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관계는 무관심보다 한 수 위로 희망이 있는 관계며 대화로 개선될 수 있는 사이 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아무리 많은 말을 주고 받아도 지나침이 없는 애증의 표상이 아닌가 합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통일의 희망이 급 물살을 타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뉴스에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오월쯤 만난 다는 속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의 진정 성을 의심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연호하는 무리들의 좌 편향을 걱정합니다. 그리고 미국 발 북 조르기와 트럼프의 좌충우돌이 김정은을 벼랑 끝에 몰기에 충분한 가운데 문재인이 가운데서 그의 체면과 숨통을 터주는 기지를 발휘 하는것 같습니다. 혹자는 김정은의 시간 벌기 제스처라고 경계를 늦추지 말자 하고, 누구는 북이 이 기회에 미국과 남한의 도움으로 중국식 시장경제로 탈바꿈 하여 체제 붕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간힘 아니냐 하기도 합니다.
일본이 요란스럽습니다. 남북이 치고 박고 싸워야 어부지리를 취하는 일본에게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는 결코 반가울 수 없겠지요. 그들은 남북이 기술과 자원으로 하나가 되면 위협이 될 수도 있는 한반도의 잠재력을 두려워 하거나 한반도 분쟁을 빌미로 누리는 존재감 상실에 전전긍긍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령 김정은이 속셈이 있어 돌변 했거나 달리 자구책이 없어 제스처를 쓴다 해도 괜찮습니다. 남북의 대화가 동상이몽의 이기심으로 진행 되더라도 그 진행과정에서 진정 성이 유발되어 하나의 조국으로 탈바꿈하는 세기의 이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숱한 외압 속에서도 한반도의 얼을 지켜온 억척같은 민족이기에 정신적 도화선에 불이 당겨지면 남북의 물꼬가 트여 하나의 저수지에 담아질 슬기가 남과 북에 공존한다 생각 됩니다. 동기는 다를지라도 진행하다 보면 대화와 교류의 과정에서 공통의 숙원이 무르익어 좋은 결과를 낳을 것 같은 기대가 있습니다.
북한은 어찌 되었건 핵 갖고 미국과 중국을 흔들어 보는 무리수도 부려 보았습니다. 남한은 보릿고개를 벗어나 남의 나라를 돕겠다 할 정도의 작은 거인으로 발돋움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마치 찹스틱 한 쪽씩 거머쥐고 있어 씨너지의 위력을 유기한 통한의 한반도가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 후 뭔가 조짐이 보여 기대를 가져 봅니다.
남북간 이념의 차이, 체제의 차이, 그리고 남북이 공히 짊어지고 있는 부의 편중화…… 언젠가는 필히 극복해야 할 숙제들이 곪아 터질 지경이 된 마당에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물론 한칼에 모든 것이 해결 될 수는 없겠지요.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북의 세뇌된 소위 공산주의는 이제 그 원래의 사회 평등주의를 한참 벗어 나 거의 사교화 된 ‘백두 혈통’교주의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이 단시일에 변화 될 수는 없습니다. 한 편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 복장을 수선 없이 몸에 걸친 남한은 7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엄청난 도약에도 불구하고 소득 불균형의 몸살 속에서 설 곳 없는 젊은이들은 생지옥 같은 북의 단말마를 자기들 돌파구로 착각하며 흠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지구상에서 대단한 다름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협업해야 살아 남는 운명적 동일 민족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습니다.
사회 공산주의가 변질되며 세습된 김씨의 북한 컬트와,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사회 구석구석의 총체적 부실과 전근대적 세습의 재벌기업이 아직도 국가 경제의 운전대에 앉아있는 남한은 생태적이고 숙명적인 변혁을 외면 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인내와 진정 성을 담아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남북 대화의 징검다리가 하나하나 놓여지면 10년이 걸리던 30년이 걸리던 숙원의 통일은 올 것입니다. 그것이 단숨에 되어 질 수도, 되어져서도 안되겠지만 고인 물이 썩듯 정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시작’이 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후로 그 시작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번에는 아주 허황된 꿈 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사건건 발목 잡고 늘어지는 야권의 시비는 자칫 저자세로 김정은을 기고만장하게 할지도 모를 여권에 브레익을 거는 효과도 있다 생각 됩니다.
설령 지난 며칠 급물살 타는 대화의 무드가 궁지에 몰린 김정은의 흑심이라 해도, 트럼프의 기교라 해도, 아니면 내 나라 일이니 벌여도 내가 해야 된다는 뚝심으로 밀어부치는 문재인의 안간힘이라 해도 통일을 향해 무언가가 ‘시작’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설레는 일입니다. 어찌되었건 북의 무력 도발도, 트럼프의 선제 공격도 한반도에는 달갑지 않습니다. 그것은 남과 북이 링 위의 격투기 선수가 되고 일본이 맨 앞자리에 앉아 계산서 두드리는 중에 뒷자리에 진을 치고 있는 미 중 러시아는 피 터지는 두 선수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흥정하는 모양새니까요. 남북 정상회담보다 북미 정상회담이 훨씬 요란스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현실도 한스럽지만 그것은 '화력' 없는 남한의 한으로 돌릴 수 밖에 없겠지요.
의로운 일에 열중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의미가 부여되어 의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과 북의 위정자들이 그렇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문병길
2018.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