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2마일 떨어진 이발소에 들린 건 이발소가 문닫을 시간이 임박한 저녁 7시 반. 한국인 몰 'The Source' 맞은편 이발소 파킹lot에 부지런히 주차하고 단골 이발사 아저씨와 소소한 환담을 나누며 이발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Pep Auto Parts에 들린 다음 코스코 주유소에 들어 가 개스를 채우는 중 전화를 걸 일이 있어 주머니를 뒤졌으나 있어야 할 전화기가 주머니에 없다.
주유하는 동안 차 시트 밑을 두루두루 살폈으나 핸드폰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집에 놓아두고 나온 게 아닌가? 하면서도 기왕에 온 김에 물 두 번들을 차에 실이고 집에 왔다.
도착 즉시 손전등으로 차 구석구석 훔쳐보고 기왕에 집안도 두루두루 살펴 보았으나 핸드폰은 없다. 가만히 생각 해 보니 아까 이발소에 가는 동안 전화기를 꺼내 충전 한 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아, 내가 이발소 주차장에서 차 밖으로 나오면서 전화기를 주차장에 떨어뜨린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전화기에서 충전코드를 부지런히 뽑아 주머니에 성급히 넣고 차를 내린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지금 출산 3주째인 샌프란시스코 딸네 가 있다. 누가 혹시 내 전화기를 주워 들고 있어도 전화 해 볼 도리가 없다. 저녁 아홉 시가 훌쩍 넘었으니 옆집 뚜드리며 전화기 쓰자 할 수도 없다. 이런 때는 집 전화기를 일찌감치 없앤 게 후회 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아내와 딸에게 E-Mail을 보냈다. 저녁에 전화기를 어느 주차장에 떨어뜨린 것 같은데 전화 좀 걸어보라고. 제발 누군가가 주워 들고 있다가 전화 벨이 울리면 받을걸 기대하면서……
아내나 딸로부터는 e-mail 응답이 없다. 그들은 거의 연년생인 두 애들 돌보랴 정신 없겠지. 전화를 걸어보았는지 E-Mail로 답이라도 듣고 아까 돌아 다닌 곳을 되 짚어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E-Mail받기는 포기해야겠다. 도움 안 되는 망상은 무심코 들어선 어느 차 바퀴에 납작해지고 있는 내 핸드폰에 머물기도 한다.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던 이발소였던 지라 전화 해 볼 수도 없다.
차를 몰아 2마일 떨어진 이발소 주차장을 향했다. 아까 주차했던 곳에 도착하니 깜깜해진 주위에서 마침 누가 주차하고 있다. 차를 엉거주춤 파킹 해 놓고 가까이 가 운전하는 사람에게 실은 한 시간 전에 바로 이 자리에 주차했다가 전화기를 떨어뜨린 것 같아 차 밑을 찾아 볼 테니 양해 해 달라고 하니 이 젊은이 일행은 차를 빼 줄 테니 찬찬히 찾아 보라며 차를 후진 시켜주었다.
헤드라이트로 환해진 주변에는 핸드폰이 없는 게 확실해졌다. 그 젊은이에게 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줄 수 있는가 부탁해 보았다. 물론 주차장 주변에서 전화 벨 울리는 소리도, 혹시 누군가의 응답도 없다. 체면불구하고 나의 아내에게 전화 좀 할 수 있는가 고 부탁하니 그들은 쾌히 응해 준다.
전화에서 울리는 아내의 놀란 응답에 나는e-mail을 열어보았느냐 물으니 안 열었다 하기에 자초지종을 간단히 설명하고 젊은이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나와 아내의 통화를 듣고 있던 젊은이는 아, 한국 분이시군요. 내일 아침에 핸드폰 매장에 가셔서 전화번호를 대면 위치추적을 해 줄 것이라고 친절하게 말 해 주는 것이었다. 아, 그런 것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니 한결 위로가 되었고, 그들의 친절이 또 한 번 고마웠다.
그들과 헤어지고 아까 두 번째로 들렸던 펩보이 자동차 부품 매정으로 향했다. 여하튼 늦은 저녁이지만 내가 아까 들린 곳 주차장은 모조리 훑을 작정이었다.
몇 분 후 갑자기 차 스피커를 통해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는 거였다. 전화기도 없는데 어찌 차의 Blue Tooth 스피커가 울리는가 의아 해 하면서도 여하튼 아마도 차에 남아있는 메모리가 기억 해 전화 벨이 울리는가 보다 하면서 차의 계기판 전화 버튼을 눌러 반갑게 받아보니 아까 주차장에서 만난 그 젊은이들이었다. 할아버지, 걱정이 되어 저희 전화기에 찍혀 있는 할아버지 전화로 전화 해 본거랍니다. 꼭 찾게 되시기를 바래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 폰 서비스를 꼭 찾아 가 보세요 그 차 일행이었던 여학생(?)의 목소리였다.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아 네,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내일 꼭 폰 서비스에 가 보아야지요. 하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아니! 잠깐만요! 하는 상대방 목소리가 다급하게 나를 잡았다. 어떻게 이 전화를 받게 되셨지요? 아, 이차에 Blue Tooth를 늘 켜 놓고 운전 중에 오는 전화는 차 스피커로 받기 때문이지요. 아니, 그럼 할아버지 전화기는 지금 차 안 어딘가에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음 전화벨이 울릴 수가 없거든요. 차 시트 밑에 어딘가 있는지 찾아 보시지요. 아! 딴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 않는가! 주유소에서, 집 차고에서 열심히 찾아 보기는 했었지만!
아, 그래요? 그럼 이 차를 곧바로 길 옆 파킹 lot으로 pull out할 테니 끊지 마세요. 지금은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 전화 벨 소리는 들을 수가 없어서요.
마침 나타나는 길 옆 상가 주차장에 차를 급히 틀어 넣은 후, 자 이제 차의 시동을 꺼 blue tooth를 없애겠으니 잠시 후 다시 전화 부탁합니다.
아! 운전석 밑에서 가늘게 울리는 전화 벨 소리! 말 그대로 구원의 벨 소리였다. 낮추어 놓고 썼던 터라 벨 소리가 작은데다 틈새에 끼어 있어 더울 가늘다. 운전석 밑 틈바귀에 끼어 있는 모양새가 워낙 절묘해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꺼내기도 무척 힘 드는데 그 젊은 친구는 꾸준히 벨을 울려 줬다. 드디어 끄집어 내는데 성공, 아! 할아버지, 다행이네요!
드디어 고마운 그들 친절에 핸드폰을 찾아 신이 나고 아내와 딸의 걱정도 아울러 지워졌으며 어둔 밤 텅 빈 주차장 바닥을 헤 짚고 핸드폰 추적하는 난센스도 면하게 되었다.
아내는 도대체 안심하고 집에 혼자 놔 둘 수가 없다 하는데 대꾸 할 말이 없다.
이번 에피소드로 나에게는 오렌지 카운티의 거리를 오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한 단계 Up 된 품격으로 볼 이유가 생겼다. 나이 들며 실수가 잦아지는 게 언젠가는 치명타가 될까 겁이 난다.
우선은 핸드폰 뒤에 스티커를 붙였다. 주우면 전화 해 달라 해놓고 아내 번호를 적어 놓았다. 또 잃을 준비나 하는 양.
-끝-
201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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