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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Topic: 골프만상
bongso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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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April 29, 20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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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번 총 동창회 골프 토너먼트 조별 리스트가 e-mail로 왔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세 사람과 한 팀이 되어 치게 되었어. 정말 신이 나. 그렇지 않아도 골프 실력이 밑돌아 민폐 끼칠까 걱정 되었는데 이 사람들은 평소 같이 치던 사람들이니 괜찮을 것 같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

-(MBK는 한껒 up된 억양으로 전화를 한다) KSC형, 이번 총 동창 골프행사에 같은 팀에서 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름 아니고 이번 골프장은 처음 가 보는 곳이라 장소를 잘 몰라 그러니 카 풀 좀 합시다.

-아, 예, 저는 당일 회동 후 딴 데로 가야 될 일이 있어 같이 갈 수가 없게 되었네요. 아 그리고 참 MBK선배님은 우리 팀에서 빠져 딴 팀으로 가게 되었으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아니, 내 딴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치게 되어 기분이 좋았는데 웬일이지요?

-뭐, 팀에서 그리 결정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가는 팀에는 선배가 잘 아는 사람 PYJ씨도 끼어 있습니다.

-아니, 다른 팀에 내가 아는 누가 있는게 문제가 아니오. 본인에게 사전 양해도 없이 이미 발표가 나간 명단에서 빼고 누구와 바꿔 치기 했다는 게 언짢은 거요. 아마도 이번 총 동창골프 모임에는 빠지는 게 낫겠다 싶소. (내 골프 실력에 초면인 골퍼들에게 민폐 끼칠까 두렵기도 하거니와 기 발표된 조에서 밀려나는 모습은 나의 알량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오. 그러면 않되……지!)

-어쨌던 그리 됐습니다 선배님!(선배님? 선배님 좋아하시네!)

………………….

-(빠질 때 빠지더라도 이유나 알고 보자는 심사에서 총회에 전화하며) 이번 골프 연례 행사에 신청한 MBK 인데요, 총회 골프 담당 임원 SYA이시지요? 발표하신 저의 소속 팀 명단이 바뀐 모양인데 어찌 된 건지요?

-그렇지 않아도 발표 나간 후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팀 편성이 되지 않았다고 몇몇 시니어들이 멤버를 바꿔 치기 하자 해 골치가 아픕니다. 선배님이 딴 팀으로 밀려났지만 이해 하시고 이번 기회에 새로운 멤버들과 사귀는 계기로 삼으시지요.

- 아, 예, 친절한 답변 고맙습니다.

……………………………………

-(며칠 후 도저히 즐거운 골프가 안 되겠다 싶은 기분이 된 MBK는 총 동창회 골프 진행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SYA 님, 총동창회 주체 행사이니 여러 대학의 다양한 친구를 사귀라는 취지를 이해 합니다만 사정이 생겨 이번 행사에는 참가를 못하게 되었으니 양해 바랍니다. 저의 이름을 삭제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며칠 후 한 팀이었던 KSJ이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던지) MBK선배님 일을 듣고 보니 내가 MBK형 입장이라도 언짢을 일이네요. 실은 며칠 전에 사석에서 우리 조의 공대 SCW이 차라리 MBK 대신 NMH를 넣어 문리대 둘과 공대 둘이 내기 하자고 하더니 MBK께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총회 골프 담당자를 채근 해 선배를 NMH로 갈아 치운 모양인데, 조 명단이 멤버들에게 이미 E-mail로 배포 된 후이고 선배와는 얘기가 없었던 터라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옳은 매너가 아니지요. 나는 어찌되었건 선배와 같이 치겠으니 대회 참가 하시지요. 내일 모레 내 차로 카풀 해서 행사장에 같이 가십시다.

-NMH? 여하튼 고맙소. 생각 해 봅시다. (왜 하필이면 거들먹 NMH인고…….)

…………………………..

-(며칠 후, 행사 전날, 총회장님 HKH의 전화 목소리) 문리대MBK선배님, 남가주 총동창회 회장 HKH입니다. 알고 보니 SCW가 주장해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NMH를 MBK선배와 바꿔 치기 해 내기시합 하자 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이미 편성된 조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여러 사람 번거롭게 한 건 매너가 아닌듯 해 제가 바로 잡았습니다. 총동창회 연례 행사에서 '골프 내기' 하는 것도 그렇고요. MBK선배 자리는 원래대로 해 놓았습니다. 내일 나오시지요.

-네, 회장님 말씀대로 참석 포기를 번복하겠습니다. 내일 나가지요. 큰 행사 치르시는데 이렇게 개개인 일까지 신경 써 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런데......, MBK선배님, 원상복구 한 팀원들로 말하자면 MBK선배님을 ‘쫓아낸’ 인사들인데 다시 그들과 같이 치는 게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그들을 원래 좋아하니 괜찮습니다. 다들 잊고 허허 하며 칠 겁니다.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MBK의 예상은 형편없이 빗나간다)

…………………….

-(행삿날 골프장 접수대에서) MBK선배세요? 회장 HKH입니다. 초면에 인사 드립니다. 나와주셨군요. 보시다시피 MBK선배 조는 원래대로 해 놓았습니다.

-예, 여러 가지로 수고가 많으십니다.

………………………….

-(샷건 타임이 임박 해 모두가 카트를 기다리는 중, 느닷없이 팀의 SCW가 퍼트 연습하다 말고 MBK 에게 다가 와 정색을 하면서 반복해 말을 건넨다) MBK형, 우리가 모처럼 NMH를 불러들여 문리대와 공대 내기를 하고자 하는데 왜 굳이 이 팀에 남아 있기를 고집하십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딴 팀과 합류 하시지요!

-(속이 불지핀 아궁이처럼 활활 타오르고 창피함과 무안함에 질려버린 MBK는 그러나 짐짓 목소리를 낮추며) 여보 SCW씨, 당신들 나에게 양해 한 번 구함이 없이 기 발표된 조 명단을 멋대로 바꾸며 기 발표된 조 편성을 엉망으로 헤집어 놓고, 당신들 흥 돋구는 '내기'를 위해 사람 망신을 주는 일은 해서는 안되오. 없던일로 치부하고 원래 팀원과 같이 치겠다고 기어나온 나 자신도 스스로 역겹지만 여하튼 나는 여기서 카트 대기 중 또 한 번, 엉뚱한 팀으로 쫓겨나며 망신 당하느니 그냥 이 팀에 눌러 앉아 치겠소. 더 이상 난센스 맙시다. (내가 오늘은 일진이 참 나빴소.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이번 대회에는 빠지는 거였는데 카 풀로 온 거니 집에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회장은 조 편성을 원상대로 되돌려 놓았다 하길래 당신들도 그 알량한 '시합'을 포기하고 원래 팀으로 라운딩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집요하게 요구하니 기가 막히고 무안하오) 당신들은 단순히 재미 보자고 벌인 일인지 모르나 연못에 아무렇게나 던진 돌에 얻어맞아 멍드는 개구리도 있다는 걸 아시오?.

-(옆에서 이 설왕설래를 듣고 있던 PYJ조차 한마디 MBK를 거드는데) 듣자 하니 이 사람, SCW 에게.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를 좀 설명 해 줘야 되겠군!

-(그런데 MBK에게 더욱 기가막힌것은 그가 그리 좋아하던 KSC마저) -MBK선배님, 딴 팀으로 안 가겠다고 고집 하는 것을 이해 할 수 없군요. 샽건이 시작 되기 전이고 다 들 카트를 기다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어서 탄 팀으로 가시는게 어떨까요?

-(KSC은 재차) MBK선배님, 다시 부탁 드립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어서 탄 팀으로 가시는게 어떨까요?

-(MBK, 속이 뒤집히는 무안함을 삭이며 KSC를 향해) 이제 그만 합시다. (나에게는 충분한 망신이고, 여러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가 돌림빵을 당하는 꼴불견이 되기보다 그냥 원래의 팀에서 죽을 쑤겠오, 제길헐!. 이럴수가 있나! SCW이고 KSC이고 내가 좋아 하던 사람들인데다 오늘 골프같이 치게 된것을 얼마나 좋아 했던 주책없는 나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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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의 골프는 시종일관 무거운 골프 회동이었다. 잔뜩 볼이 멘 두 골퍼 SCW과 KSC은 공들도 주인의 심기를 아는지 협조를 않고, 늘 굿 샷을 외쳐주는 KSC이나 늘 입이 심심해 못견디는 SCW도 입들에 지퍼를 채운 채 시무룩 했으며, 그나마 분위기 살리려고 안간힘 쓴 KSJ역시 맥 빠진 기색이었고, 옹고집 부리면서 초라하게 팀에 매달려 심신이 꼬일 대로 꼬인 MBK는 그나마 처지는 골프 실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날 이 팀의 골프는 믿던 친구들에게 배반(?)의 한방으로 넉아웃 된 한 왕 고집과 시합기회 잃어 한이 맺친 두 무 매너 골퍼들과의 지겹고 긴 18 홀이었다.

MBK는 카풀로 ride 해 준 KSJ과 돌아 오는 차 안에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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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골프 어땠어?

-응, 내가 나잇값 못했다고 느끼는 또 하나의 날이었지. 결국은 내 옹졸과 역지사지(?) 결여가 빚어 낸 촌극이었어. 그저 눈 딱 감고 ‘쫓겨 나 주었으면’ 되었는데. 하지만 후회는 안 해. 망신은 한 번으로 족했고, 나는 아직도 그들을 좋아하고 있으며, 헤헤 풀려 다시 친구가 될 사람들이니까. (과연 그리 될까?)

2019.4

bongso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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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Re: 골프만상
on: May 9, 201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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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상 2

한국 사람들의 '끼리끼리' 근성이 여지없이 나타나는 골프장 풍경.

때로는 혼자 골프장을 가 소위 '싱글 섬'으로 한자리 끼고 싶습니다.
후론트에서 미국인들 셋이 치는 팀에 끼어 넣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설령 그들 셋이 친구 사이어서 다소 분위기를 깰까 염려는 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환영을 해 줍니다.

만일 이야기가 바뀌어 한국인, 특히 한국 노인들 셋이 한 팀이 되어 치는데 '싱글 섬'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들의 못마땅 해 하는 표정은 역력합니다.
아니면 '아 우리 팀 한 사람이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되어 있습니다. 딴 그룹으로 가 합류 하세요' 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어떠한 경우든 이런 팀에 싱글 섬으로 비집고 들어 갔다간 그날의 골프는 '노동'이 되고 맙니다.

끼리끼리 근성은 고 연령층 한국인들이 대다수인 주중 골프장에서 여지없이 발휘 됩니다.

대학 동문들이 모여 치면 출신 고등학교별로 짝이 되어 '시합'이 붙든지 패거리를 짓던지 합니다.

여덟이고 열둘이고 간에 동문들끼리 치는 것이니 거기서 또 유별나게 '잘 치는 사람들 끼리' 또는 그 알량한 '출신 고교 별'짝을 지어 패를 가를 게 아니라 무작위로 섞어 치면 덕분에 골고루 친구도 되며 하수는 한 수 배우며 즐기는 모임이 되련만 한국인의 '끼리 끼리' 근성은 그걸 용납 못합니다.

아파트나 교회 등 한인들끼리 모이는 무리에 나가 칠 때는 특별 대 티 안 내려는 조심성이 대학 동문회 모임에선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출신고를 못 잊어 티를 내는 묘한 심리가 딱해지는데, 아마도 어디가나 끈을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사람들의 기질이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글쎄요. 싱글 썸이고 대학 동문들 모여 치는 곳이고 간에 답은 간단하지요.

밸 꼴리면 골프 안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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