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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여름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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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idae Admin
(@muli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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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던 여름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토요일 오후, 손자와 공원에 가려고 자동차에 올랐다가 깜짝 놀랐다. 안전벨트의 쇠 부분이 손으로 잡기 어려울 만큼 달궈져 있었고, 가죽 시트에서는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스팔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고, 손자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공원을 포기하고 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순간, 우리가 알던 여름은 끝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여름,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산불이 마을을 집어삼켰고, 한국은 연일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렸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LA 카운티에도 여러 차례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우리가 사는 라미라다와 풀러턴, 부에나팍 일대도 한낮 체감온도가 화씨 100도를 훌쩍 넘는 날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냉방기 없이 지내던 80대 한인이 탈진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제 폭염은 ‘그저 무더운 여름’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재난이 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다. 수십 년 동안 태워 온 석탄과 석유가 지구를 거대한 온실로 만들었다. 여기에 고기압이 한곳에 오래 머물고, 뜨거워진 바다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더해지면서 더위는 더욱 심해지고 공기는 습해졌다.

도시도 문제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낮 동안 빨아들인 열을 밤새 내뿜으며 열대야를 만든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니 우리 몸은 쉬지 못한다. 폭염은 기후 위기와 도시환경, 그리고 우리의 생활방식이 함께 만들어 낸 복합적인 재난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 실천이 먼저다. 물을 자주 마시고, 더운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피하며, 냉방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요령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안전수칙이다. 무엇보다 주변의 기후 취약계층을 살펴야 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이웃들이 우리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다. “에어컨은 잘 나오세요?” “물은 충분히 드셨어요?” 안부를 묻는 한 마디와 시원한 생수 한 병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켜주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에어컨 겨는 것조차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운 이웃도 있다. 폭염 속 에너지 비용 역시 우리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다.

지방정부의 대응도 재난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폭염을 태풍이나 산불처럼 관리하고, 예산과 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LA 카운티와 OC 카운티 각 시가 운영하는 쿨링센터, 즉 무더위 쉼터는 영어 안내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한인회관과 교회, 마트까지 한국어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와 응급의료체계도 여름철 상시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단기 처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자체를 식혀야 한다. 나무 한 그루를 더 심고, 학교 운동장과 교회 앞마당에 그늘막 하나를 더 설치하는 일이 백 마디 구호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더 미룰 수 없다. 기후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국제사회의 협력도 뒤따라야 한다.

올여름의 기록적인 더위는 자연의 경고를 넘어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늘 우리가 어떤 생활방식을 선택하고, 어떤 정책을 지지하며,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10년, 20년 뒤 우리 자녀들이 맞이할 여름은 달라질 것이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계절을 바꾼다.

마켓에서 사온 뽕따와 빠삐코를 손에 들고 손자와 나는 그날 오후를 즐겁게 보냈다. 손자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나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손자는 아이스크림 하나로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재주가 있었다. 그 재주를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다.

    타운뉴스 2026.8   안창해 컬럼         발행인 안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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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문병길

 


 
Posted : 22/08/2026 12:1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