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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Topic: 고향
moonbyun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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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고향
on: January 29, 20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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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니 타국에서 눈물을 머금는다. 구름이 오고 가니 고국이 그립구나'.

몇 해 전 구십을 훌쩍 넘기신 처형의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두어 해 전에 친히 써 주신 서예를 동서가 액자 해 주어 거실에 걸어 놓고 지냅니다.

평생을 은행에 몸 담으셨던 사돈어른께서는 느즈막히 아들이 사는 이곳에 오셔서 취미로 가지신 서예로 심심함을 풀곤 하셨습니다.

때로는 아흔이 넘으면 나도 꽃이 지고 구름이 흐르는 걸 보며 고국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질까 상념 해 봅니다.

삼십에 빽 두 개 짊어지고 혼자서 이 나라에 와 바쁘게 오십 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이제는 한 두 개의 백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의 보따리가 쌓였습니다.

어린 시절 생각이 너무 간절해 고국을 찾을 때마다 고향산천을 맴돌고 옛 동무들을 찾았습니다. 혼자서라도 어릴 때 놀던 골목 길이나 마을 주변을 돌아보며 추억을 더듬다 서울 숙소로 돌아와 만족스런 잠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아직은, 사돈 어른처럼 눈물을 머금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마음은 늘 그곳에 머뭅니다. 그리고 머물 곳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 누구도 저의 이 행복을 보태거나 덜 할 수 없고, 혹은 개의치 않아도 저는 서운해 안 합니다. 저만이 담고 있는 행복이니까요.

문병길
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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