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개미들이 패디오 천정에 매어 달린 벌새 물병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벌새가 부리를 박고 물
마시는 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 가 수없이 죽는 바람에 벌새의 왕래가 끊기곤 하여 물병을 소제하고
설탕 물 갈기를 몇 차례 하다가 개미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고 이를 앙 물게 되었습니다.
처마에, 패디오 기둥들에 개미 스프레이를 범벅으로 뿌려도 하루 지나면 또다시 개미 군단의 행진은
되풀이 되었습니다.
개미가 패디오 기둥을 타고 올라 가로지른 나무를 건너 매단 줄을 타고 내려 가 설탕 물이
있는 곳까지 알아 낸다는 것도 신기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수많은 개미가 필사적으로 오가며
벌새 먹이 병을 공략 하는데, 놈들이 물지게를 지고 나르는 것도 아니며 그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 가 죽어 가니 영문 모를 일 이었습니다. 불나방이 불을 하 좋아해 불 속으로 뛰어 들듯 개미도
단것을 워낙 좋아 해 단물에 빠져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모양입니다.
제일 가느다란 낚시 줄로 병을 매달아도 묘하게 서로 비켜가며 오르내려 어느새 개미로 뒤덮이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중국 마켓에 가면 '바퀴벌레 차단 백묵' 같은 게 있어 그것으로 금을 긋거나 칠 해 놓으면
개미가 얼씬 안 한다 하기에 애써 중국 마켓에 들려 보니 그런 것이 있었기는 한데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라
판매 금지 된지 오래라 하였습니다.
가주의 오랜 가뭄에 개미들 극성이 유별 난데다,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동네 전체에 개미 약 처리를 하고 나니
집 안팎으로 개미들과 씨름 하느라 정신 없는 중 이제는 벌새와 동무 하기도 끝났다 생각 하다가 문득
'정주영의 빈대 퇴치 공법'이 생각 났습니다. 젊은 시절 공장 숙소에서 밤마다 빈대와 씨름 하다 침낭 네
귀퉁이의 나무 기둥 발을 물로 채운 네 개의 대야 에 올려 놓은 후 며칠은 빈대 없이 편히 잤으나 어느 날
빈대가 다시 괴롭히기에 잠을 안 자고 살펴 보니 '대야 위의 도강'을 포기 한 빈대들이 천정에 기어 올라 가,
침대 위로 '수직 낙하' 하는 것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는 그의 자서전 어느 구절이었습니다.
페트병 아랫도리를 싹둑 잘라 및 부분 중앙에 긴 나사못을 박고 위 아래를 천정과 벌새 먹이에 묶어 매단 후
과연 개미들이 헤엄 쳐 페트병 가장자리까지 도달 할지 가슴조리며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할 일 없다
싶겠지만 딴에는 흥미 진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개미들이 나사못을 타고 내려 가 물을 짚어 보다 어떤 놈들은 얼른 되돌아
올라가고 어떤 놈들은 밀려서, 또 어떤 놈들은 용감하게 물속으로 뛰어 드는데 물 위에서 허우적거리다
맞은편 페트병 테두리를 향하지 못하고 익사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이렇게 하다가 개미 행렬이 끊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개미들간에는 틀림없이 어떤 경보 발령 수단이 있는 듯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물 밀듯 줄을 잇던
개미 행렬이 일사 분란하게 끊어 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 옛날 육이오 때 중공군이 철조망을 넘기 위해
파도처럼 밀려 와 시체가 쌓이면 후속부대가 시체 위를 타고 넘으며 진격 했다는 '인해전술'을 알았더라면
개미들이 페트병 물을 타고 넘는 것 쯤은 문제가 아니었겠으나 개미들은 그렇게 잔인 하지도 않았고, 빈대같이
결사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벌새 설탕 물은 벌새들에게 다시 돌아 갔습니다.
문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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