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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Topic: 코미디 영화 The Interview를 보고
moonbyun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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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코미디 영화 The Interview를 보고
on: January 6, 20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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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라는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는 오히려 엉뚱한 걱정을 했다.

M*A*S*H 를 볼 때마다 한국 전통과는 거리가 먼 괴상한 복장을 입혀 품위 없는 역으로 현지인(한국인) 조연들을 다룬 미국 영화 제작자들의 무성의하고 무지한 제작 행태에 식상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혹시 ‘The Interview”에서도 그것이 재연 되는 것 아닌가 하여 은근히 걱정 되기도 했다.

소니사가 북한의 협박에 무릎을 꿇고 영화 배포를 포기 했을 때 역시 미국을 다루는 북한의 배포에 선뜻 놀라면서도, 마치 코 끝을 벌에 쏘인 곰처럼 뒤로 나 자빠지는 미국을 이해 하기 힘들었다. 한 낱 영화 때문에 북한이 관람객을 테러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나, 관람객을 보호하기 위해 개봉을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미국이나 그것 자체가 코미디였다.

아울러 김정은을 풍자하는 그 어떤 것도 관용할 수 없는 북한의 말초신경성 편협도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 이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북한은 그리 심각하다는 말인가? 적대국의 수장을 암살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그것을 영화화한다고 해서 발끈 한다면 그것은 억지가 아니고 철부지의 떼씀에 다르지 않다. 물론, 당사자를 비열하게 묘사하고, 그 집단을 무지와 염치없는 미개인들로 묘사하여 미국인에게 북한 사람들을, 그들도 한반도의 사람들인데, 소개하는 영화라면 나 역시 상영이 안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언론의 소니사 움츠림에 대한 불쾌감과 발 빠른 오바마의 여론 편승에 힘입어 드디어 영화는 성탄절 직전에 배포가 이루어졌으며 어느 개봉 영화관에도 폭탄이 투하 되었거나 독극물이 살포 되지는 않았다. 소니사의 전산망이 해킹 당해 미국은 북한 소행이라 단정 짓고 북한은 자기들을 support하는 딴 단체의 짓 일거라고 발뺌 하고 있지만 여하튼 북한의 소행이라고 지탄을 받을 만큼 북한의 공중파 교란 실력은 수준급임에 틀림 없다.

이번 소동으로 ‘The Interview’는 김정은이 누구인지도 모를 많은 미국인들에게 널리 소개 되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세계 유일의 일인 세습 독재 집단의 가공할만한 지구 파괴력과 세뇌되어 경직된 그들의 정서가 풍자스럽지만 적나라하게 묘사 되어 많은 미국인들에게 효율적인 교재가 되어 주었다. 북한이 저토록 요란 떨지 않았더면 한 때 잠깐 머리를 디밀었다가 뒷골목으로 사라질 2류나 3류 코미디에 불과한 영화였던 것을.

영화는 북한 어린아이들이 악당 미국인들 씨를 말리자는 내용의 가사를 가늘고 높은 톤으로 노래 하는 중에 미사일이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이 영화는 난데없이 짙은 포르노 식의 장면을 넣는 등 값싼 흥행물 흉내도 내었으나 전체적으로 깊이 웃기거나 위트 넘치는 유머의 고급 코미디 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대로 경직된 북한 사회를 풍자 하는 데는 일조한 영화임에 틀림 없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을 신처럼 배설 않고 살아도 되는 존재로 믿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두 미국 저널리스트가 김정은과의 인터뷰를 위해 북한에 들어 가는 과정에서 미국 CIA의 사주를 받아 김정은 암살을 시도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코걸이 귀걸이 하고 북에 들락거리며 소위 김정은의 친구로 희자 되는 로드먼을 패러디 한 듯한 이 두 저널리스트는 김정은과 친근 해 지고, 탱크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포 탑 안에 들어 간 김정은이 포의 사격 스위치를 누르자 난데없이 포탑 무전기에서 미국 인기여가수 Kathy Perry의 Firework 노래가 흘러나와 김정은과 저널리스트가 흥겨워하는가 하면 저널리스트가 북한 인민에게 신격화 되어 있는 김정은을 신랄하게 닦달하자 김정은이 울상을 지으며 변명 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실제 김정은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또한 너무 긴 세월 세뇌된 북한 인민들이 신격화 된 김정은을 맹신하는 북한의 실태를 미국인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은 틀림 없다.

영화의 후반은 김정은을 절대 신으로 믿는 북한 군인 중 한 무리가 그도 평범한 인간임을 알고 비분하여 호위대에서 이탈하여 미국인 저널리스트의 탈출을 돕고, 돌 같이 요지부동이던 북한 여성 공보관도 이들과 합세하며 저널리스트와 씨니컬하게 포옹하는 등 종횡무진으로 전개되는데, 저널리스트와 호위대와의 격투에서 앵커의 손가락을 몇 개씩 물어 끊는 살벌한 장면도 마다 안 해 액션물의 잔인성도 한 몫 하고 있다. 김정은이 헬기와 함께 공중분해 되는 것이 북쪽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던 것이나 원래 이 영화 제작자의 의도가 ‘지구를 구한다’는 거시적인 차원이 아니고 그저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색적인 존재를 다루면 재미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상업적’인 모티브에서 만들었다 하니 김정은은 또래의 미국 망나니에게 주먹감자 먹이면서 미국 본토를 공갈 협박 하다가 스타일만 구긴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이나 액션 처리 자체는 대체로 깔끔하였으며, 앵커를 구출하는 반 김정은 북한군과 김정은을 신으로 믿는 호위대와의 총격전에서 장난감 같은 삼륜장갑차를 북한군들이 몰고 다니는 어색한 장면만 빼고는 M*A*S*H 에서처럼 ridicule 한 한국인 묘사가 없었던 게 다행이긴 했다.

여하튼 영화가 몇 가지 메시지를 미국인들에게 전달 한 것만은 틀림 없으며, 바싹 마른 풀섶에서 성냥을 가지고 노는 아이로 김정은을 풍자한 어떤 미국 만화가의 컷을 결국은 두 시간여 ‘The Interview’가 활동사진으로 보여 준 것이 되었는데, 스르르 사라질 번 했던 이 영화에 그야말로 성냥불을 그어 댄 것은 소니사를 불같이 닦달한 김정은 본인이었다. 하기는 존엄의 극치인 절대자를 모욕하는 것은 한치도 양보 못하는 북한 사람들의 정서를 미국인이 어찌 이해 하겠는가.

푸틴이 김정은과 박근혜를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미국도 중국도 못한 ‘선행’을 하겠다는데, 문제는 남이 차려놓는 밥상에 가서야 대화를 해야 하는 남북한의 처지다. 그것도 어제까지 찬바람 풍기던 푸틴이 차리는 밥상에. 통일이 ‘대화’로 이루어 질 양이라면 퍼 주기건 굴욕적이건 과거 대통령들이 많이 했다. 임진강의 다리가 아무리 튼튼한들 두 나라의 아스팔트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는 한 차량은 왕래 할 수가 없다. 남쪽의 아스팔트는 재질이 우수하나 흙을 다지지 않고 깔아 pothole천지이며 북의 아스팔트는 함량미달로 비에 씻겨 pothole 천지다. 푸틴의 밥상에서 아무리 ‘대화’ 한들 이 pothole은 메우어지지 않는다. 양쪽이 내면적으로 각자의 길을 닦아 놓고 누구 눈치 안보며 만나야 된다. 남쪽이 세월호 참사 같은 총체적인 무질서에서 벗어나고 북쪽이 지구 문제아의 궤에서 벗어날 때 대화가 가능하다. 필요 하다면 양쪽이 국제적인 매를 맞아도 좋다. 재기 불능의 곤장만 아니라면.

임기 후반 대통령이 인기 만회를 위해, 가속화 되고 있는 세계인의 눈총 속에서 북이 국제적 고립 탈피를 위해, '통일 의 염원'이 도구로 쓰여져서는 안 된다. 통일은 수단으로서가 아니고 그 자체가 숭고한 목적으로 승화 되어야 하며 남북이 진정 성을 갖고 만나야 된다. 그리고 통일은 횡재해서 얻어지는 대박(Jackpot)이 아니고 땀으로 빚은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힘겹게 낳는 '결과' 이어야 한다. 통일은 양쪽의 경제적 손익을 따지기 전에 한반도의 얼을 원래대로 묶자는 민족의 염원이다. 서두러 될 일도 아니거니와 서둘러서도 안 된다. 남한은 마치 통일 준비를 위해 뽑힌 대통령처럼 출발선에서부터 뛸 차기 대통령 임기 초부터, 북한은 지도자가 좀 더 통치 연륜을 쌓아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을 터득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문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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