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철썩같이 믿기에 그 고맙고 소중함을 간간이 잊고 지내거나 그 우선 순위가 저 밑으로 밀려버리는 ‘가족.’ 여러분, 가정의 달 5월이 왔습니다.
저희 관악연대에도 혼자서는 너무 쑥스러워 "여보, 나 같은 사람옆에서... 아이구 참~...사랑해. 고마워" "우리 아들, 우리 딸, 엄마 아빠한테 와서 이리 건강히 자라주니 참 고맙다. 사랑해"라고 감히 말 못하는 동문님들, 아니 좀 더 나아가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입을 떼어 이런 말 하려하면 온몸이 간질거리고 두드러기 날 것 같은 동문님들, 혹은 아예, "아니 그걸 꼭 말로 해야되? 이 나이에? 걍 그런줄 알고 사는 거지. 지나 나나 뭐 별 수 있어? 사는 게 다 그런거지.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시는 동문님들을 위해 저희가 그 가족을 한데 모아 큰 소리로 외쳐보려 합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
어떻게요? 공기 좋은 풀밭, 운동장에 가서 바베큐 연기 흩날리며 국민학교(젊은 동문님들은 초등학교 ^^) 체육대회로 가족들 데리고 돌아가 보려고요.
여러분은 어릴적 체육대회,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십니까?
저는 '체육대회' 생각하면, 지금도 혼자 킥킥거리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늘 반대표 릴레이 달리기 선수로 뽑히곤 했습니다. 고3 체력장 실기 시험에서도 100미터 15.7초에 뛰었습니다. ㅋㅋ.
국민학교 6학년때 일입니다. 청군 백군 체육대회. 그 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종목, 고학년 릴레이 달리기 입니다. 저는 그 때 첫 선두 주자였는데 양 쪽 다 거의 실력이 비슷한 학생을 선두로 내세워 매번 연습 경기때 마다 막상막하 승부를 예측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체육대회 날에는 첫 스타트를 공기총 소리로 알리는데 저는 참고로 어릴 적부터 참 겁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 놈의 총소리가 하도 무서워서 저는 앞으로 튀어나가긴 커녕 늘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뒤로 나자빠질 지경이라 그 전날 한 잠도 못자고 뒤척였습니다.
자, 이제 드디어 체육대회날. 하이라이트 경기답게 운동장 트랙에는 횟가루가 날리고 달리기 계주 트랙이 하얗게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습니다. 트랙 주변에는 그 날 오신 어머니들, 가족들이 돗자리깔고 싸오신 음식 잔뜩 펼치고 '잘해라 잘해라'를 외치시고. 학생들은 줄 맞추어 앉아서 흰색 파랑색 팜팜을 박자 맞추어 하늘 높이 흔들어대고. 바톤을 쥔 제 조그만 손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고 바톤 안 놓칠려고 계속 체육복에 손 닦아대고 횟가루도 묻혀보고. 드디어 준비 신호 떨어지고 선생님 총드신 손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오르고. 전 더이상 어떻게 숨쉬고 있는지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하나도 귀에 안들리고. 몸을 스타트 포지션에 맞게 낮게 구부리고. 드디어 '땅~' 내 심장을 앗아갈 것 같은 총소리가 나고. 나와 다른 주자는 트랙 안쪽 라인을 잡기위해 죽을 힘을 다해 튀어나가고. 연습때보다도 상대방 주자가 더 잘 뛰는 것 같아 나는 숨도 안쉬고 죽어라 뛰고. 우리는 거의 어깨를 부딪히며 두 몸이 하나가 되어 트랙을 돌고 있었습니다.
아니 근데 이건 또 웬일? 좀 전까지 돗자리 위에 얌전히 앉아계시던 어머니 응원 부대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트랙에 뛰어나와 jumping up and down하고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청군, 백군을 외치는데, 선생님들은 들어가시라고 호루라기를 불어대고... 와 그때 한국 어머니들이 얼마나 극성이고 열성적인지 어린 눈으로 보고 놀랐지요. 참고로 저희 엄마는 안 그러셨대요. ㅎㅎ. 어쨋거나 그 환호(?) 속에서 우리는 다음번 주자들에게 동시에 바톤을 넘겼습니다. 아~ 그때 내가 이겼어야 했는데. ㅎㅎ. 근데 다행히도 우리팀 마지막 주자가 뛰는게 아니라 거의 날아서 우리팀을 승리로 이끌어 주었지요. 덕분에 저는 덩달아 영웅 대접을 받고요. ^^
릴레이 달리기,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중2때 체육대회 입니다. 한 반에 4명의 대표가 나가 반 대항 릴레이 달리기를 하는데 저는 4명 중 3번째 주자 였습니다. 앞에 두명이 제대로 못하더니 저는 꽁지에서 2번째로 바톤을 받아 뛰기 시작했지요. 근데 생각보다 쉽게 한 명 따라잡고, 또 한 명 따라 잡고, 어쩌다 2등 포지션까지 따라잡았는데 갑자기 뭐 시꺼먼게 옆에서 튀어나오더니, '혜원아, 잘한다, 잘한다, 뛰어라, 뛰어라.' 뛰면서 옆으로 고개돌려 쳐다보니 글쎄 우리 담임 선생님. 얼굴이 까맣고 키가 크셨던 우리 담임 선생님(남자)이 제 옆에서 같이 뛰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시는 거에요.
순간 저는 모든 집중이 다 깨지고 '이건 또 뭔 시추에이션?'하고 속으로 ㅋㅋ 하기 일보 직전에 아뿔싸. 트랙 커브를 도는데 너무 속도를 내고 옆에 한눈 까지 판지라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냥 쫘~악~~ 야구 도루 하나 잡고 홈으로 슬라이딩해서 들어오는 영웅처럼 얼굴 빼고 온 몸으로 나가 넘어졌습니다. 제가 슬라이딩 하는 동안 운동장 흙이 눈앞을 가리고요. 바톤은 어디로 날라갔는지... 그 날 우리 반은 꼴등을 했고 우리 속좁은 담임 선생님은 저를 계속 째려보시고... 그러게 누가 제옆에서 뛰시래요?
자, 여러분, 어떠세요? 어릴적 체육대회 때의 환호성이 귓가에 들리세요?
타임머신 타고 우리 같이 날아가볼까요?
우리 자녀들에게 '아빠, 엄마,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이런거 했다' 하고 보여도 주시고요.
하여, 관악연대 체육대회, 그 막을 올립니다.
체육대회 안내 •날짜: 5월 19일(일) 오후 1시
•장소: Ralph B. Clark Regional Park
(8800 Rosecrans Ave., Buena Park, CA 90621)
•참가비: 일인당 15불 (애들은 무료)
그 날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 피구, 릴레이 달리기, 어린이 게임으로 우리 다같이 뒹굴어 볼 겁니다.
우리 어머니들, 만년 철 안드는 큰 아들(?)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새끼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 좀 한가지씩 만들어 오셔서 펼쳐 놓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관악연대 주최측에서 바베큐, 김밥, 약간의 음식은 준비를 할 거고요.
어린이들이 절대 마시면 안 되는 청량 음료도 재주껏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 자녀분들 많이 모시고 오시고요. 푸짐한 상품 준비하겠습니다.
그 날 우승한 팀에서 MVP도 한 분 뽑아 큰 상 드리려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껄끄러운 부탁 말씀.
이런 체육대회 준비, 특히 상품 마련을 위해, 선배님, 후배님들의 따뜻한 협찬과 도네이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5월 19일,
체육대회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대장 신혜원 올림
PS: 댓글로 오실 분 명단과 숫자를 알려주세요. 음식 마련하실 분도 미리 알려주시면 저희가 음식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협찬 및 도네이션은 신혜원 (213-385-3773) 혹은 샘콩 (818-653-1351) 에게 연락 주십시오. 여러분의 성의 있는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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