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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Topic: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을 보고
moonbyun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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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을 보고
on: February 22, 20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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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본 영화 '기생충'은 과연 감독의 섬광 같은 예술 감각과 출연진의 혼을 다 한 세계적인 작품이며 한국 영화의 위력이 세계인 마음속에 파고 든 우수한 작품임엔 틀림 없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말 도 나온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여운을 남기는 양면이 있는 것 같다

일면.

부는 가난에 의해 소멸 되어야 하는 대상이며 부의 조그만 거드름 - 일 테면 부의 가난한 냄새를 비하하는 몰상식 - 에도 가난의 과도한 응징이 정당화 되는 영화다. 그리고 자본주의 민주 사회에서 어쩌면 필연인,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괴리, 를 짜릿한 대리만족으로 풀어준다. 그러면서 부를 기생충처럼 파먹기 위한 가난의 어떠한 거짓이나 음모도 관객으로부터 은연의 동의를 얻어가며 몰입시키는 마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많은 착한 부가 결코 가난을 그런 기생충의 삶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가난의 부자를 향한 울화가 어처구니없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처벌을 피해 아무도 모르게 설치 되어 있는 지하실에 숨게 되는데 복덕방에 내놓인 그 부잣집에 으젓한 손님으로 나타나 안내를 받고 있는 가난한 아들이 지하실을 향해 – 어떻게 하든 이 집을 내 소유로 만들어 아버지를 지하실에서 구출 해 내는 것이 내 목표 - 라고 독백하는것은 과연 어느 세상을 향한 염원인가. 부가 이토록 부정적 대상이 되고 가난의 탈취 대상인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대한민국의 영화예술을 지구촌에 내 놓아 세계인의 공감을 획득한 봉감독의 천재적 예술혼을 만끽 하면서도 모처럼 세상사람에게 내놓아 공감을 얻은 영화가 대한민국의 자 화상이 되고 지향하는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바이러스 발상지 중국이 세상의 질시를 받는 와중에 제 2 의 바이러스 보유국으로 급 부상하고 있는 한국이 기생충이 창궐하는 나라로 그릇 인식될까 염려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의 가난한 가족은 지극히 뻔뻔하며 교활하여 어느 의미로든 가난한 한국인의 참 모습이 아니다.

봉준호는 한국인의 참 얼을 기형화 해 유명세를 탓다.

이면

남이 애써 벌어놓은 것을 동의 없이 빨아먹고 사는 존재인 기생충을 제목으로 달고 나온 영화니 정상적인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리라는 생각은 안 했다.

이야기는 오수 배관 구조상의 변기가 천정 바로 밑에 바짝 붙어 높이 올라 앉아 있는 반 지하에 세 들어 살고 있는 가난한 4인 가족의 자매가 이웃의 인터넷 와이파이를 ‘기생’ 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변기까지 올라 가 신호가 터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학 떠나는 아들 친구의 어느 부잣집 가정교사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포샵으로 졸업 증을 위조하는 등 작년 조국 일가의 표창장 위조로 떠들 석 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재연하며 일가족이 차례로 그 부잣집에 가 문제아동 가정교사로, 주인의 운전기사로, 가정부로 취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취직 해 들어가는 과정이 온통 사기의 점철인데다 도저히 그들의 사기 행각을 탓 할 새도 없이 관객을 몰입하게 해 오히려 그들의 행위에 박수를 보내며 ‘동조’하게 만드는 마력을 품는다.

내용의 전개도 전개지만 출연진 모두가 그들의 최상을 보여주는 듯 진솔한 연기에다가 박력과 촬영의 셈세 함, 이야기 전개의 긴장감과 적절한 배경음악 등으로 시종 한 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보석 같은 영화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극명한 괴리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그러진 삶의 한 모퉁이를 리얼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솔직하게 세상에 내 놓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이 네 개의 오스카상을 휩쓸며 지구촌 영화인들의 호응을 받아 낸 것은 한국인의 예술혼이 그 진가를 발휘한 것에 틀림없다.

또한 이 영화는 봉준호의 대담한 이데올로기 표출이기도 하나 그의 완벽한 예술성은 그 내용의 잔혹성이나 보편적인 빈부 격차가 낳은 사회의 부조리나 이념적 갈등을 아우르며 한국인의 뛰어난 예술 감각만을 세상에 부각 시킬 것이어서 그저 자랑스러워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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