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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라 무엇을 - 2030년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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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idae Admin
(@muli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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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라 무엇을 - 2030년을 향하여

일요일 저녁 친구들과 만났다. 식당에 앉자마자 월드컵 이야기가 시작됐다.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 운동장을 누비는 친구가 조용히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판했다. “선발 라인업부터 잘못됐어. 현대 축구의 핵심인 강한 압박도 없었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유기적이지 못했어.” 공교롭게도 그는 비판의 대상이 된 감독과 대학 동문이었다. 평생 남을 험담하는 법이 없던 옆자리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문득 지금 이 시간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충격 앞에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선수기용 실패, 전술 부재, 리더십 부족, 소통의 한계. 감독을 향한 비판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그 비판이 모두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전술과 선수 선발에 대한 평가는 피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그는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감독 한 사람이 물러났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축구는 감독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 벤치의 선수들과 코치진, 의무팀과 분석관, 기술위원회, 유소년 시스템,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결과를 만들어낸다. 승리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패배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90분 경기 하나에 4년의 준비, 10년의 육성, 20년의 시스템이 담긴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

비슷한 장면은 세계 축구에서도 반복돼 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 1대7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을 때, 처음에는 감독을 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브라질은 감독 교체에 그치지 않고 유소년 육성 방식, 지도자 자격 제도, 협회 거버넌스 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수년간 이어갔다. 독일 역시 2022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감독 교체에만 머물지 않고 대표팀 운영 철학과 분데스리가의 유스 육성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강한 축구 국가일수록 한 사람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패배를 ‘개인 문책’으로 소비하지 않고 ‘시스템 진단’의 기회로 삼았다.

우리 사회는 유독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는 데 익숙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라고 설명한다. 공동체가 큰 좌절과 실망을 겪을 때, 복잡한 원인을 차분히 분석하기보다 가장 상징적인 개인에게 분노를 집중시키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감정은 일시적으로 해소될지 몰라도, 정작 문제를 만들어 낸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온라인 댓글 창이 들끓고, 며칠 뒤면 또 다른 이슈에 묻혀 흐지부지되고 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전술 실패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수기용에 대한 논란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한 부분의 책임자일 뿐, 모든 문제의 시작도 끝도 아니다.

이제는 누가 잘못했는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바꿀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은 충분히 투명한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정량적 평가지표와 공개 검증 절차를 갖추고 있는가. 유소년 축구는 눈앞의 대회 성적보다 10년 뒤 성인대표팀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K리그 각 구단의 유스 투자는 협회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지원되는가. 기술위원회는 데이터와 경기력에 근거해 선수와 감독을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다면 감독이 몇 번 바뀌더라도 같은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사람들은 감독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2년 전에도 우리는 이번과 똑같은 바로 그 감독의 퇴진을 지켜봤었다. 그사이 한국 축구는 무엇을 바꾸었는가. 사퇴했던 감독을 또다시 모셔다 쓰고, 또 다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시스템은 12년 전 그 자리에 멈춰 있다.

대한민국의 2026년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희생양을 찾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비판하고 바꾸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확신하기 어렵다. 실패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 실패를 만든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2030년 월드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타운뉴스 2026. 7. 6. vol 1636           안창해 칼럼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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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길 옮김


 
Posted : 06/07/2026 5:0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