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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선배님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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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선배님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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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byun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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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슬픈 소식 전합니다.
저희 문리대의 가장 큰 어른이셨던 이영일 선배님(정치 53)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방금 전달받았습니다.
그동안 투병 중이셨던 선배님은 3월 말에 돌아가셨고, 사흘 전인 지난주 4월3일(목)에 장례를 가족장으로 이미 치르셨다고 합니다.
올해 초 문리대 신년회 때 참석 예약을 하셨다가 건강상 이유로 오시지 못하셔서, 그때 뵙지 못해 무척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부고를 전하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 말씀 드립니다.

이종하

 
Posted : 07/04/2025 10:24 am
moonbyun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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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문리대 ‘이목회’의 19번 홀 잔치

고령에도 불구 19번 홀 호스트한 이영일 큰 선배
김순길 동문의 수퍼 딜럭스 메뉴에 찬사 쏟아져
횟감 잡으러 바다낚시 간 박정모 동문은 레전드급

“골프 코스에서 한 라운드는 18홀이지만 완벽한 홀은 19번홀(19th hole)에서 끝난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골프를 가장 사랑했다는 아이젠하워가 남긴 명언이다. 아이젠하워는 재임 8년동안 골프를 무려 800번 넘게 라운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력으론 중하위 골퍼에 불과했지만 그가 골프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다. 18번 홀을 다 돌고 나선 동료들과 함께 19번 홀이라 불리는 클럽하우스의 식당이나 바를 찾았다. 이곳에서 그날 라운드의 베스트 샷, 제일 못친 샷, 안타까운 샷 등을 얘기하면서 와인잔을 기울였다. 이렇게 19번 홀에서 나누는 담소는 실제 라운드할 때 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준다.

남가주 서울대 동문 골프 모임 중 가장 널리 회자되는 19번 홀은 문리대의 뒷풀이. 문리대 골프 모임은 매달 두번 째(2) 목요일 라운딩을 한다고 해서 ‘이목회’라 불린다. 단톡방에 이름을 올린 이목회 회원만도 30여명이나 된다.

이목회의 19번 홀은 호스트가 대체로 특정돼 있다. 지난 7월 13일 열린 19번 홀은 이영일(정치학·53) 동문 댁에서 열렸다. 89세의 고령인데도 굳이 자택에서 모임을 갖겠다고 해서 성사됐다.

이목회 회장격인 김상찬(지질학·65) 동문은 이번 19번 홀 모임은 풀 파티로 진행된다며 가능한 한 수영복 지참을 사전 고지, 흥을 돋우었다. 이에 권봉성(지질학·64) 동문은 풀에서 축배의 잔을 올리는 ‘불후의 명장면’을 찍어 동창회보에 실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이목회의 19번 홀 모임에는 골프를 안치는 동문들도 찾는다. 이날 오후 3시쯤 이채진(정치학·55) ·강미자(음대 61) 동문 부부가 50여 마일의 먼거리를 손수 운전해 집주인과 반갑게 해후했다. 이채진·이영일 두 동문은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던 선후배 사이.

이어 골프를 끝낸 동문들이 수영장에 풍덩 몸을 던져 더위를 식히는 등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박인희(간호대 67) 동문의 ‘선행’(?)도 이날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집에서 냉커피를 만들어와 동문들에게 직접 서브한 것. 덕분에 골프장의 무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며 모두들 박 동문의 넉넉한 마음씨를 고마워했다.

이날 점심겸 디너는 최상품 통갈비와 각종 해산물, 제철 과일 등으로 푸짐하게 상이 차려졌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메뉴는 단연 ‘열무김치 메밀국수말이.’

주준희(외교학·72) 동문이 단톡방에 올린 글은 압권이었다. “국수를 말아먹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선배님이 손수 주신 ‘블러디 메리’는 엄지척이고요. 그리고 풀에 들어가니 시원하고 상쾌하고… 완벽한 7월의 하루였습니다.”

이날 모임의 막내는 송명국(철학·90) 동문. 캘리포니아 주립대(롱비치) 경영학 교수인 송 동문은 선배들의 ‘입담’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혹시 세대차이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송 동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넘 재밌어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앞으로 (골프는 안 치더라도) 19번 홀 모임 만큼은 빠지지 않을 작정입니다.”

호스트인 이영일 동문은 남가주의 올드타이머. 제 1호 공인회계사(1971년), 남가주 CPA 회장을 지낸 유명인사다. LA 폭동 때는 한인으론 처음으로 연방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피해 복구에 힘썼다. 이 같은 업적이 인정돼 한인역사박물관 인명록에 이름이 올라있다.

‘이목회’의 19번 홀 전통은 2년 전 김상찬 동문에서 비롯됐다. 골프는 LA의 외곽도시 다우니에서 거의 매번 열리는데 마침 김 동문의 누님 댁이 인근에 있었던 것. 누님이 이목회 회원들을 집으로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동문 누님의 배려에 감격한 박정모(사회학·66) 동문이 ‘멕시코 카드’를 꺼냈다. 멕시코 바다낚시를 가 19번 홀 파티에 싱싱한 횟감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 공교롭게도 당일 풍랑이 거세게 일었지만 낚싯배를 탔다. 박 동문이 잡아온 횟감은30여 명이 실컷 먹고도 남았다. 박 동문의 멕시코 낚시는 지금도 문리대에서 거의 레전드급으로 통한다.

곧바로 바통을 이어 받은 이는 김순길(외교학·61) 동문. 건강이 허락하는 한 6개월에 한 번씩 19번 홀을 호스트하겠다고 공개선언해 놀라움을 안겼다. 김 동문은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해 골프를 못한다. 오래 서있기도 불편한데 ‘동문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아서’ 호스트를 자청한 것.

“(음식을) 준비하는데 1주일 가량 걸려요. 그래도 이목회 열리는 날만 생각하면 기분이 ‘업’돼요. 너무 신나지요.”

랍스터와 왕새우, 갈비, 고급 와인…. 눈이 휘둥그래진 어느 동문이 ‘찬조금’을 내자 김 동문은 엄포를 놨다. “앞으로 돈 내는 동문은 우리집 출입금지령을 내릴 겁니다.”

김 동문은 지난 5월에도 19번 홀을 호스트했다. 벌써 세번 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 동문과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이루지 못한 인연.’

사연은 이랬다. 6 ·25 때 경주 감포란 곳에서 피란 생활을 했던 김 동문은 몇년 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서울사대부중 편입시험을 치렀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는데 기성회비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김 동문의 아버님은 의사로 성품이 올곧은 분이었다고 한다. “국립학교에서 웬 기성회비를 걷느냐”며 화를 내곤 김 동문의 손을 낚아챘다. 전차를 타고 대방동 집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성남중학교 앞을 지나게 됐다. “아, 여기도 학교가 있네” 아버님 말씀 한마디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김 동문이 성남 중·고교를 나오게 된 배경이다.

“아버님이 기성회비만 냈으면 서울사대부중·고를 나왔을텐데. 이건희 회장과 사대부고 동기가 됐을거예요.” 이 말에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인생이 바뀔 뻔 했겠네요.”

19번 홀 개근상이 있다면 김홍묵(물리학·60) 동문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따라 트래픽이 심해 5시가 넘어서야 참석할 수 있었다. 알려야 할 공지사항이 있어 달려온 것. 다름아닌 8월 19일(토) 열리는 남가주 서울대 합창단 공연에 문리대 동문들의 적극 참여를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합창단에서의 김 동문의 파트는 베이스.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샹젤리의 거리’를 불러 녹음한 다음 이를 단톡방에 올렸다.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Awesome!’

어느새 한여름 밤이 송알송알 영글어 가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자 박정모 동문이 끝맺음을 했다. “정확히 9시 39분에 해산입니다. 선배님도 주무셔야지요.”

모두들 일어서자 이날의 호스트인 이영일 동문이 손전등으로 어둠을 환히 밝히며 후배들을 배웅할 채비를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동문이 “30년은 젊게 보이신다”며 큰선배의 손을 꼬옥 잡았다.

“The age is clearly just the number. 89 is the new 59.”

                                                                                                         이상은 2025.4.4. 박용필 동문의 문리대 카톡 글

문병길 옮김 

 
Posted : 08/04/2025 10:27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