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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Mulidae Forum - Recent Topics				            </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link>
            <description>Mulidae Discussion Board</description>
            <language>en-US</language>
            <lastBuildDate>Mon, 22 Jun 2026 23:06:05 +0000</lastBuild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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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l>60</ttl>
							                    <item>
                        <title>나의 일기장 -12-</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2/</link>
                        <pubDate>Mon, 22 Jun 2026 06:20:3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어제가 있었다는 건 오늘이 있음을 상징 함이요 오늘이 있음은 또한 내일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 이겠는가? 추억은 아름다우나 잊기 쉬운 것.  이십사 시간의 사건이 종이 위에 기록되면 그건 그것대로 아름다운 추억! 나의 일을 영원히 간직하여 백발이 성성할 때 꺼내 보고는 회상에 잠기겠노라.
&nbsp;
4292년(1959년).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어제가 있었다는 건 오늘이 있음을 상징 함이요 오늘이 있음은 또한 내일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 이겠는가<span>? </span>추억은 아름다우나 잊기 쉬운 것<span>.  </span>이십사 시간의 사건이 종이 위에 기록되면 그건 그것대로 아름다운 추억<span>! </span>나의 일을 영원히 간직하여 백발이 성성할 때 꺼내 보고는 회상에 잠기겠노라<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17.   </span>화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 2)</span></p>
<p>  오늘로써 시험은 끝났다<span>.  </span>시험을 다 치르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찜찜하기도 하다<span>.  </span>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성적은 여전하다<span>.  </span>집에 와서 정리하다가 정<span>_</span>집을 찾아가니 정<span>_ </span>누나만 계시다<span>.  </span>시간이 남으므로 제<span>_</span>이네를 들렸다<span>.  </span>수다스러운 할머님 입은 여전하셨다<span>.  </span>집안은 중국 집 불 난 것처럼 소란했다<span>.  </span>거기서 인<span>_</span>이와 함께 학원엘 왔다<span>.  </span>키는 조그만 게 재잘거리긴 참새 새끼 같다<span>.</span></p>
<p>  서울학원에서 삼위일체 강의를 듣고<span>(</span>너무 오래간만에 가 보는 것이기에 얼떨떨하다<span>) </span>곧바로 종만형 한테 갔다<span>.  </span>마침 치우고 있는 중이어서 머리를 깎고 대법원을 나섰다<span>.  </span>올 땐 친절하게도 짜장면 값을 억지로 주므로 나는 감사히 받았다<span>.  </span></p>
<p>  광화문에서 중앙청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다가<span>, </span>상일 형님이 있는 하숙이 있긴 있는데 해가며 무려 한시간가량 헤매 겨우 형님 하숙을 찾아 냈다<span>.  </span>방에 누워 있었다<span>.  </span>그 곳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주고받다<span> 10</span>시경에 나와 규<span>_</span>이를 찾아 갔다<span>.  </span>그러나 나는 거기서 언짢은 소릴 들었다<span>.  </span>친구라는 게 뭐냐<span>?  </span>나는 하나의 헌 쪽박처럼 여지없이 그네들 한 테 배신당했다<span>.  </span>내자신 조금이라도 대범 했다면야 뭐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하나의 평범한 인간인지라 세<span>_</span>과 둘이서 나를 모임에서 빼 돌린걸 발견하고 분개해진 거다<span>.</span></p>
<p>화도 나고 또 부끄럽기도 하여 무척 절망적인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학표 형님이 와 계셨다<span>.</span></p>
<p>요컨대 나는 오늘 규<span>_</span>이 세<span>_</span>이 한 테 배신<span>(?) </span>당한 거다<span>.</span></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1. 18.   청<span>    </span>수요일<br />
<p>  나에겐 오늘 같은 날도 있었으니<span>!</span></p>
<p>오늘 학관에 갔으나 어쩐지 선생이 나오질 않아 수업은 하지 않았다<span>.  </span>그래서 곧장 집에 가려 하는데 정<span>_</span>가 벼란 간 어느 여학생을 지적하면서 ‘저거 한 테 내가 창피를 톡톡히 당한 적이 있다<span>.  </span>때려 줘야 되겠다’ 라고 말하는 거였다<span>.  </span>나는 호기심이 부쩍 동했다<span>.  </span>결국 우리는 그 여학생의 뒤를 따라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span>.  </span>돈암교 거의 다 와서 내리므로 우리도 그 뒤를 따라 내렸다<span>.  </span>정<span>_</span>의 책가방을 내가 맡고 나는 그의 거동을 살펴보기로 했다<span>.</span></p>
<p>한참 그 학생과 정<span>_ </span>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span>.  </span>자식은 맞대 놓고 몇 대 친다 하드니 웬 잔소리가 저리 심하노<span>?  </span>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섰다<span>.  </span>계집애 치곤 퍽 딱딱 거리는 게 여니 물렁한 보통 것과는 달리 보였다<span>.  </span>정<span>_ </span>그 놈은 계집애 앞에다 놓고 뭐 인간성이니 뭐니 하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span>.  </span>이러는 중에 나도 말 참견을 하게 되어 반말을 해 버렸더니 이 계집애가 핏대가 나서 지랄이다<span>.  </span>마침 민<span>_</span>기도 지나 가다가 이것을 목격하는 바람에 우리는 셋이 되었고 계집애는 혼자였다<span>.</span></p>
<p>결국 동네 사람들이 나오고 하는 통에 우리는 할 수 없이 돌아오게 되었다<span>.  </span>그런데 조금 오자니까 그 계집이 학생들 대 여섯 명을 끌고 왔다<span>.  </span>난 속으로 당황하면서 ‘어떤 놈 하날 치든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죽도록 얻어 맞는 구나’ 하고 생각 하니 좀 떨리긴 떨렸지만<span>, </span>어디 까지나 동성고의 프라이드를<span>, </span>그리고 사내 대장부의 긍지를 보이고자 태연한 척했다<span>.  </span>정<span>_</span>는 몇몇 동네 애들한테 끌려 가고 나는 그 여학생과 마주하게 되었다<span>.  </span>나 보고 초면에 왜 반말이냐고 질책했다<span>. </span>옆엔 동네 애들 세 명이 잔뜩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span>.  </span>나는 아연 긴장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span>.  </span>그 여자는 나에게 이것저것 훈계조로 역설하며 자기 한 테 반말했다는 것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이었다<span>.  </span>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부드럽게 그녀에게 사과를 청했다<span>.  </span>내 자존심을 털 끝 만치도 챙기지 못하고 나는 그 앞에서 완전히 똥이 되어 버렸다<span>.  </span></p>
<p>하여튼 끝에 가서 나는 그 여학생에게 ‘나<span>, </span>오늘 생면부지의 한 여자에게 지나친 실례를 해서 미안하다<span>.  </span>내 원래 나쁜 놈은 아니니 혹시 길에서 또 만나도 전적으로 나쁘게 보지는 말아달라’ 고 참 어설픈 말을 하고 헤어졌다<span>.  </span>정<span>_</span>도 다행히 아는 놈이 나타나서 일이 잘 해결되어 나는 정<span>_</span>와 함께 돈암동까지 걸어 왔다<span>.</span></p>
<p>생각 할 수록 어이가 없었다<span>.  </span>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여 우리는 참으로 울적한 기분이었다<span>.  </span>오는 길에 물리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학관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속였다<span>.  </span>내가 한 여자 앞에서 이렇게 당해 보긴 생전 처음이다<span>.  </span>하여튼 퍽 기분이 나빴다<span>.  </span>삼선교 근처까지 왔는데 앞에 웬 여학생 둘이 나란히 가기에 우리는 기분 나쁘던 참에 잘 되었다 했다<span>.  </span>정<span>_</span>도 자기 실력을 보여 주겠다고 하기에 우리들은 그 뒤를 부지런히 따랐다<span>.  </span>학교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 가서는 나는 그만 멈추고 말았다<span>.  </span>정<span>_</span>가 끝까지 따라 가는 데는 나는 정말 두 손 다 들었다<span>.  </span>더구나 가서 몇 마디 하고는 나를 부르러 왔다<span>.  </span>나는 싱겁기도 하고 또 기분도 나질 않아 응하지를 않았다<span>.  </span>정<span>_</span>와 함께 만두 집에 가서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으며 우리는 참 어이가 없었다<span>.  </span>그래 계집 앞에서 이게 무슨 창피냔 말이냐<span>!</span></p>
<p>정<span>_</span>는 삼선교에서 버스로 떠나고 나는 집을 향해 걸었다<span>. </span>집에 오니 어머님께서 몹시도 걱정하고 계셨다<span>.  </span>죄송한 짓을 했다<span>.  </span>만일 나의 이러한 행동을 부모님들이 아신다면<span>? </span>학관에 다닌답시고 공연히 헛 짓만 하고 다니는 나의 비행을 부모나 형이 알게 된다면<span>? </span>  아<span>!   </span>나는 정말 정신 차려야 되겠다<span>.</span></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1.   </span>토요일<span>   </span>청</p>
<p>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span>.  </span>과외 수업 때문에 한 시간 일찍 가기로 되어 있는 것이 좀 고되다<span>.</span></p>
<p>오늘 학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정<span>_</span>가 왔다<span>.  </span>나가자 하기에 나가 보았더니 여섯 시에 단성사 앞에서 여학생과 만나기로 되었는데 나오라는 것이었다<span>.  </span>나오긴 했으나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아 다시 학관으로 돌아가려 하고 보니 이미 시간도 지나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span>.  </span>천천히 걸어 가 보니 놈은 극장 앞에서 구질구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span>. </span>6시에 만나기로 했다는 놈이<span> 6</span>시 반이 되도록 계집애는 나타나질 않았다<span>.  </span>병신 같은 놈이다<span>.  </span>난 학관 공부 마치지 않은 게 제일 원통했다<span>.  </span>어떤 병신 같은 계집애 때문에 내 학관 공부는 고스란히 까먹고 만 것 아니냔 말이다<span>.  </span>문화동에 갔더니 명<span>_</span>이 누나와 형이 와 있었다<span>. </span>가방을 받아 가지고 집에 왔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2.    </span>일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  저녁에 영숙 조카가 왔다<span>.  </span>작은형은 곧 부대로 돌아 갔고<span>, </span>학관에선 영작을 배웠고<span>, </span>그것 밖엔 한 일이 없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1. 24.    화요일<span>    </span>운</p>
<p>  학관에 다녀오니 어머니께서 나를 꾸중하신다<span>.</span></p>
<p>어느 놈이 나의 도시락 속에다 쪽지를 집어넣었든 것이다<span>.  </span>누군가 장난을 너무 심하게 했다<span>.  </span>‘벵길이 변도 싸 주시는 어머니한테<span>. </span>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span>.</span>’<span>  </span>이런 내용의 쪽지였다<span>. </span>이게 누구의 소행인가<span>?  </span>화가 울컥 치밀었다<span>.  </span>어떤 놈의 새끼가 이런 더러운 장난을 하였을까<span>?  </span>참으로 너무 심한 장난이다<span>.  </span>그야 뭐 나도 이<span>_</span>의 도시락에다 장난을 하긴 했어도 이렇게 심하게 하진 않았다<span>.  </span>그저 ‘이<span>_ </span>도시락 반참 좀 잘 싸 주라’고 했을 뿐이었다<span>.  </span></p>
<p>그러나 이 장난은 악의에 찬 것은 아닐 지라도 불쾌하기 그지없다<span>.  </span>안정<span>_ </span>한<span>_</span>원<span>, </span>김<span>_</span>성<span>, </span>이 세 놈 중에서 누가 써넣었음에 틀림 없다<span>. </span>하여튼 내일 학교 가서 보자<span>.</span></p>
<p>&nbsp;</p>
<p>4292(1959)    11. 25.    수요일    청</p>
<p>열심히 탐색해서 그여 범인을 찾아 냈다<span>.  </span>정<span>_</span>다<span>.  </span>톡톡히 망신을 주었다<span>.</span></p>
<p>5시 반 차로 영숙을 보내고 학관에 갔다<span>. </span>학관에서 “<span>view - point</span>”를 묻는데 나는 대답하질 못했다<span>. </span>창피한 노릇이다<span>.  </span><span> </span>왜 자꾸 물어 보냔말이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6    </span>목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  수업을 다 마쳤을 때 뜻밖에 순이 누나가 밖에서 나를 기다렸다<span>.  </span>하도 오랜만에 보니 언뜻 보면 잘 알아보질 못하겠다<span>.  </span>위 아래 양단으로 쪽 뺀 것이 뉘 집 귀부인 족하다<span>.  </span>키는 내가 훨씬 큰 것을 보면 누나 키는 예전 그대론가 보다<span>.</span></p>
<p>2, 3일 후에 간다고 했다<span>.  </span>나는 겉으론 퍽 서운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실 기분이 좋았다<span>.  </span>어쩐지 순이 누나는 이미 탁 터진<span>, </span>교활한 일개 색씨같이 보였기 때문이다<span>.  </span>순이 누나가 있음은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span>, </span>이는 곧 내 활동 범위의가 아닌가<span>?  </span>말끝마다 전엔 보지 못했던 어떤 교활성이 들어 나 보이는 게 난 서글펐다<span>.  </span>이리 저리 다녀 닳을 대로 닳은<span>, </span>속된 여자가 되고 만 것 같이 생각되어 어쩐지 마음이 그렇게 즐겁진 못했다<span>.</span></p>
<p>옛날<span>, </span>명륜동에서 자취하고 있었을 때만 해도 정말 얌전한 여자였는데… 하여튼<span> 2,3</span>일간 있다가 간다는 데 뭐<span>. </span>감기가 들어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다<span>.  </span>콧물 눈물이 한없이 나 신경질만 난다<span>. </span>물리<span> 94</span>점 수학<span> 95</span>점인데 역사는 내가 적당히 채점하여<span> 88</span>점으로 해 놓고 큰형 앞에 디밀었다<span>.</span></p>
<p>제<span> 4</span>기분 사친회비 고지서가 나왔다<span>.  </span>아직<span> 3</span>기분도 내지 않은 나에겐 그저 모든 게 암담할 뿐이다<span>.  11900</span>환<span> + 13,000</span>환<span> = 2</span>만<span> 4,900</span>환<span>!</span></p>
<p>지금 라디오에선 ‘솔개 마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span>. </span>초침은 자꾸 흐른다<span>.  </span>오늘 수학 S와<span> log</span>를 해야 한다<span>. </span>앞이 캄캄하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7.    </span>금요일<span>    </span>청</p>
<p>  체육시간에 운동장 몇 바퀴 뛰는데도 몹시 지쳤다<span>. </span></p>
<p>내 몸이 이렇게 허약한가<span>?  </span>걱정이 된다<span>.  </span>하필 고<span>3</span>때 무슨 병이라도 일어나면 큰일이다<span>.</span></p>
<p>오늘 어머님과 누이가 개목 누님집에 갔었다 한다<span>.</span></p>
<p>자<span>!  </span>학관에도 갔다 왔으니 이제 공부 좀 해야 되겠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29     </span>토요일<span>   </span>청</p>
<p>  학교에서 단체로 경복궁 과학 전람회를 갔다<span>.  </span>로켓트의 겉 모양은 번들하나<span>, </span>한낱 모형에 불과하니 서운하기도 했다<span>.  </span>하여튼 모든 게 훌륭하게 되어 있었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1.   9     </span>일요일<span>   </span>청</p>
<p>  아침에 어머님을 역에까지 모셔 드리고 동대문 할머니네 집엘 갔다<span>.  </span>거기서 돈 좀 얻어 가지고 혜화동에 가서 사친회비를 내고 집에 왔다<span>. </span>오는 길에 한영 포켓 사전<span>, </span>대학입시<span>, </span>그리고 ‘<span>Modern American stories</span>’롤 샀다<span>.</span></p>
<p>요즘처럼 일기를 쓰다가는 아무 가치도 없겠다<span>.  </span>도대체 길게 쓸 기분도 나지 않으려니와 또 일기만 붙잡고 늘어질 한가한 시간도 없다<span>.  </span>학관은 이제 그만 두어야 되겠다<span>.  </span>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span>.  </span>그 동안 딴 공부를 해야 되겠다<span>. </span></p>
<p>작은형이 아직 오질 않았다</p>
<p>&nbsp;</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2. 3  <br />
<p>외사촌 종록 상경<span>. </span>어머님께서도 상경<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5</span></p>
<p>  종록이와 함께 우미관에 가 영화 ‘지옥의 전설’을 보았다<span>.  </span>보다 보니 몇 달 전에 본 것이었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6     </span>청</p>
<p>  종록이는 낮 차로 시골 내려 가다<span>. </span>무의미한 시간의 연속<span>.</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8   화요일<span>   </span>청</li>
</ol>
<p>  51 주년 기념식 교우지가 나왔는데 내가 쓴 꽁트 ‘자취’가 실려 있었다<span>.  </span>내가 쓴 게 활자화 된 건 생전 처음은 아니고 둘째 번이다<span>.</span></p>
<p>&nbsp;</p>
<p>6시 부 터 문학의 밤을 하는데 모든 게 마땅치 않았다<span>. </span>내가 쓴 ‘어느날의 일기에서’ 라는 걸 낭독하면 자신이 있는데 그 작품을 오늘서야 겨우 가져왔으니 될 게 뭐 람<span>! </span>참 분하고 원통한 마음<span>!.  </span>울고 싶구나<span>.  </span>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텐데<span>. </span></p>
<p>행사 마무리를 한<span>, </span>최정히 여사<span>, </span>김목월 선생님의 강의에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span>.  </span>그러나 오늘 문학의 밤에서 내 작품을 낭독 못 한 건 천추의 한이다<span>.</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9    수요일<span>   </span>청<span>(</span>운<span>)   </span></li>
</ol>
<p>  아침 차로 어머님께서는 천안에 내려 가시고<span>, </span>서울엔 순이 누나가 있게 되었다<span>.</span></p>
<p>요사이 나의 심정이 왜 이렇게 삐딱…하게 나가는지 알 수가 없다<span>.  </span>사람들이 다 귀찮게만 보이고<span>, </span>선생들이 모두 무슨 원수 같다<span>.  </span>집에 오면 옆방에서 은<span>_</span>이가 빽빽 울어 대고<span>, </span>며칠 있으면 시험인데 제대로 해 놓은 게 하나도 없고<span>.</span></p>
<p>에이<span>. </span>쌍놈의 것<span>. </span>모든 게 없어졌으면… 날 지금 괴롭히고 있는 것은<span> ?. </span>창피하지 않은가<span>?   </span>두고 보자<span>.  </span>하여튼 모든 게 귀찮다<span>.</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16</li>
</ol>
<p>  오늘로 시험이 끝났다<span>. </span>시험을 엉망으로 치렀다<span>. </span>어제까지의 기대는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span>. </span>20등 안에도 못 들겠다<span>. </span>창피한 노릇이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18</span></p>
<p>  요새 같은 심정만 몇 달 계속된다면 난 미쳐 환장할 것만 같다<span>. </span>매사에 짜증부터 앞서고<span>, </span>때로 명상에 잠기고 싶어도 잡념이 뒤통수를 내리쳐 어찌 할 수가 없다<span>.</span></p>
<p>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력한 인간이 되었고 비겁하게 삶의 투쟁에서 밀리고 있는가 고 스스로 물어보아도 눈만 껌벅거려 질뿐 할 말이 통 없다<span>!</span></p>
<p>생에서 일절<span> retreat </span>한 자<span>, </span>가장<span> up to date</span>한 감정을 가졌다고 자처하는 자<span>, </span>바로 내가 이렇게 모든 일에 실망부터 가져야 할 아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억지로 즐거운 마음을 유도하기 위해 방학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한다<span>.  </span>허나 그건<span>, </span>이제 곧 성적표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우울로 헌신 짝처럼 짓 밟히고 다시 고민에 빠지고 만다<span>. </span>아<span>!  </span>너무나 나에겐 맞지 않는 세상이고<span>, </span>또 주위 환경이다<span>.  </span>누구 말마 따나 그야말로 죽고 싶고 사라지고 싶은 세상이다<span>.</span></p>
<p>기초 실력이 없으니 고<span>3</span>에 올라가서 아무리 발버둥 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span>? </span>등수가<span> 20</span>등 안에 들지 않는 한 나는 이 우울증을 도저히 버릴 수 가 없다<span>.</span></p>
<p>겨울방학이 나에게 가져다 줄 아무런 끈덕지도 없는 거다<span>. </span>삭으리 없다<span>!  </span>틀어 박혀 공부한다지만 계획이 이렇게 장황한만큼 또 실패는 폭풍노도처럼 들어 닥칠 것이고<span>, </span>그래서 나는 또 한 번 쓰라린 패배의 잔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span>.  </span>모든 게 순조롭지 못한 요사이<span>!  </span>평소에 생각했던 그 어떤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음을 억제할 수 없다<span>. </span></p>
<p>정말이다<span>.  </span>훨훨 어디로 날아 가<span>, </span>‘경쟁이 없는 세계’<span>, </span>‘눈치 볼게 없는 세계’<span>,  </span>‘부모 형제 일가 친척도<span>, </span>이웃도 없는<span>, </span>나 홀로의 세계’에 가 살고 싶다<span>.  </span>한낱 망상인가<span>?!  </span>그저 한낱 망상이라도 망상하는 힘마저 빼앗기긴 싫다<span>.</span></p>
<p>졸음이 오지만 더 좀 써야겠다<span>.</span></p>
<p>기철이 큰 누나로부터는 편지가 없다<span>.  </span>그야 말로 지독히 모욕당한 느낌이다<span>.  </span>이 모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span>.  </span>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span>?  </span>하여튼 두고 보자<span>.  </span></p>
<p>영<span>_</span>이<span>, </span>그의 어머니 말씀으론 대학에 안 보낼 것 같은데 본인은 숙대에 가겠다 한다<span>.  </span>어쨌든 그녀는 지난날 나에게 수많은 공상과 상념의 대상이었다<span>.  </span>영<span>_</span>이<span>! </span>잠자리에서 이성이 그리워져 모든 추잡한 짓을 할 때면 영<span>_</span>이가 가상의 표적으로 올라 무참히 희생당했다<span>.  </span>번번히 영<span>_</span>의 그것을 빼앗는 기분을 가졌으니 말이다<span>! </span>번번히<span>. </span>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후회하는 건 절대 아니다<span>. </span>다만 그런 로맨스를 안겨준 영<span>_</span>에게 고마울 뿐<span>. </span>할 말이 없어지는 나다<span>. </span>영<span>_</span>의 동그럼한 얼굴<span>, </span>올라간 눈썹<span>, </span>포동포동한 발…이런 시적인 언어를 남용할 때는 이미 지나버렸다<span>. </span>아주 영원히 지났다<span>. </span>왜냐고<span>? </span>나는 이제 고등학교<span> 3</span>학년이 되므로<span>. </span>하여튼 나는 어느 누구 집에도 찾아가지 않기로 했다<span>. </span>제한된 그 집을 빼 놓고는<span>!  </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2  20</span></p>
<p>이<span>_</span>네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중앙극장에 가서 ‘몬테크리스트 백작’을 감상했다<span>. </span>세시간에 걸친 긴 상영의 영화에서 과거 어려서 이 책을 읽고 받은 감명 못지않게 감명을 받았다<span>. </span>에드몽 단테스의 박력있는 연기<span>!</span></p>
<p>22일<span>   </span>화</p>
<p> 명<span>_</span>누나와 함께 중앙고교 ‘음악의 밤’ 행사장에 감</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  12    23.  </span>수요일<span>   </span>고<span>2</span></p>
<p> 오늘 마지막 수업으로 이해도 한 해가 저뭄<span>. </span>저녁에 아버님과 함께 우미관에 가서 서부활극을 감상했다<span>. </span>오다머피가 나오는 영화다<span>.</span>그의 연기는 내 이미 ‘지옥의 전선’에서 감명 받은바 있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그리 큰 감명을 못 받았다<span>. </span>하여튼 아버님은 몇십년만에 처음 처음 가 보시는 영화이시니 나는 흐뭇하다<span>.</span></p>
<p>오늘 서울에 첫 눈이 오다<span>.</span></p>
<p>&nbsp;</p>
4292년<span>(1959</span>년<span>)    </span>12. 24<br />
<p>  오늘 부 터 싱거운 방학이다<span>. </span>놀랍게도 석차가<span> 4</span>등이다<span>.  </span>오<span>, </span>하느님 맙소사<span>.  </span>반가운 일이다<span>.  </span></p>
<p>계획 해 보자<span>.  </span>해석</p>
<p><span>    1. </span>식의 계산<span>      7-46     20p</span></p>
<ol start="2">
<li>1차 함수<span> 52-91     20p</span></li>
<li>2차 함수<span> 95-185    50p</span></li>
<li>대수<span> 201-234    15p</span></li>
<li>수열 과 급수<span> 310-367    25p</span></li>
<li>확률<span>, </span>통계<span> 537-638    50p   </span></li>
</ol>
<p>      200 p   1日에<span> 7p</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25</li>
</ol>
<p>  방학이 가져오는 무의미한 생활의 시작이다<span>.  </span>언제나 그러했듯 나에겐 방학처럼 따분한 건 없다<span>.</span></p>
<p>왜<span>?  </span>고독하기 때문이다<span>.  </span>남달리 친구가 많은 내가 아니다<span>.  </span>혼자서 돌아다니는<span>, </span>그런 식의 싱거운 멋에 흥겨움을 느끼는 괴벽도 없다<span>.  </span>그러니 아랫목에 죽치고 앉아 책이나 봐야 하는 게 방학 때면 으레 찾아오는 습관이고<span>, </span>또 그게 나의 팔자인가 보다<span>.  </span></p>
<p>이번 방학이 마음 편안한 방학 치곤 마지막 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며칠을 맥없이 보내고 나니 안타까울 뿐이다<span>.  </span></p>
<p>하루 종일 수학 참고서만 들여 다 보고 싶지 삼위일체나 독어 문법은 쓴 약 만큼이나 싫다<span>.  </span>싫은 걸 어찌한다 말이냐<span>?  </span>그래도 이번 성적표엔 독일어성적이 반에서 몇째 안 가게 나온걸 보면 내가 원래 잘 하는 게 아닐까<span>?  </span>아<span>--</span>니다<span>.  </span>왜<span>? </span>나의 독일어 공부라는 게 참 걸작이다<span>.  </span>해석을 소설 읽듯 자꾸 되풀이해 읽어서 그 순서까지 외어 두는 것이다<span>.  </span>이런 실력이 무슨 놈의 실력이람<span>!</span></p>
<p>지금 나는 결심을 새롭게 해<span>, der des dem den </span>부터 공부는 하고 있지만 하여튼 한심한 노릇이다<span>.  2</span>년간 배운 게 비록 소 귀에 경 읽기였지만 그래도 무언가 밑 바탕이 되어 주었는지 참고서를 이해하기엔 훨씬 쉽다<span>.</span></p>
<p>수학은 참 재미가 있다<span>.  </span>한 문제 한 문제 풀어 나갈 때 마다 통쾌감을 느낀다<span>.  </span>삼위일체는 너무나 어렵다<span>.  </span>그래도 하면 되겠지<span>! </span>그런데 나에겐 단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게 탈이다<span>.</span></p>
<p>학관엘 가야 겠는데 큰형님은 돈이 여의치 않은가 보다<span>. </span>그렇다고 아버님께 돈 달랠 염치가 없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26  </span>고<span>2</span></p>
<p>영<span>_ </span>한 테서 카드가 왔다<span>.  </span>미안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한 일이다<span>.  </span>부랴부랴 카드를 사서 나도 부쳤다<span>. </span>얌체머리 없는 행동이지만 할 수 있나 뭐<span>! </span>히히<span>.</span></p>
<p>&nbsp;</p>
<ol start="4292">
<li>12. 30</li>
</ol>
<p>저녁 차로 귀향<span>.  </span>오랜만에 가 보는 고향이다<span>.  </span>시간이 지나며 고향 땅에 가까워 온다는 게 나를 즐겁게 할 만도 하건만 도무지 감회가 솟지 않는 건 어쩐 이유인가<span>?</span></p>
<p>사실 이제 나에게 고향이라는 말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span>.</span></p>
<p>나는 고향이 없는 인간이 되었다<span>.  </span>기쁨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span>.  </span>그 어떤 악한 자<span>, </span>가난한 자<span>, </span>악랄한 자일지라도 고향 땅에 들어서면 그 땅에서 죄를 짓지 아니한 이상 감회가 솟는 법이다<span>.  </span>하다 못해 단 몇 분간이라도 감회에 젖은 얼굴로 낮 익은 들과 산을 둘러 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span>.  </span>그러나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span>?  </span>고향에 가면서도 한 가닥 기쁨도 가질 수 없음은 마음이 악 한 탓으로 고향에서 어떤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 있다는 말인가<span>?  </span>어<span>! </span>그건 아니다<span>.  </span>양심에 가책을 받을 만한 그런 죄는 지어 본적이 없다<span>.  </span>혹시 장차 성인이 되어서야 그 무엇이 될지 예언할 수는 없다<span>.  </span>그 누구나 나쁜 놈 되기 원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지만 인생 행로라는 것 자체가 미지수의 연속일 진대 장래를 말 할 수 있는 건 공자나 예수가 아닌 담에야 입 밖에도 낼 수 없는 일이다<span>.</span></p>
<p>고향이 가까워 오는데 단지 쓸쓸한 기분만이 솟구치는 건 정말 울고 싶도록 처량하다<span>.  </span>지금의 내 심정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span>.  </span>단지 나의 이 펜<span>, </span>이 정다운 일기장만이 알아주고 있다<span>.  </span>죽고 싶다는 말은 건방지고 하찮은 지껄임 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에이 뒈지고 싶다’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오는 것은 어찌 된 까닭인가<span>?  </span>뚜가닥 뚜가닥 규칙적인 레일의 소음이 나를 점점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만 같다<span>.</span></p>
<p>사실 나는 천안이 나의 고향인 것에 슬픔을 느낀다<span>.  </span>나는 왜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span>, </span>뒷동산이 마을을 아담하게 품고 있으며<span>, </span>어느 양지 바른 마루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을 수 있는 시골에서 태어나질 못했는지…<span>  </span>너무나 쓸쓸하고 적막한 마음에 울고 싶다<span>.  </span>쓰고 있는 이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지금의 내 심정<span>!  </span>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span>.</span></p>
<p>그 넓은 터를 남 다 주고<span>, </span>요리 조리 뜯어 먹혀 이제는 방 한 칸 만을 겨우 유지한 우리집<span>, </span>들어서면 우선 압박감부터 엄습해 와 마음 둘 곳 없는 우리집<span>.  </span>안에는 불평만이 있는 우리집<span>.  </span>즐거워질 수가 없는 우리집…<span>  </span>아<span>   </span>당장 없어지고 싶다<span>.</span></p>
<p>시골 가면 친척이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으려 해도 이것조차 나에겐 해당이 없다<span>.  </span>백부 댁이라 해야 찬 바람만 일 뿐 가족적인 분위기는 도무지 없고 작은 아버지 네를 가야 모두 식충이 같고 또 역시 살벌한 분위기다<span>.  </span>할아버지야 내가 기막히게 좋아하는 어른 이시지만 거길 가면 꼭 빈곤의 심부에 들어가는 기분이다<span>.  </span>여하튼 이제 난 고향이 없는 놈이 되어 버렸다<span>.  </span>고향이 없는 놈으로<span>!  </span>국<span>_</span>이도<span>, </span>임<span>_</span>도<span>, </span>규<span>_</span>이도<span>, </span>세<span>_</span>이도<span>, </span>이젠 모두 떨어져 나간 살벌한 고향<span>, </span>나에겐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고향이다<span>.  </span>슬픈 마음만 갖다 주는 무미한 고향<span>!  </span>나는 이런 고향으로 지금 레일 위를 따라 달려 가고 있다<span>.  </span></p>
<p>왜 나는 지금 슬픔을 찾아 가는가<span>?  </span></p>
<p>지금 나는 삭막한 고향을 향해 한 걸음<span>, </span>한 걸음 다가 가고 있다<span>. </span>아니 나는 지금 허무한 걸 한 시라도 어서 맛보려고 서두르고 있다<span>. </span>마치 죄수가 고문을 일찍 당해 버리려고 서두르고 있는 것처럼<span>.</span></p>
<p>삭막함을 기다린다는 건 확실히 고통이다<span>.  </span>나는 어찌 이렇게 불행한가<span>?  </span>누가 들으면 욕 할지도 모른다<span>.  </span>조그만 자식이 벌써부터 불행을 얘기하는가 하고<span>.  </span>불행을 말 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힐책 할 거다<span>.  </span>그러나 나는 지금 참말로 슬픈데 뭘<span>! </span>누가 돌아 가신 것도 아니다<span>. </span>신상에 크게 슬픔을 줄 만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span>.</span></p>
<p>그러나 하여튼 슬프다<span>.</span></p>
<p>&nbsp;</p>
<p>4292년<span>(1959</span>년<span>).  12.  31    </span>목요일<span>   </span>청<span>  </span>고<span>2</span></p>
<p>아침에 일어나 보니 열 시다<span>.  </span>국민학교 은사를 찾아가려다 임<span>_</span>과 세<span>_</span>이에게 붙들리고 말았다<span>.  </span>오랜만에 보는 친구 들이다<span>.  </span></p>
<p>밤에 영<span>_</span>한테 놀러 갔다<span>.  </span>얼굴이 왜 그리 탔는지<span>....</span></p>
<p>화투를 하고 있었다<span>.  </span>기철이<span>, </span>영애<span>, </span>기철이 할머니<span>, </span>영<span>_, </span>나 이렇게 모여 앉아 새해 영시를 맞고 있었다<span>.  </span>경자년이 가까워 올 때마다 아쉬운 병자년은 자꾸만 없어져 갔다<span>.  </span>안타까운 몇 분이 지나고 드디어 시침은 열 두시 정각을 넘어섰다<span>.  </span>이제 속절 없이 경자의 해는 다가왔다<span>.  </span></p>
<p>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또 훌떡 넘어가 버렸다<span>.</span></p>
<p>이제는 감성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span>.  </span>이제 앞으로의 일년은 나에게 그지없이 중요한 시기다<span>.  </span>입시 준비의 해<span>, </span>내 운명을 결정하는 해이다<span>.  </span>영<span>_</span>에게는 입시를 치르는 운명의 해이기도 하고<span>.  </span></p>
<p>화투 놀이는 밤 네 시까지 계속되었다<span>.  </span>뭐 먹기도 아니고 단순히 얻어 맞는 것이었으나 지루하진 않았다<span>.  </span>기철이는 자꾸 지는 게 화 나는지 나중엔 마구 울어 댔다<span>.  </span>놈<span>, </span>참 기가차다<span>.</span></p>
<p>이제 한 해를 보냄에 있어 영<span>_</span>와 화투하며 보냈다는 게 기억에 영원히 남을까<span>?  </span>밤 네 시경 집에 가려 했으나 기철이 할머니가 자고 가라 하기에 그냥 거기서 잤다<span>.  </span>영<span>_</span>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span>. </span>두시간 남짓 잤을까<span>? </span>번득 깨어보니 환하다<span>. </span>부랴부랴 뛰어왔다<span>.</span></p>
<p>제사를 지내고 난 뒤 나는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불쾌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span>.  </span>자고 왔다고 아버님께서 꾸중하시니 더욱 기분이 우울하다<span>. </span>영<span>_</span>네서 잤다는 게 나 자신 어째서 이렇게 불쾌해지는지 모르겠다<span>. </span>마치 소설처럼 그 어떤 연남들이 끙끙이 수작을 한 뒤의 불쾌감 같은 그런 기분이다<span>. </span>영<span>_</span>의 아버지가 알면 뭐라고 하실까<span>?</span></p>
<p>그렇지만 할머니하고 같이 잤는데 뭘<span>, </span>그래도 하여튼 불쾌한 일이다<span>. </span>영<span>_ </span>역시 기분 나빠 할지 그 누가 알랴<span>?  </span>내가<span>. </span>어리석었다<span>.  </span>밤 네 시 아니라 천하 없는 네 시 일지라도 나는 와야만 했었다<span>.  </span>집 담을 뛰어 넘어서라도 나는 와야만 했었다<span>.  </span>그런데 나는 넉살 좋게 거기서 자고 왔다<span>. </span>내가 좀 더 냉철한 사람이었다면 영<span>_</span>가 자는 방에서 잘 수 있었을까<span>? </span>절대로 그렇겐 못한다<span>.  </span>그러나 난 의젓하게 자고 오지 않았는가<span>?  </span>나처럼 비겁한 놈은 세상에도 없을 게다<span>.  </span>밤을 새웠지 사실은 잔게 아니라고 자위하려 했던 나<span>!  </span>보잘 것 없이 썩어 문드러진 나의 정신상태<span>!  </span>아…나는 왜 시골 와 이렇게 못난 짓만 할까<span>?  </span>불쾌한 짓만 할까<span>?  </span>하여튼 앞으로<span> 1</span>년간은 천안에 안 올 작정이고<span>, </span>또 그래야만 되는 고<span>3</span>의 해니까<span>.  </span>나는 영<span>_</span>를 일년간 앞으로 못 보는 셈이다<span>.  </span>그러니 나는 이 부끄러움을 영<span>_</span>와 안 만나는 것으로 씻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span>. </span>하여튼 어젯밤의 일이 너무나 불쾌하고 또 영<span>_</span>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span>. </span>그녀가 조금도 욕먹지 않게 되기를<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   金曜日<span>   </span>晴<span>   </span>庚子年<span>  </span>고<span>2</span></p>
<p>  새해의 아침은 싱겁고 불쾌하게 맞았다<span>.  </span>영<span>_</span>에 대한 불쾌감을 영 씻지 못한 채 나는 또 저녁에 불쾌한 일을 당했다<span>. </span></p>
<p>하여튼 오늘 두시 차나 여섯시 차로 서울 안간 게 한이다<span>.  </span>정말 한이다<span>.  </span>할아버지네 가서 애들과 눈 싸움만 하지 않았던들 나는 꼭 서울 갈 수 있었는데<span>... </span>하고 후회 한들 소용없다<span>.  </span>고향 같지도 않은 천안에 한시라도 머물기가 짜증나고 귀찮다<span>.  </span>이젠 영<span>_</span>과의 밤샘도 불쾌한 추억이 되어 버렸고 도무지 집에선 유쾌하질 못한데 한시라도 빨리 서울 가지 않은 게 생각 할 수록 분하다<span>.  </span>될 수 있는 한 빨리 이곳에서 꺼져야 한다<span>.</span></p>
<p>그런데 저녁에 불쾌한 일이 또 하나 일어났다<span>.  </span>명<span>_ </span>누나가 찾아왔는데 도무지 불쾌해서 견딜 수 없다<span>.  </span>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나한테도 화를 내고 갔다<span>. </span>진<span>_</span>이 형님은 뭐 또 신이 나서 술 먹고 와서는 으르렁 대는지… 하여튼 세상엔 온통 찌그러진 깡통만 굴러다니는가 보다<span>. </span>명<span>_</span>누나가 날 기분 나쁘게 하니 영<span>_ </span>일에 겹쳐 불쾌감이 최고조에 달했다<span>. </span>후딱 옷을 걸치고 극장엘 갔다<span>.  </span>무료한건 둘째 치고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span>.</span></p>
<p>“구름은 흘러가도”인데 극장은 대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span>.  </span>거기 나오는 말숙이라는 애가 참 잘 도 생겨 먹었다<span>.  </span>조런 것하고 결혼하고 싶다<span>.  </span>히히<span>.   </span>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니 잊었던 불쾌감이 또 고개를 든다<span>. </span>저녁에 종만형이 서울서 내려왔다<span>.  </span>서산에서는 영대조카가 오고<span>.</span></p>
<p>뜻 있는 하루를 제일 불쾌하게 지냈다<span>.  </span>아<span>-</span>주 제일 불쾌하게<span>...</span></p>
<p>&nbsp;</p>
<p>4293(1960).  1.   2      토요일<span>     </span>구름</p>
<p>  아침 여덟시 반 차로 천안을 떠났다<span>.  </span>섭섭하기는커녕 시원한 감정이 머릴 새롭게 해 주었다<span>.  3</span>시간의 지루한 여행이 있은 다음 집 문턱에 닿았을 땐<span> 12</span>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span>.  </span>역시 쉴 곳은 이곳뿐<span>!</span></p>
<p>&nbsp;</p>
<p>4293(1960).   1.   6    청<span>           </span>고<span>2</span></p>
<p>  날씨가 좀 차가워 오는 것 같다<span>.</span></p>
<p>겨울인데 봄 날씨 같으니 싱겁기 짝이 없다<span>.  </span></p>
<p>봄이면 꽃 피길 기대하고<span>, </span>가을이면 열매 맺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라면 겨울에 눈 오고 물 얼기를 바라는 것 또한 사람들의 바람일지 모른다<span>.  </span>하여튼 눈 없고 고드름 없는 겨울이란 꽃 송이 없는 국화나 열매 없는 감나무와 다를 바 없지 않는가<span>?  </span>눈이나 펑펑 쏟아 졌으면 그 속으로 마치 뭘 쫓듯 마구 뛰고도 싶은데<span>, </span>눈은 안 오고<span>...... </span>무 계획의 매일 매일<span> 24</span>시간이 지루하게 이어져 가고 있다<span>.</span></p>
<p>요사이는 정말 하는 게 통 없다<span>.  </span>단지 공부나 한다고 할까<span>?  </span>하여튼 오늘도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는 길로 바로 책상 머리에 붙어 앉아서 공부하고 종일 밖에 나간 거라곤 걸섭이와 선생님께 편지 써 부친 것밖에 없으니<span>, </span>가만 있자 꼭<span> 15</span>시간 공부한 셈인데 거기서 이것 저것 빼면 적어도 열 시간은 공부한 셈이다<span>.  </span>그런데 고작 수학 참고서<span> 7</span>장<span>, </span>영어 참고서 두어 장 밖에 한 게 없다<span>.  </span>하여튼 방학이 한 두어 달만 더 있다면 좋겠다<span>.  </span>이런 속력으로 참고서를 보면 두 달이면 능히 뗄 수 있기 때문이다<span>.</span></p>
<p>글을 좀 쓰려고 계획하였었는데 영 쓸 시간이 없구나<span>. </span>공부란 게 참 괴상한 것이다<span>.  </span>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 사람 변한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내가 그걸 느끼고 있다<span>. </span>공부를 좀 했더니 이젠 제법 시야가 넓어졌고 또 꼬장꼬장한 성격 모서리가 좀 없어진 것 같다<span>.  </span>하여튼 병자년의 새해와 함께 좀 잠잖아져야 되겠다<span>.</span></p>
<p>한국 문학상 수상 작품 전집을 읽어 보았는데 표현이 입이 벌어질 만큼 좋은 구절이 많다<span>.</span></p>
<p> “민이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이 벌떡 일어 서며 권총을 빼어 들었다<span>.  </span>순간 긴장이 물결처럼 쪽 깔렸다<span>.  </span>그러나 민은 한 점 표정의 동요도 없이 침착한 태도로 돌아서서 문쪽으로 걸어 나갔다<span>.  </span>문을 열고 나서려는 찰라 총성이 요란하게 주위를 뒤 흔들었다<span>.  </span>민은 멈칫 했다<span>.  </span>머리가 갈래 갈래 부서져서 공중으로 휙 날라 가는 것 같았다<span>. </span>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span>.  </span>그리고 다음 순간 총성이 까마득히 외부의 세계의 일만 같이 사라져 버리자 다시금 부서졌던 머리 조각들이 제 자리로 모여 오는 것만 같았다<span>.  </span>그는 잠시 그대로 문간에 서 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어 나갔다<span>.  </span>긴장이 아직 풀리지 않은 동료들의 시선은 천천히 걸어 나가는 민의 뒷 그림자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span>.</span></p>
<p>1957년에 수상한 오상원씨의 “모반” 중 한 구절이다<span>.</span></p>
<p>아찔한 순간을 어쩌면 이렇게도 절묘하게 표현했을까<span>?!</span></p>
<p>  “물줄기가 그 곳에서 휘면서 소용돌이 치는 바람에 한 오륙 메터나 간격을 가졌던 지붕과 지붕의 거리는 갑자기 접근해 버렸다<span>. </span>그리고 그 다음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span>.  </span>박이 열린 지붕이 핑그르르 맴을 돌면서 강아지를 태운 처마 끝을 슬쩍 스치자 두개의 지붕은 꼭 같은 시각에 파삭 아사져 버렸다<span>.  </span>그것은 흡사 뜰 앞에 생긴 물 방울과 물 방울이 서로 스치는 찰라 깜빡 스려져 버리는 것처럼 허망했다<span>.</span></p>
<p>  1958 受賞作<span>, </span>柳周鉉씨의 “언덕을 향하여” 에서의 한 구절이다<span>.  </span>홍수에 떠 내려가는 집들이 부딪쳐 부서지는 것을 어쩌면 이렇게도 잘 그려 냈을까<span>?</span></p>
<p>&nbsp;</p>
<p>4293(1960) .  1.   8    木曜日<span>   </span>晴<span>   </span>고<span>2</span></p>
<p>  무질서의 一日<span> 24 </span>시간<span>. </span>그저 지나가고 말았다<span>.  </span>하루 종일 방에 쭈그려 박혀 있었는데 겨우 삼위일체<span> 7</span>장<span>!  </span>한심할 노릇이다<span>.  </span>주<span>_</span>은 놀러 온다면서 오질 않고<span>. </span>오버는 세탁소에서 아주 버려 놓았다<span>.  </span>실망이 크다<span>. </span>매일은 무한이 반복하는 궤도지만 권태를 느껴야만 하는 궤도는 아니겠지<span>. </span>그 어디인가 굴곡은 존재하겠지<span>!  </span>나는 지금 그 굴곡을 못 찾아 권태를 느끼고 있는 것인가<span>?  </span>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주어진 레일이 원래 모래 한 알 없이 매끈한 것인가<span>?</span></p>
<p>하여튼 스물 네 시간이 권태로울 뿐<span>!  </span>그러기에 답지 않은 한숨만 나오는가 보다<span>. </span></p>
<p>가 보고 싶은 곳이 여기 저기 있긴 하다<span>.  </span>그러나 공부해야 된다는 그 무엇이 등덜미를 꽉 누른다<span>.  </span>다음 순간 맘 속엔 “야 임마 이번 방학이 너의 고교 마지막 방학인 줄 모르니<span>?  </span>실컷 놀아야 돼<span>!</span>” 하고 유혹이 온다<span>.  </span>그러면 또 이렇게 해서 물리친다<span>.</span></p>
<p>“야 임마<span>, </span>경자년은 대학 입시의 해야<span>. </span>너 그걸 알고 까부니<span>? </span>이제 방에 죽치고 들어 앉아 공부하는 거야<span>, </span>공부<span>!  </span>그리고 앞날의 찬란한 꿈을 꾸어 보는 거야”</p>
<p>하여튼 규<span>_</span>이 놈을 한번 만나 보아야 되겠다<span>.  </span>이 놈의 낯짝을 똑똑히 보아야만 속이 시원 하겠기에<span>!  </span>세_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나도 퍽 잘난 체하지만 이 놈은 나 보다 단수가 센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다 무관한 탓이겠지. 또 상대편이 바늘 끝 같은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겠거니 하고 자위도 해 본다<span>.  </span>국<span>_</span>인 지금 어느 방에 틀어 박혀 수학 문젤 풀고 있는지 규<span>_</span>은 또 지금 무슨 역사 참고설 갖다 놓고 읽어 대는지<span>?  </span>임<span>_</span>은 지금도 공부 못 할거다<span>. </span>그 애의 환경이 그렇게 된걸 뭐<span>!</span></p>
<p>아……<span>. </span>그 긴<span> 24</span>시간도 어찌 된 셈인지 후딱 지나고 지금은 밤 세시이니 벌써<span> 1</span>월<span> 9</span>일 금요일이다<span>.  </span>아마 이런 것에서 세월이 빠르다고 하는가 보다<span>.  </span>중얼 중얼 중얼 중얼.  아……<span>  </span>경전에선 밤 한시부터 정전이라 하더니 불이 왜 안 나갈까<span>? </span>갑갑하게<span>!  </span>불이나 빨리 나가면 그걸 구실 삼아 잠이나 잘 텐데 불이 왜 안 나가느냐 말이다<span>!  </span>속이 상하는구나<span>!</span></p>
<p>옛날 일기를 읽어 보면 지금도 약간 얼굴이 뜨거워지는 구절이 있다<span>.</span></p>
<p>하여튼 지금은 이 정도로 발전했으니 어른이 다 되었는가 보다<span>.  </span>남자와 여자의 육체 관계에 세상 어느 것보다 흥미를 가졌던 옛적이 다시금 생각되어진다<span>. </span>아<span>. </span>지금 이순간 불이 나갔다<span>.  </span>그래도 나는 이것을 계속해서 쓰고자 한다<span>. </span></p>
<p>잉크병이 어디쯤 있느냐<span>? </span>찾다가 볼 일 못 보겠다<span>. </span>내 글씨가 어찌 되었을까<span>? </span>아침에 일어나 엉망인 내글씨 보면 참 우스울 게다<span>.  </span>공불 해야 할 텐데<span>.</span></p>
<p>&nbsp;</p>
<p>4293(1960)    1.   9    金曜日<span>   </span>雲</p>
<p>  변화 없는<span> 24</span>시간 또 연장 되려는가<span>? </span>무한의 탈피 에로 달려 가고 싶은 심정<span>! </span>이 고리타분한 아랫목을 탈출하고 싶은 혈기<span>!</span></p>
<p>확실히 나에겐 뛰는 “피”가 있다<span>.  </span>그리고 “멋”이 있다<span>!</span></p>
<p> 오늘 은 어쩐지 자꾸만 나가고 싶은 심정으로 더 이상 못 참겠다<span>. </span>12시 조금 지나 규<span>_</span>이넬 오랜만에 가 보았더니 자식은 도서관에 갔다 한다<span>.  </span>규<span>_</span>이네 식구는 다 모여 있었다<span>.  </span>뚱뚱이<span>, </span>홀쭉이<span>, </span>건달<span>, </span>왈패<span>(</span>석만<span>). . .. </span></p>
<p>그리곤 웬 낯선 식모<span>! </span>어디들 나가는 길이라 기에 나도 같이 나왔다<span>.  </span>점심을 같이 하자는 데 응할 마음 없어 거절했다<span>. </span></p>
<p>거기서 화신까지 걸어와 이<span>_</span>이네를 갔더니 이 자식도 또 어디 나갔다 한다<span>.  </span>재수가 통 없다<span>.  </span>터덜거리고 집에 올 수 밖에<span>! </span>하여튼 또 나가고 싶다<span>!</span></p>
<p>일곱시경에 우미관에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려고 갔더니 들어 가는 놈도 없고 쓸쓸했다<span>.  </span>문전에 서서 서성대자니 어쩐지 떨린다<span>. </span>저 안엔 마두<span>(</span>송석일 선생<span>)</span>가 들어 앉아 그 곰팡이 낀 눈을 두리번거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span>? </span>음침한 기분이 들어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span>.  </span>거기서 아카데미까지 걸어왔다<span>.  </span>아카데미에선 “아가씨와 건달들”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매표구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span>.</span></p>
<p>학생이라곤 씨알머리도 없다<span>.  </span>여기서도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span>.  </span>속에 액쿠스<span> (</span>신용태 선생<span>)</span>라도 들어 앉아 있어 그 고양이 같은 눈으로 노려보는 듯싶다<span>.  </span>시네마 코리아를 돌아보니 “파라다인 부인의 사랑”을 하고 있다<span>.  </span>한데<span>, </span>이곳은 너무 음산해서 도무지 들어 갈 마음이 않나 고 또 마음도 떨렸다<span>.  </span>나는 이리저리 다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하는 영화관에 발길이 닿는데 앗<span>! </span>학생이 하나 있다<span>.  </span>나는 무슨 구원자나 얻은 듯 얼른 매표구에 가 표를 사 가지고 의젓하게 들어 갔다<span>. </span>앞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span>.  </span></p>
<p>스토리는 극히 단순 했으나 장면 장면에 묘기가 있었다<span>.</span></p>
<p>&nbsp;</p>
<p>4293   1</p>
<p>조금 전엔 때에 맞지 않게 부슬비가 내리더니 이젠 하늘이 제법 맑다<span>.  </span>구름이 간혹 붙어 있긴 해도<span>.   </span>그러나 청명한 하늘이다<span>.</span></p>
<p>나는 이불을 목까지 덮은 채 문을 빠끔히 열어 놓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span>. </span>저 하늘<span>, </span>끝없는 하늘 속으로 날라가<span>? </span>아 참 생각만 해도 시원한 노릇<span>!</span></p>
<p>지상의 모든 잡물<span>, </span>더러운 것을 떠나 오직 푸르기만 한 저기 옹기종기 붙어 있는 구름을 꿰뚫는 것도 재미 있겠지만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찬 지구 덩어리를 마치 장난감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그 쾌감<span>!  </span>아이젠하워나 이승만이 어떻다 한들 제트기 파일럿만은 못하다<span>.  </span>그들은 이미 지구를 초를 다투는 선에서 관조하고 있기 때문이다<span>.  </span>공간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이것은 정말 위대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span>? </span>저 푸른 하늘을 지금<span> 25</span>억<span>, </span>아니<span> 50</span>억의 눈들이 보고 있다<span>.  </span>그러나 그 중에서 이 시간에 나처럼 이렇게 이불을 목에까지 덮어쓰고 파일럿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span>?  </span>만일 있다면 그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겠지<span>. </span></p>
<p>지금 라디오에선 무슨 곡인지 이름도 모르는 음악이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있다……즐거운 봄<span>, </span>리챠드 말트발트의 연주이었습니다…</p>
<p>저 하늘을 혹시 어머님께서나 아버님께서 보고 계실지도<span>, </span>또 절에서 큰형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span>.! </span>또 영<span>_</span>는 저 하늘을 보며 입시 걱정을 하고 있을 게다<span>.</span></p>
<p>  아니 이게 인생이냐<span>?  </span>참고서를 들여다보고<span>, </span>그저 그거 하나 외우겠다고<span>, </span>대학 시험지 넉 장을 위해서 요걸 외우겠다고 바둥바둥 악을 쓰는 것…이게 인생이냐<span>?</span></p>
<p>10년이 눈 깜박 할 새에 지나 버렸으면 좋겠다<span>.  </span>어저께 석만형이 말 하든 것<span>, </span>이제<span> 1</span>년은 후딱 지나간다<span>.  </span>두고 보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0    일요일<span>   </span>운 고<span>2</span></p>
<p>  방학도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span>.</span></p>
<p>1월<span> 10</span>일도 벌써 반이 지났다<span>. </span>유쾌한 일요일<span>?  </span>흥<span>!  </span>라디오에선 왜 저렇게 뚱딴지 같은 소릴 할까<span>?  </span>유쾌하긴 뭐…가 유쾌해<span>. </span>다… 지금의 나에겐 모순투성이다<span>.  </span>모처럼의 일요일에 이…게 다 뭐냐<span>? </span>꾸구려 박혀서<span>. </span>흥<span>, </span>즐겁고 유쾌한 일요일이라니 말도 안 된다<span>.</span></p>
<p>라디오에선 지금 송민도의 구렁이 같은 목소리가 발악을 하고 있지만 나와 상관이 없다<span>.  </span>귀찮기만 하다<span>.  </span>그러나 막상 라디오의 스위치를 끊을 생각은 또 전혀 없다<span>. </span>그것 마저 없어지면 몇 배나 더 외로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span>.  </span>한<span> 10</span>년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으면 참 좋겠다<span>.  </span>입학 시험도 안 치르고<span>, </span>얼마나 좋으냐<span>?!  </span>대학 시험에 떨어지면<span>? </span>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노릇이다<span>.  </span>그러니 어디 뼈가 갈라지거나 해골이 바숴져서 입학 시험만 치루지 않게 된다면 참 좋겠다<span>.  </span>참 좋겠어<span>.</span></p>
<p>친구들은 이제 정신 차렸는가 본데 나는 이거 뭐냐<span>?  </span></p>
<p>아<span>!  </span>지금 영<span>_</span>는 무얼 하고 있을까<span>?  </span>그 애도 지금 속 꽤나 타고 있을 게다<span>.  </span>입시에 떨어지면… 하고 그는 나 보다 두어 곱절은 더 애가 타고 있을 거다<span>.  </span>붙어라<span>. </span>제발 붙어라<span>.  </span>붙어서 서울서 자주 좀 만나자<span>.  </span>제발 좀 붙어라<span>.  </span>네가 떨어지면 나에겐 나쁜 징조다<span>.</span></p>
<p>온다던 주<span>_</span>이 놈은 영 안 오는 구나<span>. </span>저 놈의 초침 좀 묶어 놓을 순 없나<span>?  </span>안타깝다…<span>. </span>시간 가는 것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1</p>
<p>  레일은 일정해 있어 그 위로 달리는 차의 속도도 일정한가 보다<span>. </span>뻗어 있는 두개의 평행선 위엔 무수한 역사의 줄기가 뻗쳐 있어 그 하나하나가 새겨 지겠지<span>.  </span>그러나 나의<span> 24</span>시간 반복되는 평탄한 레일 위엔 아로 새겨지는 게 하나도 없다<span>.</span></p>
<p>매끈한 것<span>, </span>그것뿐이다<span>.  </span>이젠 권태도 없고<span>, </span>그렇다고 절대로 기쁜 것도 아니고<span>.... </span>나의 요즘 생활은 그저 하루가 가면 가나보다<span>, </span>오면 오나 보다 하는 식이다<span>.  </span>희망 없는 생활처럼 부담이 적은 것은 없다<span>. </span>시간에 따라가는 것이지 결코 시간을 끌고 가는 생활은 아니기 때문이다<span>.  </span>시간을 요리할 줄 모르는 인간처럼 슬픈 인간은 없지만 또 너무 시간에 얽매어 그것을 요리하는 데에 급급하여 인생의 진짜 “참”을 모르는 인간도 또한 그에 못하지 않게 슬프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span>?  </span>내 생활은 분명 앞의 경우인데 이 평탄하고 기복 없는 레일 위를 탈선하지 않는 게 너무나 의외일 뿐이다<span>.  </span>극장 가는 것을 탈선이라 한다면 그게 곧 위선이지 결코 시간을 요리할 줄 안다는 얘기는 못 된다<span>.  </span>그것 또한 시간에 쫓아 가는 것이며<span>, </span>시간이 빚어 내는 공백을 메우자는 것뿐이지 결코 네가 이룬 아무것도 아니다<span>.</span></p>
<p>내가 이렇게 감상적이 되어 인생에 필요한 무얼 얻자고<span>?  </span>흥<span>! </span>얼토당토않은 말이다<span>. </span>그런 썩어 빠진 허영이 나에겐 이제 없다<span>.  </span>스물 네 시간을 어떻게 메꾸어 나가느냐가 시급한 문제인 나에게는……</p>
<p>어제는 참 무<span>_</span>이가 왔었지<span>.  </span>그도 한 두어 시간 나와 함께 공백을 채우고 지나 갔다<span>.  </span>그의<span> 24</span>시간이 어떻든 간에<span>, </span>그 두어 시간 그는 나와 같이 앉아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다<span>.  </span>그가 가고 남은 자리엔 시간의 쓰레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며 참고서를 가리고 마구 눈을 아리게 한다<span>. </span>결국 그가 간 뒤 두시간 또 그 찌꺼기 시간을 소화하느라고 앉아서 천정만 처다 보고 있었다<span>. </span>이로써 나는 네 시간이나 시간을 쫓아 공백을 메운 셈이다<span>.</span></p>
<p>돈<span> 250</span>환<span>!  </span>이걸 가지고 열흘을 살아야 한다<span>. </span>그러니 큰일 아닌가<span>?</span></p>
<p>&nbsp;</p>
<p>4293.1</p>
<p>  아까부터 참으려 해도 눈물이 자꾸 난다<span>.  </span>누나도 내가 우는 게 청승 맞아서인지 또는 자기도 울음이 왈칵 솟아서인지 윗방으로 올라가 버리고 나 혼자서 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다<span>. </span>왜 울음이 나오는지 나도 모른다<span>.  </span>그저 자꾸만 울고 싶어진다<span>. </span>불현듯 어머님이 보고 싶어지고 아까 받은 걸<span>_</span>이 편지도 생각난다<span>. </span>울어 선 안 된다<span>.  </span>울어선 안된다<span>.  </span>우는 건 바보다<span>.</span></p>
<p>그러나 지난<span> 5</span>년간의 나의 서울 생활을 돌아보면 어쩐지 마구 눈물을 쏟고 싶은 것들뿐이다<span>. </span>울어도 울어도 시원치 않은 것들 뿐이다<span>.  </span>그렇게 뼈 저리게 슬픈 것도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나와 쓰고 있는 글자가 두자 세자로 겹쳐 보인다<span>.  </span>왜 이렇게 슬퍼 지는지 모르겠다<span>.</span></p>
<p>조금 전에 명<span>_</span>이네 가서 문<span>_</span>하고 논 것도 불쾌하게 되살아나 마구 울고 싶다<span>. </span>바보 같은 놈이다<span>… </span>바보 바보<span>. </span>바보<span>. </span>바보<span>. </span>바보<span>…</span></p>
<p>&nbsp;</p>
<p>4293(1960).  1.   12    고2</p>
<p>  무의미한<span> 24</span>시간은 또 덧없이 흘렀다<span>.</span></p>
<p>김경한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span>.  </span>편지 받아 기쁘다<span>. </span>그 희망을<span>, </span>그 태도를<span>, </span>그 정력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 나가거라<span>.... </span>고 말씀하셨다<span>.  </span>읽고 나서 선생님의 말씀에 뼈저리게 감동했지만 그 만큼 어깨가 몇 근 더 무거워진 것 같다<span>.</span></p>
<p>하여튼 해야 된다<span>. </span>공부를<span>.</span></p>
<p>  요사이 내가 왜 이렇게 감상적으로 흐르는지 모르겠다<span>.  </span>참 더럽게 센티 해지고 있다<span>.  </span>잉크 병 하날 봐도 센티 해질 정도니까<span>.  </span>뭔지 몹시 그립다<span>.  </span>당장 편지라도 하고 싶어 종이위에 펜대를 붙잡았으나 보낼 곳이 없다<span>.  </span>하늘로나 보낼까<span>? </span>책상위에 있는 아무것이나 잡히는 대로 콱 던지고 싶다<span>. </span>문<span>_ </span>생각을 하면서다<span>. </span>어쩐지 얼굴이 화끈하여 그저 잉크병을 번쩍 든다<span>, </span>그러나 금방 던질 것 같았던 나의 기세는 사라지고 만다<span>.  </span>잉크병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나는 혼자 실소하고 만다<span>. </span>흥<span>!  </span>제기랄<span>, </span>이게 뭐냐<span>?  </span>미친 지랄이다<span>.</span></p>
<p>콱<span>! </span>라디오 스위치를 튼다<span>.  </span>아까부터 안방 아기 은<span>_</span>이가 쨍알쨍알 울더니 이제는 막 악을 쓰며 운다<span>.  </span>신경질이 콸콸 솟는다<span>.  </span>아<span>… </span>라디오에선 지금 재즈가 찢어져라 울려 나온다<span>.  </span>귀를 막는다<span>.  </span>받친 팔꿈치로 책상이 떠는 것을 느낀다<span>.  </span>하여튼 은<span>_</span>이가 우는 소리<span>, </span>그<span>, </span>골을 박박 긁는 울음소리 보다는 차라리 이 요란한 재즈가 좋다<span>.  </span>이렇게 한차례 하고 나면 나 자신이 부끄럽다<span>.  </span>참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span>.  </span>뭐<span>, </span>할 수 없다<span>.  </span>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span>. </span></p>
<p>작은형이 가죽 장갑을 빌려 달란다<span>. </span>그러나 나는 거절한다<span>. </span>왜<span>? </span>나는 모른다<span>.  </span>순간적으로 울컥 치미는 그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만 딱 짤라 말하게 만든다<span>.  </span>그러나 일분도 못 가서 나는 후회한다<span>.  </span>그러나 엎질러진 물 인걸<span>!!</span></p>
<p>“내일은 좀 부드럽게 대하자<span>”</span>고 결심한다<span>.  </span>그러나 허사다<span>.  </span>하루만 지나면 그 건 다 사라지고 다시 차디차게 대해지고 싶어진다<span>. </span>이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영영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p>
<p>&nbsp;</p>
756
757
755]]></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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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 김 의원 본선 진출과 한인 정치력 신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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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6 Jun 2026 05:00:36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영 김 의원 본선 진출과 한인 정치력 신장
지난 6월 2일 예비선거 개표 현황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몇 어르신들이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 김 후보가 2등 했으니 떨어진 것 아닌가요?” 캘리포니아의 Top-Two 제도에서는 정당과 관계없이 많은 표를 얻은 상위 두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다는 설명을 드리자, 이번에는 이런 질문이 돌...]]></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span>영 김 의원 본선 진출과 한인 정치력 신장</span></div>
<p><span>지난 6월 2일 예비선거 개표 현황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몇 어르신들이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 김 후보가 2등 했으니 떨어진 것 아닌가요?” 캘리포니아의 Top-Two 제도에서는 정당과 관계없이 많은 표를 얻은 상위 두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다는 설명을 드리자, 이번에는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그럼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짧은 대화였지만, 그 질문 속에는 한인 사회가 미국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span></p>
<p><span>개표 결과에 의하면 CA-40 선거구 본선은 같은 공화당 소속 켄 칼버트 의원 과의 대결로 치러진다. 새롭게 재획정된 선거구는 영 김 의원이 활동해온 오렌지카운티뿐 아니라 켄 칼버트 의원이 1992년 첫 당선 이후, 17선을 하고 있는 리버사이드카운티 지역이 넓게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당 대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 기반과 정치적 네트워크를 가진 두 공화당 현역 의원들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span></p>
<p><span>영 김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접전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지만, 이번에는 선거구 조정에 의해 새로운 유권자 지형 속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특히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비(非)한인인 만큼, 선거의 성패는 특정 민족 커뮤니티의 지지 여부보다는 ‘공화당 내부 당심 및 중도 표심’을 누가 잡느냐‘와 ‘누가 더 지역 주민들과 밀착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span></p>
<p><span>영 김 의원의 강점은 비교적 온건한 보수 성향이며, 이민자 출신이라는 배경, 그리고 소상공인과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해 왔다는 점이다. 반면 상대 후보는 연방하원의원 17선 관록의 정치 경험을 통해 단단한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어느 후보가 더 넓게 유권자 연합을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span></p>
<p><span>그러나 이번 선거의 의미를 특정 후보 개인의 당락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인 사회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떤 정치적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느냐’이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인구 규모가 아니다. 등록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실제 투표 참여율은 어떤지,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다시 말해 정치적 영향력은 인구수가 아니라 참여율에 의해서 결정된다.</span></p>
<p><span>바로 이번 선거를 통해 한인 사회가 잘 짜인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유권자 공동체임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권을 취득했으나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등록을 독려하고, 20~30대 유권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며, 우편투표와 조기투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떠나 한인 사회 전체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span></p>
<p><span>또한 정치 참여는 투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사회 공청회 참석, 시의회와 교육위원회 회의 방청, 주민 의견 제출, 자원봉사 활동 등 일상적인 시민 참여 역시 중요한 정치 활동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선거철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 지역사회에 얼마나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느냐에 의해 유지된다.</span></p>
<p><span>특히 한인 사회는 이제 연방의원 한두 명을 배출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차세대 정치인과 공공 지도자를 육성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시의원, 교육위원, 각종 위원회 위원, 비영리단체 지도자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이 꾸준히 성장할 때 정치적 영향력도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span></p>
<p><span>아울러 우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물론 다양한 인종·민족 공동체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오늘날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커뮤니티들은 자신들만의 이해관계에 머물지 않고 지역 전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연대를 구축해 왔다. 치안, 교육, 교통, 소상공인 지원, 주거 문제 등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신뢰와 영향력이 형성된다.</span></p>
<p><span>따라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영 김 의원의 본선 진출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한인 사회가 얼마나 높은 투표 참여율과 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얼마나 조직적이고 책임 있는 공동체로 성장하느냐에 있다. 선거는 하루로 끝나지만 정치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참여와 책임 있는 시민의식,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 투자 속에서 비로소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형성된다.</span></p>
<p><span>이번 11월 3일 선거를 향한 적극적인 참여가 특정 후보의 승패를 넘어, 한인 커뮤니티와 우리 지역 사회가 하나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발판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참여 문화야말로 앞으로 한인 정치력 신장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span></p>
<p>           타운 뉴스   2026.6.5. Vol 1633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옮긴이 문병길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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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 한탄강에서 에볼라 강까지‘</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b0%95%ec%9a%a9%ed%95%84%ec%9d%98-%eb%af%b8%ea%b5%ad%ec%9d%b8-%ec%9d%b4%ec%95%bc%ea%b8%b0-%ed%95%9c%ed%83%84%ea%b0%95%ec%97%90%ec%84%9c-%ec%97%90%eb%b3%bc%eb%9d%bc-%ea%b0%95%ea%b9%8c/</link>
                        <pubDate>Fri, 12 Jun 2026 18:34:38 +0000</pubDate>
                        <description><![CDATA[Sent from my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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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Young Pak &lt;youngpak2006@yahoo.com&gt;Date: June 11, 2026 at 12:51:00 PM PDTTo: byeongk@gmail.com






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
한탄강에서 에볼...]]></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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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size: 10pt">박용필의 미국인 이야기</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한탄강에서 에볼라 강까지</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얼마 전 남극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승객 3명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문득 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복무했던 곳은 한탄강 인근이었다. 한타바이러스의 이름이 탄생한 그곳이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한탄강은 강원도 철원을 지나 휴전선을 따라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절벽과 협곡이 빚어내는 풍광은 웅장하면서도 처연하다. 당시 젊은 병사의 눈에는 사진으로만 보던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축소해 놓은 듯했다. 그러나 동시에 분단의 상처와 전쟁의 비극이 흐르는 강이기도 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미국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한타(Hanta)’ 바이러스라 부른다. 그 이름의 유래는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중공군 참전 이후 전세가 급변하자 미군은 한탄강 일대 ‘철의 삼각지’에서 치열한 방어전을 펼쳤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병사들이 원인 모를 괴질에 걸려 쓰러지기 시작했다. 고열과 급성 출혈 증세를 동반한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감염자는 수천 명에 달했고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전투보다 질병이 더 무서웠던 순간이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당시 미군 수뇌부는 처음에 이를 중국의 생물무기로 의심했다.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원자폭탄 투하까지 검토될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중공군 역시 같은 괴질로 피해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만든 무기가 아니라 자연 속 바이러스의 공격이었다. 자칫 한반도가 또 다른 참화를 맞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그 원인이 밝혀진 것은 무려 25년 뒤였다. 이호왕 교수(의대 48)는 한탄강 주변 들쥐를 연구한 끝에 바이러스의 숙주를 찾아냈다. 세계 의학계가 깜짝 놀랄 발견이었다. 그는 이 바이러스를 ‘한탄 바이러스’라 명명했지만, 미국에서는 발음의 편의 때문인지 ‘한타 바이러스’로 불리게 됐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이 교수는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면역학 연구에 매진했고, 결국 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이어 백신 개발까지 성공했다. 이 업적으로 노벨상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당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과학계 환경은 세계 최고 권위를 차지하기엔 아직 부족했던 시절이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한타 바이러스는 한국만의 질병이 아니었다. 1990년대 콜로라도·유타·애리조나·뉴멕시코 등 4개 주가 만나는 이른바 ‘포 코너스’(Four Corners)에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며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방역당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요즘 한탄강 못지않게 공포의 상징이 된 강이 또 있다. 바로 아프리카 콩고의 에볼라 강이다. 에볼라 강에서 이름을 딴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매우 높아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린다. 치료제와 백신이 거의 없던 시절에는 감염 자체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출혈과 고열 등 증상 또한 한타바이러스와 닮아 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10여 년 전 에볼라가 창궐했을 당시에는 “미국이 인구를 줄이기 위해 만든 생물무기”라는 음모론까지 퍼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나라는 미국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감염위험에도 불구하고 서아프리카에 수천 명 규모의 병력과 의료진을 보내 방역 지원에 나섰다. </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한국 역시 의료진을 현지에 파견했다. 어쩌면 한탄강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연구와 국제사회의 도움에 대한 작은 보은이었는지도 모른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공교롭게도 남극 크루즈선의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소식과 거의 동시에 아프리카에서 또다시 에볼라가 확산되고 있다. 벌써 25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무장 반군의 폭력 사태와 대규모 난민 발생까지 겹치며 환자 격리와 감염 경로 추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언제나 인간 사회의 가장 약한 틈을 파고든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역사이기도 하다. 천연두와 흑사병, 스페인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그리고 한타와 에볼라까지. 인간은 과학과 의학으로 맞서 싸우지만 바이러스 역시 끊임없이 변이하며 살아남는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그러나 역사는 또 하나의 사실도 증명해 왔다. 결국 인류는 협력과 연대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는 점이다. 한탄강의 작은 들쥐에서 시작된 연구가 세계인의 생명을 구했듯,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쟁 속에서 인류는 두려움만이 아니라 과학의 힘, 연대의 가치,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 또한 함께 배워가고 있다.</span></p>
<p><span style="font-size: 10pt">          미주 동창회보 2026.6.1  제 385호             박용필 편집고문 </span></p>
754
</div>
</div>
</div>
</div>
</blockquote>]]></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guid isPermaLink="true">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b0%95%ec%9a%a9%ed%95%84%ec%9d%98-%eb%af%b8%ea%b5%ad%ec%9d%b8-%ec%9d%b4%ec%95%bc%ea%b8%b0-%ed%95%9c%ed%83%84%ea%b0%95%ec%97%90%ec%84%9c-%ec%97%90%eb%b3%bc%eb%9d%bc-%ea%b0%95%ea%b9%8c/</gu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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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간만에 한번 웃어봅시다</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kshimsamil/%ea%b0%84%eb%a7%8c%ec%97%90-%ed%95%9c%eb%b2%88-%ec%9b%83%ec%96%b4%eb%b4%85%ec%8b%9c%eb%8b%a4/</link>
                        <pubDate>Wed, 10 Jun 2026 05:42:28 +0000</pubDate>
                        <description><![CDATA[남자와 여자성공한 남자란 여자가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이 버는 남자이다.성공한 여자란 그런 남자를 발견해 결혼한 여자이다.
여자는 남자가 변할 것이라고 믿고 결혼하나,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남자는 여자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결혼하나, 여자는 돌변한다.
남자와 행복하게 살려면 그를 많이 이해하되 사랑은 적게 하라!여자와 행...]]></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 dir="auto"><span><strong>남자와 여자</strong></span><br /><span>성공한 남자란 여자가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이 버는 남자이다.</span><br /><span>성공한 여자란 그런 남자를 발견해 결혼한 여자이다.</span></p>
<p><span>여자는 남자가 변할 것이라고 믿고 결혼하나, 남자는 변하지 않는다.</span><br /><span>남자는 여자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결혼하나, 여자는 돌변한다.</span></p>
<p><span>남자와 행복하게 살려면 그를 많이 이해하되 사랑은 적게 하라!</span><br /><span>여자와 행복하게 살려면 그녀를 많이 사랑하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마라!</span></p>
<p>논쟁의 끝말은 언제나 여자가 한다.<br />남자가 거기에 덧붙이는 어떤 말도 언제나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 될 뿐이다.</p>
<p><br /><span><strong>낙타 모자</strong></span><br /><span>어느 날, 아기 낙타가 어미 낙타에게 물었다.</span><br /><span>“엄마, 왜 우리는 발톱이 셋이야?”</span><br /><span>어미 낙타가 대답했다.</span><br /><span>“그건 사막을 걸을 때 발이 모래 속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란다.”</span><br /><span>아기 낙타가 다시 물었다.</span><br /><span>“엄마, 우리 속눈썹은 왜 이렇게 길어?”</span><br /><span>“그건 사막을 걸어갈 때 모래가 눈 속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span><br /><span>“엄마, 우리 등에는 왜 이렇게 큰 혹이 있어?”</span><br /><span>“그건 긴 사막 여행을 할 때 물을 저장하기 위해서란다.”</span><br /><span>아기 낙타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span><br /><span>“그런데 왜 우리는 이 동물원에 있는 거야?”</span></p>
<p>&nbsp;</p>
<p><span><strong>왜 나한테 따져?</strong></span><br /><span>한 남자가 골목길을 가다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았다. 화가 난 남자가 물을 끼얹은 여자에게 말했다.</span><br /><span>“눈이 삐었어요? 어디다 물을 버리는 거요.”</span><br /><span>여자는 성을 내며 말했다.</span><br /><span>“당신은 눈도 없어요? 왜 보고도 안 피해요?”</span><br /><span>남자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span><br /><span>“내가 당신이 버리는 걸 봤어야 피할 거 아냐.”</span><br /><span>그러자 여자는 조금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span><br /><span>“내가 버리는 걸 보지도 못했으면서 왜 나한테 따져?”</span></p>
<p><br /><span><strong>아내 2행시</strong></span><br /><span>집안일로 바쁜 아내에게 남편이 커피를 타 달라고 부탁했다.</span><br /><span>아내는 남편의 부탁에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span><br /><span>“여보! 2행시 하게 ‘아내’라고 운 좀 띄워 줘 봐요.”</span><br /><span>남편은 갑자기 이행시 놀이를 하겠다는 아내가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운을 띄워주었다. </span><br /><span>남편: 아!</span><br /><span>아내: (차분한 목소리로) 아내가 말씀하셨다.</span><br /><span>남편: 내!</span><br /><span>아내: (남편을 맹렬한 눈길로 쏘아보며 목소리를 높여) 내가 니 시다바리가!!</span></p>
<p><br /><span><strong>의사의 처방</strong></span><br /><span>한 남자가 의사를 찾아가 몸이 안 좋다고 말했다. 진찰을 마친 의사는 그에게 세 개의 각기 다른 병에 든 알약을 건넸다.</span><br /><span>의사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잔과 함께 녹색 약을 드세요.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물 한잔과 함께 파란색 약을 드시고요.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물 한잔과 함께 빨간색 약을 드세요."</span><br /><span>그렇게 많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 데 놀란 남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의사 선생님, 제가 뭐가 문제인가요?" 의사가 말했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거요."</span></p>
<p><br /><span><strong>아재개그 - 소금 시리즈</strong></span><br /><span>소금을 박살 내면? 깨소금</span><br /><span>소금이 죽으면? 죽염</span><br /><span>salt가 소금이라면, SALT는 전략핵무기제한협정? 굵은 소금</span><br /><span>소금장수가 좋아하는 사람은? 싱거운 사람</span></p>
<p><br /><span><strong>소금, 설탕, 식초의 인사법</strong></span><br /><span>소금: 안녕하세 염!</span><br /><span>설탕: 반갑습니 당!</span><br /><span>식초: 안녕하 셔?!</span></p>
<p>&nbsp;</p>
<p dir="auto"><span><strong>마누라의 스트레스 대처법</strong></span><br /><span>사업이 어려워진 김 사장은 집에 가면 와이프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span><br /><span>그래도 조용히 다 받아주는 와이프에게 고마운 마음 반, 궁금한 마음 반이 든 김 사장은 아내에게 물었다.</span><br /><span>“당신은 내가 싸움을 걸어도 한 번도 화를 안 내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span><br /><span>아내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span><br /><span>“화날 때는 변기를 닦아요.”</span><br /><span>김 사장은 아내가 의외의 대답을 하자 다시 물었다</span><br /><span>“변기를 닦는 게 도움이 돼?”</span><br /><span>그러자 아내는 태연하게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span><br /><span>“응……, 당신 칫솔로 닦거든요.”</span></p>
<p><br /><span><strong>연애의 무덤</strong></span><br /><span>무지무지 정열적인 로맨스 영화를 보고 나오던 부인이 감격어린 목소리로 남편에게 속삭였다.</span><br /><span>“여보, 정말 근사한 영화죠? 우리도 그처럼 근사하게 사랑을 했으면.”</span><br /><span>그러자 남편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span><br /><span>“흥! 그 영화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데서 끝났단 말야. 알겠어?”</span></p>
<p><br /><span><strong>잘못 걸려온 전화</strong></span><br /><span>한번 전화기를 들었다 하면 늘 1시간을 넘기는 마누라가 어느 날 10분 안에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남편이 놀라서 물었다. </span><br /><span>“오늘은 웬일이야? 10분 만에 전화를 다 끊고.”</span><br /><span>부인이 TV리모컨을 집어 들며 대답했다.</span><br /><span>“응, 잘못 걸려온 전화였거든.”</span></p>
<p><br /><span><strong>공평한 공중 화장실</strong></span><br /><span>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이 있었다. 그런데 이 화장실에서는 이상하게 남자는 돈을 적게 내고, 여자는 더 많이 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볼일을 보고 나와서 화장실 주인(?)에게 따졌다.</span><br /><span>“‘남녀평등’이란 말도 있는데 왜 여자만 돈을 더 받는 거예요?”</span><br /><span>그러자 주인의 대답이 답 중의 명답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span><br /><span>“그거야 여자는 좌석이고 남자는 입석이니까 그렇지요∼.”</span></p>
<p><br /><span><strong>첫날밤의 고백</strong></span><br /><span>신혼여행을 간 맹구는 첫날밤 신부와 마주 앉아 서로의 과거에 대해 숨김없이 고백하기로 했다. 신부가 먼저 고백을 했다.</span><br /><span>“저어…… 사실은…… 스무 살 때 한 남자를 알았어요…….”</span><br /><span>맹구는 묵묵히 그녀의 얘기를 듣고, 신부는 그 남자와 사귀었던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심각하게 듣고 있던 맹구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부를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span><br /><span>“나도 고백할게. 사실은 내게도 한 남자가 있었어…….”</span></p>
<p><br /><span><strong>크리스천의 과속 주의 경고문</strong></span><br /><span>어떤 크리스천의 승용차 전면에 이런 '과속 주의'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span><br /><span>시속 50마일 -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span><br /><span>시속 60마일 - "주께로 가까이 주께로 가오니"</span><br /><span>시속 70마일 -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span><br /><span>시속 80마일 - "앞으로 앞으로 천성을 향해 나가세"</span></p>
<p><br /><span><strong>천재</strong></span><br /><span>재경이가 퍼즐을 하나 사가지고 와서는, 꼬박 한달 동안 씨름을 한 끝에 마침내 퍼즐을 모두 맞추었다. 의기양양해진 재경이는 친구한테 자랑을 했다.</span><br /><span>"이것 좀 봐. 완벽하지!"</span><br /><span>“우와. 대단하다! 이거 맞추는데 얼마나 걸렸어”'</span><br /><span>“한달. "</span><br /><span>“한달이면 빠른 거야?”</span><br /><span>“그럼! 여기 상자에 써 있는 걸 봐. 24~36개월이라고 써 있잖아.”</span></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타운뉴스의 '깔깔' 란에서 옮겼습니다.  문병길 </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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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안창해 칼럼 : 팔전구기(八顚九起) 산정무한(山頂無限)</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95%88%ec%b0%bd%ed%95%b4-%ec%b9%bc%eb%9f%bc-%ed%8c%94%ec%a0%84%ea%b5%ac%ea%b8%b0%e5%85%ab%e9%a1%9a%e4%b9%9d%e8%b5%b7-%ec%82%b0%ec%a0%95%eb%ac%b4%ed%95%9c%e5%b1%b1%e9%a0%82%e7%84%a1%e9%99%90/</link>
                        <pubDate>Wed, 10 Jun 2026 05:34:50 +0000</pubDate>
                        <description><![CDATA[팔전구기(八顚九起) 산정무한(山頂無限)
2010년 12월, ‘타운 뉴스’ 발행인 칼럼(제 823호)에 미국에 찾아온 중학교 동창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친구는 사업 실패를 겪었고, 병으로 인해 한동안 휠체어 생활을 했으며, 재활 치료 끝에 겨우 걸을 수 있게 된 상태였다. 함께 눈 덮인 마운틴 발디의 아이스하우스 캐넌 트레일을 걸어 새...]]></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span>팔전구기(八顚九起) 산정무한(山頂無限)</span></div>
<p>2010년 12월, ‘타운 뉴스’ 발행인 칼럼(제 823호)에 미국에 찾아온 중학교 동창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친구는 사업 실패를 겪었고, 병으로 인해 한동안 휠체어 생활을 했으며, 재활 치료 끝에 겨우 걸을 수 있게 된 상태였다. 함께 눈 덮인 마운틴 발디의 아이스하우스 캐넌 트레일을 걸어 새들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길은 빙판이었다. 친구는 넘어졌다. 또 넘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여덟 번이나 넘어졌다. 그는 넘어질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확신했다. “이 친구는 어디서든 살아남을 사람이다.”</p>
<div>
<p><span>산길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친구가 말했다. “한국에서 실패했고 중국에서도 실패했지만 미국에서는 성공할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다. 너는 할 수 있다.”</span></p>
<p><span>그날 이야기를 칼럼으로 썼던 것이 벌써 15년 6개월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은 그 친구의 생일이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독자 여러분께 그 후일담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span></p>
<p><span>칼럼 속 주인공은 지금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국 정착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LA에서 그의 삶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값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시민권을 취득했고, 오랫동안 트레일러 운전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삶을 일구었다. 은퇴한 뒤에도 한동안 우버 운전을 하며 부지런히 생활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은퇴하여 새로운 인생을 즐기고 있다. 은퇴 후에 그가 보여준 학구적인 탐구 정신과 삶의 태도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span></p>
<p><span>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삶의 마침표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친구에게 은퇴는 또 다른 출발이었다. 그는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어 친구들과 이웃에게 선물했다. 정성껏 만든 십자가에는 손재주뿐 아니라 그의 따뜻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우리 집에도 그가 만든 십자가가 여러 개 있다.</span></p>
<p><span>주변 사람들에게 십자가 선물을 다 나누어준 뒤에도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모니카였다. 처음에는 만날 때마다 취미 삼아 시작했다며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 눈에 띄게 늘었다. 급기야 그가 속한 하모니카 팀이 LA의 프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연주하는 기회까지 갖게 되었다. 그와 그의 팀이 작은 악기 하나로 수많은 관중 앞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보며 나 또한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span></p>
<p><span>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친구가 요즘 가장 열중하는 분야는 그림이다. 그림이라고 하면 흔히 타고난 재능을 먼저 떠올리지만, 친구는 정식으로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연필 잡는 법부터 차근차근 익혔고, 지금은 수채화에 깊이 빠져 있다. 얼마 전 내가 공원에서 촬영한 짧은 동영상을 친구에게 보내준 적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지저귀는 평범한 장면이었다. 며칠 뒤 친구가 카카오톡에 그림 한 점을 올렸다. 동영상 속 한 순간이 수채화로 다시 태어나 있었다.</span></p>
<p><span>푸른 하늘과 늘어진 가지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새 한 마리. 단순히 풍경을 옮겨 놓은 그림이 아니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평온한 마음이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정말 잘 그렸구나.’</span></p>
<p><span>15년 전 눈길에서 여덟 번이나 넘어지던 그 친구가 이제는 붓을 들고 또 다른 산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의 인생은 빼어난 재능 때문이 아니라, 삶에 임하는 특별한 자세로 인해 더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온다.</span></p>
<p><span>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시작했고, 병으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났다. 새로운 나라에 와서 새로운 삶을 개척했고, 은퇴 후에는 또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다. 남들이 마침표를 찍는 나이에 그는 여전히 모르는 분야에 도전하며 계속해서 쉼표를 찍고 있다.</span></p>
<p><span>나는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15년 전 눈 덮인 산길이 떠오른다. 그때 친구는 여덟 번 넘어졌다. 그러나 여덟 번 넘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가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이 대단한 것이다.</span></p>
<p><span>어쩌면 내가 15년 전 칼럼 제목으로 썼던 ‘산정무한(山頂無限) 팔전구기(八顚九起)’는 그날 산길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의 인생을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산 정상에 오르면 또 다른 산이 보인다. 인생도 그렇다.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친구는 지금 새로운 산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15년 전 내가 했던 말을 오늘도 그대로 전한다. “물론이다. 너는 할 수 있다.”</span></p>
</div>
<p>             타운뉴스 2026.6. 1632호  안창해 칼럼           발행인 안창해</p>
<p>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p>
<p>옮긴이 문병길</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visitor mulidae</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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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item>
                        <title>나의 일기장 -11-</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1/</link>
                        <pubDate>Sat, 06 Jun 2026 09:37:37 +0000</pubDate>
                        <description><![CDATA[4292년(1959년).    9.  24.   목요일    고2
  하루 종일 한 일 없다.
&nbsp;
4292년(1959년).   9. 25.   금요일
  빈손으로 학교에 가서 통지표를 받았다.  전보다는 좀 오른 셈이다.
그러나 국어가 양인데 대해서는 화가 났다.  나는 그래도 했다고 해놓은 것이 겨우 양을 맞다니 기가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4292년(1959년).    9.  24.   목요일    고2</p>
<p>  하루 종일 한 일 없다.</p>
<p>&nbsp;</p>
4292년(1959년).   9. 25.   금요일<br />
<p>  빈손으로 학교에 가서 통지표를 받았다.  전보다는 좀 오른 셈이다.</p>
<p>그러나 국어가 양인데 대해서는 화가 났다.  나는 그래도 했다고 해놓은 것이 겨우 양을 맞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따져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일찍 돌아와서 흥_이 놀다가 갔다.  저녁에 영구형님, 만복형님 오셔서 주무셨다.</p>
<p>&nbsp;</p>
4292년(1959년).   9. 26.   토요일<br />
<p>  날씨도 맑다.  지금은 열시가 조금 지난, 하늘은 파랗게 물들고 바람은 소소하게 불어오는 한가한 아침 나절이다.  고요하니 적막할 뿐 아무 소리도 없다.  다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쇼팡의 “공기의 요정”만이 귀를 간지릴 뿐, 바람에 스치는 나뭇소리마저 고요하다.</p>
<p>하얗게 창문에 와 닿은 해는 온통 방으로 쏟아져 들어와 구석까지 환하다.  만지면 데일것같은 새하얀 빛이 창호지를 두들기고 있다.  들어오려 애쓰는 것 같다.  심심하다.  책상에 앉아 앞의 창을 통해 눈으로 달려오는 수많은 점들을 읽어본다. 높이 솟은 기와집 모퉁이 우로는 누구네집 정원의 것인지 모른 상록수와 프라다나스 나무가 바람에 까불거리고 있다.  가끔 가다간 마구 난무한다.  너흘대는 품이 마치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을 반주나 하는 것 같다. </p>
<p>아… 왜 이리도 센티해진단 말인가?  쓸쓸한 마음. 한적한 마음. 파도치는 볏포기들 생각도 나고 흰 이를 들어내며 웃어대는 친구들 생각도 나고, 그리고 저 하늘 끝 어디 있을 그 무엇이 생각 나기도 한다.</p>
<p>오늘로써 학기는 끝났다.  이것이 지금의 내 심정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마는 그러나 이 하나의 사실도 센티해진 나의 심정엔 큰 쇼크를 주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치고 통곡하고도 싶고, 또 때굴때굴 굴며 고함이라도 치고 싶다</p>
<p>동창회 때 생각도 난다.  그때 왜 한마디도 못했는가?  내가 마땅히 몇 마디 해야 할 순간을 나는 놓쳐 버리고 만 것이다.</p>
<p>최순_가 그 자리에 왔었다.  반가웠다.  그러나 5년이라는 세월이 나와 그와의 사이엔 바위만 한 틈을 주었던 것이니 이 또한 섭섭하고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다.</p>
<p>겹쳐지는 생각(회상)속에서 나는 중요한 인생의 철학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만물의 섭리를 지금 이순간도 눈앞에 느껴가며 나는 인생을 조금 씩이나마 캐 가는 것이 아닐까?  고요하고 한가한 이 정적 속에서 나의 마음도 또한 진주홍의 회상에 물드는 게 아닐까?</p>
<p>언제까지나 회상하고 싶다.  비록 그것이 한낱 추억이 되었지만, 그러나 추억은 추억대로 또 의의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p>
<p>상복이 생각이 난다.  그 애 아버지가 거지가 됐다는 소리도 들었다.  절룩거리며 마르보시 공사를 맡아 하시든 생각이 되살곤 한다.  그때는 상_이나 나나 어렸을 때다.   상_이네는 어느 큰 철공장 속에 방하나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거기서 나는 상복이와 못치기를 했었다.  서로 못을 땅에 꽂으며 상대방의 못을 쳐서 넘어 뜨려 갖는 놀이이다.  얼마나 재미있게 그 장난을 했는지...국민학교 6학년 때 박금_와 눈쌈하든 생각도 난다.  그 땐 참 통쾌 했었디.  마구 눈으로 후려갈겼으니까 말야.  그리곤 맹장 걸렸을 때 생각도 났지.  그때 그 애들이 병문안 왔었어.  영근과 교회 가든 것이 생각난다.  마구 눈보라 치는 어느 날 밤, 나는 영근과 함께 교회에서 나오며 매우 기분이 언짢았었다.  어쩐지 나를 싫어하는 눈치 같아서!</p>
<p>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추억을 어떻게 감당 해낸단 말이냐?  처음 서울 올라와서 나는 그만 어리둥절하였었다.  상당히!  아주 상당히 어리둥절했었다.  촌놈의 티를 여지없이 과시했나 보다.  이_이 말하는데 처음 출석 부를 때 내가 “야!” 하고 대답해서 애들이 웃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다.  가령 몇 년 전에 내가 누구한테 몹시 얻어 맞았다손 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지금, 치가 떨리고 분노하진 못한다.  과거의 모든 잡된 일(즉 인간사)는 하나의 아름다운 스크랩북이 되고 마는 것이다.</p>
<p>추억으로 물든 내 머리 속에 나는 그 어느 잡념의 침입도 용서치 않는다.  단연코 거절한다.  나의 보석 같은 회상의 시간을 놓칠까 두려워서. 이제 앞으로 또 한 학기 남았다.  이동안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p>
<ol>
<li>외출을 금할 것. 지정 외출지- 만_형님댁. 무_이네 한 번 정도</li>
</ol>
<p>   숙장댁 한 번 정도, 임_이네집, 천안, 혜자네 두어 번 정도</p>
<ol start="2">
<li>교과서 외의 공부를 많이 할 것. 삼위일체 완전 마스터</li>
<li>독서에 열중할 것. 집에 있는 책 적어도 반 이상은 읽을 것</li>
</ol>
<p>   여지껏 읽은 것.</p>
<p>   “벼랑에 피는 꽃”, “고개를 넘으면”, “순애보”, “사랑”, “이차돈의 사”</p>
<p>   “삼대”, “만세”, “사람의 화첩”, “농민”, “삼년”, “백치아다다”, “장록수”</p>
<p>   “영원한 미소”, “영원히 사는 것”, “무화과 그늘”, “전원교향악”</p>
<p>   이외에도 단편은 많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p>
<ol start="4">
<li>단 한 번! 혼자서 백운대 갔다 오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와 한번 갔</li>
</ol>
<p>   다 와야 되겠다.  길을 알기 위해서다.</p>
<ol start="5">
<li>천안엔 세 번 정도 내려 가겠다.</li>
<li>??와 세 번만 만나고 편지는 절대로 안겠다.</li>
<li>작품을 많이 써야 하겠다.</li>
<li>형과 의논해서 되도록이면 독어 학관에 나가겠다.</li>
<li>친구들(진정한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li>
</ol>
<ol start="10">
<li>진정한 이성교제를 한번 하고 싶다. 그리고 뭘 하나, 일터면 로켓을 만들어 보아야겠다.</li>
</ol>
<p>  이 십계명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으리.</p>
<p>&nbsp;</p>
<p>  4292년(1959년).    9.  27.   일요일   고2</p>
<p>  늦게 일어났다.  날씨는 참으로 맑다.  즐거운 일요일의 저 푸른 하늘은 그대로 초록빛 파라다이스!  나 혼자 독점하고 싶은 저 하늘, 저 푸르디 푸른 하늘을 뚝 따다가 책상보를 하든지 옷을 만들든지 하고 싶구나!</p>
<p>가끔 흰 구름 조각이 점점이 흩어져 있고 그리고 그 구석에서 해는 빛을 발한다.  오직 나의 머리 위에만 비추는 것처럼 착각하며 기뻐진다.  철저한 에고이스트의 망상이랄까?</p>
<p>오후 한식경 집을 나가 만_형님집을 찾아가다.  진_누나가 와 계셨다.  큰 형의 말을 전할까 말까 하다 한마디로 귀뜸해 주었으나 여기 혜화동에 들러 갈 의향은 없는 듯하다.  낯이 간지러운 일이다.  거기서 점심을 하고 청량리에 가서 혜자네를 들렸다.  혜자와 함께 누님을 찾아 뵙고 집에 왔다.  혜자한테 약도를 그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젠 혜자도 많이 컸다.  허기야 나보다 한 살 아래가 아닌가?</p>
<p>&nbsp;</p>
<p>4292년(1959년).   9.  28.   월요일.   청</p>
<p>맑은 날씨다.  아침에 어머님 심부름으로 동대문 외조부댁에 찾아갔다.  여기서 또 외조부님 심부름으로 대법원의 종만형을 찾아갔다.</p>
<p>오늘 9월 28일 수복 기념일로 인해 국제마라톤 경기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중계방송을 듣고 있다가 2시 10분경 서울역을 통과한다는 소리를 듣고 시청 앞으로 나갔다.  인파로 휩싸인 뽀얀 거리는 그대로 사람바다이었다.  혹은 전신주에 혹은 가로수에 혹은 길가에 혹은 고층건물 옥상에 사람들은 총총히 늘어서서 우리 마라톤 한국의 건아 이창훈 선수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공군본부에서 호주 선수를 리드하여 일등의 영광을 안은 채 쟈토백과 같이 달려오는 이창훈 선수!  저만치 보이자 군중들은 일제히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마치 단거리 경기인양 달려 나가는 이창훈 선수! 삼천만의 대표가 되어 그 온 겨레의 명예를 두다리에 걸고 일로일로 중앙청 꼴을 향해 전진하는 한국의 쟈토백 이창훈 선수!</p>
<p>지금 이선수를 앞에 둔 모든 군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  이것이 곧 민족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냐?  이 순간만은, 정말로 이 순간만은 돈 받지 못해 기분 나빴던 벗장이의 이맛살도 잠시나마 펴질 것이요, 돈 없음을 한탄하던 지게꾼도 좋아서 벙글거리며 어린애들은 그대로 분간하지도 못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날 뛰는 것, 이것이 곧 민족의 상징이요 민족의 절규가 아니겠는가?  9. 28 수복을 상기하여 다시금 괴뢰의 만행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민족의 무언의 약속이 아닌가!</p>
<p>다음에 오는 호주 선수에게도 전같이 열정적은 아니나 그래도 박수 갈채가 수없이 쏟아져 나옴은 이 또한 스포츠 한국의 신사적인 태도가 아니였는가?</p>
<p>그러나 1등과 꼴찌의 간격이 너무 커서 그 사이에 길은 자동차들이 대 혼잡을 이루었다.  뒤에 선수가 올 때마다 교통순경들은 땀을 빼야만 했다. 섭섭한 일이 아니고 무어냐?</p>
<p>집에 오니 밥도 아닌 대낮에 밤손님이 들어왔다가 식구에게 들켜서 도망갔다고 한다.  9. 28 수복기념으로 옷가지나 도둑맞을 뻔 했다.</p>
<p>임_이 다녀갔다 한다. 나 없는 사이에!  미안한 일이다. 오늘 돌아다니며 나는 정말 나자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저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된다니까!</p>
<p>&nbsp;</p>
4292년(1959년).  9. 28 10시 17분<br />
<p>갖가지 추억. 그 중에도 동창회 추억이 나를 괴롭힌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29.   청.</p>
<p>  아침에 화신백화점 가서 찾아왔다.  옷 맞추긴 처음 하는 일이다. 혹시 너무 속될 가 겁이 났다. 집에 와서 입어 보니 목이 너무 가늘었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30.   청.   고2</p>
<p>  하루 종일 집에서 뭉게다.  오늘 내일 것을 대충 예습해 놓았다.  방학동안 나는 도무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  ‘테스’도 읽다 말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읽다 말았고 ‘굶주림’도 읽다 말았고, ‘지드의 뭣’도 읽다 말고, ‘해조음’도 읽다 말고 ‘천하태평’도 읽다 말았다.  이러면서 무슨 독서를 한답시고!</p>
<p>나는 지금 상상해 보았다.  몇 달 전 일이다.  내가 영_에게 놀러 갔을 때 나는 그의 일기장을 보고 뭐냐고 보려고 했다.  그때 영_은 당황해서 얼른 그걸 빼앗으며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p>
<p>나는 지금 그자의 읽기를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 그자의 일기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으리라.</p>
<p>“하늘은 너무나 맑고 그 가운데 해는 너무나 덥다.  햇님이 날 태우는가, 또는 그 누가 나의 가슴을 태우는 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오늘 병길이 놀러 왔다.  이곳 뒷집은 아무도 없어서 놀러 와도 괜찮다.  아니 뭐 누가 알면 어때?  나의 친구인데...... 그는 가끔 놀러 온다.  나는 그를 허물없이 대한다.  그도 또 나를 허물없이 대한다.  나는 항상 그가 올 때마다 꼭 동생을 대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나는 그를 어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사실 나보다 더욱 총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왔다 갈 때마다 어쩐지 조금 불쾌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째서 인지 그 이유는 나는 모른다.  그리고 그가 아무리 나와 허물없이 대한다 해도, 나의 체면은 차려 줘야 할게 아닌가?  내 친구가 와서 자고 있고 또 나는 시험공부 중인데 찾아오면 어찌한다 말인가?  물론 나야 반갑고 아무렇지도 않지만, 나의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 건가?  그로 인해 나는 학교에서 놀림을 받지 않았는가?  물론 나는 그에게 우리 친척이라고 속였지만 그 깜찍한 년이 내 말을 믿어나 줄까?  언젠가 눈보라 치던 날 그는 나에게 최동_이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대단히 솔직한 태도다.  그렇지만 차마 나한테 그런 말이 나올까?</p>
<p>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동_이 그 애를 더럽게 생각하게 하려함이 아닐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어쩐지 병길이가 무섭게도 느껴졌고 또 비겁하게 보이게 되기까지 되었다.  내가 그를 교회에 가자고 부른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나를, 지나치게 큰 호의로써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춘_와 극장 갔다는 사실을 나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 개의하려 하지 않는다.  요전에 언젠가는 그가 나한테 편지를 몇 번 했다.  편지 받을 때마다 나는 기뻤다.  그러나 편지 속에 쓰여 있는 이야기엔 나는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p>
<p>병길이는 확실히 내 친구이고 또 그 한도를 벗어날 순 없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바라는 그 눈초리가 무언가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건 어쩐 까닭일까?  나는 그에게 내가 이화여대를 들어 갈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적이 있다.  만일 떨어지면?  아유. 그런 창피가 내 일신상에 두 번 다시 있을까? 요사이는 어머님께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반가운 일이다.”</p>
<p>이런 것을 자꾸 생각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아예 생각을 끊어 버려야 한다.  추석 때 내려 갔을 때도 나는 자꾸만 영_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결심했다.  참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문_가 문득 생각나다.  그가 만일 일기에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썼다면 이렇게 썼을 것이다. </p>
<p> '오늘 병길이가 왔다.  나는 그에 대해서 전부터 오빠들한테서 들어왔다.  그러나 말 한마디 해 본적이 없다.  그를 보기는 퍽 오랜만이었으나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엉큼한 것 같았다.  그가 우리집을 올때마다 나는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p>
<p>만일 내가 이것을 읽었다면 나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아 주었을 게다.  뭐냐 말이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 건 사실이다.  또 그 집을 들릴 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했음에 틀림없다.  또한 되도록이면 그와 가까이 있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 집에 얼굴 반반한 계집애 하나 있더라 이 정도의 감정 밖에는 가져 본적이 결코 없다!  관심을 갖고 가까이 서고 싶은 마음. 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이것은 서울 그 어느 버스속에서도 일으켜지는 감정이다!  정말 그렇다.  나의 이 “心” 만은 거짓말을 안 할 예정이다. </p>
<p>영_이도 나의 그녀 생각속엔 모델도 되었었다.  그러나 이것도, 정말 이것도 나에게는 보통이다.  왜냐하면 버스안에서 어느 다리가 미끈한 여학생을 보고서라도 그날 밤 이불 속에선 그녀의 그 통통한 다리를 다듬어 두 갈래로 갈라지게 하는 그 곳을 생각하며 몸부림쳐 베개를 껴안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 다른 것은 내가 영_이나 문_를 대상으로 그런 생각을 한때면 말할 수 없이 큰 수치감과 미안감에 사로 잡혔다는 것뿐이다.</p>
<p>그러나 내가 그들의 집에 갈 때면 그들은 생쥐처럼 숨는 것이다. 나는 그 곳을 갈 때마다 불안하게 되고, 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요컨대 나는 조금도 남의 싫어하는 눈치를 제일 무서워하는 인간이니 만큼, 이제는 절대로 그 곳을 놀러 가지 않겠다는 것을 굳게, 굳게(?) 결심한다.</p>
<p> 모두 추억에 새로운 인간들이다.  역사는 흐르고 역사를 구성하는 시간은 지나고 있다.  과거는 과거로 존재하고 미래는 미래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학교로 나가면 나는 다시금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이제 규_이네 집에 대해서도 이 이상 생각하지 않겠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1.     비   고2.</p>
<p>오늘부터 동복을 착용했다. 오는 나는 작은형에게 편지했다.  책 좀 가져오라고 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   우.   금요일</p>
<p>  오늘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다.  오니 집에는 천안에서 온 식모가 방안에 있었다.  나는 저녁에 종_형한테 갔으나 바빠서 머리는 못깍고 상도동에 갔다.  상도동엔 마침 주_이가 와 있었다.  거기서 보따리 두개를 들고 혜화동에 돌아왔다.</p>
<p>나는 식모가 왔을 때 어쩐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어쩐지 불안하기까지 했다.  식모는 스물 몇 살이라는 데 결혼했다가 일년도 못살고 다시 헤어졌다 한다.  우선 얼굴이 내가 바라든 것과는 달리 못생긴데 대해 나는 기분이 잡쳤다.  이제 어머님이 내일 가시면 나는 저 식모하고 한집에서 살아야 한다. 아 생각만해도 갑갑하다.  왜 내가 식모를 두자고 제창했단 말인가?  응?! 이제 식모가 있으니 내 맘대로도 못한다.  나에겐 또 하숙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 왜 내가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단 말인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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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92년(1959년).   10.  3.    우.   토요일</p>
<p>  아침에 종_형 한테 가서 머리를 깎았다.  집에 오니 어머님께서 갈 차비를 하고계셨다.  주_이 와 있었다. </p>
<p>  어머님께서는 5시 반차로 가시기 때문에 여기서 네 시경에 서울역에 나가야 했다.  어머님, 주_이, 형, 나 이렇게 넷이서 서울역을 닿았다.  거기서 차표를 사가지고 30분가량 기다리다가 이윽고 개찰이 시작되어 나는 어머님께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p>
<p>“어머님 편히 가십시오” 나는 서운하고 허전하기까지 했다.</p>
<p>집에 가면 이제 나는 식모와 둘이 있게 된다.  어쩐지 집에 가기가 싫었다.  주언과 함께 집에 와서 저녁식사 후 관이네 집에 갔다.  조금 놀다가 집에 와서 잤다.</p>
<p>오늘 하루 종일, 나는 얻은 것이라곤 “無” 이다.</p>
<p>뼈저리게 생각한 것은 많다.  개찰구서 앞에서 껌 씹고 있는 여학생이 상당히 예뻤는데 그러나 나보다 키가 커서 나는 섭섭했다.  버스속에서도 얼굴이 꽤 예쁜 여학생이 있었으나 눈초리가 매서운 게 나는 섭섭했다.  임_이는 여드름이 산더미처럼 낳아 있다. 주_은 여전히 말씨가 석연치 못하다.  임_이 누나는 불 밑에서 인지 퍽 아름답게 보였다.  식모의 얼굴은 졸음에 얼굴이 퉁퉁 부었다.  퍽 변통성이 부족한 식모다.  센스가 없다.</p>
<p>호리데이온 아이스는 어저께 갔으나 700환짜리는 어림도 없다.</p>
<p>2500환짜리만 어떻게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기가 막혔었지.  아 참! 오늘이 개천절. 라디오에선 같은 소리가 나왔다.  “단군왕검은 홍익인간이란 이념 아래 나라를 세우셨다... 일치단결하여 ...  남북통일의... 용맹과 단결된 민족... 해야 하겠다" 들이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4.    일요일</p>
<p>  아침에 일어나니 큰형님이 와 계셨다.  대전에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님 심부름으로 문화동 엘 찾아 갔더니 거기엔 명__누나는 없고 어머님과 진_ 누님만이 계셨다.  진_누나는 어쩐지 더 미워 보였다.  사실상 얼굴을 바짝 들이대서 보면 정말이지 추한 얼굴인 것이다.  눈은 그저 억지로 조금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고 코는 마치 서투른 석수장이가 엉터리로 깍아 부친 것 같고 턱은 또 메기처럼 네모난 게 억세게 생겼다. </p>
<p>이렇듯 생각하다가 나는 진_누나 모친과 진_누나와 함께 혜화동으로 왔다.  진_누나 어머님은 돈에 무척 인색 하셨다.  식사를 하시고 큰형님과 함께 다시 문화동으로 가셨는데 나는 집에서 굳기로 했다.  4시경 주_이 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시에 안_일과 주_과 만난다고 한 자리에 나도 간다고 했는데 빠졌다.  대단히 안됐다.  나는 안_일 조부님의 환갑잔치에 가서 떡을 못 얻어먹었기 때문이다.  주_은 곧 갔다.</p>
<p>나는 허전했다.  어쩐지 어머님 내려 가신게 원망스럽기도 하고 또 식모가 보기 싫기도 했다. 아, 나는 언제나 이러려나?  이런 생각을 하면 금방 무서워 지기도 한다. 밤 2시까지 공부하다가 잠들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7    수요일  고2</p>
<p>  오랜만에 차분히 앉아 일기를 쓸 기회가 왔다.  예정표엔 지금이 “정리”이니 맘 놓고 일기나 붙들고 늘어지자는 지금의 내 심정이다.</p>
<p>그리고 또 무엇인가 불끈 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인가 불쾌해지는 게 지금의 내 심정이기도 하다.  요사이 나는 공부를 좀 한다.  나 자신이 봐도 공부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 한다는 사실엔 흡족해지는 것이다.  12시 이전엔 잠이 통 안 오니 그때까진 죽 공부하는 참이다.  그러나 나의 큰 결점, '공상에 잠긴다' 하는 것이 이 다섯 시간의 공부 가치를 떨어지게 한다.</p>
<p>영어 해석에 고향 땅이라는 단어가 나와도 책을 덮어 버리고 고향을 그리며 아련한 향수에 눈을 지긋이 감은 후에야 비로써 다음 줄도 내려가고 수학에 어려운 문제에 부닥쳐도 멍하니 이런 것 저런 것 생각하지 않곤 도무지 뒤숭숭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자유낙하 연직 방향 등식만 공부할 때도 공연히 마음이 들떠 공상에 잠긴다.  공상이란 대개 다음과 같이 쓸데없는 생각이다.</p>
<p></p>
<p>이런 공상을 하자면 한 시간쯤 거뜬히 지나가고 그렇게 되면 먼저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p>
<p>이래서 나는 공부의 능력이 오르지를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밤 세시 네 시까지 공부는 하나 그 실 뭣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또 내 구태여 말하고 싶진 않으나 옆방의 애기가 너무 시끄럽게 구는 것이다.  그제 공부하기 좋은 시간엔 꼭 울어 제치는 것이다.  어떤 땐 신경질이 나고 심하면 달려가서 때려 죽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도 어렸을 땐 저런 길을 밟아 왔지 아니한가?  아니 오히려 더했으면 했지 못하지는 아니했을 게 아닌가?  이런 걸 생각하면 그저 죽어라 악을 쓰며 참든지 밖으로 뛰어나가면 된다.  나는 요사이 글을 지어 보려 한다.</p>
<p>그러고 몇자 끼적거려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글이 너무나 졸렬하다는 것을 두시간 내에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큰 실망이다. 이런 것, 저런 것 깊이 생각할 때 나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뭐하나 떳떳이 하는 게 없으니 말이다.</p>
<p>보라, 내 주위의 친구들은 적으나 크나 뭘 한가지씩 붙들고는 늘어진다.  그러나 나는 뭐 하는 게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먹을수록 나는 짜증만 나고 열등감에 젖어 숫제 누구와 상면하기조차 싫어 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요사이 우울증이 더 심해졌는지 모른다.  공부하면서도, 지금 부 터 죽어라고 공부해야 내년에 우등 못 할건 뻔한 일. 왜냐고? 과거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면 읽던 책을 탁 덮어 버리고 싶도록 귀찮아지는 게 아닌가?  요컨대 나는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게 탈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가시가 되어 찔려오는 수많은 잡념을 일소에 물리치기엔 아직도 나는 달관 된 인간이 아님을 어찌하냐?  이렇게 지낸 것이 요사이엔 부쩍 더해 도무지 남과 대면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보자. 하여튼 보자.  나는 그저 내 주위의 모든 인간에게 “보자. 하여튼 보자” 이렇게 절규하는 수밖에 딴 방도가 없다!  없어!</p>
<p>&nbsp;</p>
<p>4292년(1959년).   10.  8.   목요일.   청. 고2</p>
<p>  목욕하고 집에 와 눕다.  작은형 와서 자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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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四二九二年 十月 九日  金曜日  晴   고2</p>
<p>  오늘은 한글날.  세종께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자를 만드신 날이다.  다시금 한글의 가치와 역사를 알아 둘 기회는 왔다.  그러나 나에겐 이 날이 바로 낮잠 잘 기회다!  식전에 형은 시골 가고 나는 대한극장에 가서 “뇌격명령”을 감상했다.  과학영화였다.  집에 오니 골치가 아파 서 옆방 아줌마가 친절하게 해 주는 밥을 얻어먹고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p>
<p>한잠 자다가 송_목이 왔다.  그러나 이_은 내내 오지 않았다.  “약속을 지킬 줄 모르는 자” 로 나는 보고 싶다.  송_목이 가져온 사진기로 몇 장 찍고 보냈다.  나 혼자 남으니 또 할게 없다.  낮잠을 실컷 자다 보니 어두워졌다.  자 그러고 보니 또 할게 없다.  공부는 어쩐지 영 하기가 싫으니 말이다.  어쩐지 책 들기가 싫다.  그래서 나는 이 일기를 쓰는 것이다.  뭐 일기 쓰는 게 시간이 남아서 하는 건 아니지만.</p>
<p>&nbsp;</p>
<p>4292년(1959년).   10.  10.   토요일.   晴(雲)  고2</p>
<p>  학교를 파하고 청량리 혜_네 갔더니 아주머니는 오늘 내려 가셨다 한다.  혜_와 함께 왔다.  저녁 식사 후 이_네 집에 가서 놀다가 자고 가라는 것을 물리치고 집에 오니 집안 식구들은 한없이 자고 있다. 오늘 혜_와 함께 오면서 나는 혜_가 옷 좀 깨끗한 것을 입었으면…하고 바랬다.  그러나 나는 그런 차림으로 떳떳하게 활보할 수 있는 그의 초월에 그만 깊이 탄복했다. 그만두자. 내일 이_과 열두시에 파고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11.   일요일.   운</p>
<p>  아침에 혜_를 보내고 열두시에 파고다 공원 앞에서 이_을 만났다.  그 놈은 역시 약속 시간을 지키긴 지키는구나.</p>
<p>이_과 함께 우동으로 점심을 때우고 화신 영화관에 가서 “젊은 사자들”을 감상했다.  독일군과 불란서군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남녀간의 묘한 관계를 복잡하게 얽어 놓은 명화!  몽고메리 크리프트의 호연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게 기억된다.  독일인 들은 어찌 된 것이 키스를 식은죽 먹듯 하니 참 너무나 빠르다.  독일 여자들 입술은 언제나 부르터 있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저 정도로 키스를 해대니 부르트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p>
<p>그네들은 또 그리 미인도 아니었다.  난 그것이 어쩐지 어색하게 보였다.  그러나 스릴이 있는 영화였다.  키스하는 횟수를 세다가 지루하여 그만 나와 버렸다.  두 번 보려 하다가 그만 포기한 것이다.  나와서 이_과 곧 헤어져 집에 오니 6시!  이제 부 터 공부 좀 해야 되겠다.</p>
<p>  오늘 이렇게 서울 시내를 활보하며 나는 어쩐지 자꾸 나 자신이 비감에 쌓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허감에 잡히곤 했다.</p>
<p>&nbsp;</p>
<p>4292년(1959년).  十月 十一 日.      日曜日   雲   고2</p>
<p>  서울운동장에서 연합체조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연_이 한 테 들려서 전할 말을 전하고 집에 돌아와서 놀았다. </p>
<p>&nbsp;</p>
4292년(1959년).  10. 13.   화요일.   명.<br />
<p>  학교 수업 끝남.   한 일 없음.</p>
<p>&nbsp;</p>
4292년(1959년).  10. 14.   수요일.   명.<br />
<p>  연합체조에 참가했다.  저녁에 임_네 집에 다녀오며 나는 어쩐지 기분이 유쾌하지 못하다.</p>
<p>임_네 학교는 17일 수학여행을 간다 하는데 우리 학교는 어떻게 된 놈의 것이 그것조차 포기했단 말인가?</p>
<p>&nbsp;</p>
4292년(1959년).  10. 15. <br />
<p>  오늘도 서울운동장에 나가서 운동회 관람하고 돌아옴.</p>
<p>&nbsp;</p>
4292년(1959년).  10. 16.<br />
<p>  오랬 만에 학교 수업을 함. 아----- 참.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심정이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17.   청.</p>
<p>  지금은 새로 한시가 조금 넘었다.  문간방엔 큰형님이 자고 있고 지금 내가 일기를 쓰고 있는 방엔 어머님이 주무시고 계시다.  안방엔 은_이 아빠가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참으로 주위는 고요한데 도무지 잠이 안 와 펜을 잡은 것이다.  요사이 나는 신경질이 하나 늘었다.  은_이 자꾸 우는 것이다.  공부하려는 책을 펴 들었을 때 은_이 울어 제치면 나는 또 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다.  라디오를 아무리 크게 해 놓은들 내 신경질은 가셔지질 않았다.  화가 극도에 달하면 노트라도 빡 찢고야 만다.  결국 그런 다음엔 후회하고 마는 것이다.  내 신경질이 발작한 그 순간만은 위에 오는 모든 예측에서 멀리 떠나져 버리는 것이다.  황금찬 선생한테 “자취”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써 냈는데 이게 만일 동성지에 실리지 않는 날이면 난 그 보다 더 큰 창피는 없다.  하여튼 이게 실패하는 날엔 나는 모든 창작을 포기해 버려야 되겠다.  과거 국민학교 때 전국 소년 서울 신문사 주최 작문에 3등을 하고 중학교 때 교내에서 3등을 한 것이 내 작품이 겨우 뻗쳐 나가는 한계인가?</p>
<p>아… 지금 ´´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교 시험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  기_엄마 말씀엔 대학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아주 대학을 포기 해 버렸는지도 몰라. 지금 이 시간에도 파고 들고 앉아 있는지. 나도 몰라!</p>
<p>그리고 문_도 지금쯤 뭘 할까?  그 애는 잠자고 있을 거야.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니까. 그래도 우등생인데 잠을 자고 있으려고!</p>
<p>나는 키가 자꾸 줄어 드는 것만 같다.  아니, 남에게 따라가질 못한다.  학교 친우들만 해도 그들은 부쩍부쩍 커 가는데 나는 이거 뭐 아주 굳어진 것 같다.  이게 나에겐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대학 시험에 도무지 붙을 것 같지가 않다.  지금 입시 문제를 보면 너무나 어마 어마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뭐 도무지 더 쓰고는 싶으나 졸음이 조금 오는구나.</p>
<p>&nbsp;</p>
4292년(1959년).  10. 18.   청.      고2<br />
<p>  맑은 날씨만 계속된다.  아침에 종만형에게 가서 머리 깍고 같이 짜장면으로 점심을 했다.  그 길로 연_이 한 테 가서 집에 오라는 말을 전하고 집에 오니 4시 반!  어머님께서는 의외에도 오늘 가신다 한다. 5시 반차로 가시게 됐다.  서울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플레트 홈을 나가시는 것까지 보았다.  집에 오니 진_누나가 여지껏 안 가고 있다. 저녁에 연_ 오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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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92년(1959년).  10. 20.   화요일    청.</p>
<p>  무의미의 연속.</p>
<p>아 참! 오늘 처음으로 동전을 구경했다.</p>
<p>&nbsp;</p>
4292년(1959년).  10. 21.   수요일   청.<br />
<p>  학교 수업 후 즉시 정_ 짐을 나르기로 했다.  나, 종_이, 구_이와 정_, 넷이 상도동으로 갔다.  거기 가서 짐을 꾸리니 어두워졌다.  노량진 역에까지 나와서 전차를 잡아타고 동대문까지 왔다.  동대문까지 오면서 정_와 옆의 여학생을 골려 주고 우리끼리 재미가 나서 히히덕거렸다.</p>
<p>동대문서 다시 정릉버스를 탔다.  종_이는 책상, 빽, 나는 책보따리, 구_은 이불보따리, 정_는 책, 이렇게 각각 들고 버스 차장이야 뭐라고 말하든 간에 무조건 가지고 올라탔다.  함께 타니 혼자서는 도저히 하지 못할 배짱이 생겼다. 정_ 자취하는 방에 다달아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짜장면 대접을 받았다.  그 놈,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오히려 택시로 운반하는 것 보다도 돈이 더 들은 모양이다.  대단히 미안하다. 그러나 정_ 이삿짐 날라주고 짜장면 얻어먹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있지 않으리... 미자네 집도 그 근처이기 때문에 알게 되었고. 종_과 함께 집에 와서 자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2.   목요일.   청.</p>
<p>  내일은 소풍. 수원 농대로 간다고 했다.  난 도무지 흥이 나질 않는다. 여기 간다, 저기 간다, 하고 한참 떠버려 놓고는 겨우 간다는 게 남의 대학 구경 간다니.</p>
<p>하여튼 나는 수원에서 직접 천안 갈 예정이니까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그러나 소풍이라고 해서 하나 마음에 동요됨이 없는 건 정말 나 자신도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송요_이 한 테 물건 사라고 500환 주었다.</p>
<p>&nbsp;</p>
4292년(1959년).  10. 23   금요일   청(운) 고2<br />
<p>  아침은 먹지도 못하고 용산 시외버스 정차장에 합승으로 달려가 보니 7시!  아직도 30분이나 남았고 아이들은 극히 적게 왔다.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옆에 오죽잖은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켜 먹었다.  비록 시설은 형편없어도 단골 손님만 다니는 곳이라 그런지 대단히 흡족하게 해 주었다.</p>
<p>한 그릇 100환 주고 배는 불렀으니 이제는 제법 기운이 솟았다.</p>
<p>버스는 다행히 창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아. 즐거운(?) 하루는 시작 되려는가 보다. 그러나 하도 웃어 싸서 그만 꼴딱 넘어간 껌이 목구멍에 붙어서 여간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서울을 벗어났다.  기차를 타고 수없이 왕래한 것이지만, 그러나 친구들과 흥얼대며 달리는 이 길은, 새로운 맛이 풍겼고, 즐거운 마음이 도로를 포장하고 달리는 버스속에서 부채질했다.</p>
<p>  수원시를 가로 질러 농대에 도착, 하차해서 어쩐 일인지 두어 시간을 세워 놓고 종종 소식이 없었다.  이 무슨 크나큰 선생들의 실책이냐? 더구나 이런 데로 끌고 온 고병갑 선생이 얄미워 못 견디겠다.</p>
<p>결국 학교 주위를 한바퀴 돌기는 했으나 하여튼 인상이 남는 건 강당이고 식당이다.  강당은 5억대를 들여서 공사했다는데 어느 일류극장 못지 않았다.  식당도 설비가 최신식으로 되어 있어 서울의 어느 고급식당 못지 않았다.  기숙사는 설비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산에 갔었는데 울창한 나무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어 무한히 아름다운 자연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인공적인 힘이 자연적인 힘에 가해지만 큰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까?</p>
<p>자유시간에 이_과 나와 송요_, 셋이 식사를 같이 했다. 사진도 잔뜩 찍었다.  즐거웠다.  송요_이 버스 안에서 과자를 도둑 맞았다 했다.  대단히 애석했으나 나야 숫제 물건을 보지 않았으니 뱃속이 편하다. 소풍을 마치고 수원서 나는 내려 기차로 천안에 왔다. 오늘 저녁에 영근이도 어디 수학여행 갔다가 온다고 했다. 상당히 반가웠다.  얼굴을 씻는데 자기 수건을 내 주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4.   토요일   청</p>
<p>  대사도 며칠 남지 않았건만 어쩐지 집안은 괴괴하다. 퍽 심심하다.  집에 누워 책을 좀 읽다가 점심때 할아버님 댁으로 놀러 가서 감을 얻어먹었다.  할아버지는 예나 제나 좋으신 분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 교훈이다.</p>
<p>저녁에 영근과 한참 얘기했다.  자기 수학여행 갔다 온 이야기길 해 주었고 나도 소풍 갔다 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오늘 처음 영근이 한테서 “너”라는 대명사로 불렸다.  퍽 반가운 소리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좀 괘씸하기도 하다.  같은 나이라도 여자는 남자를 거지 발싸개로 안다 하는데 영근이도 혹시 나를 거지 발싸개 정도는 아닐 지라도 어린애 취급하는 게 아닌 건가? 영근이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유난히 얼굴을 붉힌다.  수학여행 갔다 오더니 얼굴이 검게 탔다. 대단히 섭섭한 현상이다.</p>
<p>&nbsp;</p>
4292년(1959년).  10. 25.   일요일.   청<br />
<p>  어쩐지 심심해지기만 하고 짜증만 난다.  빨리 서울 가고 싶다. 영근이 영어책을 보니 알 듯한 단어에도 모두 뜻을 적어 놓았다.</p>
<p>3시 차로 상경 집에 와 보니 아무도 없고 방은 차갑다. 아---  내일 일이 걱정 되누나. 저녁에 형님께서 늦게야 오셨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6.    월요일  고2</p>
<p>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 밥을 했다.  썩 잘 되었다.  불현듯 몇 달 전에 상도동에서 주_과 자취하든 생각이 나며 다시금 그리워졌다.  그땐 정말 지긋지긋한 생활이었으나 역시 즐거웠던 석달 간이었다.</p>
<p>아침에 개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갑자기 흐려지고 후두둑 비가 내렸다. 또 우울하게 하루를 맞으려는가 보다. 비가 오면 어쩐지 기분이 언짢아진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옷이 젖고 둘째 비의 감촉이 시스럽고 셋째 우산이 없다. 집에 와선 그대로 아랫목에 주저 앉고 싶었다.  오늘 구_이 와서 자기 조부님이 별세 했음을 알려 주곤 곧 갔다.  퍽 슬퍼하는 기색이었다.</p>
<p>상공부는 문을 닫았고 그래서 종만형에게 갔다. 일본 여자에게서 난 자라 한다. 저 여자를 한번 누나로 삼고 싶다. 그러나 좀 놀아난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생겼다.</p>
<p>9시쯤 해서 큰형이 갑자기 들어와 1000환을 주고 나갔다. 시골 가는 길이란다.  자 이제 공부해야 되겠다. 그러나 공상해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목욕탕에 남녀가 구별 없다 한다.  이 어찌 해괴한 풍속이랴마는 그네들은 그네들대로 마땅한 일일 것이니, 그래서 풍습이란 무서운 건가 보다.  나는 일본을 한번 가 봤으면 좋겠다.  일본에 건너가면 제일 먼저 목욕탕엘 들어 가겠다.</p>
<p>아… 내일은 조퇴하고 시골간다? 자. 이젠 공부하자. 지금 9시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무_이 한테서 300환 꾸었다. 병직형이 왔다 하는데!  그런데 못 보았고.  큰형 쉐타는 작은형이 입고 가고. 참 주책이지. 점 쳐보니 영근은 과거의 사랑극(절연)이고 문_는 우정의 사랑이 나왔다.  허 ---- 참  기막힌 말들이지만 잠깐 흥겹게 놀만한 장난이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7    감격의 날! 雨.    고2</p>
<p>  오늘 병관형 결혼이다.  한 시간 조퇴하여 상공부에 가서 문서를 찾은 다음 서울역을 향했다.  차 안에서 이_호를 만나 옆의 대학생과 심심찮게 얘기했다.  천안에 닿아 줄달음으로 들어가 보니 집안은 떠들썩 했다.  저녁에 영근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춘_도 와서 일해 주고 있었다.</p>
<p>&nbsp;</p>
4292년(1959년).  10. 28  <br />
<p>  오늘 결석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기분이 언짢았다. 사실 그랬다.  7시간 수업을 고스란히 빼먹으니 말이다.</p>
<p>아침엔 별로 바쁘질 않더니 저녁이 되니 이건 뭐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집안은 그대로 불이 난 중국 집이고, 정오쯤 해서 신랑신부가 들이 닥쳤다.  신부측에서 장농이니 옷이니 이불이니 하여 잔뜩 가져왔다.  신부는 내가 예상한 것만큼 그렇게 잘 생기진 못했다.  그러나 키도 큼직한 게 마음이 퍽 너그러워 보였다.  그러나 족두리 쓰고 앉아 있으며 흘끔 흘끔 위를 쳐다보는 것을 목도했을 때 나는 어쩐지 “저 양반이 참을성이 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잠시간 슬퍼졌다.</p>
<p>2층엔 손님이 여전히 득시글거렸다.  안면이 있는 어른도 많이 와 계셨다.  영대와 나와 연신 날라도 손이 모자랄 때도 있었다.  배고픈 줄 모르겠고 고단한 줄을 모르겠다. 우리 방엔 당숙 이하 여러 노인들이 죽치고 앉아 계시다. 당숙을 보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가족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었다.  섭섭한 일이다.</p>
<p>어떻게 되돌아 가는 줄도 모르게 바쁜채 어두워지고, 그래서 이내 잠들어 버렸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29    목요일.   청</p>
<p>  식전 다섯시 차로 상경.  그런데 천안서 차가 떠나는 통에 차표도 사지 못하고 달리는 차에 매달렸다.  그래서 차장한테 말했더니 차표는 나중에 줄 테니 돈부터 내라 한다.  내가 어리석었다.  쑥맥처럼 돈을 주어 놓았으나 영 그 차장인가 뭔가 하는 놈이 나타나질 않았다.  그러니 3시간 동안 나는 그지없이 불쾌하고 불안한 여행을 한 셈이다. 서울역에서야 그 놈을 겨우 찾으니 차표를 주는데 시흥부터 서울간의 차표를 준다.  개새끼다.  왜냐고?  나머지 400환은 자기가 먹고 떨어진 게 아닌가?  그러나 내가 지금 이런 걸 논 할 때가 아니다.  합승으로 혜화동까지 달려와 집에 왔다가 학교 가니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그러나 어쩐지 어저께 결석해서인지 며칠 결석한 것처럼 시스럽다.</p>
<p>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점심땐 정말 골치가 아프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조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p>
<p>학교를 파하곤 이_과 송_목을 끌고 와서 천안서 가져온 약식과 돼지고기와 또 뭐더라를 오손도손 먹었다.  오늘 나는 아무것도 않먹었다.  물도 안 먹었다.  단지 먹은 건 돼지고기 몇 점. 약밥 조금. 약과 몇 개 뿐이다. </p>
<p>&nbsp;</p>
4292년(1959년).  10. 30    금요일<br />
<p>  내일은 운동회라 한다.  오후에 문리대 정구장에 가서 깜깜해지도록 까지 연습(정구)를 하고 거기서 조끼를 하나 주웠다.  철_이가 입겠다 하는 게 하도 얄미워서 내 것이라고 속여서 집에 가지고 왔다. 그러나 어쩐지 께름하기도 했다.</p>
<p>&nbsp;</p>
<p>4292년(1959년).   10.   31.   토요일   청.   고2</p>
<p>  운동회!</p>
<p>아침부터 문리대 정구장에 가서 정구를 했다.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 가서 12시까지 연습했다.  대학생들 한테 조끼에 대해서 물으니 모두가 모른다고 한다.  정구시합은 대번 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고삼들 중에도 제일 강 팀과 붙었으니, 그리고 원래 실력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당해 낸단 말인가?  그러나 지고 나니 기가 막히다.  여지껏 연습한 게 한낱 수포로 돌아갔다.  공_근 한테 담임한테 그리고 친구들한테 미안한 일이다.  폐회식에서의 성적 발표에 의해 우리반이 꼴찌만 겨우 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여튼 내가 정구를 진 건 진 거다.  집에는 작은형이 와 있었다. 기분이 나질 않았다.  밥을 해 먹고 이_네 집에 갔다.  거기서 잤다.</p>
<p>&nbsp;</p>
4292년(1959년).  11. 1   일요일<br />
<p>이_과 함께 교회 가다.  이_이네 된장찌개가 퍽 맛이 있었다. 아침 11시경 해서 종만 형한테 왔더니 나갔다 한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와 찬 없는 밥을 억지로 먹었다.</p>
<p>요사이 특별히 하는 일이 도무지 없다.  거의 무의미하게 하루 하루를 채워 나가고 있다.  공부 좀 해야겠는데, 해야겠는데 하고 마음을 졸이며 먹으나 어쩐지 잘 되지를 않는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학교에서 집에 오면 다섯시가 되고 뭐 좀 닦다 보면 6시고 밥 먹으면 7시, 자 그러니 사실 공부할 시간은 한 서너 시간 밖에 안된다.  그동안 뭐를 한단 말인가?</p>
<p>어물어물 하다가 그냥 하루가 지나 버린다.  변소 가서 한시간 앉아 있는 것도 이젠 고려해야 할 판이다. 11월 3일 나는 오늘 정_와 서울 학원에 가서 수강 신청을 했다.</p>
<p>영어 3위일체이었다.  좀 배우자는 학생들로만 차 있는 방의 분위기는 그대로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대부분이었고 고2가 좀 있고 심지어 고1까지 있었다.  나는 뭘 해야 하는가? 학관에 다니는데 걸리는 시간만 꼭 두시간을 소비했다. </p>
<p>&nbsp;</p>
<p>4292년(1959년)   11.   12.  고2</p>
<p>  시험이 시작된다.</p>
<p>&nbsp;</p>
741
743]]></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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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웃으면 복이 와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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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05 Jun 2026 02:00:13 +0000</pubDate>
                        <description><![CDATA[웃으면 복이 와요1. 절벽에서 떨어지다가 나무에 걸려 살아난 사람은??..☞ 덜 떨어진 사람2. 만 원짜리와 천 원짜리가 길에 떨어져 있으면, 어느 걸 주울까요??..☞ 둘 다3. 하늘에 달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날 샜다..4. 인삼은 6년 근일 때 캐는 것이 좋은데, 산삼은 언제 캐는 것이 제일 좋은가요??..☞ 보는 즉시 5...]]></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웃으면 복이 와요<br /><br />1. 절벽에서 떨어지다가 나무에 걸려 살아난 사람은??..<br />☞ 덜 떨어진 사람<br /><br />2. 만 원짜리와 천 원짜리가 길에 떨어져 있으면, 어느 걸 주울까요??..<br />☞ 둘 다<br /><br />3. 하늘에 달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br />☞ 날 샜다..<br /><br />4. 인삼은 6년 근일 때 캐는 것이 좋은데, 산삼은 언제 캐는 것이 제일 좋은가요??..<br />☞ 보는 즉시 <br /><br />5. 눈이 오면 강아지가 팔딱팔딱 뛰어 다니는 이유는??..<br />☞ 가만 있으면 발이 시려우니까요..<br /><br />6. 엿장수는 하루에 몇 번 정도 가위질을 할까요??..<br />☞ 엿장수 맘대로<br /><br />7. 머리 둘레에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은?<br />☞ 주변 머리가 없는 사람.<br /><br />8.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것은??<br />☞ 죽었다 깨어나는 것<br /><br />9. 하느님이 인간을 진흙으로 빚었다는 증거는?<br />☞ 열 받으면 굳어진다.. <br /><br />10. 눈, 코 뜰 새 없을 때는?<br />☞ 머리 감을 때<br /><br />11. 양심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시꺼먼 것은?<br />☞ 그림자<br /><br />12. 여자는 무드에 약하죠.. 남자는 무엇에 약할까요?<br />☞ 누드<br /><br />13. 이혼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br />☞ 결혼<br /><br />14. 높은 곳에서 애를 낳으면?<br />☞ 하이애나<br /><br />15.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 변소는?<br />☞ 전봇대 <br /><br />16. 의사와 엿장수가 좋아하는 사람?<br />☞ 병든 사람<br /><br />17. 유부녀만 좋아하는 사람<br />☞ 산부인과 의사<br /><br />18.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나무는?<br />☞ 은행나무<br /><br />19. 포경수술의 순 우리말은?<br />☞ 아주까리 <br /><br />20. 바다에는 돌고래가 산다. 육지에 사는 고래는?<br />☞ 술고래<br /><br />21.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라는 말은 누가 한 말인가?<br />☞ 하루살이<br /><br />22. 누워서 떡 먹기 보다 쉬운 것은?<br />☞ 누워서 떡 안 먹기 <br /><br />23.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더 힘든 것은?<br />☞ 하늘에 별 달기<br /><br />24.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우는 이유는?<br />☞ 밥줄이 끊어져서</p>]]></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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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성공한 나라, 불안한 미래</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yoo/%ec%84%b1%ea%b3%b5%ed%95%9c-%eb%82%98%eb%9d%bc-%eb%b6%88%ec%95%88%ed%95%9c-%eb%af%b8%eb%9e%98/</link>
                        <pubDate>Tue, 02 Jun 2026 05:09:52 +0000</pubDate>
                        <description><![CDATA[한국에 다 녀온 뒤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한국은 어떠냐?”, “불편한 점은 없었냐?” “지난번 갔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있느냐?”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느낀 한국의 발전상과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하면 미국 친구들은 조용히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한인 어르신과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span>한국에 다 </span>녀온 뒤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한국은 어떠냐?”, “불편한 점은 없었냐?” “지난번 갔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있느냐?”</p>
<p><span>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느낀 한국의 발전상과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하면 미국 친구들은 조용히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한인 어르신과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고, 정치 이야기나 자신의 관심사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어쩌면 그만큼 모두가 고국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타국에 살고 있어도 조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모양이다.</span></p>
<p><span>​ 오는 6월 3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반도체·배터리·조선·자동차·AI 산업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이끄는 문화적 영향력 역시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span></p>
<p><span>​ 불과 70여 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했던 나라가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쳐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 놀라운 역사다. 대한민국 국민이 보여준 근면함과 교육열,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저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span></p>
<p><span>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깊은 구조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초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세대의 불안, 부동산 문제, 지방 소멸, 정치적 양극화가 동시에 국가의 미래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span></p>
<p><span>수치상으로나 외형적으로는 화려한 선진국이지만 국민 다수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특히 높은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린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지방은 빠른 속도로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span></p>
<p><span>외교·안보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이다. 북한의 핵 위협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미국 없이는 안보를 지키기 어렵고, 중국 없이는 경제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span></p>
<p><span>일본과의 협력 기조가 강화되고 있지만 역사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험대 위에 서 있다.</span></p>
<p><span>​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 정부는 실용주의와 위기관리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AI와 첨단산업 육성,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 강화 노력과 사회안전망 확대 정책 역시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span></p>
<p><span>​ 그러나 한계 또한 분명하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인 저출산, 연금, 교육, 노동시장 개혁에서는 아직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세대·성별·진영 간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협치보다 대립에 더 익숙해져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정책의 방향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국민의 피로감 또한 커지고 있다.</span></p>
<p><span>대한민국의 미래는 이제 정치권이나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저출산, 지방 소멸, 연금 개혁 같은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파를 넘어선 장기 전략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span></p>
<p><span>​ 우리는 지금 단순한 선진국을 넘어 ‘성숙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높은 교육 수준과 강한 적응력,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경험 등의 큰 저력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적 통찰과 실천이다.</span></p>
<p><span>​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의 미래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준엄한 선택에서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span></p>
<p>           타운뉴스 2026.6 제  1637 호     안창해 칼럼                                      안창해</p>]]></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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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깔깔웃음</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jakshimsamil/%ea%b9%94%ea%b9%94%ec%9b%83%ec%9d%8c/</link>
                        <pubDate>Thu, 28 May 2026 06:08:09 +0000</pubDate>
                        <description><![CDATA[깔깔웃음중년 남자한 중년 남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의사를 찾아와 상담했다.“선생님, 제 기억력이 점점 떨러지는 것 같아요.”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환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예를 들어 말씀해 보세요.”“네, 어떤 때는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간혹 찾아갔던 곳도 기억이 안 나요.”의사는 잠시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깔깔웃음<br /><br />중년 남자<br />한 중년 남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의사를 찾아와 상담했다.<br />“선생님, 제 기억력이 점점 떨러지는 것 같아요.”<br />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환자를 바라보며 말했다.<br />“예를 들어 말씀해 보세요.”<br />“네, 어떤 때는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간혹 찾아갔던 곳도 기억이 안 나요.”<br />의사는 잠시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남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br />“혹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했는지 안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은 적도 있나요?”<br />“사실 그래서 상인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br />남자의 말을 들은 소리쳐 간호사를 불러 말했다.<br />“간호사 우선 이 환자의 진료비부터 받도록 조치하세요.”<br /><br />공통점<br />1. 혼자 사는 할머니와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의 공통점은?<br />-영감이 없다.<br />2. 여자와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br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br />3. 정치인과 불판의 공통점은<br />-자주 갈아줘야 한다.<br /><br />여기가 아닌가 봐<br />우리가 탄 유람선이 중국 연안을 순항하다 항구에 잠시 정박했다.<br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배에서 내려 부두 근처를 산책했다.<br />그는 색다른 경치를 찾아 한참 이리저리 거닐다가 그만 배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br />할 수 없이 지나가는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br />자기 뜻을 전하기 위해 그가 가방에서 배 그림이 있는 우편엽서를 꺼내 보이자 운전사는 알겠다는 듯 “네, 네!”하고 대답했다. 기사가 그를 데려다 준 곳은 우체국이었다.<br /><br />엘리베이러<br />한 아이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르고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br />“엄마! 빨리 와! 엘리베이터 문 안 닫히게 열림 버튼 누르고 있단 말이야!”<br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한 남자는 ‘아이의 엄마가 곧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한참 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br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엄마는 아이를 꾸짓 듯이 말했다.<br />“그렇게 하지 말랬지!”<br />남자는 자신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음에도 열림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던 아이의 잘못에 대해 바른 교육을 시키려나보다 생각하고 상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br />“엘리베이터가 뭐야. 자, 따라해 봐! 엘리베이러~!”<br /><br />비아그라 이야기 둘<br />하나: 콩나물 재배업자가 비아그라를 넣은 콩나물을 키워 시판했다. 예상대로 주부들이 구름같이 몰려 대성공을 예감했다.<br />하지만 며칠 후 주부들이 반품을 요구해 왔다. 이유인 즉 콩나물을 아무리 삶아도 풀이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바람둥이가 한마디 거들었다.<br />“조개를 넣어 보세요. 바로 죽습니다.”<br /><br />둘: 비아그라 한 개를 먹고 효과를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남편에게 부인은 세 개를 한꺼번에 먹어보라고 권했다. 남편은 부인의 말을 듣고 세 개를 한꺼번에 먹고 불행하게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br />그러자 그 부인이 땅을 치며 통곡하는 말,<br />“아이고 내 팔자야. 죽은 놈 살리려다 산 놈 죽였네.”</div>
<div> </div>
<div>타운뉴스에서 옮김</div>]]></content:encoded>
						                            <category domain="https://mulidae.com/community/"></category>                        <dc:creator>moonbyungk</dc:creator>
                        <guid isPermaLink="true">https://mulidae.com/community/jakshimsamil/%ea%b9%94%ea%b9%94%ec%9b%83%ec%9d%8c/</guid>
                    </item>
				                    <item>
                        <title>나의 일기장 -10-</title>
                        <link>https://mulidae.com/community/main-forum/%eb%82%98%ec%9d%98-%ec%9d%bc%ea%b8%b0%ec%9e%a5-10/</link>
                        <pubDate>Thu, 28 May 2026 05:26:54 +0000</pubDate>
                        <description><![CDATA[&nbsp;
4292년(1959년).   9.  5.   토요일    고2
  기하노트 잊어버리다.  누구의 짓일까?  생각 할 수록 신경질 난다.  시험 때가 되니까 남의 노트를 훔쳐 간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의 손의 피가 통해 있는 노트를 가져 갔다는 것. 나는 불쾌했다.  나의 성스런 백지 위에 그려진 몇 글자가 한낱 도둑의 소...]]></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nbsp;</p>
<p>4292년(1959년).   9.  5.   토요일    고2</p>
<p>  기하노트 잊어버리다.  누구의 짓일까?  생각 할 수록 신경질 난다.  시험 때가 되니까 남의 노트를 훔쳐 간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의 손의 피가 통해 있는 노트를 가져 갔다는 것. 나는 불쾌했다.  나의 성스런 백지 위에 그려진 몇 글자가 한낱 도둑의 소유물이 되었다는 것이 그지없이 불쾌하다. 이런 무질서. 이런 환멸의 테두리에서 나는 A.B.C.D를 배웠고 도덕윤리를 배워 왔다.  기적이다.  확실히 기적이다.  보자. 어떻게든 노트만은 찾아 내리라!</p>
<p>작은형이 시골 가는데 시계 빌려 달라 하기에 거절했다.  시계는 부대에서 잃어버렸다 한다. 어째서 시계를 잊는 단 말인가?  아버님께서는 그것을 그래도 돈 들여 고쳐 논 것이 아니냐?</p>
<p>그러나 시계를 빌려주지 않은 나는 조금 께름했다.</p>
<p>저녁에 임_과 천_이 찾아왔다.  관이는 찾아오니 반갑다. 놀다가 갔다.</p>
<p>나는 오늘도 고민속에 하루를 보냈다.  나 자신 점점 지하로 굴러 떨어져 들어 가는 것 같다.  나의 주위에 나에게 만족을 줄만한 게 뭐 있느냐?  며칠 후에 시험 본다는 게 나를 괴롭힌다.  학교에선 두시간 수업밖에 안 한다.  돈은 없다.  그렇다고 내가 특출 나게 잘난 게 없다.  절망이다. 자. 이제 푹 파묻히자. 앞으로 나의 생활</p>
<ol>
<li>될수있는 한 외출을 금한다</li>
<li>학교에서 돌아오면 우선 책상머리에 앉는다.</li>
</ol>
<p>   (독서 건 뭐 건 책상머리에 달라붙는다).</p>
<ol start="3">
<li>시험 후는 삼위일체 영어 참고서에 돌입한다.</li>
<li>친구 들과의 시간을 되도록이면 줄인다.</li>
<li>밤 늦게까지 공부한다(공부할 게 없으면 앉아 있기라도 함)</li>
<li>겸손해 질것.</li>
<li>동무들과 어울리되 바보같이 굴 것.</li>
<li>학관에 다닐 것.</li>
<li>독서에 치중한다.</li>
</ol>
<p>나라는 하나의 인간은 참 기막힌 존재다.  기막히다는 게 나에겐 큰 “폐물”을 의미한다.  내가 뭐 잘난 게 있느냐?  나는 이제 파묻혀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파묻혀야 한다.</p>
<p>4292년(1959년)   9.  6.   일요일</p>
<p>  일요일이다.  즐거운 일요일이다.  그러나 나에겐 초조의 일요일이다.  안타까움과 무서움이 겹쳐진 일요일이다.</p>
<p>엊저녁엔 작은형 친구가 자고서 아침에 갔다.  이름은 종_이라 했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의 과거를 숨김없이 털어 놓았다.  자기의 너무나 조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고2때 여자 땜에 퇴학 맞았다 한다.  그후는 공부를 안 했다 한다.  그러나 무식하지 않았다.  문학에 취미가 있다 한다.  그는 나에게 한편의 시를 써 주었다.  부대에서 맞고서 쓴 것이라 한다</p>
<p>“비애”</p>
<p>              자신도 모를 우울감에 사로 잡힌다.</p>
<p>              가시밭을 맨발로 걸어가는 것 같이</p>
<p>              세찬 파도 속에 이슬로 사라지려는 배와 같이</p>
<p>              불붙는 가옥에서 잠자는 비 같이</p>
<p>              달리는 열차의 난간에 매달리어</p>
<p>              힘이 진하면 떨어져 사라질 운명과 같이</p>
<p>              내 마음도 고독하고 슲다</p>
<p>                             4292.7.20.</p>
<p> 이 시를 읽고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이 사람이 시를 질만한 시적 기술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내 좁은 견해로는 없다고 본다.</p>
<p>아주 없다고 본다.   왜냐?  소재가 너무 낡다.  옛날 연극의 대사에 나오는 싸구려 문구와 같다.  그가 어리다면 모르다.  그러나 지금 20을 넘은 그가 이렇게 쓰다니.  시 자체가 그렇다.  끝에 가서 고독하고 슬프다고 했다.  고독하고 슬픈 그때의 환경이나 심적 상태를 말로 표현한다면 ‘조용’, ‘침묵’ 이런 것들일 텐데 위의 비교해 놓은 것들이 너무 동떨어진다.</p>
<p>물론 기합을 받고 난 후의 심정이야 말로 고독할 것이다.  부모 없는 외로운 객지에서 말못할 서러움을 가뜩 안고 있는 그에게는 그게 더욱 서러울 게다.  그러나 불붙는 집에서 그의 심정이 고독하고 슬플까?  고독하고 슬픈 것. 이것은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이후에 생기는 마음의 상태가 아닐까?  그렇다면 불붙는, 또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조급하고 안타까울 뿐이지 고독하고 슬플 여유조차 없는 게 아닌가?</p>
<p>하여튼 이 시는 시로써 돼먹질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가 가장 자처하는 “재질”로써 붓을 움직여 놓고 나를 보게 하였던 것이니, 나는 무언중에 이를 감상하고 손뼉을 쳐야 할 것을, 고소를 금치 못하는 나 또한 범인일 뿐이다.</p>
<p>나는 이것을 이렇게 써 보고 싶다.</p>
<p>동떨어져 떠온 구름 한 조각</p>
<p>내 가슴 앞에 살풋이 앉다.</p>
<p>겹겹이 싸인 향수를</p>
<p>북국의 땅. 내 앞에 터트리다.</p>
<p>함께 그 곳에 데려가 달라고</p>
<p>모밀꽃 씹어 가며 나는 애원 했더란다.</p>
<p>그러나 동떨어져 떠온 구름 한조 각</p>
<p>내 가슴 앞에서 살풋이 뜨다.</p>
<p> 공부하다 보니 두시 7분이다.  앞에 있는 거울을 집었다.  흰자위가 붉으시 레 하다.  오늘 결국 물리는 끝내지 못하나 보다.  선생은 자면서 신음하신다.  감기가 몹시 걸렸는가 보다.  어머니는 아랫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외엔 아무도 없다.  어쩌면 무슨 생각이 날것도 같다.  아련한 그 무엇이 나를 안타까이 주무른다.  고향 생각이 난다.  상-이 생각이 난다. 6학년때 박_자와 눈쌈하든 일. 상 받던 일. 매맞던 일. 아. 세월이 빠르다.  지금 상_이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박-자는 지금 남편과 단꿈을 꾸고 있겠지.  아. 정말이지 모든 생각이 한꺼번에 나는구나. 이걸 다 어떻게 쓴 단 말이냐? </p>
<p>불현듯 고향에 가 보고 싶다. 아. 어쩌면 저기 꽃한송이 되어 있네.  딸까?  따 달라고 하네. 그런데 난 싫어. 따면 네가 시드는 걸.! 만물이 모두 잠든 이때.  아! 귀뚜라미 소리도 그쳤구나.  아른하게 들리든 그것도. 밖엔 비오는 소리. 바람소리. 날 울리는데. 나는 일어나는데. 그리고 춤을 추는데.</p>
<p>&nbsp;</p>
<p>연못가 꽃이 고개 숙이는데</p>
<p>해바라기, 연연히 고개 드는데</p>
<p>외톨 수 병길은 고갤 반드시 하는데</p>
<p>그리곤 향수에 잠기는데</p>
<p>이것은 시가 아니고 낙서다.</p>
<p>초침이 자꾸 간다.  아이고, 자꾸 간다.</p>
<p>&nbsp;</p>
<p>내일 국사. 모래는 고문, 한문, 글피는 다음날 것 아유 무섭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8   고2</p>
<p>  치즈를 사려고 동대문 시장에 갔다.  치즈 값이 700환 하든 게 900환으로 뛰어올랐다.  사 들고 오며 상도동 자취하든 생각이 되 솟는다.</p>
<p>오늘 시장을 다녀오며 나는 나 자신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절실히 느꼈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여튼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 자만심에 충만했던 나!  얼굴이 좀 반반하다고, 또 머리가 좀 좋다고 자처하던 나!  나는 이 어리석었던 나의 옛 추억에 귀밑이 빨개졌다. </p>
<p>내가 무어 잘났단 말이냐?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가 크게, 높게, 보였다.  지나친 낙망인지도 모른다.  앞에 앉은 여학생도 나를 내리깔겨 보는 것 같다.  옆에 앉은 중년신사와 국민학교 애도 나를 업신여기는 것 같다.  1개월 전만해도 나는 이렇진 않았다.  버스속의 모두가 나를 괜찮게 보고 있으려니 생각했다.  정말! 정말 그리 했었다.  그러나 나는 무어 가진 게 있단 말인가?  지식이 남보다 뛰어나단 말인가?  그렇다면 인품이나 남보다 뛰어나단 말인가?  아니면 신체라도 남에게 떨어지지 않는다 말인가? </p>
<p>키 작은 나! 공부 못하는 나!  욕심 많고 타산적인 나!  성질이 괴팍한 나!  더러운 짓은 다한 나!  야심이 충만해 있는 나!  괴롭다.  내가 요사이처럼 나 자신을 이렇게 냉정히 비판해 본적은 없다.  정말! 결코 없다.  작은형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아는 자만이 가장 현명하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어렴풋이 알았다.  그러기에 나는 남에게 우선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 아닌가?  목이 움츠려지고 인상 쓰던 얼굴도 평범 해진다.  이것이 내 인생이 되기 위한 하나의 길인지도 모른다.</p>
<p>전대로 지내면 그 어찌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의 인생 행로가 지금 이럴 때로 인하여 몇도, 아니 몇 분의 일도라도 틀어질지 나 자신 모른다.</p>
<p>작은형이 구두를 사 왔다.  두 켤레!</p>
<p>한 켤레 샀다가 적어서 또 한 켤레 샀다는 것이다.  부대에선 고생된다고 야단! 나와서는 쓸데없이 욕먹을 짓만해서 야단! 집에서 돈 만환 허락 없이 가져 다가 휴지처럼 써 버리는 자칭 부호의 아들!</p>
<p>&nbsp;</p>
<p>4292년(1959년)  9월 <span>8</span>일  고2</p>
<p>  내가 요사이 감정이 왜 이렇게 예민해졌는지는 나도 모른다.</p>
<p>소위 센티멘털 해지는 것이다.  모든 사물이 감상의 대상이 되었고 생각의 초점이 되었다. </p>
<p>오늘 외국 고관 환영 차 학교수업을 폐지하고 삼각지에 갔을 때 그리고 인파 속에 휩싸여 이_과 함께 걸을 때 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절로 고개가 움츠려졌다.  저 많은 인파!  그 모두가 나보다 낳았다.  낳은 것 같이 보였다.  지금의 나는 가장 비겁한 나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심정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가니 할 수 없는 일이다. </p>
<p>지금 쓰는 일기장을 들춰 보면서 나는 끝없는 공상을 줄줄이 이어 보았다.  동시 나의 주위의 모든 환경에 대해 혹은 환멸을 혹은 희열을 가져 보았다.  걸리는 건 한두가지 아니다.  더러웠고 조촐했던 나의 과거, 이건 확실히 나에겐 모독이었다. </p>
<p>국_이와 서장댁에서 하숙하고 있을 때 나는 정말로 모든 것(육체에 대한)을 깨닫게 되었다.  수-이라는 것도 거기서 알게 되고 여성이라는 본질적인 것도 거기서 알게 되었다.  지식의 섭취엔 국_과 의논할 만큼 급급했다.  결국 나는 범인이 입을 헤 벌리고 좋아하는 수_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하였다.  그러면 나는 그러한 짓을 나 혼자만 알고 있었단 말인가?  만_이를 가르쳐 주었고 이_을 가르쳐 주었다.  이 얼마나 씻지 못할 큰 죄악인가?  내가 키가 못 크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만일 이러한 이유라면 나는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다.  어째서 규_의 말에 현혹되어 갔단 말인가?  규_이, 소위 점잔 하다고 자처한자인 그!  그가 누구와 한 번도 관계하지 않았다고 그 누가 단정하랴.  이건 확실히 모략 정상이다마는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로 인하여 고민한 자가 무려 몇이나 될까? </p>
<p>그러나 장단점이 있다.  국_이를 그의 장점을 말하라 할 때 나는 말 못 하겠다.  내 친구들. 그것도 가장 현명 하다고들 자처하는 그네들이 그런 짓을 하니 하물며 학교 친구들이야!  욕망을 재우기 위해 계획한 일은 또 한 두 번인가? 이런 것을 따져 볼 때 나는 그래도 가장 천진하며 잘해야 될 과거 1년간 엄벙덤벙 보낸 게 다시금 아깝다.  남들이 모두 하는 운동도 한번 못해보고 그렇다 고해서 공부도 제대로 않고 거뜬히 1년을 보냈다는 사실 뼈저리게 후회된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기간이 있다.  나는 원하는 대학에 붙어야 한다.</p>
<p>자 이제 그만하자.  한문 공부는 서너 시간 해야 겠는데 지금 시각은 열두시반!  만물이 꿈속에서 방황할 때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11.  고2</p>
<p> 내일은 시험!  지금의 나의 심정은. 모든 게 귀찮다는 것.  그리고 빨리 이 고역에서 벗어나야 하겠다는 것, 시험을 잘 치러야 하겠다는 것, 요사이처럼 죽 공부하면 성적이 퍽 오르리라는 것 등을 예상하며 집에 와서 책보를 열어보니 영어책이 바뀌어 있다.  내 것이 아니고 이_ 것이다.  할 수 없이 저녁에 갖다 주었다.  왕복 한시간 반 걸렸다.  시간적으로 적지 않은 손해였으나 책을 주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러나 이_이 없는데는 약간 섭섭했다.</p>
<p>4292년 9. 15.</p>
<p>그동안 시험이라 하여 일기에 손을 대지 않은 게 며칠이 되었다.  4일간의 시험!  그동안 나는 무척 피로해 졌다.  이젠 휴식을 찾아 잠시 펜대를 놓아야 하겠다.  시험보는 동안 독감이 걸려 하루 종일 고생하고 시험을 치룬 적이 있다.  그러나 시험을 다 보았다고 해서 뭐하나 신통한 게 없다.  그저 “허무” 그것이다.  오늘 작은형이 천안에서 왔다.</p>
<p>내가 왜 이렇게. 내가 왜 이리 못났을까?  자신을 타이르려 하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형과 나와의 사이에 그지없이 좁게 가로막은 무슨 막!  이것을 나는 영원히 제거할 수가 없다.  아니 제거하고 싶다.  따져보면 사실 나와 작은형이라는 이름의 형이라는 사람과 따듯한 정이 오간 건 한 번도 없다.  언제 있었던가. 그런 기회가. 한 번도 없지 아니 한가 그런 기회가! 어렸을 때? 어렸을 땐 어렸을 때 대로 앙숙으로 지냈고 좀 커서 객지에 나와 있을 땐 객지에 있는 대로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나는 열 여덟인데 아직도 나는 일변하지 않았다.  내가 철이 없다고?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3년 전, 아니 1년 전만해도 큰형을 무척 싫어했다.  싫어한 걸 지나쳐 증오까지 했다.  그러나 1,2년 지난 오늘 나는 그것이 나의 철부지 생각이었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작은형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자라긴 자라나 그 생각은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p>
<p>삼일 전인가… 나는 시험 공부를 하다 말고 물끄러미 자는 작은형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어머님의 주무시는 얼굴을 보았다.  번갈아 자꾸 보았다.  만일 비슷하기라도 하다면 나중엔 겹쳐져서 하나로 보이게 될 것이다.</p>
<p>그러나 나의 기대는 어그러졌다.  아무리 해도 겹쳐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문득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거울을 형 옆에 놓았다.  그리곤 멀찌감치 서서 거울 속의 나와 그 옆의 형의 얼굴을 보았다.  앗, 같지 않았다.  전연 다르다.  무서워졌다. </p>
<p>&nbsp;</p>
<p>4292년(1959년)    9.  16   고2</p>
<p>  오늘은 단축수업 하였다.  내일은 추석이니 놀라 한다.  놀아야지.</p>
<p>&nbsp;</p>
<ol start="1959">
<li>9.  16</li>
</ol>
<p>  학교에서 4시간 수업을 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어머님 모시고 형과 함께 서울역에 나갔다.  5시 반차는 대만원이었다.</p>
<p>거의 모두가 꽉꽉 찬 곡간 차 같았다.  천안역에 다다르니 이미 사방은 깜깜해져 있었다.  나가다가 순_누나. 세_이. 명_이를 만났다.  집에 다다르니 역시 반가운 건 집안식구이다.  그렇다.  이것은 순간!</p>
<p>저녁에 고단함을 못 이겨 잠을 자다.  친척에 여행 온 것 같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17</p>
<p>  추석이다.  기쁘다면 기쁘다 할 수 있다.  비바람은 세차게 몰아친다.  폭풍 사라호다.  추석의 날씨 치곤 퍽 재수가 없다.</p>
<p>아침에 차례를 지내는데 예식을 조금은 알겠다.</p>
<p>저 밥 옆에 국, 그 외 기타 과일과 찬을 놓고 절한다.</p>
<p>그 다음 국은 내가고 빈 사발을 그 자리에 놓고 거기에 냉수를 붓는다.  그리곤 거기 다가 밥을 세 숫갈 떠 넣는다. (재앙이 물러 가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그 다음은 <span>2</span>차로 다시 절하고 다음에 술을 세번씩 첨가해서 따른다.  그 다음엔 젓갈 자리를 옮긴 다음 절을 한다.  그러면 절차는 끝나는 것이다. </p>
<p>절하면서 조금은 지루한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생각했나?  우상이다. 우상!  그러나 신성한 우상이다.  이것으로 인해 가족이 만나게 되는 것은 좋은 기회다.  이런 기회밖에 없는 것이다.</p>
<p>아침식사 후에 비속을 거닐며 할머님 댁으로 가서 조금 얻어먹었다.  그리고 여전히 빗속을 집으로 돌아오고 기철이 어머님을 찾아 뵈었다.  얼굴은 부어 계셨다.  음성이 처량하고 힘이 없었다.  병 있는 자에겐 환자만이 위로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건강한 몸을 가지고 기철이 어머님 앞에 나서기가 좀 시스럽기도 했다.  파리한 그 눈 그 음성, 그 가슴, 그 뜻, 여기에 쓸쓸하고 힘겨운 인생이 있구나 생각되었다. 가엾었다.</p>
<p>기_이 큰누나와 몇 시간 이야기했다.  영근을 만나고 싶었으나 그만 두었다.  역시 나는 병신 같은 놈이다.  뒷문에서 세번이나 되돌아섰으니!  6시 반 차로 가려고 만_형님댁에 갔더니 명_누나는 돈이 없어 망서리고 있다.  여기도 나를 피하는 인간 하나가 있다.  문_다.  불쾌하다.  꼭 빗 받으러 다니는 고리 대금업자 할아범 같다.  내가!</p>
<p>나 혼자만 타려 하다가 역전에서 만나다. 기쁘다.  그러나 번거로운 내 마음엔 기쁨을 가져질 여유조차 없다.  드높은 천장의 천안역은 나의 존재를 또 뭉크러뜨려 주다.  대단히 졸렬한 나를!</p>
<p>이 차에 올라 3시간을 시달린 다음 서울에 도착 집에 오니 10시경이다.  소제하고 사진 장난 좀 하고 자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18.   금요일  고2</p>
<p>  아침에 늦잠 잤기 때문에 그냥 가다.  과외수업 지각하다. 떡 싸 가자고 와서 점심, 아침을 때우다.</p>
<p>집에 돌아와 소제하고 있는데 큰형 심부름으로 명_누나 데려오다 (시험지 매기느라고). 작은형 오다.  자다.</p>
<p>&nbsp;</p>
4292년(1959년).  9. 19   토요일<br />
<p>  아침에 명__누나 해 주는 밥을 먹고 학교에 가다.</p>
<p>집에 올 때 박_식과 오다.  작은형 오다.  10시경 형이 가자 병직형과 아버님. 어머님 상경하시다.  반가웠다.</p>
<p>&nbsp;</p>
4292년(1959년).  9. 20   일요일<br />
<p>  아침에 종로5가에 있는 교회 나가서 선생님으로부터 뼈에 속속들이 까오는 설교를 듣다.  심히 감동하다.  다음 토요일. 4시 반을 약속하고 그 곳을 나와 육본가서 형에게 돈 주려 하니 돈이 없다.  내가 잃어버렸는지 쓰리 맞았는지 도무지 기분이 나쁘다.  주머니에 있던 돈을 털어 주고 집에 돌아오다.</p>
<p>요사이 나는 내 자신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다.</p>
<p>&nbsp;</p>
4292년(1959년).  9. 21.   일요일<br />
<p>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와서 곧 책상에 붙어 다닌다는 것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 망쳤다.  저녁에 늦게까지 공부하긴 했다.</p>
<p>&nbsp;</p>
<p>4292년(1959년).   9.  22.   화요일</p>
<p>  셋째 시간 수업 중에 별안간 위 운동장으로 집합하라는 명령이다.  우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반가웠다.  이에 더 반가운 게 어디 있으랴?  서울 시내 전부가 오늘 토이기 수상을 영접 나간다 한다.  철없는 함성!  타락의 울부짖음을!</p>
<p>시청에 가서 앉아있자니까 헤치라 한다.  어? 웬일이냐? 아직 귀빈도 오시지 않아 있자니까 헤치라 한다. 아마 예정이 어그러졌는가 보다. 무_과 나란히 걸며, 무_의 높직한 어깨와 또 스쳐가고 밀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정말이지 나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리석은, 혹은 현명한 생각에 잠겨 시종일관 말도 하기 싫었다.  학년 뺏지나. 모표를 떼어 버리고 저 우유 배달부처럼 다 떨어진 작업복으로 자전거를 타고 싶다.  정말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마음은 역시 겉치레에 불과 함인가?  화신3층에 가서 옷을 맞췄으니 말이다. </p>
<p>집에서는 그럴듯하게 이유를 꾸며 댔으니 결국 따져 보면 모양 내자는데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던 내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것을 면키 위해 모양을 낸다.  이렇게 순간이나마 합리화해보려는 나!  참으로 가엾은 인간이다.  무_과 함께 우미관에 들어갔다.  마침 돈이 있어 내가 내기로 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난 참 맹목적인 놈이다.  영화 제목을 그날로 잊다니.  기껏해야 한 달은 기억하면 그건 참 나에겐 무척 좋은 영화다.  그렇지 않으면 원작을 읽은 것이거나.  거기 나오는 배우 이름도 모른다. </p>
<p>그 배우 참 잘 생겼다.  아니 여자는 또 어떻고?  정말이지 앞에 있으면 당장 껴안아 버리겠다마는… 참 예뻤다.</p>
<p>집에 와서 피곤한 다리 끌고 세수, 공부하다.  지금은 세시 15분 지금까지 공부했다.  매일 이렇게만 계속하자.  방학 때 독서를 해야겠다.  아 참 오늘 용_이가 다녀갔다 한다.  그 친구 참 친할 만한 아이다.  “시 감상” 이라는 책을 빌려주고 갔다.  하여튼 고마웠다.  이 사회가 Give and Take의 사회라 면 나는 응당 다른 무얼 빌려줘야 겠지만 나는 그 Give and Take를 증오하는 자중의 1인이기에 빌려주지 않겠다.  그러나 그가 빌려준 것과 관계없이 내일, 영미 여류 단편집, 교양신서를 빌려주어야 하겠다. </p>
<p>오늘 월러, 케더작 ‘포올의 경우’를 읽었다. 그리고 지드작 전원 교향악을 읽었다.  전원교향악은 감명받았다.  거기 나오는 눈먼 소녀를 맘껏 사랑해 보고 싶다.  그의 티끌 하나 없는 순수성 위에 나의 투명한 지식을 부여하면 그는 반드시 내 배우자에 적합한 인물이 될 것이다.</p>
<p>밤에 상_형님, 영_형님 오시다.  대단히 반갑다.</p>
<p>&nbsp;</p>
<p> 4292년(1959년).   9.  23.   수요일</p>
<p>  저녁에 임_이 찾아왔다.  반가웠다.  와주는 게 고맙다.  임_이 온 김에 사진을 빼기로 했다.</p>
<p>우선 사발을 세 개 물 떠 놓았다.  불을 껐다.  깜깜한 속에서 두개의 그릇에 각각 M.Q.와 하이포를 풀었다.  다음 인화지를 필림 크기 정도로 잘랐다.  그런 다음에 유리 가운데 정사각형만이 빛이 나오게 한 틀 위에 필림을 놓고 그 위에 자른 인화지(꺼칠꺼칠한 부분)을 놓고 순간적으로 스윗찌를 틀어 필림을 통한 빛이 인화지에 닿도록 한다.  그런 다음 그 인화지를 M.Q.에 넣어 저으면 사진이 나온다.  적당히 휘젓고는 다음 하이포에 5분간 담가둔다.  변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다음에 물에 놓는다.  그렇게 되면 사진이 완전히 되는 것이다(마르기만 하면).</p>
<p>20장쯤을 하고 인화지는 싸 놓고 불을 켜 보니 방이 퍽 어질어졌다.</p>
<p>깨끗이 치고 하니 열한시가 거의 되었다.  임_이 돌아간 뒤 형이 왔다.   </p>
<p>이틀 전인가 차 안에서 어느 허름한 술주정군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던 말이 떠오른다.  “이승만이 뭐냐?” 대통령이 뭐…냐 말이야, 응?  목간통에 가면 다같이 <span>xx</span>가 달렸고 털이 나 있다.  이승만도 세끼 밥 못 먹으면 말라 죽는다. 죽어. 응?  이승만이 뭐냐? 도대체 뭐냐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두서없이 내뱉는 주정이나 나는 그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p>
<p>더구나 그 옆에서 “여보 그게 무슨 소리요. 점잖지 못하게!” 하며 책망하는 어떤 중년 신사의 은근한 음성에 나는 순간 생각에 잠겼다. 비록 한쪽은 알콜성분속에서 올바른 이성이 없고, 또 한쪽은 유리 날 같이 이성이 살아 있고 최고의 지식을 가진 자라 해도 좋다.  술주정의 입에서 나온 그 한마디!  “이승만도 세끼 밥 안 먹으면 말라 죽는다” 이것이 주정꾼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나는 동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성을 올바로 갖지 못한 주정꾼의 입에서 나온 소리기에 나는 더욱 동감이 가져지는 것이다. 잠재의식일른지 모른다 항상 가슴속 깊이 그 마음을 품고는 있는데 법이라는 테두리 안이기 때문에 말 못하다가 알콜 덕분에 그 테두리를 벗어나 한번 부르짖어 보는 걸 게다.  그는 틀림없이 가난할 것이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신사는 분명히 부자일 것이다. 억측이지만.</p>
<p>이 생각 저 생각이 자꾸만 스쳐 나도 모르게 딱 소리를 내며 연필을 집어 던졌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p>
<p>그리곤 싸르트르의 “정분”에 나오는 SEX에 대한 묘사가 생각난다.  내가 그것을 본건 고1때이다.  그때 나는 그걸 읽고 꼭 11일 동안 공부를 못했다.  책상에 앉으면 그 생각이 나고 버스 안에서 여학생과 옷을 스쳐도 그 생각이 나고 잠자리에서도 변소에서도 그런 생각은 그치질 않았다.  그 작품은 물론 나와 같은 이런 졸장부를 독자로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는 소년이고 또 남달리 예민한 학생이기 때문에 몇 날을 고민해야 했었다.  그러한 나!  그러면서도 뭐 잘난체하는 나!  가엾은 인간은 나다.  길에 가는 거지도 아니고 밀수하다 들킨 무역회사 사장도 아니다.  가엾은 인간은 바로 나다.</p>
<p>10원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수단의 시초를 자꾸 캐가라. 어찌 될 것인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그것은 10원을 벌기 위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응아 하는 소리는 돈을 벌겠다는 절규요 부르짖음이다.  ㄱ,ㄴ,ㄷ,ㄹ을 배우고 희열에 잠기는 것 이것도 10원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각모 쓰고 서운한 심정으로 문을 나올 때도 10원을 벌어야겠다 는 의구심이 더욱 마음을 지배한다. 그 10원을 벌기 위해 방법이 생기며 악기 재능이 10원을 번다. 사기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수도 있다 또 장사해서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결국은 10원을 벌기 위해서의 방법들이다.</p>
<p>필동 일가족 살해 사건도 결국은 10원 벌기 위해 5의 생명이 스러졌다.  10원을 번다는 신성한 목적 아래엔 행해진 그 어떠한 방법이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p>
<p>그러기에 범인 송도 태연하게 웃는 게 아닌가!</p>
<p>&nbsp;</p>
729]]></content:enco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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