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다녔든 중 고교 찾아가 애들에게 보여주고

오늘은 헨리를 위해 한인타운 기원에 가서

어르신께 한 수 배우고 왔다

막내 조지는 새벽 같이 일어나 컴퓨터로 게임

차안에서는 곳곳에 넣어둔 지도를 보고

“우리는 지도 열 개씩이나 필요 없다” 소리치고

동내 큰 길 이름을 흥얼거려서 물어보니

차가 턴할 때 다 보아 두었단다

작년 8월에 우리가 덴버에 갔었는데

이렇게 찾아오니 너무 반갑다

그동안 청둥오리 모이 주러 못 가서 서운하지만

오리보다야 손주들 보는 재미가 백배 천배 더 좋지요

덴버 (Denver, CO) 근교에 사는 딸이 손주 셋 가운데 맞이는 두고 아래 두놈만 대리고 연휴를 맞아 친정 나드리를 했다. 큰놈은 요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벌로 집에 두고 왔다한다.

큰애도 보고 싶지만, 신상필벌 주의로 애들 훈육을 하는 딸의 원칙을 존중해야할 것 같다. 가는 편에 그놈에게도 선물 하나 보내고싶지만 집 사람은 딸이 원치 않을 것이라고 하니 그의 뜻을 따라야지.

첫날인 어제 LAX 에 가서 딸과 손주를 픽업했는데, 가는 길과 오는 길 모두 프리웨이가 휑하니 거의 비다싶이 하여서 수월하게 갔다왔다. 매일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하오엔 칼라바사스 커먼스 (Calabasas Commons)로 가서 반스 앤 노블즈 ( Barnes & Nobles) 책방에 가서 애들 책과 장난감을 사주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칼라바사스 고등학교 (Calabasas High School) 를 찾았다. 지금부터 25년 전에 졸업한 모교를 둘러보고 애들에게 엄마가 다닌 학교라고 설명해줬다.

내친김에 101 프리웨이 고개 (Calabasas Grade)넘어 그가 졸업한 중학교 (A.E. Wright Middle School) 건물도 돌아 보고 왔다.

딸이 오기 전에 우리들에게 특수 임무를 부여하였다. 즉, 둘째인 헨리 (Henry) 가 코리아 타운에 있는 기원에 가서 바둑을 한 번 두고파 한다니 가볼만한 장소를 알아 두라고하였다.

헨리가 무슨 연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떻게 바둑 (고) 에 관심을 가져서 혼자 컴퓨터로 배우고 가끔 동내 도서관에서 열리는 바둑 동우회에 가서 대국을 한다고 한다.

필자는 바둑이 시간을 많이 잡아 먹는 것인 줄을 알기 때문에 평생 바둑알 조차 만지작한 적도 없었다. 필자는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손을 대지 않았다. 즉, 술과 담배를 멀리했듯이 바둑도 적어도 필자에게는 백해 무익으로 쳐서 가까히 하지 않았다.

(바둑 애호가 분들은 용서해 주십시요.) 필자가 보기엔 바둑은 쉽게 말해서 시간 낭비로 생각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필자는 손주의 바둑에 눈꼽만큼의 도움도 줄 수 없는 처지라서 기원의 위치를 알아 코리아 타운 8가에 있는 “S” 기원의 문을 두드렸다.

먼저 원장님을 찾아서, 덴버의 손주가 독학으로 바둑을 배우고 있는데, 어르신 가운데서 한 분을 추천해주셔서 대국을 하게 도와달라고 사정을하였다. 막무가내식으로 억지를 부려서인지 한 분을 부르셔서 헨리와 의 대국을 주선해주셨다. (참고로 헨리는 12급이라한다.)

핸리드러 여섯 점을 두고 시작하게 하시면서 조용 조용히 헨리가 잘못 두면 왜 그곳에 두면 되지 않는지 설명해 주시면서 다른 곳에 두도록 제시하셨다. 필자는 바둑은 잘 모르지만 그분이 아주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셔서 오신지 얼마나 되시냐고 여쭤보았드니 49년전 16살에 왔다고 하셨다.

그분은 Tygem.co.kr 이 좋은 바둑 웹사이트라고 소개하시면서 자신을 스티브 씨라고 하셨다. 한 시간 약간 넘게 헨리를 위해 시간을내어서 좋은 바둑 지도를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리고, 아울러 자리를 마련해주신 원장님께도 사의를 드린다.

기원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다. 손주가 대국하는 것을 보신 한 어르신께서 필자에게 손주를보고 막둥이냐고 하셔서 필자를 매우 행복하게 만드셔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필자를 그렇게 젊게 보아주시니 얼마나 기쁠 수 있겠는가? 손주라고 알려드리자, 늦둥이를 둔 줄로 아셨다고 해명하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뒷 좌석에 앉아 있든 막내 조지가 “우리는 지도 열 장이 필요 없다”를 되뇌었다. 필자는 전후 좌우 좌석옆에 있는 빈칸에 지도를 넣어두는데, 2년 전에 온 식구가 이곳을 방문했을 떼 필자가 LA 인근 지도를 AAA 에서 얻어서 줬는데, 딸과 사위는 디지털 세대라서 스마트 폰으로 지도를보기 때문에 종이 지도가 필요 없다고 하는말을 듣고 (종이) 지도를 보자 그 말을 반복하는 듯했다.

이녀석은 이번에는 지도 타령을 넘어서 필자 동내 길 이름을 읊어대었다. 그 길 이름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드니, 차가 교차로를 돌 때마다 들어오는 길 이름을 그대로 입력했다한다. 꼬마가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듯하다.

대학 선배 한분이 손주가 국방성 장학금으로 의대를 다니는데, 그 손주가 졸업해서 의무 장교로 임관하는 것을 보면 여한이 없으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모두는 자식이 잘되는 것도 바라지만, 그에 못지 않게 손주 녀석들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무럭무럭 잘 자라다오.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관왕지래: 觀往知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