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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쟁은 총과 미사일만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컴퓨터 한 대와 인터넷만 있으면 국경을 넘고, 신분을 속여 기업의 핵심 시스템에 침투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시대다. 영 김 연방하원의원이 지난 7월 27일 발의한 ‘North Korean FAKER Act’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AKER라는 법안 이름 자체가 북한의 위장 취업과 사이버 외화벌이 조직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떠올리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하게 경계해온 대상은 군복 입은 군인이 아니라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위장한 북한 IT 조직이다. 이들은 링크드인에 화려한 경력을 올리고, 가짜 신분증과 위조된 이력서를 쓰며,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얼굴 사진까지 활용한다. 기업은 실력 있는 개발자를 뽑았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권과 연결된 인력을 고용한 셈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무부, 재무부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내놓았다. FBI는 이 사기 조직에 수천 명의 북한 IT 인력이 연루됐으며,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2년 국무부·재무부·FBI 합동 권고문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 1명이 연간 최대 3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한 팀이 연간 3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법무부와 FBI는 2023년 10월 관련 웹사이트 17개를 압수하고 범죄 수익 150만 달러를 몰수했다. 이들은 가짜 신원을 이용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해킹 조직이 아니라 거대한 외화벌이 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도 같은 수법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기업 내부망에 침투해 영업비밀을 빼내거나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랜섬웨어 공격 통로로 악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것은 돈의 최종 행선지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개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으로 송금돼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원격근무 계약으로 생각했던 채용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통로가 된 것이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채용은 국경을 초월해 이뤄진다. 한국 기업도 미국 개발자를 쓰고, 미국 기업도 동남아·유럽 인력을 원격 채용한다. 그만큼 신분 위장 침투 가능성도 커졌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스타트업이나 외부 개발자를 활용하는 한인 회계·법률·IT 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이버 범죄는 한 나라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으며, 정보 공유와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영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법안 개요에 따르면, 북한 IT 위장취업 조직을 적발해 자금 흐름을 차단하고, 국무부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정보를 공유하여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영 김 의원은 북한의 사이버 외화벌이가 미국의 국가안보는 물론 우방국 기업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북한의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을 봉쇄해 핵·미사일 자금줄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단순 취업 사기가 아닌 국가 차원의 조직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북한의 인력들은 수십 개의 가짜 신원을 만들고 제3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을 미국 내 협조자가 대신 받아 북한 인력이 해외에서 원격 접속하도록 하는 이른바 ‘랩톱 팜(Laptop Farm)’까지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그 파괴력은 결코 전쟁에 뒤지지 않는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신분을 위조해 기업에 침투하고, 키보드로 벌어들인 외화가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경제 범죄를 넘어선 국가안보의 위협이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대응에 나선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 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안의 초점은 타국을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 사이버 사기 차단을 위한 국제 공조 강화에 맞춰져 있다. 법안 전문이 공개되면 세부 조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입법 취지만큼은 분명하다.
한인 사회도 ‘설마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있겠는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격근무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기업의 규모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외부 개발자나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신원 확인과 보안 절차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는 더 이상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새로운 안보 영역이다.
영 김 의원의 'North Korean FAKER Act'는 단순한 법안이 아니다. 북한이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대한 경고장이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키보드 하나가 국가 안보를 흔드는 시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타운뉴스 2026.8.10 안창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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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과 북의 고급 두뇌가 미국의 첨단 기술과의 도전에서
벌이는 정당한 도전과 치졸한 도전방식을 대변하는 좋은 칼럼.
옮긴이 문병길