때 남녀가 합작하여 만들었는데 왜 여자만 산통을 겪어야 하나? 하느님, 부처님은 고통분담의 평등주의 정책을 즉각 시행하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온 세상 여성을 모두 불러모아 유모차 끌고 촛불시위를 하겠다.’</span><br /><span>촛불시위 소리에 겁을 먹은 하느님과 부처님은 정승 며느리의 요구를 들어줬다.</span><br /><span>이후 온 세상 모든 남자들은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겪는 고통을 똑같이 당해야 했다.</span><br /><span>그러던 어느 날 최 정승의 며느리가 만삭의 배를 양손으로 싸 안고 “아이고! 나 죽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방바닥을 나뒹굴고 있을 때, 이와 동시에 정승댁 하인놈 마당쇠가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내던지고 “아이고 나 죽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마당 한가운데서 나뒹굴고 있었다.</span><br /><span>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박 첨지 며느리가 아기를 낳을 땐 건넛마을 송 서방이 뒹굴었고, 훈장님 마누라가 아기를 낳던 날엔 절간에서 염불하던 스님이 뒹굴었다.</span><br /><span>사태가 이쯤 돌아가자 집에서 쫓겨난 여인들이 부처님, 하느님께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span><br /><span>“남녀평등 필요 없다! 원상 복귀하라! 원상 복귀 안 하면 촛불시위 각오하라!”</span></p>
<p><br /><span><strong>어떤 병</strong></span><br /><span>한 여자가 며칠을 망설이다 병원에 갔다. </span><br /><span>진찰실에 들어간 여자가 의사에게 아주 고민스러운 듯이 주저주저하며 말했다.</span><br /><span>"의사선생님, 저에게는 참 이상한 병이 있어요...... 여자로서 이런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사실은...... 방귀가 너무 자주 나와요.”</span><br /><span>여자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span><br /><span>“그런데 너무 너무 이상한 건, 제 방귀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또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아요. 선생님은 모르고 계시겠지만 사실은 이 진찰실에 들어온 이후로도 벌써 이삼십 번은 뀌었을 거예요."</span><br /><span>의사는 묵묵히 듣고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span><br /><span>"다 이해합니다. 일단은 제가 약을 지어드릴 테니 이 약을 먹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십시오."</span><br /><span>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병원을 다시 찾은 여자는 의사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span><br /><span>"아니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약을 어떻게 지어 주셨길래 병이 낫기는 커녕 이젠 제 방귀에서 심한 냄새까지 난다구요!!"</span><br /><span>여자의 말을 잠자코 듣던 의사가 말했다.</span><br /><span>"자 이제 코는 제대로 고쳤으니 이번엔 귀를 고쳐봅시다......."</span></p>]]></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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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장미가 들려준 미국 이야기</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9e%a5%eb%af%b8%ea%b0%80-%eb%93%a4%eb%a0%a4%ec%a4%80-%eb%af%b8%ea%b5%ad-%ec%9d%b4%ec%95%bc%ea%b8%b0/#post-332</link>
                        <pubDate>Mon, 20 Jul 2026 18:44:57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장미가 들려준 미국 이야기


지난 독립기념일, 오랜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빈손으로 가기 아쉬워 꽃 한 다발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독립기념일에 어울리는 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국화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때 처음 미국 국화가 ‘장미’라는 사실을 알았다.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nH">
<div class="V8djrc b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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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id="avWBGd-0" class="hP" data-thread-perm-id="thread-f:1871258111230009485" data-legacy-thread-id="19f80b567aeee08d">장미가 들려준 미국 이야기</h2>
<div class="a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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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id="avWBGd-30" class="hO" role="button" data-name="Inbox" aria-label="Remove label Inbox from this conversation">지난 독립기념일, 오랜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빈손으로 가기 아쉬워 꽃 한 다발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왕이면 독립기념일에 어울리는 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국화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때 처음 미국 국화가 ‘장미’라는 사실을 알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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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id="avWBGd-23">
<div>
<p><span>겉의 꽃잎에 파란빛을 입힌 빨간 장미와 하얀 장미를 섞어 다발을 만들었다. 빨강, 하양, 파랑이 어우러지니 제법 성조기를 닮은 근사한 꽃다발이 되었다.</span></p>
<p><span>친구 집에 도착해 부인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남편들이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사이, 들고 간 장미를 정성껏 다듬어 두 개의 화병에 나누어 꽂았다. 그리고 식탁 한가운데에 화병을 올려놓고 네 부부가 둘러앉았다.</span></p>
<p><span>식사를 시작하며 내가 물었다. “미국의 국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안타깝게도 정답을 맞힌 사람은 없었다. 사실 나 역시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며 해마다 독립기념일을 맞았고, 장미를 선물로 주고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장미가 미국 국화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왜 하필 장미였을까, 궁금해졌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았다.</span></p>
<p><span>미국은 건국 후 200년이 넘도록 공식 국화가 없었다. 그러다 1986년 연방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11월 2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서명하면서 장미는 미국의 국화가 되었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맞이하고 중요한 발표를 하는 로즈가든에서 국화를 선포한 것도 상징적이다.</span></p>
<p><span>장미가 선택된 이유는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다. 유럽 이민자들이 가져온 품종뿐 아니라 버지니아 로즈와 캐롤라이나 로즈 같은 야생 장미도 오래전부터 미국 땅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장미는 유럽의 문화와 북미의 자연이 어우러진 꽃이다. 오늘날에는 수천 품종으로 개량되어 알래스카에서 플로리다까지 미국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span></p>
<p><span>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미가 지닌 상징성이다. 당시 미국 의회는 장미를 가리켜 “사랑과 아름다움, 희망과 용기, 헌신과 희생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밝혔다.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조들의 정신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장미는 결혼식에서는 사랑을, 장례식에서는 추모를, 국가 기념식에서는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span></p>
<p><span>이러한 장미의 의미는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의 피가 흰 장미를 붉게 물들여 영원한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 되었다고 전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회의장 천장에 장미를 매달아 두고 “장미 아래서(Sub Rosa) 나눈 이야기는 밖으로 새지 않는다”며 신의를 다졌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은 전장으로 떠나기 전, 장미를 건네며 충성과 용기를 맹세했다. 이처럼 장미는 시대와 문화를 넘어 사랑과 희생, 신의와 용기, 충성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미국이 장미를 국화로 선택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span></p>
<p><span>우리는 태극기를 보면 대한민국을 떠올리고, 7월부터 10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무궁화를 보며 우리 민족의 끈기와 강인함을 되새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에게는 성조기와 독수리, 그리고 장미가 나라의 정신을 대표하는 표상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오래 꽃을 피우는 장미의 강인함은 미국이 걸어온 개척의 역사와 닮았다.</span></p>
<p><span>이 땅에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들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다. 독립기념일을 그저 불꽃놀이를 즐기는 휴일 정도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이 나라가 어떤 역사 속에서 세워졌고, 무엇을 소중한 가치로 삼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span></p>
<p><span>그날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따뜻하고 정겨웠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누는 평범한 시간이었지만, 식탁 한가운데의 장미 다발은 우리의 대화를 미국의 역사와 정신으로 이끌었다.</span></p>
<p><span>꽃 한 다발에 이렇게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내년 독립기념일에도 나는 식탁 위에 장미를 올려놓을 것이다. 식탁을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유와 희생, 사랑과 희망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다.</span></p>
<p><span>​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그 나라의 역사와 상징을 아는 일이다. 그날 친구에게 건넨 장미 한 다발은 내게 미국을 다시 이해하게 해준 선물이었다.</span></p>
</div>
<p>타운뉴스       2026 July 20    발행인 안창해 칼럼</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옮긴이 문병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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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ulidae Admin</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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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자 한번 웃고…</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kshimsamil/%ec%9e%90-%ed%95%9c%eb%b2%88-%ec%9b%83%ea%b3%a0/#post-331</link>
                        <pubDate>Sun, 12 Jul 2026 02:07:5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처칠의 유머■유머 1청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는항상 청중들이 빽빽하게 모여서 환호를 지른다.그장면을 본 미국의 여류 정치 학자가 쳐칠에게&quot;총리님은 청중 들이 저렇게 많이 모이는것이 기쁘시겠습니다&quot;&quot;기쁘지요, 그러나 내가 교수형을 당한다면두배는 더 많은 청중들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으로 정치를 합니다&quot;■유머2항상 늦잠을 잔다는 처칠에게 노동당...]]></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처칠의 유머<br /><br />■유머 1<br /><br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는<br />항상 청중들이 빽빽하게 모여서 환호를 지른다.<br /><br />그장면을 본 미국의 여류 정치 학자가 쳐칠에게<br /><br />"총리님은 청중 들이 저렇게 많이 모이는것이 기쁘시겠습니다"<br /><br />"기쁘지요, 그러나 내가 교수형을 당한다면<br />두배는 더 많은 청중들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으로 정치를 합니다"<br /><br />■유머2<br /><br />항상 늦잠을 잔다는 처칠에게 노동당 후보가 선거시에<br /><br />"늦잠 꾸러기에게 나라를 맡길 겁니까?"<br /><br />"저는 새벽4시에 못 일어납니다"<br />"예쁜 마누라와 살다보니 늦잠을 잡니다.<br /><br />저도 못생긴 마누라와 결혼 했다면<br />4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br /><br />■유머3<br /><br />의회 출석이있는 날에 늘 지각을 하는 처칠에게<br />야당의원들이 질책을 하자<br /><br />"예쁜 마누라와 같은 침대에서 자 보십시요~~.<br />담부터는 의회 출석 전날은 각 방을 쓰겠습니다"<br /><br />■유머4<br /><br />처칠은 칠칠 맞아서 잘 넘어 졌다고 한다.<br /><br />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올라 가다가 넘어지자<br />청중들이 박장 대소를 하고 웃었다.<br /><br />처칠은 곧바로 연단에서<br /><br />"여러분이 그렇게 좋아 하신다면<br />또한번 넘어져 드리겠습니다"<br /><br />■유머5<br /><br />쳐칠이 80세가 넘어서 은퇴를한 후<br /><br />한 여자가 젊었을때의 쳐칠의 유우머를 상기하며...<br />"쳐칠경 바지 단추가 풀어 졌습니다"<br /><br />"네 부인 안심 하십시요.<br />죽은 새는 새장이 열렸어도 도망 가지 못합니다"<br /><br />■유머6<br /><br />처칠이 "대기업 국유화"를 주장하던 노동당 과 싸우고 있던 때였다.<br /><br />어느날 처칠이 화장실에 소변을 보러 갔다.<br />그런데 그곳에는 라이벌인<br />노동당 당수 '애틀리' 가 볼일을 보고 있었고,<br /><br />빈자리는 그의 옆자리 뿐이었다.<br />하지만 처칠은 그곳에서 볼일을 보지 않고<br />기다렸다가 다른 자리가 나자 비로소 볼일을 보았다.<br /><br />이상하게 여긴 '애틀리' 가 물었다.<br />"내 옆자리가 비었는데 왜 거긴 안쓰는 거요?<br />나에게 불쾌한 감정이라도 있습니까?" 처칠이 대답했다.<br /><br />"천만에요. 단지 겁이 나서 그럽니다.<br />당신들은 큰것만 보면 국유화를 하려 드는데,<br />내것이 국유화 되면 큰일이지 않소?"<br /><br />'애틀리'는 폭소를 터뜨렸고,<br />이후 노동당은 국유화 주장을 철회했다.<br /><br />■유머7<br /><br />처칠이 총리가 되고 첫 연설을 하고 난 1940년 어느 날,<br />연설을 마친 처칠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br /><br />그런데 만세를 하는 것처럼 손을 벽에 붙이고 볼일을 보는 것이었다.<br /><br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처칠이 말하길,<br />"글쎄, 의사가 무거운 물건은 들지 말라고 해서 말이오."<br /><br />■유머8<br /><br />처칠이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가 있던 때였다.<br /><br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br />그가 묵던 호텔방으로 들어갔다.<br />처칠은 알몸으로 허리에 수건만을 두른 채였다.<br /><br />그런데 루즈벨트가 들어올 때<br />그만 그 수건이 풀려 스르르 내려가 버렸다.<br /><br />루즈벨트는 매우 난감해 하며...<br />"이거 미안하게 됐소." 라고 말했다.<br /><br />그런데 처칠은 루즈벨트를 향해<br />두팔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br />"보시다시피 우리 대영제국은<br />미국과 미국 대통령에게 숨기는 것이 아무것도 없소이다.<br />" 라고 말했다.<br /><br />역시 대정치가의 위트 답습니다.<br /><br />웃지 않고 보낸 날은 실패한 날이랍니다.<br /><br />( 옮긴 글 )<br /><br /><br /><br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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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Paso Robles 1박 2일 기차여행 안내 및 참가 신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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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0 Jul 2026 18:24:33 +0000</pubDate>
                        <description><![CDATA[&nbsp;

Paso Robles 1박 2일 기차여행 안내 및 참가 신청
사랑하는 서울대 동문 여러분.올 가을 멋진 기차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서울대학교 남가주 동창회에서는 올 가을을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와인 산지 Paso Robles로 떠나는 1박 2일 가을 여행입니다.이번...]]></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nbsp;</p>
761
<p><span><br />Paso Robles 1박 2일 기차여행 안내 및 참가 신청</span></p>
<p><br />사랑하는 서울대 동문 여러분.<br /><br />올 가을 멋진 기차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br /><br />서울대학교 남가주 동창회에서는 올 가을을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와인 산지 Paso Robles로 떠나는 1박 2일 가을 여행입니다.<br /><br />이번 여행은 Amtrak Coast Starlight 기차로 멋진 해안선을 따라 여유롭게 북상하고, 저녁에 버스로 Field of Light “Sensorio” 를 구경, 다음날 버스로 멋진 농가에서의 *Winery Tasting &amp; Lunch* or 타운관광 후 버스로 편안하게 돌아오는 특별한 일정입니다.<br /><br />좋은 선 후배님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멋진 예술,그리고 Paso Robles의 여유를 만끽하는 잊지못할 여행이 될 것입니다. 특히 첫날 저녁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빛잔치 예술 Sensorio – Field of Light**를 방문합니다. 수만 개의 LED 조명이 언덕 위를 아름답게 수놓은 장관은 마치 별빛 속을 걷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과 뜻하지 않은 낭만을 선사합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을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br /><br />다음날에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불타는 대지위의 포도밭에서 와인 시음과 멋진 테이블에 셋팅된 Bass Winery 특유의 점심을 옵션으로 즐기실 수 있으며, <br /><br />와인을 좋아하지 않으시면 Paso Robles의 농가적 타운에서 재밌는 구경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p>
<p>문리대에서 가을기차여행 참가를 희망하시는분은 다음주 월(7/13)까지 문리대 카톡방을 통해 저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p>
<p>남가주 문리대 동문회장 김종하</p>
<p>&nbsp;</p>
<p>&nbsp;</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guid isPermaLink="true">https://mulidae.com/community/so-shik/paso-robles-1%eb%b0%95-2%ec%9d%bc-%ea%b8%b0%ec%b0%a8%ec%97%ac%ed%96%89-%ec%95%88%eb%82%b4-%eb%b0%8f-%ec%b0%b8%ea%b0%80-%ec%8b%a0%ec%b2%ad/#post-328</guid>
                    </item>
				                    <item>
                        <title>누가 아니라 무엇을 - 2030년을 향하여</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b%88%84%ea%b0%80-%ec%95%84%eb%8b%88%eb%9d%bc-%eb%ac%b4%ec%97%87%ec%9d%84-2030%eb%85%84%ec%9d%84-%ed%96%a5%ed%95%98%ec%97%ac/#post-327</link>
                        <pubDate>Tue, 07 Jul 2026 00:04:14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누가 아니라 무엇을 - 2030년을 향하여
일요일 저녁 친구들과 만났다. 식당에 앉자마자 월드컵 이야기가 시작됐다.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 운동장을 누비는 친구가 조용히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판했다. “선발 라인업부터 잘못됐어. 현대 축구의 핵심인 강한 압박도 없었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유기적이지 못했어.” 공교롭게도 그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누가 아니라 무엇을 - 2030년을 향하여</p>
<p><span>일요일 저녁 친구들과 만났다. 식당에 앉자마자 월드컵 이야기가 시작됐다.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 운동장을 누비는 친구가 조용히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판했다. “선발 라인업부터 잘못됐어. 현대 축구의 핵심인 강한 압박도 없었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유기적이지 못했어.” 공교롭게도 그는 비판의 대상이 된 감독과 대학 동문이었다. 평생 남을 험담하는 법이 없던 옆자리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span></p>
<p><span>그때 문득 지금 이 시간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충격 앞에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선수기용 실패, 전술 부재, 리더십 부족, 소통의 한계. 감독을 향한 비판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span></p>
<p><span>그 비판이 모두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전술과 선수 선발에 대한 평가는 피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그는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감독 한 사람이 물러났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span></p>
<p><span>축구는 감독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 벤치의 선수들과 코치진, 의무팀과 분석관, 기술위원회, 유소년 시스템,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결과를 만들어낸다. 승리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패배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90분 경기 하나에 4년의 준비, 10년의 육성, 20년의 시스템이 담긴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span></p>
<p><span>비슷한 장면은 세계 축구에서도 반복돼 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 1대7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을 때, 처음에는 감독을 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브라질은 감독 교체에 그치지 않고 유소년 육성 방식, 지도자 자격 제도, 협회 거버넌스 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수년간 이어갔다. 독일 역시 2022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감독 교체에만 머물지 않고 대표팀 운영 철학과 분데스리가의 유스 육성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강한 축구 국가일수록 한 사람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패배를 ‘개인 문책’으로 소비하지 않고 ‘시스템 진단’의 기회로 삼았다.</span></p>
<p><span>우리 사회는 유독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는 데 익숙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라고 설명한다. 공동체가 큰 좌절과 실망을 겪을 때, 복잡한 원인을 차분히 분석하기보다 가장 상징적인 개인에게 분노를 집중시키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감정은 일시적으로 해소될지 몰라도, 정작 문제를 만들어 낸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온라인 댓글 창이 들끓고, 며칠 뒤면 또 다른 이슈에 묻혀 흐지부지되고 만다.</span></p>
<p><span>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전술 실패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수기용에 대한 논란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한 부분의 책임자일 뿐, 모든 문제의 시작도 끝도 아니다.</span></p>
<p><span>이제는 누가 잘못했는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바꿀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은 충분히 투명한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정량적 평가지표와 공개 검증 절차를 갖추고 있는가. 유소년 축구는 눈앞의 대회 성적보다 10년 뒤 성인대표팀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K리그 각 구단의 유스 투자는 협회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지원되는가. 기술위원회는 데이터와 경기력에 근거해 선수와 감독을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다면 감독이 몇 번 바뀌더라도 같은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span></p>
<p><span>당분간 사람들은 감독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2년 전에도 우리는 이번과 똑같은 바로 그 감독의 퇴진을 지켜봤었다. 그사이 한국 축구는 무엇을 바꾸었는가. 사퇴했던 감독을 또다시 모셔다 쓰고, 또 다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시스템은 12년 전 그 자리에 멈춰 있다.</span></p>
<p><span>대한민국의 2026년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양을 찾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비판하고 바꾸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확신하기 어렵다. 실패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 실패를 만든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2030년 월드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span></p>
<p>  타운뉴스 2026. 7. 6. vol 1636           안창해 칼럼  타운뉴스 발행인</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문병길 옮김</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ulidae Admin</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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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나의 일기장 -13-</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3/#post-326</link>
                        <pubDate>Fri, 03 Jul 2026 05:07:04 +0000</pubDate>
                        <description><![CDATA[&nbsp;
4293(1960). .  1.   12  고2
  무의미한 24시간은 또 덧없이 흘렀다.
김경한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 받아 기쁘다. 그 희망을, 그 태도를, 그 정력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 나가거라.... 고 말씀하셨다.  읽고 나서 선생님의 말씀에 뼈저리게 감동했지만 그 만큼 어깨가 몇 근 더 무거워...]]></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nbsp;</p>
<p>4293(1960). .  1.   12  고2</p>
<p>  무의미한<span> 24</span>시간은 또 덧없이 흘렀다<span>.</span></p>
<p>김경한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span>.  </span>편지 받아 기쁘다<span>. </span>그 희망을<span>, </span>그 태도를<span>, </span>그 정력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 나가거라<span>.... </span>고 말씀하셨다<span>.  </span>읽고 나서 선생님의 말씀에 뼈저리게 감동했지만 그 만큼 어깨가 몇 근 더 무거워진 것 같다<span>. </span>하여튼 해야 된다<span>. </span>공부를<span>.</span></p>
<p>  요사이 내가 왜 이렇게 감상적으로 흐르는지 모르겠다<span>.  </span>참 더럽게 센티 해지고 있다<span>.  </span>잉크 병 하날 봐도 센티 해질 정도니까<span>.  </span>뭔지 몹시 그립다<span>.  </span>당장 편지라도 하고 싶어 종이위에 펜대를 붙잡았으나 보낼 곳이 없다<span>.  </span>하늘로나 보낼까<span>? </span>책상위에 있는 아무것이나 잡히는 대로 콱 던지고 싶다<span>. </span>문<span>_ </span>생각을 하면서다<span>. </span>어쩐지 얼굴이 화끈하여 그저 잉크병을 번쩍 든다<span>, </span>그러나 금방 던질 것 같았던 나의 기세는 사라지고 만다<span>.  </span>잉크병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나는 혼자 실소하고 만다<span>. </span>흥<span>!  </span>제기랄<span>, </span>이게 뭐냐<span>?  </span>미친 지랄이다<span>.</span></p>
<p>콱<span>! </span>라디오 스위치를 튼다<span>. </span>아까부터 은<span>_</span>이가 쨍알쨍알 울더니 이제는 막 악을 쓰며 운다<span>.  </span>신경질이 콸콸 솟는다<span>.  </span>아<span>… </span>라디오에선 지금 재즈가 찢어져라 울려 나온다<span>.  </span>귀를 막는다<span>.  </span>받친 팔꿈치로 책상이 떠는 것을 느낀다<span>.  </span>하여튼 은<span>_</span>이가 우는 소리<span>, </span>그<span>, </span>골을 박박 긁는 울음소리 보다는 차라리 이 요란한 재즈가 좋다<span>.  </span>이렇게 한차례 하고 나면 나 자신이 부끄럽다<span>.  </span>참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span>.  </span>뭐<span>, </span>할 수 없다<span>.  </span>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5    금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  저녁에 공부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우리 방에 놀러 오셨다<span>.  </span>처음으로 아주머니 입에서 나는 경이 할만한 말을 들었다<span>.  </span>전에 형과 진<span>_</span>이 누나가 이 방에서 하루 밤을 같이 잤다는 것이다<span>.  </span>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니까 추석 때 일 것이다<span>.  </span>그렇지 않으면 병관 형 결혼 당시 임에 틀림없다<span>.  </span>그 날 서울 집엔 형 밖에 없었다<span>.  </span>그 때 진<span>_ </span>누나가 왔었는가 보다<span>.  </span>이제야 그 무엇을 깨달은 것 같다<span>.  “</span>책임 추궁은 하지 않겠어요<span>. </span>둘 다 저지른 죄이니까요<span>…” </span>하며 눈물 자국이 번진 편지를 보낸 진<span>_ </span>누나의 편지를 보고 품었던 나의 의아심이 이제야 풀렸다<span>.  </span>확실히 형은 진<span>_ </span>누나와 육체관계를 맺었다고 나는 이제 믿는다<span>. </span>마지막 편지라 하면서 섧게 써 내려간 진<span>_ </span>누나의 편지<span>!  </span>아니 형이<span>!  </span>형이<span>!  </span>형은 절대로 그런 인간이 아니다<span>.  </span>허나 누가 보증하느냐<span>? </span>남녀가 한방에서 잤다는 엄연한 사실이 있는데<span>.</span></p>
<p>큰형이 만일 깨끗한<span>(</span>아직<span>) </span>인간이라면<span>, </span>비록 깨끗하다 할지라도 옆방 아줌마는 한방에서 잔 남녀를 어떻게 생각할까<span>? </span>옆방 아줌마는<span> “</span>어째서 속히 결혼하지 않는가<span>?” </span>고 묻는다<span>.</span></p>
<p>언제 조용한 기회를 틈타서 형 한 테 모든 걸 말해 봐야겠다<span>. </span>철부지는 입 다물고 있으라고 소리 치겠지<span>.  </span>그러나 철부지<span>?  </span>그런 일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철부지는 아니다<span>.  </span>이제 나도 열 아홉이다<span>. </span>형제의 사이를 분리시킨다면 나도 능히 한 인간으로 형하고 마주 설 자신이 있다<span>.  </span>형이 만일 그런 더러운 인간이라는 게 들어 난다면 나는 단호히 인식을 달리 헤야겠다<span>. </span>책임 회피하기 위해<span>, </span>자기에게 몸을 더럽혀진 여성에게 냉혹하게 거절했다 함이 만일 사실이라면 이 이상 더 어떻게 형을 형으로 모실 수 있을까<span>?  </span>절대로 내 형이 아니다<span>.  </span>단지 저 만<span>_ </span>형이나 학<span>_ </span>형 만도 못한 존재의 형일 뿐<span>.</span></p>
<p>하여튼 따져 볼 일이다<span>.  </span>형이 날 무시하고 말하길 거절한다면 진<span>_</span>이 누나에게 편지나 찾아 가 진상을 알아 내고 말 테다<span>.  </span>나는 정녕 슲다<span>.</span></p>
<p>형이 담배 피는 걸 처음 봤을 때 나는 퍽 분개를 느꼈다<span>. </span>어머니 앞에서 형 한 테 따진다고 내가 말 했을 때 어머님께서는 피식 웃으시면서 얘 너나 다음에 피지 마 하셨다<span>.  </span>허나 형의 이런 비굴한 짓을 내가 확신하게 되면 나는 형에게 대들겠다<span>. </span>진<span>_ </span>누나가 불쌍하지 아니 한가<span>?  </span>동생이 부끄럽지 아니 한가<span>? </span>몇백의 눈동자들이 부끄럽지 아니 한가<span>? </span>형님<span>, </span>어쩐지 울고 싶소<span>.</span></p>
<p>작은형이 가면서 나 한 테 하는 말<span>! </span></p>
<p>“시골 가야 할 텐데<span>   </span>좀<span>…  </span>좀<span>…”</span></p>
<p>좀<span>, </span>뭐냔 말이다<span>.  </span>뭐 속절 없이 시계하고 가죽장갑 빌려 달라 하는 것 이겠지<span>. </span>어쩐지 이런 작은형으로부터 나는 비감해지기도 한다<span>. </span>시계와 장갑을 떼 주면서도 나는 자꾸만 꺼꾸로 되는 감정을 일으켰다<span>. </span>“야<span>!  </span>병길아 나 시골 가야겠으니 장갑하고 시계 좀 내 놓으라<span>”. </span>이 정도의 호령이 떨어져야 형 답지<span>!  </span>내가 반대라도 할라치면<span>, “</span>야 이놈<span>. </span>감히 누구의 말인데 거역이야<span>?  </span>잔말 말고 빨리 내 놓지 못해<span>?”. </span></p>
<p>이 정도의 위엄은 있어야 어떻게 형 한 테 복종할 맘이 울어 나오는 거지<span>. </span>하여튼 시골엔 또 돈 가지러 간다는 거다<span>.  </span>까딱하면 전속 명령을 받을 것 같아 상관들 입을 돈으로 막아야 하겠다는 것이다<span>.  </span>그 놈의 육군본부는 없는 놈 돈 먹자고 달려드는 곳인가<span>?  </span>실직할까 겁내는 사무원 보다 전속을 무서워하니 그 놈의 육군 본부라는 곳은 천당이란 말이냐<span>? </span>군기가 엄하고<span>…. </span>어쩌고 하면서 불평을 늘어 놓을 땐 언제고 외부로 전속이 내려 질 까봐 떠는 땐 또 언제냐<span>?</span></p>
<p>다<span>… </span>모순이다<span>.</span></p>
<p>우리집 식구는 모두가 위선이다<span>.  </span>가면을 쓴 사람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span>.  </span>지식인인 체<span>, </span>선량한 체<span>, </span>이치에 바른 체하는 큰 형님도 지금 본능의 지배를 받는 저속한 인으로 타락되었고<span>, </span>작은형마저 동생 앞에서 쩔쩔매는 맹추가 되어 버렸고<span>, </span>동생 역시 뭐 좀 안다고 뻐기고 형을 형 같이 여기 질 않고<span>, 4</span>등 한 걸로 큰 위안을 삼는 졸렬한 놈이면서도 외면은 아주 뭐나 하는 것처럼 떠들어댄다<span>.</span></p>
<p>형님<span>, </span>어째서 형님은 이렇게 동생 가슴을 메어 줍니까<span>? </span>형님의 행동이 진실 입니까<span>?  </span>정말 그랬습니까<span>? </span>제가 사실을 아는 날 저는 형님을 형님을 형님을 형님을<span> …… </span>하여튼 저는 그걸 교훈 삼아 저도 꼭 해 보겠어요<span>. </span>고귀한 시인은 무슨 감정으로 본능을 이기지 못하는가<span>?  </span>나<span>, </span>경험으로 그걸 알아 내겠어요<span>. </span>형님<span>!</span></p>
<p>깨끗한 화신<span>.  </span>더러운 구두 밑 바닥<span>.  </span>흥<span>! </span>선생님<span>. </span>흥<span>! </span>모순이다<span>.  </span>탈을 쓴 짐승<span>… </span>흥<span>!  </span>이래서 인간은 전부 모순투성이<span>. </span>저주하는 나도 모순 덩어리<span>! </span>수없이<span> 00</span>을 함으로써 이미 성스러운 맛은 다 없어진 나<span>!  </span>내가 아닌가<span>? </span> 모순 덩어리다<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6    고<span>2</span></p>
<p>눈이 올 거라고 하늘이 경고했다<span>.</span></p>
<p>아<span>!  </span>초조해 죽겠다<span>.  </span>시간은 왜이다지도 빠르냐 말이냐<span>. </span>저 무작정 돌아 가는 초침은 정말 인정머리 없는 완고 덩어리구나<span>. </span>그저 제 명 끝까지 똑 같은 속도로 돌기만 하는 게 제 의문줄 아나 보지<span>?  </span>탈선을 모르는 놈<span>!  </span>몇 천년이 흘러도 저 놈은 내내 거기서 더 발전하질 못한다<span>.  </span>일보라도 탈선하면 자기는 죽는 날이니까<span>......</span></p>
<p>오늘 낮에 무<span>_</span>이 찾아왔다<span>.  </span>극장엘 가자 한다<span>.  </span>마침 오늘 편지로 시골서 돈이 올라왔다<span>. </span>-- 일금 일천 오백환<span> --- </span>거액의 돈이다<span>.  </span>무<span>_</span>과 명동 극장에 가서 레미제라블을 감상했다<span>. </span>투성이<span>, </span>사람투성이었다<span>.  </span>시간에 쫓겨 허덕이는 군상들<span>, </span>시간이 남기고 간 오물을 씹어 넘기기에 분주한 군상들<span>, </span>또 그 중에 하나인 나<span>!</span></p>
<p>주인공은 짱카방과<span>… </span>여자 이름은 뭐더라<span>?  </span>하여튼 쨩카방이라는 것을 외운 것만 해도 나로서는 신기한 일이다<span>. </span>영화를 보고 나니 날씨가 그새 두어 배로 더 차가워진 것 같다<span>. </span>하필 또 스웨터 하날 벗고 오질 않았는가<span>? </span>떨면서 집에 와 보니 순이누나가 나갔다 들어와 있다<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7     일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  나의 글씨체가 형편없이 줄어 간다<span>.</span></p>
<p>내 생활이 불규칙한 이유인가<span>?  </span>아니면 초조감에서 일어나는 본능인가<span>?</span></p>
<p>한 자를 쓰면 다음 잘 생각 할 여유도 없이 펜대가 이미 움직인다<span>.</span></p>
<p>침착성이 부족함인가<span>?</span></p>
<p>지금은 밤 한시가 좀 넘었다<span>.</span></p>
<p>이제 방학도 꼭 닷새 남았다<span>.  </span>아<span>… </span>이런 생각은 아예 하질 말아야 하겠다<span>.  </span>이런 것 저런 것 생각해서 뭣하느냔 말이다<span>.</span></p>
<p>이미 세월은 흘렀는데<span>!</span></p>
<p>형님<span>. </span>형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시는지요<span>?  </span>지금쯤 절간에서 꿈속을 방황하시는 지요<span>. </span>아니면 지금까지도 촛불 밑에서 몇 자의 말을 뽑아내느라 온갖 잡념을 몰살하고 그야 말로 정화된 환경속에서 침잠 하고 계신지요<span>?<br /></span>요원한 무지갤 타고 지금 천국에라도 여행하시는지요<span>?</span></p>
<p>어제까지 형을 멸시했던 저는 저의 그릇됨을 찼었습니다<span>.</span></p>
<p>아<span>…. </span>지난 날을 용서해 주세요<span>.</span></p>
<p>비록 형님이 그랬던들 그게 죄가 될까요<span>?</span></p>
<p>허나 형님이 한 여성을 짓 밟아 놓은 게 사실이라면<span>…</span></p>
<p>응당 기꺼이 그 여성을 일생의 반려로<span> - </span>좋든 싫든 간에<span>- </span>삼아야 함이 지식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span>?</span></p>
<p>지금도 쓰린 맘으로 눈물 지을 지 모를 진<span>_</span>이 누나가 눈에 선해 마치 제가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span>.</span></p>
<p>  형님<span>.  </span>그러나 저는 형님을 끝까지 믿습니다<span>.  </span>끝까지 믿습니다<span>.  </span>설사 형님이 일시적인 과오를 범 하였다 할지라도 저는<span>…</span>저는<span>…</span>형님을 용서하겠어요<span>……. </span>형님께서 그 여성을 받아들인다면 말이예요<span>.</span></p>
<p>……………………</p>
<p></span></p>
<p>&nbsp;</p>
<p>4293(1960).   1.   18   고<span>2</span></p>
<p>  24시간이 또 무참하게 지나 갔다<span>.</span></p>
<p> 윗 집 여고 이학년 계집애가 나 한 테 수학 문제를 보냈다<span>.  </span>우편 배달부를 통해 보내왔다<span>. </span>    ‘X의<span> 3</span>승  = 1 을 풀어라<span>’ </span>이것이었다<span>.</span></p>
<p>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span> x = 1 </span>이라고 써 보냈다<span>. </span>그랬더니</p>
<p>‘x3-1=0</p>
<p>(x-1)(x2+x+1)=0</p>
<p>그러므로 답은 <span>x=1 </span>또는<span> x=(-1+_</span>스퀘어루트<span>3 i)/2 ‘  </span>아닙니까<span>? </span>이렇게 반문해 왔다<span>.  </span>나는 그만 얼굴이 확근거렸다<span>. </span>이게<span>…. </span>무슨 창피냐<span>?</span></p>
<p>그래도 넉살 좋게<span> ‘</span>하여튼 반은 맞았으니 낙제점수는 아니잖아요<span>?  </span>귀하께서 푸신 것이 맞습니다<span>.’ </span>라고 써 보냈다<span>. </span>후에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참고서에 나와 있는 문제다<span>. </span>창피하고 분한 마음<span>……. </span>아이고<span>!</span></p>
<p>&nbsp;</p>
<p>4293(1960).   1.   21</p>
<p>  내일부터 개학이라<span>… </span>뭘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가 만족하기도 전에 빼앗긴 것 같은 마음이다<span>.  </span>그리고 뒤통수를 몇 천근 무게로 내리 누르는 그 무엇이 있다<span>.  </span>우선 나는 내일부터 내 시간을 박탈당한다<span>.  </span>스물 네 시간을 내 맘껏 요리하지 못한단 말이다<span>.  사촌 </span>순이 누나하고 한 방에서 자야 한다<span>.  </span>은<span>_</span>이가 우는 소리를 더 크게 들어야 한다<span>.  ……</span>하는 이 두 가지 만으로도 나는 맥이 풀리고 침울해지기에 충분하다<span>.</span></p>
<p>징그럽도록 싫은 순이누나하고 한 방에서 자는 것이다<span>.  </span>보기만 해도 역정부터 나는 순이하고 한 방에서 자게 되는 것이다<span>.  </span>밥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늘어지게 자는 순이하고 한 방에서 지내야만 한다는 게 나를 무엇보다도 불쾌하게 한다<span>.  </span>인간이란 할 일이 없으면 잠이나 자라고 태어 났단 말인가<span>?  </span>이건 뭐 대낮이고 초 저녁이고 늦은 아침이고<span>…. </span>시간만 있으면 자는 거다<span>.  </span></p>
<p>나는 이번 한달 동안을 이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며 확실히 고독을 좋아하는 내 성질을 깨달았다<span>. </span>혼자 독점한다는 것<span>…. </span>이것처럼 나에게 안도감을 가져다 주는 것은 없다<span>. </span>그러나 이제는 그 보기 싫은 자하고 침식을 같이 해야 한다<span>.</span></p>
<p>옆에선 늘어져 자고 있고<span>…</span>공부할 조건이 안 된다<span>.  </span>언젠가 나는 순이의 자는 얼굴을 유심히 본적이 있다<span>.  </span>빈대떡<span>!  </span>빈대떡 같은 상판에 살이 쪄 눈은 움푹 들어 갔고 입은 염치없이 옆으로 째져있다<span>.  </span>콧구멍은 뭐가 그리 반가운지 위를 향해 뻥<span>! </span>뚫렸다<span>.  </span>엿치기 할 때 잘라 놓은<span>, </span>엿가락 토막 같은<span>…. </span>더럽게 맵시 없는 몸뚱어리가 이불 속에서 잠자고 있다<span>. </span></p>
<p>설에 기철네서 잤다고 꾸중하시며 아버님께서는 아무리 사촌 지간인 순이라 해도 한 이불 속에서 자는 건 못쓴다고 말씀 하신적이 있다<span>.  </span>나는 순이의 그 과히 침 뱉아 주기에 인색하지 않을만한 상판을 바라보며 아버님의 그 말씀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span>. </span>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내가 하숙을 하며 혼자 잘 때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누이라도 한 방에서 자면 좀 기분이 이상해질 거라” 하는. 그러나 실지 당해보니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얄미워진다<span>.</span></p>
<p>  우선 보기 싫어지고 다음은 목구멍에서 뭐가 넘어오는 것처럼 징그럽게 보이니 말이다<span>.  </span>언젠가 나는 누이에게 이렇게 말 한적이 있었다<span>.  ‘</span>누나 난 이담에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아<span>! </span>그거 원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어떻게 징그럽게 한 방에서 자우<span>?  </span>구역질이 날 것 같아<span>.  </span>징그럽게 어떻게 한 이불 속에서 잘 수 있을까<span>?’ </span>하고 말한 적이 있었다<span>.  </span>이 끝엔<span> ‘</span>사실은 누나 자는 걸 볼 때마다 일어나는 생각이야<span>!”  </span>라는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span>.  </span>누이의 자존심을 생각해서였다<span>.  </span>허나 누나의 대답은 이외에도 걸작이다<span>.</span></p>
<p>“얘얘<span>!  </span>철없는 소린 작작해<span>…. </span>다 크면 달라지는 거야<span>.  </span>크면 다 달라져<span>!” </span>이런 소리 들으니 어쩐지 더 밉게 보이고 징그럽게 보인다<span>.  </span>도대체가 징그럽게 어떻게 한방에서 서로 허덕대고 신음하고 애무하고 그런 걸 할 수 있단 말인가<span>?  </span>여자들이 남자의 그 코 같은 액체를 얻어먹으려고 몇 분간을 신음하고 황홀경에 빠지고 하는 건 무슨 까닭인가<span>?  </span>이것도 연극이냐<span>?  </span>큰 형님도 이 징그러운 것을 한 여성<span>, </span>그것도 몸이 약해 항상 비관하고 있는<span> … </span>에게 베풀고는 좋아라고 희희덕 거렸을테지<span>?  </span>그리고선 아주 점잖게 발길로 뻥 찼단 말이지<span>? … </span>흥<span>! </span>이것도 연극이다<span>.  </span>언젠가 나는 이런<span> “</span>징그러운 짓을 보고 싶은 심정이 강렬히 일어나 안방의 은<span>_</span>이 아빠 엄마를 염탐하려고 시도한 적까지 있었다<span>.  </span>그러나 몇 시간 안 가 나는 나를 심하게 비웃었다<span>.  </span>참 병신 같은 놈이다<span>. </span>그것을 구태여 봐서 어찌 하겠다는 거냐<span>?  </span>물론 내가 그런것쯤 볼 기술이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span>.  </span>나는 벼란 간 나 자신을 조소하기 시작했다<span>. ….. </span>아무것도 아닌 것이다<span>…. </span>연극이다<span>……. </span>라고<span>.</span></p>
<p>하여튼 순이 누나하고 한방에서 잔다는 것은 확실히 고역이다<span>. </span>공상하고 망상하고 가책을 느끼고 환멸을 느끼는 것<span>…. </span>이것조차 나는 연극이라고 보고 싶은 거다<span>.  </span></p>
<p>그렇지 않은들 감히 그런 생각을 품을 법 할손가<span>?  </span>하여튼 매일의 <span>24</span>시간이 제약 당하고<span>, </span>또 독방을 빼앗기는 생활이 내일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게 귀찮아진다<span>.</span></p>
<p>요사이 나는 은<span>_</span>이 엄마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다<span>.  </span>그녀는 자기의 과거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그리 잘 생기진 못한 얼굴에나마 홍조를 띄우곤 했다<span>.  </span>그런데 참<span>!  </span>항상 못 생긴 건 아니다<span>.  </span>화장이 잘 먹혔을 때는 그 얼굴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 때가 많았으므로<span>!  </span>과거 동생을 맺었었다는 어느 남학생 얘기하며<span>, </span>결혼 초 은<span>_ </span>아버지가 밥하고 김장했다는 애기하며<span>… </span>나에겐 재미 있었다<span>.  </span>나는 이 아주머니한테도 물어본 적이 있다<span>.  </span>생명부지의 두 인간이 어떻게 <span>100</span>년간을 한 방에서 지내느냐고<span>?  </span>그녀는 웃으면서 아직은 어리니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span>.  </span>확실히 나는 어려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span>?  </span>철부지의 쓸데없는 걱정 생각이란 말인가<span>?  </span>어떻든<span> “</span>도대체 은<span>_</span>이는 왜 낳아 울리고<span>, </span>당신네들은 부부싸움만 하고<span>, </span>날 공부 못하게 성가시게 구는 거요<span>?” </span>하고 묻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span>.  </span>은<span>_</span>이 놈<span>! </span>하면 온통 미운 환상만 떠 오르지 귀여운 맛이란 하나도 없다<span>.  3</span>살짜리 귀염둥이<span>? </span>흥<span>!  </span>그건 온통 새빨간 거짓말이다<span>.  </span>그저 하루종일 그 조그만 아가리로 온 집안이 들먹 거리게 울어 제치는 것이다<span>.  </span>내가 이렇게 신경질을 부리다간 종국에는 노이로제에 걸리고 말 것 같다<span>.  </span>도대체 왜 저렇게 귀찮은 걸 나아 놓고 자기도 그토록 속 썩이는가 생각하니 은<span>_</span>엄마가 밉기도 하다<span>.  </span>반면 나는 때때로 비장한 각오를 하게 된다<span>….  </span>나는 결혼해서 결코 생산하지 않을 것을<span>!  </span>생산 하드라도 탁아소에 맡기거나 벽장 속에 넣어 두고 기르거나 할것을<span>!.</span></p>
<p>하여튼 이 집을 떠나야만 한다<span>. </span>이 집을<span>! </span>저녁에 종만형에게 가 머릴 깍고 자유극장에 갔다<span>.  </span>초대권이 있어 간 것이다<span>.  </span>허나 영화가 이미 반쯤 진행되어 흥미가 없었고<span>, </span>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span>.</span></p>
<p>&nbsp;</p>
<p>4293(1960).  2.   22   고<span>2</span></p>
<p>  올해 들어 처음으로 스케이트장엘 갔다<span>.  </span>미아리에 있는 스케이트장엔 학생들이 별로 많질 않았다<span>.  </span>동성 학생들이 퍽 많았다<span>.  </span>년 만에 타 보는 스케트 인지라 염치없이 넘어지기만 했다<span>.  </span>좀 창피 하기도 했다<span>.</span></p>
<p>여학생들이<span> 90</span>도로 허리를 꺾어 가지고는 방둥이를 내두르며 달리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도대체 저런 따위의 계집애가 다음에 시집 가면 어느 짝에 써 먹힐 것인가 하고 장탄식 했다<span>.  </span>허나 이것은 못 타는 놈의 망상이겠지<span>……. </span>넘어지기만 하고 춥기도 하고 해서 나만 곧 돌아와 버렸다<span>.</span></p>
<p>&nbsp;</p>
<ol start="4293">
<li>2. 23</li>
</ol>
<p>  올 들어 첫 공부 시작했다<span>.  </span>마음과 몸을 가다듬고<span>….. </span>어쩌구<span>.   </span>소용없다<span>.  </span>오늘 하루도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다<span>.  </span>재<span>_</span>이 누나한테 편지했다<span>.  </span>놀러 오라고 편지했는데 놀러 오진 않을 거다<span>.  </span>그런 촌뜨기가 설마 놀러 오기나 할까<span>!  </span>하<span>!  </span>기철이 아버님은 편지를 받으면 또<span> “</span>이거 또 병길이 놈이 편지했구나<span>!  </span>하시겠지<span>.  </span>참 그분은 어쩐지 보기 만해도 몸이 옴치러 들고 기분이 나쁜 분 이시다<span>.  </span>백부님하고 인상이 꼭 같다<span>.</span></p>
<p>자<span>!  </span>잡념은 버리자<span>. </span>그리고 신성한 목표대로 매진하자<span>.</span></p>
<p>영<span>_, </span>입시를 치르려 해도 서울서 지낼 곳이 없다 한다<span>.  </span>우리집에 와 있으면 나도 반갑겠다<span>.  </span>허나 병<span>_</span>사촌형도 또 우리집에서 지내자고 할 테지<span>?</span><span>.  </span>대학 다니게 되면 우리집에서 같이 있자고 할 것이다<span>.</span></p>
<p>&nbsp;</p>
<p>4293(1960)   1.   25</p>
<p>  준식이<span>, </span>정<span>_, </span>구현이 나 이렇게 넷이서 학교에서 돌아와 화투 했다<span>. </span></p>
<p>우리 편이 져서 짜장면을 사 먹이는데 눈이 상당히 온다<span>.  </span>그 놈들을 돌려보내고 와서 나는 어쩐지 눈길이 자꾸 걷고 싶어 집 주위를 빙빙 돌았다<span>.  </span>뽀드득 뽀드득 발에 밟히는 눈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span>.  </span>가슴 속에서 나는 듯<span>, </span>그 소리는 관절을 통해 폐부를 울려 준다<span>.  ……. </span>할 말이 없다<span>.</span></p>
<p>&nbsp;</p>
<p>4293(1960).  1.   26   火<span>   </span>晴<span>   </span>고<span>2</span></p>
<p>  오후 여섯시 반에 배화여고 강당에서 연극 발표회를 한다고 한다<span>.</span></p>
<p>옆집 배화여고<span> 2</span>학년 여학생<span>(</span>박<span>_</span>자<span>)</span>이 표 두 장을 가져왔다<span>.  </span>덕택에 나는 은<span>_</span>이 엄마와 함께 그곳엘 갔다<span>.  5</span>막극<span> “</span>별<span>”</span>을 보면서 나는 감탄했다<span>.  </span>정말<span>!  </span>정말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 낫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똑똑히 깨달은 것 같다<span>.  </span>더구나<span>, </span>배화엔 문학소녀가 많다는 선생님의 말씀을<span>, </span>나는 인정 안 할래야 안 할 도리가 없다<span>.  </span>예술적인 면에서 사냥개의 코 같은 예민한 감각 처리 능력이 여자들에겐 일찍 부여되는가 보다<span>.</span></p>
<p>그 속에서 나온 후 아주머니와 나는 효자동을 지나 중앙청 앞까지 왔다<span>.  </span>허나 아주머니는 버스를 타지 말자 한다<span>.  </span>눈은 조금씩 오고<span>…. </span>나도 어쩐지 마냥 걷고 싶었다<span>.  </span>고개를 넘어 안국동을 지나쳤다<span>.  </span>재동을 지나고 돈화문까지 걸어왔다<span>.  </span>이젠 따갑던 귀가 신경이 마비되어 버렸는지 아무런 감각도 없다<span>.</span></p>
<p>고개를 넘어 원남동을 돌아 명륜동을 지나 쳤다<span>.  </span>이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span>.  나의</span> 요사이 자꾸만 치미는 열등의식이랑  또 어쩐지 참다운 이성교제를 딱 한 번 해보고싶다는 열망이랑... 등을 말할땐 그는 자기의 과거를 비춰가며 그에 적절한 말을 해 주었다<span>.  예컨대 나는 이 회화에서 </span>나 역시 in general 한 평상적인 모든 젊은이들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span>.  </span>나 자신 확실히 남과는 구별된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가여워 지기도 했다<span>.  </span>허나 나는  자위해 본다<span>. </span>이 부인은 보잘것 없는 여자이고 그녀의 과거는 이미<span> “</span>옛 의 것<span>” </span>이었다는 것으로써<span>.</span></p>
<p>  아주머니는 또 자기의 결혼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span>.  </span>중매결혼이었던 그에게 신혼의 몇 개월 간은 도무지 서로 말도 잘 않고 눈치만 보며 살았다는 것이다<span>.</span></p>
<p>나에게 결혼 상대의 용모 등을 묻길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span>.</span></p>
<p>즉 내가 월급봉투를 가져오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우선 다 빼앗아 가는 타입의 여성<span>, </span>허리는 가늘되 궁둥이가 너무 크지 말 것<span>. </span>얼굴은 진<span>_</span>이 누나처럼 만 하지 않은여성은 다 좋고<span>, </span>학력은 고졸<span>. </span>대학졸업은 절대로 싫다<span>.  키는 절대로 나보다 작아야 한다... 등을 이야기 했다.  </span>그리고 아줌마 한 테 한가지 속인 게 있는데 생각이 잘 안난다<span>.  </span>혜화동 아카데미 다과점에 들려  빵 몇 개 먹고 집에 오니 귀<span>, </span>손<span>, </span>발이 꽁꽁 얼었다</p>
760]]></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guid isPermaLink="true">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3/#post-326</guid>
                    </item>
				                    <item>
                        <title>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 월드컵과 미니멀리즘</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b0%95%ec%9a%a9%ed%95%84%ec%9d%98-%eb%af%b8%ea%b5%ad%ec%9d%b8-%ec%9d%b4%ec%95%bc%ea%b8%b0-%ec%9b%94%eb%93%9c%ec%bb%b5%ea%b3%bc-%eb%af%b8%eb%8b%88%eb%a9%80%eb%a6%ac%ec%a6%98/#post-325</link>
                        <pubDate>Wed, 01 Jul 2026 17:14:48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월드컵과 미니멀리즘
1970년대 중반, 유럽 취재여행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은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계에 덜 알려진 나라였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만난 한 여학생과의 대화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는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는데도 한국이 어디에 있...]]></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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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dir="ltr">
<div class="adL">
<p>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p>
<p>월드컵과 미니멀리즘</p>
<p>1970년대 중반, 유럽 취재여행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은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계에 덜 알려진 나라였다.</p>
<p>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만난 한 여학생과의 대화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는 역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는데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홍콩 옆에 있는 나라냐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자 이번에는 동남아시아 어디쯤 아니냐고 되물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아시아에 대한 그의 인식도 그 정도였던 것 같다.</p>
<p>그 순간의 씁쓸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마치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p>
<p>그러나 반전은 며칠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로마행 열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이 “야폰(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어 “코리아에서 왔다"고 무심히 답해줬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환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리아 넘버 원!"</p>
<p>놀란 내가 “코리아를 아느냐"고 묻자 그는 축구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은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이 지금과는 달랐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p>
<p>곧 이유를 알게 됐다. 그가 말한 코리아는 사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다.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은 강호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는 세계 축구사의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귀국 후 거센 비난과 살해협박에 시달렸고, 그 충격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p>
<p>그래서 당시 이탈리아인들에게 ‘코리아’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다만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p>
<p>세월은 흘러 어느덧 반세기가 지났다.</p>
<p>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보며 문득 그 시절 열차 안의 풍경이 떠올랐다. 예전의 축구 강국 이탈리아는 유럽지역 예선 탈락으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고, 미국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p>
<p>특히 미국 축구의 발전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94년 미국 첫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축구를 "여성들이 하는 스포츠" 정도로 인식했다. 남성은 풋볼, 여성은 사커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당시 미국 여자 축구는 세계를 제패해 월드컵을 여성들만의 잔치로 여겼던 것이다.</p>
<p>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는 경기장 주변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인파로 넘쳐난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축구는 이제 미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가 되었다.</p>
<p>메시를 보면 단순히 뛰어난 축구선수를 넘어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p>
<p>젊은 선수들은 경기 내내 쉼 없이 뛰어다닌다. 반면 메시는 종종 걷는다. 카메라는 그가 천천히 경기장을 배회하는 모습을 자주 비춘다. 마치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p>
<p>그러나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공간을 읽고,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결정적 순간을 기다린다. 불필요한 전력질주를 줄이고 체력을 아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창의적인 패스, 치명적인 슈팅을 만들어낸다.</p>
<p>메시의 축구는 한마디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는다. 적게 움직이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많은 것을 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해낸다.</p>
<p>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바쁘다. 하루 종일 휴대폰 알림에 반응하고, 끝없는 뉴스와 영상에 시간을 빼앗기고,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모임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에는 충분한 힘을 남겨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p>
<p>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젊을 때는 체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인생의 후반전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p>
<p>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의미 없는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고,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 해야 할 일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는 지혜를 갖는 것. 그것이 인생의 효율을 높이는 길이 아닌가 싶다.</p>
<p>메시가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p>
<p>인생은 누가 더 많이 뛰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오래 바쁘게 사느냐를 겨루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된다.</p>
<p>반세기 전 유럽의 열차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성이 지금도 살아 있다면, 아마 TV 앞에서 "쏘니! 쏘니!"를 외치며 손흥민의 한국을 응원하고 있을지 모른다.</p>
<p>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p>
<p>인생도 축구와 같다. 끝없이 뛰기보다 방향을 읽어야 하고, 많이 갖기보다 중요한 것을 남겨야 한다. 결국 행복은 더 많은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할 때 찾아온다.</p>
<p>그것이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미니멀리즘이며,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배워야 할 가장 아름다운 기술인지도 모르겠다.</p>
</div>
</div>
758
<div dir="l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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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bsp;</p>
<p>                미주동창회보 2026.7.  박용필 &lt;편집고문&gt;</p>
<div class="yj6qo">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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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div>
</div>
</blockquote>]]></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ulidae Admin</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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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나의 일기장 -12-</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2/#post-324</link>
                        <pubDate>Mon, 22 Jun 2026 06:20:3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어제가 있었다는 건 오늘이 있음을 상징 함이요 오늘이 있음은 또한 내일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 이겠는가? 추억은 아름다우나 잊기 쉬운 것.  이십사 시간의 사건이 종이 위에 기록되면 그건 그것대로 아름다운 추억! 나의 일을 영원히 간직하여 백발이 성성할 때 꺼내 보고는 회상에 잠기겠노라.
&nbsp;
4292년(1959년).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어제가 있었다는 건 오늘이 있음을 상징 함이요 오늘이 있음은 또한 내일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 이겠는가<span>? </span>추억은 아름다우나 잊기 쉬운 것<span>.  </span>이십사 시간의 사건이 종이 위에 기록되면 그건 그것대로 아름다운 추억<span>! </span>나의 일을 영원히 간직하여 백발이 성성할 때 꺼내 보고는 회상에 잠기겠노라<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17.   </span>화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 2)</span></p>
<p>  오늘로써 시험은 끝났다<span>.  </span>시험을 다 치르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찜찜하기도 하다<span>.  </span>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성적은 여전하다<span>.  </span>집에 와서 정리하다가 정<span>_</span>집을 찾아가니 정<span>_ </span>누나만 계시다<span>.  </span>시간이 남으므로 제<span>_</span>이네를 들렸다<span>.  </span>수다스러운 할머님 입은 여전하셨다<span>.  </span>집안은 중국 집 불 난 것처럼 소란했다<span>.  </span>거기서 인<span>_</span>이와 함께 학원엘 왔다<span>.  </span>키는 조그만 게 재잘거리긴 참새 새끼 같다<span>.</span></p>
<p>  서울학원에서 삼위일체 강의를 듣고<span>(</span>너무 오래간만에 가 보는 것이기에 얼떨떨하다<span>) </span>곧바로 종만형 한테 갔다<span>.  </span>마침 치우고 있는 중이어서 머리를 깎고 대법원을 나섰다<span>.  </span>올 땐 친절하게도 짜장면 값을 억지로 주므로 나는 감사히 받았다<span>.  </span></p>
<p>  광화문에서 중앙청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다가<span>, </span>상일 형님이 있는 하숙이 있긴 있는데 해가며 무려 한시간가량 헤매 겨우 형님 하숙을 찾아 냈다<span>.  </span>방에 누워 있었다<span>.  </span>그 곳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주고받다<span> 10</span>시경에 나와 규<span>_</span>이를 찾아 갔다<span>.  </span>그러나 나는 거기서 언짢은 소릴 들었다<span>.  </span>친구라는 게 뭐냐<span>?  </span>나는 하나의 헌 쪽박처럼 여지없이 그네들 한 테 배신당했다<span>.  </span>내자신 조금이라도 대범 했다면야 뭐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하나의 평범한 인간인지라 세<span>_</span>과 둘이서 나를 모임에서 빼 돌린걸 발견하고 분개해진 거다<span>.</span></p>
<p>화도 나고 또 부끄럽기도 하여 무척 절망적인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학표 형님이 와 계셨다<span>.</span></p>
<p>요컨대 나는 오늘 규<span>_</span>이 세<span>_</span>이 한 테 배신<span>(?) </span>당한 거다<span>.</span></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1. 18.   청<span>    </span>수요일<br />
<p>  나에겐 오늘 같은 날도 있었으니<span>!</span></p>
<p>오늘 학관에 갔으나 어쩐지 선생이 나오질 않아 수업은 하지 않았다<span>.  </span>그래서 곧장 집에 가려 하는데 정<span>_</span>가 벼란 간 어느 여학생을 지적하면서 ‘저거 한 테 내가 창피를 톡톡히 당한 적이 있다<span>.  </span>때려 줘야 되겠다’ 라고 말하는 거였다<span>.  </span>나는 호기심이 부쩍 동했다<span>.  </span>결국 우리는 그 여학생의 뒤를 따라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span>.  </span>돈암교 거의 다 와서 내리므로 우리도 그 뒤를 따라 내렸다<span>.  </span>정<span>_</span>의 책가방을 내가 맡고 나는 그의 거동을 살펴보기로 했다<span>.</span></p>
<p>한참 그 학생과 정<span>_ </span>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span>.  </span>자식은 맞대 놓고 몇 대 친다 하드니 웬 잔소리가 저리 심하노<span>?  </span>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섰다<span>.  </span>계집애 치곤 퍽 딱딱 거리는 게 여니 물렁한 보통 것과는 달리 보였다<span>.  </span>정<span>_ </span>그 놈은 계집애 앞에다 놓고 뭐 인간성이니 뭐니 하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span>.  </span>이러는 중에 나도 말 참견을 하게 되어 반말을 해 버렸더니 이 계집애가 핏대가 나서 지랄이다<span>.  </span>마침 영<span>_</span>도 지나 가다가 이것을 목격하는 바람에 우리는 셋이 되었고 계집애는 혼자였다<span>.</span></p>
<p>결국 동네 사람들이 나오고 하는 통에 우리는 할 수 없이 돌아오게 되었다<span>.  </span>그런데 조금 오자니까 그 계집이 학생들 대 여섯 명을 끌고 왔다<span>.  </span>난 속으로 당황하면서 ‘어떤 놈 하날 치든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죽도록 얻어 맞는 구나’ 하고 생각 하니 좀 떨리긴 떨렸지만<span>, </span>어디 까지나 동성고의 프라이드를<span>, </span>그리고 사내 대장부의 긍지를 보이고자 태연한 척했다<span>.  </span>정<span>_</span>는 몇몇 동네 애들한테 끌려 가고 나는 그 여학생과 마주하게 되었다<span>.  </span>나 보고 초면에 왜 반말이냐고 질책했다<span>. </span>옆엔 동네 애들 세 명이 잔뜩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span>.  </span>나는 아연 긴장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span>.  </span>그 여자는 나에게 이것저것 훈계조로 역설하며 자기 한 테 반말했다는 것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이었다<span>.  </span>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부드럽게 그녀에게 사과를 청했다<span>.  </span>내 자존심을 털 끝 만치도 챙기지 못하고 나는 그 앞에서 완전히 똥이 되어 버렸다<span>.  </span></p>
<p>하여튼 끝에 가서 나는 그 여학생에게 ‘나<span>, </span>오늘 생면부지의 한 여자에게 지나친 실례를 해서 미안하다<span>.  </span>내 원래 나쁜 놈은 아니니 혹시 길에서 또 만나도 전적으로 나쁘게 보지는 말아달라'는 요지의 담화를 하고 헤어졌다<span>.  </span>정<span>_</span>도 다행히 아는 놈이 나타나서 일이 잘 해결되어 우리는 돈암동까지 걸어 왔다<span>.</span></p>
<p>생각 할 수록 어이가 없었다<span>.  </span>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여 우리는 참으로 울적한 기분이었다<span>.  </span>오는 길에 물리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학관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속였다<span>.  </span>내가 한 여자 앞에서 이렇게 당해 보긴 생전 처음이다<span>.  </span>하여튼 퍽 기분이 나빴다<span>.  </span>삼선교 근처까지 왔는데 앞에 웬 여학생 둘이 나란히 가기에 우리는 기분 나쁘던 참에 잘 되었다 했다<span>.  </span>정<span>_</span>도 자기 실력을 보여 주겠다고 하기에 우리들은 그 뒤를 부지런히 따랐다<span>.  </span>학교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 가서는 나는 그만 멈추고 말았다<span>.  </span>정<span>_</span>가 끝까지 따라 가는 데는 나는 정말 두 손 다 들었다<span>.  </span>더구나 가서 몇 마디 하고는 나를 부르러 왔다<span>.  </span>나는 싱겁기도 하고 또 기분도 나질 않아 응하지를 않았다<span>.  </span>정<span>_</span>와 함께 만두 집에 가서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으며 우리는 참 어이가 없었다<span>.  </span>그래 계집 앞에서 이게 무슨 창피냔 말이냐<span>!</span></p>
<p>정<span>_</span>는 삼선교에서 버스로 떠나고 나는 집을 향해 걸었다<span>. </span>집에 오니 어머님께서 몹시도 걱정하고 계셨다<span>.  </span>죄송한 짓을 했다<span>.  </span>만일 나의 이러한 행동을 부모님들이 아신다면<span>? </span>학관에 다닌답시고 공연히 헛 짓만 하고 다니는 나의 비행을 부모나 형이 알게 된다면<span>? </span>  아<span>!   </span>나는 정말 정신 차려야 되겠다<span>.</span></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1.   </span>토요일<span>   </span>청</p>
<p>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span>.  </span>과외 수업 때문에 한 시간 일찍 가기로 되어 있는 것이 좀 고되다<span>.</span></p>
<p>오늘 학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정<span>_</span>가 왔다<span>.  </span>나가자 하기에 나가 보았더니 여섯 시에 단성사 앞에서 여학생과 만나기로 되었는데 나오라는 것이었다<span>.  </span>나오긴 했으나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아 다시 학관으로 돌아가려 하고 보니 이미 시간도 지나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span>.  </span>천천히 걸어 가 보니 놈은 극장 앞에서 구질구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span>. </span>6시에 만나기로 했다는 놈이<span> 6</span>시 반이 되도록 계집애는 나타나질 않았다<span>.  </span>난 학관 공부 마치지 않은 게 제일 원통했다<span>.  </span>어떤 병신 같은 계집애 때문에 내 학관 공부는 고스란히 까먹고 만 것 아니냔 말이다<span>.  </span>문화동에 갔더니 명<span>_</span>이 누나와 형이 와 있었다<span>. </span>가방을 받아 가지고 집에 왔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2.    </span>일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  저녁에 영숙 조카가 왔다<span>.  </span>작은형은 곧 부대로 돌아 갔고<span>, </span>학관에선 영작을 배웠고<span>, </span>그것 밖엔 한 일이 없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1. 24.    화요일<span>    </span>운</p>
<p>  학관에 다녀오니 어머니께서 나를 꾸중하신다<span>.</span></p>
<p>어느 놈이 나의 도시락 속에다 쪽지를 집어넣었든 것이다<span>.  </span>누군가 장난을 너무 심하게 했다<span>.  </span>‘벵길이 변도 싸 주시는 어머니한테<span>. </span>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span>.</span>’<span>  </span>이런 내용의 쪽지였다<span>. </span>이게 누구의 소행인가<span>?  </span>화가 울컥 치밀었다<span>.  </span>어떤 놈의 새끼가 이런 더러운 장난을 하였을까<span>?  </span>참으로 너무 심한 장난이다<span>.  </span>그야 뭐 나도 이<span>_</span>의 도시락에다 장난을 하긴 했어도 이렇게 심하게 하진 않았다<span>.  </span>그저 ‘이<span>_ </span>도시락 반참 좀 잘 싸 주라’고 했을 뿐이었다<span>.  </span></p>
<p>그러나 이 장난은 악의에 찬 것은 아닐 지라도 불쾌하기 그지없다<span>.  내 주변</span> 세 놈 중에서 누가 써넣었음에 틀림 없다<span>. </span>하여튼 내일 학교 가서 보자<span>.</span></p>
<p>&nbsp;</p>
<p>4292(1959)    11. 25.    수요일    청</p>
<p>열심히 탐색해서 그여 범인을 찾아 냈다<span>.  </span>정<span>_</span>다<span>.  </span>톡톡히 망신을 주었다<span>.</span></p>
<p>5시 반 차로 영숙을 보내고 학관에 갔다<span>. </span>학관에서 “<span>view - point</span>”를 묻는데 나는 대답하질 못했다<span>. </span>창피한 노릇이다<span>.  </span><span> </span>왜 자꾸 수강생들에게 물어 보냔말이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6    </span>목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  수업을 다 마쳤을 때 뜻밖에 순이 누나가 밖에서 나를 기다렸다<span>.  </span>하도 오랜만에 보니 언뜻 보면 잘 알아보질 못하겠다<span>.  </span>위 아래 양단으로 쪽 뺀 것이 뉘 집 귀부인 족하다<span>.  </span>키는 내가 훨씬 큰 것을 보면 누나 키는 예전 그대론가 보다<span>.</span></p>
<p>2, 3일 후에 간다고 했다<span>.  </span>나는 겉으론 퍽 서운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실 기분이 좋았다<span>.  </span>어쩐지 순이 누나는 이미 탁 터진<span>, </span>교활한 일개 색씨같이 보였기 때문이다<span>.  </span>순이 누나가 있음은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span>, </span>이는 곧 내 활동 범위의가 아닌가<span>?  </span>말끝마다 전엔 보지 못했던 어떤 교활성이 들어 나 보이는 게 난 서글펐다<span>.  </span>이리 저리 다녀 닳을 대로 닳은<span>, </span>속된 여자가 되고 만 것 같이 생각되어 어쩐지 마음이 그렇게 즐겁진 못했다<span>.</span></p>
<p>옛날<span>, </span>명륜동에서 자취하고 있었을 때만 해도 정말 얌전한 여자였는데… 하여튼<span> 2,3</span>일간 있다가 간다는 데 뭐<span>. </span>감기가 들어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다<span>.  </span>콧물 눈물이 한없이 나 신경질만 난다<span>. </span>물리<span> 94</span>점 수학<span> 95</span>점인데 역사는 내가 적당히 채점하여<span> 88</span>점으로 해 놓고 큰형 앞에 디밀었다<span>.</span></p>
<p>제<span> 4</span>기분 사친회비 고지서가 나왔다<span>.  </span>아직<span> 3</span>기분도 내지 않은 나에겐 그저 모든 게 암담할 뿐이다<span>.  11900</span>환<span> + 13,000</span>환<span> = 2</span>만<span> 4,900</span>환<span>!</span></p>
<p>지금 라디오에선 ‘솔개 마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span>. </span>초침은 자꾸 흐른다<span>.  </span>오늘 수학 시그마와<span> log</span>를 해야 한다<span>. </span>앞이 캄캄하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7.    </span>금요일<span>    </span>청</p>
<p>  체육시간에 운동장 몇 바퀴 뛰는데도 몹시 지쳤다<span>. </span></p>
<p>내 몸이 이렇게 허약한가<span>?  </span>걱정이 된다<span>.  </span>하필 고<span>3</span>때 무슨 병이라도 일어나면 큰일이다<span>.</span></p>
<p>오늘 어머님과 누이가 개목 누님집에 갔었다 한다<span>.</span></p>
<p>자<span>!  </span>학관에도 갔다 왔으니 이제 공부 좀 해야 되겠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9     </span>토요일<span>   </span>청</p>
<p>  학교에서 단체로 경복궁 과학 전람회를 갔다<span>.  </span>로켓트의 겉 모양은 번들하나<span>, </span>한낱 모형에 불과하니 서운하기도 했다<span>.  </span>하여튼 모든 게 훌륭하게 되어 있었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9     </span>일요일<span>   </span>청</p>
<p>  아침에 어머님을 역에까지 모셔 드리고 동대문 할머니네 집엘 갔다<span>.  </span>거기서 돈 좀 얻어 가지고 혜화동에 가서 사친회비를 내고 집에 왔다<span>. </span>오는 길에 한영 포켓 사전<span>, </span>대학입시<span>, </span>그리고 ‘<span>Modern American stories</span>’롤 샀다<span>.</span></p>
<p>요즘처럼 일기를 쓰다가는 아무 가치도 없겠다<span>.  </span>도대체 길게 쓸 기분도 나지 않으려니와 또 일기만 붙잡고 늘어질 한가한 시간도 없다<span>.  </span>학관은 이제 그만 두어야 되겠다<span>.  </span>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span>.  </span>그 동안 딴 공부를 해야 되겠다<span>. </span></p>
<p>작은형이 아직 오질 않았다</p>
<p>&nbsp;</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2. 3  <br />
<p>외사촌 종록 상경<span>. </span>어머님께서도 상경<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5</span></p>
<p>  종록이와 함께 우미관에 가 영화 ‘지옥의 전설’을 보았다<span>.  </span>보다 보니 몇 달 전에 본 것이었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6     </span>청</p>
<p>  종록이는 낮 차로 시골 내려 가다<span>. </span>무의미한 시간의 연속<span>.</span></p>
<p>&nbsp;</p>
12. 8.   화요일<span>   </span>청<br />
<p>  51 주년 기념식 교우지가 나왔는데 내가 쓴 꽁트 ‘자취’가 실려 있었다<span>.  </span>내가 쓴 게 활자화 된 건 생전 처음은 아니고 둘째 번이다<span>.</span></p>
<p>6시 부 터 문학의 밤을 하는데 모든 게 마땅치 않았다<span>. </span>내가 쓴 ‘어느날의 일기에서’ 라는 걸 낭독하면 자신이 있는데 그 작품을 오늘서야 겨우 가져왔으니 될 게 뭐 람<span>! </span>참 분하고 원통한 마음<span>!.  </span>울고 싶구나<span>.  </span>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텐데<span>. </span></p>
<p>행사 마무리를 한<span>, </span>최정히 여사<span>, </span>김목월 선생님의 강의에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span>.  </span>그러나 오늘 문학의 밤에서 내 작품을 낭독 못 한 건 천추의 한이다<span>.</span></p>
<p>&nbsp;</p>
12. 9.    수요일<span>   </span>청<span>(</span>운<span>)   </span><br />
<p>  아침 차로 어머님께서는 천안에 내려 가시고<span>, </span>서울엔 순이 누나가 있게 되었다<span>.</span></p>
<p>요사이 나의 심정이 왜 이렇게 삐딱…하게 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span>.  </span>사람들이 다 귀찮게만 보이고<span>, </span>선생들이 모두 무슨 원수 같다<span>.  </span>집에 오면 옆방에서 은<span>_</span>이가 빽빽 울어 대고<span>, </span>며칠 있으면 시험인데 제대로 해 놓은 게 하나도 없고<span>.</span></p>
<p>에이<span>. </span>쌍놈의 것<span>. </span>모든 게 없어졌으면… 날 지금 괴롭히고 있는 것은<span> ?. </span>창피하지 않은가<span>?   </span>두고 보자<span>.  </span>하여튼 모든 게 귀찮다<span>.</span></p>
<p>&nbsp;</p>
12. 16.<br />
<p>  오늘로 시험이 끝났다<span>. </span>시험을 엉망으로 치렀다<span>. </span>어제까지의 기대는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span>. </span>20등 안에도 못 들겠다<span>. </span>창피한 노릇이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18</span></p>
<p>  요새 같은 심정만 몇 달 계속된다면 난 미쳐 환장할 것만 같다<span>. </span>매사에 짜증부터 앞서고<span>, </span>때로 명상에 잠기고 싶어도 잡념이 뒤통수를 내리쳐 어찌 할 수가 없다<span>.</span></p>
<p>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력한 인간이 되었고 비겁하게 삶의 투쟁에서 밀리고 있는가 고 스스로 물어보아도 눈만 껌벅거려 질뿐 할 말이 통 없다<span>!</span></p>
<p>생에서 일절<span> retreat </span>한 자<span>, </span>가장<span> up to date</span>한 감정을 가졌다고 자처하는 자<span>, </span>바로 내가 이렇게 모든 일에 실망부터 가져야 할 아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억지로 즐거운 마음을 유도하기 위해 방학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한다<span>.  </span>허나 그건<span>, </span>이제 곧 성적표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우울로 헌신 짝처럼 짓 밟히고 다시 고민에 빠지고 만다<span>. </span>아<span>!  </span>너무나 나에겐 맞지 않는 세상이고<span>, </span>또 주위 환경이다<span>.  </span>누구 말마 따나 그야말로 죽고 싶고 사라지고 싶은 세상이다<span>.</span></p>
<p>기초 실력이 없으니 고<span>3</span>에 올라가서 아무리 발버둥 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span>? </span>등수가<span> 20</span>등 안에 들지 않는 한 나는 이 우울증을 도저히 버릴 수 가 없다<span>.</span></p>
<p>겨울방학이 나에게 가져다 줄 아무런 끈덕지도 없는 거다<span>. </span>삭으리 없다<span>!  </span>틀어 박혀 공부한다지만 계획이 이렇게 장황한만큼 또 실패는 폭풍노도처럼 들어 닥칠 것이고<span>, </span>그래서 나는 또 한 번 쓰라린 패배의 잔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span>.  </span>모든 게 순조롭지 못한 요사이<span>!  </span>평소에 생각했던 그 어떤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음을 억제할 수 없다<span>. </span></p>
<p>정말이다<span>.  </span>훨훨 어디로 날아 가<span>, </span>‘경쟁이 없는 세계’<span>, </span>‘눈치 볼게 없는 세계’<span>,  </span>‘부모 형제 일가 친척도<span>, </span>이웃도 없는<span>, </span>나 홀로의 세계’에 가 살고 싶다<span>.  </span>한낱 망상인가<span>?!  </span>그저 한낱 망상이라도 망상하는 힘마저 빼앗기긴 싫다<span>.</span></p>
<p>졸음이 오지만 더 좀 써야겠다<span>.</span></p>
<p>기철이 큰 누나로부터는 편지가 없다<span>.  </span>그야 말로 지독히 모욕당한 느낌이다<span>.  </span>이 모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span>.  </span>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span>?  </span>하여튼 두고 보자<span>.  </span></p>
<p>영<span>_</span>이<span>, </span>그의 어머니 말씀으론 대학에 안 보낼 것 같은데 본인은 숙대에 가겠다 한다<span>.  </span>어쨌든 그녀는 지난날 나에게 수많은 공상과 상념의 대상이었다<span>.  </span>영<span>_</span>이<span>! </span>잠자리에서 이성이 그리워져 모든 추잡한 짓을 할 때면 영<span>_</span>이가 가상의 표적으로 올라 무참히 희생당했다<span>.  </span>번번히 영<span>_</span>의 그것을 빼앗는 기분을 가졌으니 말이다<span>! </span>번번히<span>. </span>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후회하는 건 절대 아니다<span>. </span>다만 그런 로맨스를 안겨준 영<span>_</span>에게 고마울 뿐<span>. </span>할 말이 없어지는 나다<span>. </span>영<span>_</span>의 동그럼한 얼굴<span>, </span>올라간 눈썹<span>, </span>포동포동한 발…이런 시적인 언어를 남용할 때는 이미 지나버렸다<span>. </span>아주 영원히 지났다<span>. </span>왜냐고<span>? </span>나는 이제 고등학교<span> 3</span>학년이 되므로<span>. </span>하여튼 나는 어느 누구 집에도 찾아가지 않기로 했다<span>. </span>제한된 그 집을 빼 놓고는<span>!  </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2  20</span></p>
<p>이<span>_</span>네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중앙극장에 가서 ‘몬테크리스트 백작’을 감상했다<span>. </span>세시간에 걸친 긴 상영의 영화에서 과거 어려서 이 책을 읽고 받은 감명 못지않게 감명을 받았다<span>. </span>에드몽 단테스의 박력있는 연기<span>!</span></p>
<p>22일<span>   </span>화</p>
<p> 명<span>_</span>누나와 함께 중앙고교 ‘음악의 밤’ 행사장에 감</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  12    23.  </span>수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 오늘 마지막 수업으로 이해도 한 해가 저뭄<span>. </span>저녁에 아버님과 함께 우미관에 가서 서부활극을 감상했다<span>. </span>오다머피가 나오는 영화다<span>.</span>그의 연기는 내 이미 ‘지옥의 전선’에서 감명 받은바 있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그리 큰 감명을 못 받았다<span>. </span>하여튼 아버님은 몇십년만에 처음 처음 가 보시는 영화이시니 나는 흐뭇하다<span>.</span></p>
<p>오늘 서울에 첫 눈이 오다<span>.</span></p>
<p>&nbsp;</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2. 24<br />
<p>  오늘 부 터 싱거운 방학이다<span>. </span>놀랍게도 석차가<span> 4</span>등이다<span>.  </span>오<span>, </span>하느님 맙소사<span>.  </span>반가운 일이다<span>.  </span></p>
<p>계획 해 보자<span>.  </span>해석</p>
<p><span>    1. </span>식의 계산<span>      7-46     20p</span></p>
<ol start="2">
<li>1차 함수<span> 52-91     20p</span></li>
<li>2차 함수<span> 95-185    50p</span></li>
<li>대수<span> 201-234    15p</span></li>
<li>수열 과 급수<span> 310-367    25p</span></li>
<li>확률<span>, </span>통계<span> 537-638    50p   </span></li>
</ol>
<p>      200 p   1日에<span> 7p</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25</li>
</ol>
<p>  방학이 가져오는 무의미한 생활의 시작이다<span>.  </span>언제나 그러했듯 나에겐 방학처럼 따분한 건 없다<span>.</span></p>
<p>왜<span>?  </span>고독하기 때문이다<span>.  </span>남달리 친구가 많은 내가 아니다<span>.  </span>혼자서 돌아다니는<span>, </span>그런 식의 싱거운 멋에 흥겨움을 느끼는 괴벽도 없다<span>.  </span>그러니 아랫목에 죽치고 앉아 책이나 봐야 하는 게 방학 때면 으레 찾아오는 습관이고<span>, </span>또 그게 나의 팔자인가 보다<span>.  </span></p>
<p>이번 방학이 마음 편안한 방학 치곤 마지막 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며칠을 맥없이 보내고 나니 안타까울 뿐이다<span>.  </span></p>
<p>하루 종일 수학 참고서만 들여 다 보고 싶지 삼위일체나 독어 문법은 쓴 약 만큼이나 싫다<span>.  </span>싫은 걸 어찌한다 말이냐<span>?  </span>그래도 이번 성적표엔 독일어성적이 반에서 몇째 안 가게 나온걸 보면 내가 원래 잘 하는 게 아닐까<span>?  </span>아<span>--</span>니다<span>.  </span>왜<span>? </span>나의 독일어 공부라는 게 참 걸작이다<span>.  </span>해석을 소설 읽듯 자꾸 되풀이해 읽어서 그 순서까지 외어 두는 것이다<span>.  </span>이런 실력이 무슨 놈의 실력이람<span>!</span></p>
<p>지금 나는 결심을 새롭게 해<span>, der des dem den </span>부터 공부는 하고 있지만 하여튼 한심한 노릇이다<span>.  2</span>년간 배운 게 비록 소 귀에 경 읽기였지만 그래도 무언가 밑 바탕이 되어 주었는지 참고서를 이해하기엔 훨씬 쉽다<span>.</span></p>
<p>수학은 참 재미가 있다<span>.  </span>한 문제 한 문제 풀어 나갈 때 마다 통쾌감을 느낀다<span>.  </span>삼위일체는 너무나 어렵다<span>.  </span>그래도 하면 되겠지<span>! </span>그런데 나에겐 단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게 탈이다<span>.</span></p>
<p>학관엘 가야 겠는데 큰형님은 돈이 여의치 않은가 보다<span>. </span>그렇다고 아버님께 돈 달랠 염치가 없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26  </span>고<span>2</span></p>
<p>영<span>_ </span>한 테서 카드가 왔다<span>.  </span>미안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한 일이다<span>.  </span>부랴부랴 카드를 사서 나도 부쳤다<span>. </span>얌체머리 없는 행동이지만 할 수 있나 뭐<span>! </span>히히<span>.</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30</li>
</ol>
<p>저녁 차로 귀향<span>.  </span>오랜만에 가 보는 고향이다<span>.  </span>시간이 지나며 고향 땅에 가까워 온다는 게 나를 즐겁게 할 만도 하건만 도무지 감회가 솟지 않는 건 어쩐 이유인가<span>?</span></p>
<p>사실 이제 나에게 고향이라는 말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span>.</span></p>
<p>나는 고향이 없는 인간이 되었다<span>.  </span>기쁨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span>.  </span>그 어떤 악한 자<span>, </span>가난한 자<span>, </span>악랄한 자일지라도 고향 땅에 들어서면 그 땅에서 죄를 짓지 아니한 이상 감회가 솟는 법이다<span>.  </span>하다 못해 단 몇 분간이라도 감회에 젖은 얼굴로 낮 익은 들과 산을 둘러 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span>.  </span>그러나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span>?  </span>고향에 가면서도 한 가닥 기쁨도 가질 수 없음은 마음이 악 한 탓으로 고향에서 어떤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 있다는 말인가<span>?  </span>어<span>! </span>그건 아니다<span>.  </span>양심에 가책을 받을 만한 그런 죄는 지어 본적이 없다<span>.  </span>혹시 장차 성인이 되어서야 그 무엇이 될지 예언할 수는 없다<span>.  </span>그 누구나 나쁜 놈 되기 원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지만 인생 행로라는 것 자체가 미지수의 연속일 진대 장래를 말 할 수 있는 건 공자나 예수가 아닌 담에야 입 밖에도 낼 수 없는 일이다<span>.</span></p>
<p>고향이 가까워 오는데 단지 쓸쓸한 기분만이 솟구치는 건 정말 울고 싶도록 처량하다<span>.  </span>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span>.  </span>단지 나의 이 펜<span>, </span>이 정다운 일기장만이 알아주고 있다<span>.  </span>죽고 싶다는 말은 건방지고 하찮은 지껄임 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에이 뒈지고 싶다’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오는 것은 어찌 된 까닭인가<span>?  </span>뚜가닥 뚜가닥 규칙적인 레일의 소음이 나를 점점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만 같다<span>.</span></p>
<p>사실 나는 천안이 나의 고향인 것에 슬픔을 느낀다<span>.  </span>나는 왜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span>, </span>뒷동산이 마을을 아담하게 품고 있으며<span>, </span>어느 양지 바른 마루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을 수 있는 시골에서 태어나질 못했는지…<span>  </span>너무나 쓸쓸하고 적막한 마음에 울고 싶다<span>.  </span>쓰고 있는 이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지금의 내 심정<span>!  </span>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span>.</span></p>
<p>그 넓은 터를 남 다 주고<span>, </span>요리 조리 뜯어 먹혀 이제는 방 한 칸 만을 겨우 유지한 우리집<span>, </span>들어서면 우선 압박감부터 엄습해 와 마음 둘 곳 없는 우리집<span>.  </span>안에는 불평만이 있는 우리집<span>.  </span>즐거워질 수가 없는 우리집…<span>  </span>아<span>   </span>당장 없어지고 싶다<span>.</span></p>
<p>시골 가면 친척이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으려 해도 이것조차 나에겐 해당이 없다<span>.  </span>백부 댁이라 해야 찬 바람만 일 뿐 가족적인 분위기는 도무지 없고 작은 아버지 네를 가야 모두 식충이 같고 또 역시 살벌한 분위기다<span>.  </span>할아버지야 내가 기막히게 좋아하는 어른 이시지만 거길 가면 꼭 빈곤의 심부에 들어가는 기분이다<span>.  </span>여하튼 이제 난 고향이 없는 놈이 되어 버렸다<span>.  </span>고향이 없는 놈으로<span>!  </span>국<span>_</span>이도<span>, </span>임<span>_</span>도<span>, </span>규<span>_</span>이도<span>, </span>세<span>_</span>이도<span>, </span>이젠 모두 떨어져 나간 살벌한 고향<span>, </span>나에겐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고향이다<span>.  </span>슬픈 마음만 갖다 주는 무미한 고향<span>!  </span>나는 이런 고향으로 지금 레일 위를 따라 달려 가고 있다<span>.  </span></p>
<p>왜 나는 지금 슬픔을 찾아 가는가<span>?  </span></p>
<p>지금 나는 삭막한 고향을 향해 한 걸음<span>, </span>한 걸음 다가 가고 있다<span>. </span>아니 나는 지금 허무한 걸 한 시라도 어서 맛보려고 서두르고 있다<span>. </span>마치 죄수가 고문을 일찍 당해 버리려고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span>.</span></p>
<p>삭막함을 기다린다는 건 확실히 고통이다<span>.  </span>나는 어찌 이렇게 불행한가<span>?  </span>누가 들으면 욕 할지도 모른다<span>.  </span>조그만 자식이 벌써부터 불행을 얘기하는가 하고<span>.  </span>불행을 말 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힐책 할 거다<span>.  </span>그러나 나는 지금 참말로 슬픈데 뭘<span>! </span>누가 돌아 가신 것도 아니다<span>. </span>신상에 크게 슬픔을 줄 만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span>.</span></p>
<p>그러나 하여튼 슬프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31    </span>목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아침에 일어나 보니 열 시다<span>.  </span>국민학교 은사를 찾아가려다 임<span>_</span>과 세<span>_</span>이에게 붙들리고 말았다<span>.  </span>오랜만에 보는 친구 들이다<span>.  </span></p>
<p>밤에 영<span>_</span>한테 놀러 갔다<span>.  </span>얼굴이 왜 그리 탔는지<span>....</span></p>
<p>화투를 하고 있었다<span>.  </span>기철이<span>, </span>영애<span>, </span>기철이 할머니<span>, </span>영<span>_, </span>나 이렇게 모여 앉아 새해 영시를 맞고 있었다<span>.  </span>경자년이 가까워 올 때마다 아쉬운 병자년은 자꾸만 없어져 갔다<span>.  </span>안타까운 몇 분이 지나고 드디어 시침은 열 두시 정각을 넘어섰다<span>.  </span>이제 속절 없이 경자의 해는 다가왔다<span>.  </span></p>
<p>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또 훌떡 넘어가 버렸다<span>.</span></p>
<p>이제는 감성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span>.  </span>이제 앞으로의 일년은 나에게 그지없이 중요한 시기다<span>.  </span>입시 준비의 해<span>, </span>내 운명을 결정하는 해이다<span>.  </span>영<span>_</span>에게는 입시를 치르는 운명의 해이기도 하고<span>.  </span></p>
<p>화투 놀이는 밤 네 시까지 계속되었다<span>.  </span>뭐 먹기도 아니고 단순히 얻어 맞는 것이었으나 지루하진 않았다<span>.  </span>기철이는 자꾸 지는 게 화 나는지 나중엔 마구 울어 댔다<span>.  </span>놈<span>, </span>참 기가차다<span>.</span></p>
<p>이제 한 해를 보냄에 있어 영<span>_</span>와 화투하며 보냈다는 게 기억에 영원히 남을까<span>?  </span>밤 네 시경 집에 가려 했으나 기철이 할머니가 자고 가라 하기에 그냥 거기서 잤다<span>.  </span>영<span>_</span>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span>. </span>두시간 남짓 잤을까<span>? </span>번득 깨어보니 환하다<span>. </span>부랴부랴 뛰어왔다<span>.</span></p>
<p>제사를 지내고 난 뒤 나는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불쾌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span>.  </span>자고 왔다고 아버님께서 꾸중하시니 더욱 기분이 우울하다<span>. </span>영<span>_</span>네서 잤다는 게 나 자신 어째서 이렇게 불쾌해지는지 모르겠다<span>. </span>마치 소설처럼 그 어떤 연남들이 끙끙이 수작을 한 뒤의 불쾌감 같은 그런 기분이다<span>. </span>영<span>_</span>의 아버지가 알면 뭐라고 하실까<span>?</span></p>
<p>그렇지만 할머니하고 같이 잤는데 뭘<span>, </span>그래도 하여튼 불쾌한 일이다<span>. </span>영<span>_ </span>역시 기분 나빠 할지 그 누가 알랴<span>?  </span>내가<span>. </span>어리석었다<span>.  </span>밤 네 시 아니라 천하 없는 네 시 일지라도 나는 와야만 했었다<span>.  </span>집 담을 뛰어 넘어서라도 나는 와야만 했었다<span>.  </span>그런데 나는 넉살 좋게 거기서 자고 왔다<span>. </span>내가 좀 더 냉철한 사람이었다면 영<span>_</span>가 자는 방에서 잘 수 있었을까<span>? </span>절대로 그렇겐 못한다<span>.  </span>그러나 난 의젓하게 자고 오지 않았는가<span>?  </span>나처럼 비겁한 놈은 세상에도 없을 게다<span>.  </span>밤을 새웠지 사실은 잔게 아니라고 자위하려 했던 나<span>!  </span>보잘 것 없이 썩어 문드러진 나의 정신상태<span>!  </span>아…나는 왜 시골 와 이렇게 못난 짓만 할까<span>?  </span>불쾌한 짓만 할까<span>?  </span>하여튼 앞으로<span> 1</span>년간은 천안에 안 올 작정이고<span>, </span>또 그래야만 되는 고<span>3</span>의 해니까<span>.  </span>나는 영<span>_</span>를 일년간 앞으로 못 보는 셈이다<span>.  </span>그러니 나는 이 부끄러움을 영<span>_</span>와 안 만나는 것으로 씻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span>. </span>하여튼 어젯밤의 일이 너무나 불쾌하고 또 영<span>_</span>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span>. </span>그녀가 조금도 욕먹지 않게 되기를<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   金曜日<span>   </span>晴<span>   </span>庚子年<span>  </span>고<span>2</span></p>
<p>  새해의 아침은 싱겁고 불쾌하게 맞았다<span>.  </span>영<span>_</span>에 대한 불쾌감을 영 씻지 못한 채 나는 또 저녁에 불쾌한 일을 당했다<span>. </span></p>
<p>하여튼 오늘 두시 차나 여섯시 차로 서울 안간 게 한이다<span>.  </span>정말 한이다<span>.  </span>할아버지네 가서 애들과 눈 싸움만 하지 않았던들 나는 꼭 서울 갈 수 있었는데<span>... </span>하고 후회 한들 소용없다<span>.  </span>고향 같지도 않은 천안에 한시라도 머물기가 짜증나고 귀찮다<span>.  </span>이젠 영<span>_</span>과의 밤샘도 불쾌한 추억이 되어 버렸고 도무지 집에선 유쾌하질 못한데 한시라도 빨리 서울 가지 않은 게 생각 할 수록 분하다<span>.  </span>될 수 있는 한 빨리 이곳에서 꺼져야 한다<span>.</span></p>
<p>그런데 저녁에 불쾌한 일이 또 하나 일어났다<span>.  </span>명<span>_ </span>누나가 찾아왔는데 도무지 불쾌해서 견딜 수 없다<span>.  </span>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나한테도 화를 내고 갔다<span>. </span>진<span>_</span>이 형님은 뭐 또 신이 나서 술 먹고 와서는 으르렁 대는지… 하여튼 세상엔 온통 찌그러진 깡통만 굴러다니는가 보다<span>. </span>명<span>_</span>누나가 날 기분 나쁘게 하니 영<span>_ </span>일에 겹쳐 불쾌감이 최고조에 달했다<span>. </span>후딱 옷을 걸치고 극장엘 갔다<span>.  </span>무료한건 둘째 치고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span>.</span></p>
<p>“구름은 흘러가도”인데 극장은 대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span>.  </span>거기 나오는 말숙이라는 애가 참 잘 도 생겨 먹었다<span>.  </span>조런 것하고 결혼하고 싶다<span>.  </span>히히<span>.   </span>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니 잊었던 불쾌감이 또 고개를 든다<span>. </span>저녁에 종만형이 서울서 내려왔다<span>.  </span>서산에서는 영대조카가 오고<span>.</span></p>
<p>뜻 있는 하루를 제일 불쾌하게 지냈다<span>.  </span>아<span>-</span>주 제일 불쾌하게<span>...</span></p>
<p>&nbsp;</p>
<p>4293(1960).  1.   2      토요일<span>     </span>구름</p>
<p>  아침 여덟시 반 차로 천안을 떠났다<span>.  </span>섭섭하기는커녕 시원한 감정이 머릴 새롭게 해 주었다<span>.  3</span>시간의 지루한 여행이 있은 다음 집 문턱에 닿았을 땐<span> 12</span>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span>.  </span>역시 쉴 곳은 이곳뿐<span>!</span></p>
<p>&nbsp;</p>
<p>4293(1960).   1.   6    청<span>           </span>고<span>2</span></p>
<p>  날씨가 좀 차가워 오는 것 같다<span>.</span></p>
<p>겨울인데 봄 날씨 같으니 싱겁기 짝이 없다<span>.  </span></p>
<p>봄이면 꽃 피길 기대하고<span>, </span>가을이면 열매 맺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라면 겨울에 눈 오고 물 얼기를 바라는 것 또한 사람들의 바람일지 모른다<span>.  </span>하여튼 눈 없고 고드름 없는 겨울이란 꽃 송이 없는 국화나 열매 없는 감나무와 다를 바 없지 않는가<span>?  </span>눈이나 펑펑 쏟아 졌으면 그 속으로 마치 뭘 쫓듯 마구 뛰고도 싶은데<span>, </span>눈은 안 오고<span>...... </span>무 계획의 매일 매일<span> 24</span>시간이 지루하게 이어져 가고 있다<span>.</span></p>
<p>요사이는 정말 하는 게 통 없다<span>.  </span>단지 공부나 한다고 할까<span>?  </span>하여튼 오늘도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는 길로 바로 책상 머리에 붙어 앉아서 공부하고 종일 밖에 나간 거라곤 걸섭이와 선생님께 편지 써 부친 것밖에 없으니<span>, </span>가만 있자 꼭<span> 15</span>시간 공부한 셈인데 거기서 이것 저것 빼면 적어도 열 시간은 공부한 셈이다<span>.  </span>그런데 고작 수학 참고서<span> 7</span>장<span>, </span>영어 참고서 두어 장 밖에 한 게 없다<span>.  </span>하여튼 방학이 한 두어 달만 더 있다면 좋겠다<span>.  </span>이런 속력으로 참고서를 보면 두 달이면 능히 뗄 수 있기 때문이다<span>.</span></p>
<p>글을 좀 쓰려고 계획하였었는데 영 쓸 시간이 없구나<span>. </span>공부란 게 참 괴상한 것이다<span>.  </span>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 사람 변한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내가 그걸 느끼고 있다<span>. </span>공부를 좀 했더니 이젠 제법 시야가 넓어졌고 또 꼬장꼬장한 성격 모서리가 좀 없어진 것 같다<span>.  </span>하여튼 병자년의 새해와 함께 좀 잠잖아져야 되겠다<span>.</span></p>
<p>한국 문학상 수상 작품 전집을 읽어 보았는데 표현이 입이 벌어질 만큼 좋은 구절이 많다<span>.</span></p>
<p> “민이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이 벌떡 일어 서며 권총을 빼어 들었다<span>.  </span>순간 긴장이 물결처럼 쪽 깔렸다<span>.  </span>그러나 민은 한 점 표정의 동요도 없이 침착한 태도로 돌아서서 문쪽으로 걸어 나갔다<span>.  </span>문을 열고 나서려는 찰라 총성이 요란하게 주위를 뒤 흔들었다<span>.  </span>민은 멈칫 했다<span>.  </span>머리가 갈래 갈래 부서져서 공중으로 휙 날라 가는 것 같았다<span>. </span>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span>.  </span>그리고 다음 순간 총성이 까마득히 외부의 세계의 일만 같이 사라져 버리자 다시금 부서졌던 머리 조각들이 제 자리로 모여 오는 것만 같았다<span>.  </span>그는 잠시 그대로 문간에 서 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어 나갔다<span>.  </span>긴장이 아직 풀리지 않은 동료들의 시선은 천천히 걸어 나가는 민의 뒷 그림자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span>.</span></p>
<p>1957년에 수상한 오상원씨의 “모반” 중 한 구절이다<span>.</span></p>
<p>아찔한 순간을 어쩌면 이렇게도 절묘하게 표현했을까<span>?!</span></p>
<p>  “물줄기가 그 곳에서 휘면서 소용돌이 치는 바람에 한 오륙 메터나 간격을 가졌던 지붕과 지붕의 거리는 갑자기 접근해 버렸다<span>. </span>그리고 그 다음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span>.  </span>박이 열린 지붕이 핑그르르 맴을 돌면서 강아지를 태운 처마 끝을 슬쩍 스치자 두개의 지붕은 꼭 같은 시각에 파삭 아사져 버렸다<span>.  </span>그것은 흡사 뜰 앞에 생긴 물 방울과 물 방울이 서로 스치는 찰라 깜빡 스려져 버리는 것처럼 허망했다<span>.</span></p>
<p>  1958 受賞作<span>, </span>柳周鉉씨의 “언덕을 향하여” 에서의 한 구절이다<span>.  </span>홍수에 떠 내려가는 집들이 부딪쳐 부서지는 것을 어쩌면 이렇게도 잘 그려 냈을까<span>?</span></p>
<p>&nbsp;</p>
<p>4293(1960) .  1.   8    木曜日<span>   </span>晴<span>   </span>고<span>2</span></p>
<p>  무질서의 一日<span> 24 </span>시간<span>. </span>그저 지나가고 말았다<span>.  </span>하루 종일 방에 쭈그려 박혀 있었는데 겨우 삼위일체<span> 7</span>장<span>!  </span>한심할 노릇이다<span>.  </span>주<span>_</span>은 놀러 온다면서 오질 않고<span>. </span>오버는 세탁소에서 아주 버려 놓았다<span>.  </span>실망이 크다<span>. </span>매일은 무한이 반복하는 궤도지만 권태를 느껴야만 하는 궤도는 아니겠지<span>. </span>그 어디인가 굴곡은 존재하겠지<span>!  </span>나는 지금 그 굴곡을 못 찾아 권태를 느끼고 있는 것인가<span>?  </span>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주어진 레일이 원래 모래 한 알 없이 매끈한 것인가<span>?</span></p>
<p>하여튼 스물 네 시간이 권태로울 뿐<span>!  </span>그러기에 답지 않은 한숨만 나오는가 보다<span>. </span></p>
<p>가 보고 싶은 곳이 여기 저기 있긴 하다<span>.  </span>그러나 공부해야 된다는 그 무엇이 등덜미를 꽉 누른다<span>.  </span>다음 순간 맘 속엔 “야 임마 이번 방학이 너의 고교 마지막 방학인 줄 모르니<span>?  </span>실컷 놀아야 돼<span>!</span>” 하고 유혹이 온다<span>.  </span>그러면 또 이렇게 해서 물리친다<span>.</span></p>
<p>“야 임마<span>, </span>경자년은 대학 입시의 해야<span>. </span>너 그걸 알고 까부니<span>? </span>이제 방에 죽치고 들어 앉아 공부하는 거야<span>, </span>공부<span>!  </span>그리고 앞날의 찬란한 꿈을 꾸어 보는 거야”</p>
<p>하여튼 규<span>_</span>이 놈을 한번 만나 보아야 되겠다<span>.  </span>이 놈의 낯짝을 똑똑히 보아야만 속이 시원 하겠기에<span>!  </span>세_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나도 퍽 잘난 체하지만 이 놈은 나 보다 단수가 센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다 무관한 탓이겠지. 또 상대편이 바늘 끝 같은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겠거니 하고 자위도 해 본다<span>.  </span>국<span>_</span>인 지금 어느 방에 틀어 박혀 수학 문젤 풀고 있는지 규<span>_</span>은 또 지금 무슨 역사 참고설 갖다 놓고 읽어 대는지<span>?  </span>임<span>_</span>은 지금도 공부 못 할거다<span>. </span>그 애의 환경이 그렇게 된걸 뭐<span>!</span></p>
<p>아……<span>. </span>그 긴<span> 24</span>시간도 어찌 된 셈인지 후딱 지나고 지금은 밤 세시이니 벌써<span> 1</span>월<span> 9</span>일 금요일이다<span>.  </span>아마 이런 것에서 세월이 빠르다고 하는가 보다<span>.  </span>중얼 중얼 중얼 중얼.  아……<span>  </span>경전에선 밤 한시부터 정전이라 하더니 불이 왜 안 나갈까<span>? </span>갑갑하게<span>!  </span>불이나 빨리 나가면 그걸 구실 삼아 잠이나 잘 텐데 불이 왜 안 나가느냐 말이다<span>!  </span>속이 상하는구나<span>!</span></p>
<p>옛날 일기를 읽어 보면 지금도 약간 얼굴이 뜨거워지는 구절이 있다<span>.</span></p>
<p>하여튼 지금은 이 정도로 발전했으니 어른이 다 되었는가 보다<span>.  </span>남자와 여자의 육체 관계에 세상 어느 것보다 흥미를 가졌던 옛적이 다시금 생각되어진다<span>. </span>아<span>. </span>지금 이순간 불이 나갔다<span>.  </span>그래도 나는 이것을 계속해서 쓰고자 한다<span>. </span></p>
<p>잉크병이 어디쯤 있느냐<span>? </span>찾다가 볼 일 못 보겠다<span>. </span>내 글씨가 어찌 되었을까<span>? </span>아침에 일어나 엉망인 내글씨 보면 참 우스울 게다<span>.  </span>공불 해야 할 텐데<span>.</span></p>
<p>&nbsp;</p>
<p>4293(1960)    1.   9    金曜日<span>   </span>雲</p>
<p>  변화 없는<span> 24</span>시간 또 연장 되려는가<span>? </span>무한의 탈피 에로 달려 가고 싶은 심정<span>! </span>이 고리타분한 아랫목을 탈출하고 싶은 혈기<span>! </span>확실히 나에겐 뛰는 “피”가 있다<span>.  </span>그리고 “멋”이 있다<span>!</span></p>
<p> 오늘 은 어쩐지 자꾸만 나가고 싶은 심정으로 더 이상 못 참겠다<span>. </span>12시 조금 지나 규<span>_</span>이넬 오랜만에 가 보았더니 자식은 도서관에 갔다 한다<span>.  </span>규<span>_</span>이네 식구는 다 모여 있었다<span>.  </span>뚱뚱이<span>, </span>홀쭉이<span>, </span>건달<span>, </span>왈패<span>(</span>석만<span>). . .. </span></p>
<p>그리곤 웬 낯선 식모<span>! </span>어디들 나가는 길이라 기에 나도 같이 나왔다<span>.  </span>점심을 같이 하자는 데 응할 마음 없어 거절했다<span>. </span></p>
<p>거기서 화신까지 걸어와 이<span>_</span>이네를 갔더니 이 자식도 또 어디 나갔다 한다<span>.  </span>재수가 통 없다<span>.  </span>터덜거리고 집에 올 수 밖에<span>! </span>하여튼 또 나가고 싶다<span>!</span></p>
<p>일곱시경에 우미관에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려고 갔더니 들어 가는 놈도 없고 쓸쓸했다<span>.  </span>문전에 서서 서성대자니 어쩐지 떨린다<span>. </span>저 안엔 마두<span>(</span>송석일 선생<span>)</span>가 들어 앉아 그 곰팡이 낀 눈을 두리번거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span>? </span>음침한 기분이 들어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span>.  </span>거기서 아카데미까지 걸어왔다<span>.  </span>아카데미에선 “아가씨와 건달들”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매표구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span>.</span></p>
<p>학생이라곤 씨알머리도 없다<span>.  </span>여기서도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span>.  </span>속에 액쿠스<span> (</span>신용태 선생<span>)</span>라도 들어 앉아 있어 그 고양이 같은 눈으로 노려보는 듯싶다<span>.  </span>시네마 코리아를 돌아보니 “파라다인 부인의 사랑”을 하고 있다<span>.  </span>한데<span>, </span>이곳은 너무 음산해서 도무지 들어 갈 마음이 않나 고 또 마음도 떨렸다<span>.  </span>나는 이리저리 다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하는 영화관에 발길이 닿는데 앗<span>! </span>학생이 하나 있다<span>.  </span>나는 무슨 구원자나 얻은 듯 얼른 매표구에 가 표를 사 가지고 의젓하게 들어 갔다<span>. </span>앞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span>.  </span></p>
<p>스토리는 극히 단순 했으나 장면 장면에 묘기가 있었다<span>.</span></p>
<p>&nbsp;</p>
<p>4293   1</p>
<p>조금 전엔 때에 맞지 않게 부슬비가 내리더니 이젠 하늘이 제법 맑다<span>.  </span>구름이 간혹 붙어 있긴 해도<span>.   </span>그러나 청명한 하늘이다<span>.</span></p>
<p>나는 이불을 목까지 덮은 채 문을 빠끔히 열어 놓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span>. </span>저 하늘<span>, </span>끝없는 하늘 속으로 날라가<span>? </span>아 참 생각만 해도 시원한 노릇<span>!</span></p>
<p>지상의 모든 잡물<span>, </span>더러운 것을 떠나 오직 푸르기만 한 저기 옹기종기 붙어 있는 구름을 꿰뚫는 것도 재미 있겠지만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찬 지구 덩어리를 마치 장난감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그 쾌감<span>!  </span>아이젠하워나 이승만이 어떻다 한들 제트기 파일럿만은 못하다<span>.  </span>그들은 이미 지구를 초를 다투는 선에서 관조하고 있기 때문이다<span>.  </span>공간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이것은 정말 위대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span>? </span>저 푸른 하늘을 지금<span> 25</span>억<span>, </span>아니<span> 50</span>억의 눈들이 보고 있다<span>.  </span>그러나 그 중에서 이 시간에 나처럼 이렇게 이불을 목에까지 덮어쓰고 파일럿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span>?  </span>만일 있다면 그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겠지<span>. </span></p>
<p>지금 라디오에선 무슨 곡인지 이름도 모르는 음악이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있다……즐거운 봄<span>, </span>리챠드 말트발트의 연주이었습니다…</p>
<p>저 하늘을 혹시 어머님께서나 아버님께서 보고 계실지도<span>, </span>또 절에서 큰형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span>.! </span>또 영<span>_</span>는 저 하늘을 보며 입시 걱정을 하고 있을 게다<span>.</span></p>
<p>  아니 이게 인생이냐<span>?  </span>참고서를 들여다보고<span>, </span>그저 그거 하나 외우겠다고<span>, </span>대학 시험지 넉 장을 위해서 요걸 외우겠다고 바둥바둥 악을 쓰는 것…이게 인생이냐<span>?</span></p>
<p>10년이 눈 깜박 할 새에 지나 버렸으면 좋겠다<span>.  </span>어저께 석만형이 말 하든 것<span>, </span>이제<span> 1</span>년은 후딱 지나간다<span>.  </span>두고 보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0    일요일<span>   </span>운 고<span>2</span></p>
<p>  방학도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span>.</span></p>
<p>1월<span> 10</span>일도 벌써 반이 지났다<span>. </span>유쾌한 일요일<span>?  </span>흥<span>!  </span>라디오에선 왜 저렇게 뚱딴지 같은 소릴 할까<span>?  </span>유쾌하긴 뭐…가 유쾌해<span>. </span>다… 지금의 나에겐 모순투성이다<span>.  </span>모처럼의 일요일에 이…게 다 뭐냐<span>? </span>꾸구려 박혀서<span>. </span>흥<span>, </span>즐겁고 유쾌한 일요일이라니 말도 안 된다<span>.</span></p>
<p>라디오에선 지금 송민도의 구렁이 같은 목소리가 발악을 하고 있지만 나와 상관이 없다<span>.  </span>귀찮기만 하다<span>.  </span>그러나 막상 라디오의 스위치를 끊을 생각은 또 전혀 없다<span>. </span>그것 마저 없어지면 몇 배나 더 외로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span>.  </span>한<span> 10</span>년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으면 참 좋겠다<span>.  </span>입학 시험도 안 치르고<span>, </span>얼마나 좋으냐<span>?!  </span>대학 시험에 떨어지면<span>? </span>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노릇이다<span>.  </span>그러니 어디 뼈가 갈라지거나 해골이 바숴져서 입학 시험만 치루지 않게 된다면 참 좋겠다<span>.  </span>참 좋겠어<span>.</span></p>
<p>친구들은 이제 정신 차렸는가 본데 나는 이거 뭐냐<span>?  </span></p>
<p>아<span>!  </span>지금 영<span>_</span>는 무얼 하고 있을까<span>?  </span>그 애도 지금 속 꽤나 타고 있을 게다<span>.  </span>입시에 떨어지면… 하고 그는 나 보다 두어 곱절은 더 애가 타고 있을 거다<span>.  </span>붙어라<span>. </span>제발 붙어라<span>.  </span>붙어서 서울서 자주 좀 만나자<span>.  </span>제발 좀 붙어라<span>.  </span>네가 떨어지면 나에겐 나쁜 징조다<span>.</span></p>
<p>온다던 주<span>_</span>이 놈은 영 안 오는 구나<span>. </span>저 놈의 초침 좀 묶어 놓을 순 없나<span>?  </span>안타깝다…<span>. </span>시간 가는 것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1</p>
<p>  레일은 일정해 있어 그 위로 달리는 차의 속도도 일정한가 보다<span>. </span>뻗어 있는 두개의 평행선 위엔 무수한 역사의 줄기가 뻗쳐 있어 그 하나하나가 새겨 지겠지<span>.  </span>그러나 나의<span> 24</span>시간 반복되는 평탄한 레일 위엔 아로 새겨지는 게 하나도 없다<span>.</span></p>
<p>매끈한 것<span>, </span>그것뿐이다<span>.  </span>이젠 권태도 없고<span>, </span>그렇다고 절대로 기쁜 것도 아니고<span>.... </span>나의 요즘 생활은 그저 하루가 가면 가나보다<span>, </span>오면 오나 보다 하는 식이다<span>.  </span>희망 없는 생활처럼 부담이 적은 것은 없다<span>. </span>시간에 따라가는 것이지 결코 시간을 끌고 가는 생활은 아니기 때문이다<span>.  </span>시간을 요리할 줄 모르는 인간처럼 슬픈 인간은 없지만 또 너무 시간에 얽매어 그것을 요리하는 데에 급급하여 인생의 진짜 “참”을 모르는 인간도 또한 그에 못하지 않게 슬프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span>?  </span>내 생활은 분명 앞의 경우인데 이 평탄하고 기복 없는 레일 위를 탈선하지 않는 게 너무나 의외일 뿐이다<span>.  </span>극장 가는 것을 탈선이라 한다면 그게 곧 위선이지 결코 시간을 요리할 줄 안다는 얘기는 못 된다<span>.  </span>그것 또한 시간에 쫓아 가는 것이며<span>, </span>시간이 빚어 내는 공백을 메우자는 것뿐이지 결코 네가 이룬 아무것도 아니다<span>.</span></p>
<p>내가 이렇게 감상적이 되어 인생에 필요한 무얼 얻자고<span>?  </span>흥<span>! </span>얼토당토않은 말이다<span>. </span>그런 썩어 빠진 허영이 나에겐 이제 없다<span>.  </span>스물 네 시간을 어떻게 메꾸어 나가느냐가 시급한 문제인 나에게는……</p>
<p>어제는 참 무<span>_</span>이가 왔었지<span>.  </span>그도 한 두어 시간 나와 함께 공백을 채우고 지나 갔다<span>.  </span>그의<span> 24</span>시간이 어떻든 간에<span>, </span>그 두어 시간 그는 나와 같이 앉아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다<span>.  </span>그가 가고 남은 자리엔 시간의 쓰레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며 참고서를 가리고 마구 눈을 아리게 한다<span>. </span>결국 그가 간 뒤 두시간 또 그 찌꺼기 시간을 소화하느라고 앉아서 천정만 처다 보고 있었다<span>. </span>이로써 나는 네 시간이나 시간을 쫓아 공백을 메운 셈이다<span>.</span></p>
<p>돈<span> 250</span>환<span>!  </span>이걸 가지고 열흘을 살아야 한다<span>. </span>그러니 큰일 아닌가<span>?</span></p>
<p>&nbsp;</p>
<p>4293.1</p>
<p>  아까부터 참으려 해도 눈물이 자꾸 난다<span>.  </span>누나도 내가 우는 게 청승 맞아서인지 또는 자기도 울음이 왈칵 솟아서인지 윗방으로 올라가 버리고 나 혼자서 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다<span>. </span>왜 울음이 나오는지 나도 모른다<span>.  </span>그저 자꾸만 울고 싶어진다<span>. </span>불현듯 어머님이 보고 싶어지고 아까 받은 걸<span>_</span>이 편지도 생각난다<span>. </span>울어 선 안 된다<span>.  </span>울어선 안된다<span>.  </span>우는 건 바보다<span>.</span></p>
<p>그러나 지난<span> 5</span>년간의 나의 서울 생활을 돌아보면 어쩐지 마구 눈물을 쏟고 싶은 것들뿐이다<span>. </span>울어도 울어도 시원치 않은 것들 뿐이다<span>.  </span>그렇게 뼈 저리게 슬픈 것도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나와 쓰고 있는 글자가 두자 세자로 겹쳐 보인다<span>.  </span>왜 이렇게 슬퍼 지는지 모르겠다<span>.</span></p>
<p>조금 전에 명<span>_</span>이네 가서 문<span>_</span>하고 논 것도 불쾌하게 되살아나 마구 울고 싶다<span>. </span>바보 같은 놈이다<span>… </span>바보 바보<span>. </span>바보<span>. </span>바보<span>. </span>바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2    고2</p>
<p>  무의미한<span> 24</span>시간은 또 덧없이 흘렀다<span>.</span></p>
<p>김경한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span>.  </span>편지 받아 기쁘다<span>. </span>그 희망을<span>, </span>그 태도를<span>, </span>그 정력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 나가거라<span>.... </span>고 말씀하셨다<span>.  </span>읽고 나서 선생님의 말씀에 뼈저리게 감동했지만 그 만큼 어깨가 몇 근 더 무거워진 것 같다<span>.</span></p>
<p>하여튼 해야 된다<span>. </span>공부를<span>.</span></p>
<p>  요사이 내가 왜 이렇게 감상적으로 흐르는지 모르겠다<span>.  </span>참 더럽게 센티 해지고 있다<span>.  </span>잉크 병 하날 봐도 센티 해질 정도니까<span>.  </span>뭔지 몹시 그립다<span>.  </span>당장 편지라도 하고 싶어 종이위에 펜대를 붙잡았으나 보낼 곳이 없다<span>.  </span>하늘로나 보낼까<span>? </span>책상위에 있는 아무것이나 잡히는 대로 콱 던지고 싶다<span>. </span>문<span>_ </span>생각을 하면서다<span>. </span>어쩐지 얼굴이 화끈하여 그저 잉크병을 번쩍 든다<span>, </span>그러나 금방 던질 것 같았던 나의 기세는 사라지고 만다<span>.  </span>잉크병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나는 혼자 실소하고 만다<span>. </span>흥<span>!  </span>제기랄<span>, </span>이게 뭐냐<span>?  </span>미친 지랄이다<span>.</span></p>
<p>콱<span>! </span>라디오 스위치를 튼다<span>.  </span>아까부터 안방 아기 은<span>_</span>이가 쨍알쨍알 울더니 이제는 막 악을 쓰며 운다<span>.  </span>신경질이 콸콸 솟는다<span>.  </span>아<span>… </span>라디오에선 지금 재즈가 찢어져라 울려 나온다<span>.  </span>귀를 막는다<span>.  </span>받친 팔꿈치로 책상이 떠는 것을 느낀다<span>.  </span>하여튼 은<span>_</span>이가 우는 소리<span>, </span>그<span>, </span>골을 박박 긁는 울음소리 보다는 차라리 이 요란한 재즈가 좋다<span>.  </span>이렇게 한차례 하고 나면 나 자신이 부끄럽다<span>.  </span>참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span>.  </span>뭐<span>, </span>할 수 없다<span>.  </span>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span>. </span></p>
<p>&nbsp;</p>
756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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